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 Taesoo Choi RAW novel - Chapter 3637
Chapter 406화.
사복차림의 샘 분대장과 라이언 병장이었다.
그 중 샘 분대장이 태수의 손을 붙들고 있었다. 되는 일이 없는 게 아니라, 대적 불가의 상대였다.
태수는 멈칫하며 힘을 뺐다.
“아.”
“괜찮으십니까. 다친 데는 없으십니까?”
샘 분대장이 다급히 물었다.
단시간에 세 번이나 심장이 떨렸던 태수는 혼란스런 정신부터 다잡았다.
“푸우……. 엇?”
샘 분대장의 다른 손에 들린 소총을 발견했다.
라이언 병장은 이미 파키스탄군과 조우한 방향을 경계 중이었다.
그 순간 태수는 어떻게 된 일인지 직감할 수 있었다.
“샘, 그럼?”
“정말 위험했습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아니요. 아닙니다……. 또 목숨을 빚졌습니다.”
“술을 2박 3일로 사주시면 됩니다.”
툭.
샘 분대장은 일부러 농담하며 태수를 가볍게 건드렸다.
태수는 그 소리에 한층 더 마음의 안정을 찾았다.
“후우우.”
“많이 놀라신 모양입니다.”
“네. 그런……. 히만. 히만 괜찮습니까?”
태수는 번뜩 떠오른 히만과 가족들을 챙겼다.
그들은 다행히 모퉁이 안쪽에 있어서 어떤 피해도 받지 않았다.
히만이 잔뜩 얼어붙은 얼굴로 돌아보며 고갯짓만 했다.
끄덕.
그걸 보고야 태수는 졸인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다행입니다. 정말 다행입니다.”
자신의 놀람을 뒤로하고 그들에게 위로부터 건넸다.
그런데 그때였다.
“끄으으.”
고통에 겨운 신음성이 들려왔다.
순간 태수와 샘 분대장의 시선이 쓰러진 인도군들에게 향했다.
병사는 즉사했는지 반응이 없었다.
신음소리를 낸 건 소대장이었다.
흉부에 3발, 복부에 2발을 맞았다. 거기에 팔다리에도 총상이 보였고, 그가 흘린 출혈로 바닥이 빨갛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풀럭, 풀럭.
신체반응으로 몸이 경련했다.
죽음이 코앞까지 성큼 다가와 있었다.
그런 그를 향한 태수의 시선은 너무도 싸늘했다.
일말의 동정심도 느끼지 않았다.
“…….”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소대장이 피를 머금은 입을 열며 목소리를 쥐어짰다.
“쿨럭. 자, 작전 하달……. 첫, 첫째……. 쿨럭.”
울컥거리는 목 때문인지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태수는 그런 모습에도 차갑기만 했다.
그런데 의외로 샘 분대장이 귀를 기울이다 태수에게 말했다.
“작전 개요를 말하려는 거 같습니다.”
“이 순간에도 인도군이란 겁니까?”
“기밀사항을 말하겠다는 겁니다. 닥터 최에게요.”
샘 분대장의 말에 태수가 멈칫했다.
괜한 추측이 아닐까?
그렇다고 하기엔 소대장의 시선은 지금도 태수를 향해 있었다.
그리고 두 눈에 눈물이 걸려 있었다.
울컥. 울컥.
피를 연거푸 쏟아냈다.
그런데도 목소리를 쥐어짜려 했다.
“아, 아침이……. 쿨럭.”
계속 되는 그의 말에 결국 태수가 몸을 낮췄다.
“주둥이 닥쳐. 너 지금 뒤지기 일보직전이야.”
“쿨럭……. 고지……. 점령……. 쿨럭.”
“그딴 거 누가 궁금한데. 진짜 해야 할 말이 뭔지 몰라?”
태수는 매섭게 다그쳤다.
소대장의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그리고 태수를 향한 시선이 구슬프게 변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계속 같은 내용을 말하려 노력했다.
“임무……. 완수…….”
“뭐 이 새끼야.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데!”
꽈악!
태수는 결국 그의 멱살을 움켜잡았다.
그때 샘 분대장이 군용 모르핀 주사기를 눈앞에 내밀었다.
스윽.
“아무래도 들어보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샘이 이걸 왜?”
“조금 전까지 닥터 샘이었습니다.”
