Dr. Taesoo Choi RAW novel - Chapter 3636
Chapter 405화.
“네. 절대 싫습니다.”
“그러니까 얼른 다들 챙겨요. 내가 앞설게요.”
“닥터 최.”
“시간 없습니다. 총소리 들었잖아 태수가 거칠게 다그치자 히만은 재차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
바로 뒤에 가족들에게 뭐라고 말했다.
설득의 말이었는지 구석에 있던 모녀가 떨리는 몸으로 애써 다가왔다.
그들이 한데 모임과 동시였다.
태수가 히만과 부인을 번갈아 바라보며 말했다.
“내 뒤만 쫓아오면 됩니다.”
“고맙, 고맙습니다.”
“그런 말 아직 이르네요. 후우. 젠장.”
태수는 애써 밀어냈지만 마음속이 쓰렸다.
이들은 어떻게 보면 구승헌 사장과 태수의 욕심으로 이곳에 남았다고 볼 수 있었다.
이런 상황을 피하기 위해 협정을 맺은 거였다.
그걸 어긴 인도군과 파키스탄군의 잘못임은 틀림이 없었다.
하지만 애초에 이들을 떠나보냈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 점이 미안했다.
미안해서 이들에게 어떤 문제도 용납할 수 없었다.
꽈악.
태수는 히만의 어깨를 더욱 강하게 붙들며 말했다.
“절대 문제없을 겁니다.”
“믿어요. 믿습니다.”
“그럼 출발합니다.”
“네.”
끄덕.
히만의 눈빛이 점점 다부지게 변화했다.
태수가 보이는 강렬함이 전달 된 탓일지도 몰랐다.
아니, 자신의 등을 바라보는 가족들에 대한 책임감에 변화하는 게 분명했다.
히만이 마음을 다잡았으면 됐다.
태수는 마주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곧장 대문을 향해 이동했다.
곧 대문이 열리며 태수가 밖으로 나왔다.
휙휙.
재빨리 사방을 둘러보며 위험요소를 경계했다.
해가 뜨기 직전이라 사방이 훤히 보이는 상황이었다.
투두두, 퍼버벙.
총소리와 수류탄 소리.
콰과광!
박격포의 소리도 계속 들려왔다.
뭉개뭉개.
곳곳에 연기가 피어올랐다.
그만큼 마을은 쑥대밭이 되어갔다.
재건이란 말도 가당치 않을 정도였다.
다행이라면 여기저기 울리던 비명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는단 점이었다. 대부분 안전한 곳으로 이동한 모양이었다.
그래서 고요함이 찾아왔지만 심적으로 더 위화감이 들었다.
다행스럽게도 주변은 깨끗했다.
휙휙.
태수는 뒤로 손짓하며 조심스럽게 이동했다.
담장을 옆에 낀 채 숨을 죽여 가며 조용히 움직였다.
그런 태수의 뒤를 딸을 안은 히만의 부인이 따랐고, 마지막에 히만이 아들을 안고 움직였다.
아이들도 숨소리를 감췄다.
마을 끝에 있어서 그런지 더 조용하게 느껴졌다.
태수는 무전기 소리를 줄이고 현재상황을 조용히 보고했다.
“닥터 최입니다. 히만과 가족들 확보 완료. 저장창고로 이동 중입니다.”
– 샘입니다. 닥터 최 군인들 조심하십시오.
– 브레드입니다. 닥터 최, 현재 두 명 피습 당했고, 한 명은 포탄에 간접적으로 부상을 입었어.
– 닥터 정입니다. 태수, 부상자들 다 확보했으니까 열 내지 말고 조심해서 와.
무전을 듣던 태수는 인상을 팍 찡그렸다.
군인들이 정말 민간인을 공격한단 말인가?
그 내용은 확실히 들어야 했다.
그래서 다시 무전기를 들었다.
“닥터 최입니다. 군인들이 정말 공격한단 겁니까?”
– 라이언입니다. 안타깝지만 사실입니다. 현재 파키스탄군 2명 사살. 확보된 무기로 대응사격 중.
– 구스피아입니다. 흔적을 남기지……. 쉣. 투두두! ……응전 중.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는 속셈으로 보입니다.
– 샘입니다. 닥터 최, 지금 그쪽으로 접근 중입니다. 시간이 좀 더 필요합니다. 그리고 지금은 그때와 다릅니다.
샘 분대장의 충고가 태수 귀를 강하게 때렸다.
그때는 ‘늑대 탈출’ 작전을 말하는 게 분명했다. 샘 분대장은 태수에게 끝까지 총을 쥐어주지 않았다.
그때와 다르단 건 총을 들어야할지도 모른단 의미가 분명했다.
태수도 각오한 부분이라 침착하게 무전했다.
“닥터 최입니다. 샘. 저도 지금지켜야할 사람들이 있습니다.”
–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그래도 최대한 빨리 찾아갈 테니까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 미스터 김입니다. 뭘 기다려요. 성질 뻗치는데 죄다 갈겨 버려!
역시 김혁권이었다.
한 없이 가라앉는 기분을 확 끌어 올려줬다.
태수는 차갑게 미소 지었다.
그런 와중에도 계속 주변을 경계하며 이동하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또 뒤따라오는 히만의 가족들도 빠짐없이 챙겼다.
그 사이 조금씩 찻잎 저장창고와 거리가 좁혀지고 있었다.
이제 얼마 안 남았다.
하지만 저장창고는 중간 기착지에 불과했다. 더 안전한 장소로 이동하 려면 걸음을 재촉해야 했다.
그 심정 그대로 빠르게 이동하던 중 태수가 멈칫했다.
임시병원 근처에 도착한 탓이다.
저 아래쪽에 보이는 집이 어제까지 진료한 인도군 임시병원이었다.
뒤쪽이었고 담장이 둘러져 있어 어떤 상황인지 볼 수가 없었다.
그보다 태수는 지금 그 장소가 반갑지 않았다.
“칫.”
아예 고개를 돌려버렸다.
그때였다.
쉬이익!
이상한 소리가 귀를 자극했다.
공기를 가르는 파열음.
이건?
태수의 촉이 발동함과 동시에 소리쳤다.
“히만, 가족들 보호해요!”
“예쓰!”
긴장하고 있던 히만이 재빨리 가족들을 품으로 감쌌다.
그의 등에 도착한 태수가 가운을 넓게 펼쳤다.
바로 그때였다.
콰과광!
폭발음과 함께 옆집 담장이 말 그대로 터졌다.
가까운 거리였기에 흙과 돌멩이들이 태수에게 쏟아졌다.
파박, 팍, 팍.
돌멩이들이 무기가 되어 태수의 등을 두드렸다.
“크윽!”
“닥터 최!”
“그대로 있어!”
태수는 고통 속에서도 꿈쩍하지 않고 그대로 버텨냈다.
그 순간은 잠깐이었다.
등을 타격하는 느낌이 사라지자 태수는 인상을 쓴 채 고개를 돌려봤다.
옆집 담장이 허물어져 있었다.
그리고 태수 발치엔 자그마한 돌멩이들이 떨어져 나뒹굴고 있었다.
주먹보다 자그마한 크기였다.
태수는 그 사실에 더 놀라고 있었다.
‘이렇게 아픈데?’
“크으.”
실상 터져 나오는 건 신음소리였다.
이놈의 등은 무슨 일만 있으면 수난이었다.
그런데도 태수는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그건 히만과 가족들에겐 어떤 피해도 없던 탓이었다.
그때 히만이 멀쩡한 가족들을 확인 후 돌아섰다. 그리고 인상을 찌푸린 태수를 보자 눈꼬리가 축 내려갔다.
“닥터 최.”
“괜찮……. 쓰읍. 아프긴 한데 괜찮아요.”
“그래도……. 그래도…….”
“다들 무사하죠. 그럼 됐습니다. 이제 이동합시다.”
태수는 히만의 미안함을 얼른 고개 돌려 피했다.
그가 미안할 부분은 어디에도 없었다.
다시 담장을 따라 먼저 움직였다.
무너진 담장을 피해 다른 집 담장을 이용했다.
사삭.
긴장감에 등이 아픈 줄도 몰랐다.
목적지 도착이 우선이었다.
그렇게 모퉁이를 돌던 찰나였다.
모퉁이에서 거무튀튀하고 삐죽한 무언가가 툭 튀어나왔다.
총구?
태수가 의식함과 동시였다.
총을 든 인도군 두 명이 나타났다.
화들짝 놀란 그들은 다급히 총구를 태수에게 돌렸다.