비상용으로 들고 있었던 모양이다.
태수는 소대장의 멱살을 놓고 착잡한 마음으로 받아들었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바늘을 소대장의 심장 부근에 찔렀다.
푹!
흐릿하던 소대장의 눈빛이 서서히 제자리로 돌아왔다.
직접 심장에 주사한 만큼 효과는 직빵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한결 안정된 표정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눈빛이 선명해지더니 곧 주변까지 둘러봤다.
흐릿해진 의식이 되돌아온 게 틀림없었다.
그때 소대장의 입이 다시 열렸다.
그런데 태수가 티끌만큼 기대했던 사과의 말이 아니었다.
앞선 내용의 연장이었다.
“명령 하나. 개전과 동시에 신속히 고지를……. 점령해 우위를 점해라.”
“이 새끼야!”
“명령 둘……. 대 인도군은 승리의……. 영광을 위해 어떤 희생도……. 불사한다.”
“미친 새끼야. 지금 그딴 말할 때냐!”
태수는 소중한 시간을 이렇게 낭비하는 게 분통 터졌다.
사과의 말?
그 따위 거 안 들어도 된다.
그냥 한 마디면 된다.
‘내가 원한 건 이게 아니다.’
이 한 마디만 들어도 용서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는 그런 말은 일언반구도 없었다.
그게 태수의 가슴을 더 타오르게 했다.
“이 새끼!”
“잠깐.”
턱.
“샘!”
“들으셔야 합니다.”
“…….”
단호한 그의 말에 태수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때 소대장의 말이 이어졌다.
“명령 셋. 작전 완료 후 고지엔……. 인도군 만이 존재한다.”
흠칫.
“뭐?”
태수의 눈이 거칠게 흔들렸다.
그때였다.
주르륵.
소대장의 입에서 또다시 피가 흘러 나왔다. 그는 그렇게 피를 머금은 채 그 다음을 이어서 말했다.
“명령 넷……. 깃발을 없애라……. 모든 흔적을……. 지운다.”
“너 지금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인마!”
“명령 다섯. 망설이지……. 마라. 모두가……. 적이다……. 죽이지 못하면……. 너희가 죽는다.”
“모두가 적이라고? 모든 흔적을 지우고 깃발도 없애라고?”
태수는 충격의 연속이었다.
이게 인도군 지휘관의 명령이라니.
그것도 자기 병사들의 목숨을 담보로 내린 명령이었다.
태수는 믿을 수가 없었다.
그때였다.
선명하던 소대장의 눈빛이 급속도로 흐려졌다.
이젠 쏟아낼 피조차 없어진 모양이었다.
“닥터……. 최.”
“뭐, 인마!”
“다시……. 만나 반가…….”
툭.
소대장은 끝까지 말하지 못하고 숨을 거뒀다.
그와 동시였다.
주르륵.
그의 눈에 걸려 있던 마지막 눈물이 함께 떨어졌다.
그런 소대장의 눈은 감기지 않았다.
“…….”
태수의 눈이 가늘게 흔들렸다.
그때 샘 분대장이 나지막이 말했다.
“전쟁 중 작전 내용을 외부에 발설하면 즉결처분 대상이 됩니다.”
“…….”
“소대장은 자신이 죽을 각오로 닥터 최를 찾아온 게 아닐까 생각됩니다.”
“…….”
“우리의 안전과 자기 목숨을 바꾼 거겠죠. 평생 괴롭지 않으려고요.”
턱.
샘 분대장은 태수의 어깨를 가볍게 매만지며 위로했다.
억측이 아닐 터였다.
소대장에 대한 기억을 미화시키려는 의도는 더더욱 아닐 터였다.
샘 분대장은 작전 중 그런 감성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지금 한 모든 말이 사실이 분명했다.
그래서 태수의 흔들린 눈빛은 쉽게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했다.
그런 동요 속에서도 태수는 손을 움직였다.
파르르.
떨리는 손으로 소대장의 눈을 감겨줬다.
그리고 희미한 목소리로 말했다.
“의리는……. 있는 새끼.”
“닥터 최.”
“씨발놈. 같이 살든가. 아니면 어디 짱 박혀서 나오지 말던가.”
턱. 턱.
태수는 소대장의 피범벅이 된 가슴을 힘없이 내리쳤다.
샘 분대장이 그런 태수를 만류했다.
“그만하십시오.”
“이 새끼야. 그래놓고 다시 만나서 반가웠다고? 까지 마. 새꺄.”
“너무 한 자리에 오래 있었습니다. 가야 합니다.”
“난 네놈 만난 게 세상에서 제일 끔찍했다. 다시는, 다시는……. 씨발!”
텅.
태수는 결국 비통한 심정을 쏟아냈다.
오랜만에 사람 냄새 나는 인도군을 만났다고 생각했는데.
언제 한 번 다시 만나자고 말하려고 했는데.
마지막 만남이 이럴 줄은 꿈에도 몰랐다.
원망만 쏟아낸 자신의 처신이 너무도 가슴을 아프게 했다.
꽈악.
“크으…….”
태수는 결국 자신의 가슴을 움켜쥐었다.
그때 히만이 옆으로 다가왔다.
차랑.
군번줄을 꺼낸 히만은 조용히 말했다.
“이슈카. 이름입니다.”
이름을 이제야 알았다.
그간 그렇게 주변을 맴돌았는데도 몰랐었다.
태수는 정말 이슈카 소대장에 대해서 아무것도 아는 게 없었다.
미안해야할 상대는 태수인지도 몰랐다.
스르륵.
태수는 하얀 천을 꺼내 이슈카 소대장과 옆에 사망한 병사의 얼굴을 덮었다.
그리고 퉁명하게 말했다.
“간다, 자빠진 김에 푹 쉬어라. 이 새끼들아.”
더 안타까워할 수 없고 비통해 할 수 없는 현실에 터져 나온 짜증이었다.
그리고 태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르릉. 콰과광!!
총포소리가 더 격해지고 커진 느낌이었다.
잠시 잠잠하던 무전기도 다시 바빠졌다.
– 구스피아입니다. 본대가 올라오고 있습니다. 전 병력이 투입된 거 같습니다!
– 안토니입니다. 탈출 임박, 무전 들리는 인원은 속히 이동할 것!
– 닥터 정입니다. 태수야. 너 뭐하냐. 빨리 와!
– 미스터 김입니다. 샘, 라이언. 닥터 최 못 만났어요? 빨리 끌고 와요!
태수는 무전 내용을 들어도 꿈쩍하지 않았다.
이젠 지체할 수 없는 상황이라 샘 분대장이 손을 뻗으려 했다.
그 순간 태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고개를 든 태수의 눈은 벌게져 있었다.
그러나 내뱉는 목소리엔 흔들림이 없었다.
“출발합시다.”
“길을 열겠습니다.”
사삭.
샘 분대장과 라이언 병장이 앞뒤에 위치하며 사방을 경계했다.
태수의 시선은 다시 히만과 가족들에게로 향했다.
차갑던 표정이 어느새 다시 부드럽게 변했다. 이들이 불안해 하지 않도록 하는 태수의 배려였다.
“히만, 준비 됐죠?”
“네.”
“그럼 가시죠.”
그렇게 권함과 동시였다.
철컥.
이슈카 소대장의 소총을 들었다.
샘 분대장이 힐끔 봤지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총을 쥔 태수도 경계에 참여했다.
살기 위해.
이슈카의 바램대로 살아남기 위한 결정이었다.
잠시 후.
태수와 일행들은 찻잎 저장창고에 도착했다.
화르륵.
저장창고는 시뻘건 불길을 내뿜으며 타오르고 있었다.
“젠장. 최대한 빨리 이동하겠습니다.”
샘 분대장의 목소리가 다급해졌다.
그 순간 돌연 뒤쪽에서 라이언 병장의 외침이 들려왔다.
“뒤에 적!”
“히만, 옆으로!”
휘휙!
태수와 히만, 그리고 가족들은 재빨리 찻잎 저장창고 앞쪽으로 이동했다.
불길의 영향권 안이라 후끈함이 느껴졌다.
그래도 달리 피할 곳이 없었다.
그와 동시였다.
타다다! 투다다!
교전이 시작됐다.
그리고 처음으로 샘 분대장이 태수에게 작전 명령을 하달했다.
“닥터 최, 위협사격!”
“……오케이.”
차갑게 대답한 태수는 소총을 고쳐 쥐었다.
그리고 불타는 찻잎 저장창고를 활용해 적에게 총을 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