그 순간 태수는 오만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하지만 결론은 하나였다.
“히만!”
휙!
동시에 재차 등을 돌려 히만과 가족들을 보호했다.
쏘겠지.
분명 쏠 거다.
이제 등을 파고들 총알이 상상 됐다.
‘더럽게 아프겠네.’
차라리 깔끔하게 죽는다면 모를까 아픔은 반갑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했다.
“…….”
총성도, 고통도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다른 말이 들려왔다.
“@#%#$%!”
“@%#$@%!”
태수는 힌두어를 알아듣지 못했다.
그런데 똑같이 등을 돌려 가족들을 보호하고 있던 히만이 움찔했다.
“쏘지 말라는데요.”
“누가요. 쟤들이요?”
“그런 거 같습니다.”
“그대로 있어요.”
“예쓰.”
태수가 주의를 주자 히만은 가족들을 다시 꽉 끌어안았다.
그때까지도 총성은 들려오지 않았다.
그래서 태수는 조심스럽게 몸을 돌렸다.
그런 태수의 앞에는 총구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꽃이 튀지 않았다.
의아함을 느낀 태수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봤다. 이어서 상대를 확인한 태수의 표정이 사정없이 일그러졌다.
상대는 다름 아닌 소대장과 첫날 8번째로 수술한 환자였다.
두 사람도 태수를 알아본 모양이다.
총구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다, 닥터 최. 역시 닥터 최였습니다.”
소대장이 어색하고 불편한 얼굴로 아는 척을 했다.
그러나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은 태수에겐 이보다 아니꼬운 상황이 없었다.
“겨우 이거냐?”
“…….”
“그렇게 날 팔아먹어 놓고, 그 결과가 이렇게 총구를 겨누는 거냐고 묻고 있다.”
태수는 짜증과 분노를 거침없이 통해냈다.
그럴수록 소대장과 병사의 총구는 출렁임이 심해졌다.
“그게 아니라…….”
“아니라고. 정말 아니라고!”
태수는 결국 버럭 소리쳤다.
그와 동시였다.
타다당!
총소리가 울렸다.
태수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며 눈을 감았다.
피하지 않는 게 아니라 피할 수가 없었다.
뒤에 히만과 가족들이 있던 탓이다.
그런데 이상했다.
고통이 느껴지지 않았다.
눈앞에서 총이 발사됐는데 왜?
부스스.
태수가 조심스럽게 눈을 떴다.
소대장과 병사를 본 태수의 눈이 휘둥그레 떠졌다. 그들이 몸에 피를 흘린 채 쓰러지고 있던 탓이다.
털썩.
두 사람이 쓰러진 순간 태수의 시선이 빠르게 사방을 둘러봤다.
모퉁이에 있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경계를 늦추지 않고 갈림길로 조심히 한 걸음 나아갔다.
그와 동시였다.
저쪽.
임시병원 쪽에 파키스탄군들이 총을 겨누고 있었다.
그들의 표정이 순식간에 일그러졌다.
이어서 재빨리 총을 고쳐 잡고 격발하려는 모습이 포착됐다.
그리고.
투다다!
총성이 울렸다.
태수는 재빨리 몸을 모퉁이로 움츠렸다.
그러나 사람이 총알보다 빠를 순 없었다.
‘이놈의 호기심.’
결국 궁금해 하다가 하늘 구경까지 할 모양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도 태수에겐 어떤 고통도 느껴지지 않았다.
왜?
태수가 얼떨떨해 하던 사이였다.
처적.
모퉁이로 다가오는 발소리들이 느껴졌다.
얼른 정신을 차린 태수는 온몸의 긴장을 끌어올렸다.
어떻게 살았는지는 나중에 따질 문제다. 다가오는 또 다른 위험부터 벗어나야 했다.
‘둘……. 하나……. 지금!’
타이밍을 잡은 태수가 날렵하게 모퉁이를 돌며 손을 뻗었다.
지척까지 다가온 상대기에 무조건 성공할 공격이었다.
그런데 오늘 되는 일이 하나도 없었다.
턱!
회심의 공격이 어이없게도 막혔다.
‘빌어먹을!’
태수는 돌아올 반격을 대비하려 했다.
그런 태수에게 익숙하고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닥터 최, 샘입니다.”
“라이언입니다.”
그 소리에 멈칫한 태수가 상대를 제대로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