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gonslayer's Class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202
202화
발록들의 적막은 오래가지 않았다.
크어어어어어!
투기장 전체를 뒤흔드는 짐승의 울부짖음 같은 환호성이 튀어나왔다.
쿵! 쿵! 쿵!
전투 종족인 발록은 삶의 의미가 전투였다.
갑자기 난입한 인간이 자신의 종족을 쓰러뜨리고 챔피언에게 도전하려 한다는 상황 자체가 그들에게는 최고의 유희나 다름없었다.
지크는 자신의 승리에 흥분하는 발록들을 보며 얼이 빠졌다.
‘뭐야 이놈들은?’
재가 되어 사라진 발록이 있던 자리에는 마력석이 놓여 있었다.
아까 획득한 마력석보다 더 크기가 컸다.
그때 지크의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발록의 마력석을 흡수하면 소비한 힘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 [강한 발록을 쓰러뜨리고 얻은 마력석은 더 많은 경험치 포인트를 부여합니다.]‘마력석을 흡수하면 경험치 포인트를 준다고?’
오르크나 엘프와 달리 발록은 직접 마력석을 흡수해야 경험치가 되는 형식인 듯싶었다.
지크는 큰 마력석은 인벤토리에 넣어 두고 아까 얻은 작은 마력석을 꺼냈다.
‘흡수한다.’
마력석을 흡수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치자 손에 있던 마력석의 빛이 지크의 가슴에 있는 문양 속으로 스며들었다.
[발록의 마력석을 흡수해 경험치 포인트를 100점 획득합니다.] [소모한 체력과 마나를 회복합니다.]‘100점?’
상대적으로 약한 발록의 마력석을 흡수했는데도 주어진 경험치 점수가 꽤 높았다.
게다가 체력도 다시 회복돼서 연달아 도전자를 받는 것도 가능했다.
지크가 발록들을 향해 외쳤다.
“나는 챔피언에게 도전하기 위해서 왔다! 챔피언은 나와라!”
지크의 도발에 뒤에서 지켜보던 발록들이 슬슬 움직이기 시작했다.
쿵! 쿵! 쿵!
그중에서 덩치가 큰 발록 하나가 투기장 쪽으로 걸어왔다.
[도살자!] [도살자가 나타났다!]발록들 사이에서 이명이 있을 정도라면 꽤 강할 듯싶었다.
거대한 발록이 뛰어오르더니 투기장 안으로 거침없이 들어왔다.
크어어어어어!
발록답게 날개를 쫙 펴고 거대한 포효를 내질렀다.
아까의 발록보다도 더 커서 적어도 4미터는 되어 보였다.
그러더니 도살자는 등에 차고 있던 거대한 칼을 꺼내 들었다.
마수의 뼈로 만든 무기인 듯싶었다.
지크는 바하무트를 꺼낼까 고민하다가 우선은 무한연환결로 녀석을 상대해 보기로 했다.
쿠구궁!
도살자가 거대한 뼈 칼을 들고 지크를 향해 달려들었다.
콰콰콰콰콰!
마기를 잔뜩 머금은 뼈 칼이 투기장 바닥을 쓸면서 지크를 향해 날아왔다.
콰콰콰쾅!
엄청난 중량감을 지닌 뼈 칼이 지크가 있던 자리를 초토화시켰다.
지크는 환영보법으로 뼈 칼을 피해 도살자의 사각지대로 파고들었다.
후우웅!
동시에 지크가 발록을 향해 발경을 내질렀다.
콰쾅!
지크의 발경이 정확히 들어갔지만, 도살자는 전혀 미동도 없었다.
도살자가 미간을 꿈틀거리며 지크를 바라봤다.
[인간 놈이 사이비 투기술을 배워 왔구나! 어디서 감히 그런 걸 깔짝거리는 게냐!]다시 도살자가 뼈 칼을 풍차처럼 휘두르며 지크를 향해 내리쳤다.
쾅! 쾅! 쾅! 쾅!
아라타소의 창술과 달리 그저 밀어붙이는 검이었지만 워낙 속도가 빠르고 중량이 커서 피하는 것조차 버거웠다.
지크는 호흡을 가다듬으며 환영보법으로 뼈 칼을 피하고 빈틈을 노렸다.
도살자가 다시 뼈 칼을 높이 치켜들며 달려들었다.
지크는 동작이 큰 도살자의 빈틈을 노리며 오히려 앞으로 달려들었다.
파바바바박!
그러고는 도살자를 향해 큰 것 한 방이 아닌 작은 공격을 정확히 여러 번 찔러 넣었다.
지크의 발경이 도살자의 왼쪽 무릎을 집요하게 공격했다.
도살자가 비웃으며 뼈 칼을 휘둘렀다.
[그딴 잔재주 따위 간지럽지도 않다!]후우우웅!
지크가 아슬아슬하게 뼈 칼을 피했다.
지크는 다시 몸을 숙이고 도살자의 왼쪽 무릎에 공격을 가했다.
콰쾅!
점차 공격이 익숙해지면서 지크는 단순한 발경이 아닌 태양의 황금 검술의 묘리가 담긴 동작을 펼치기 시작했다.
‘이건?’
데스 나이트였던 루이스 마르키시오를 폭식한 뒤 흡수한 태양 검술과 아가멤논의 황금 검술, 파브 경의 무한연환결은 모두 그 뿌리가 같다.
그래서 무한연환결을 펼치다 보니 저절로 태양의 황금 검술의 동작이 자연스럽게 펼쳐진 듯싶었다.
휘이이익!
도살자의 주변을 빠르게 맴돌면서 공격을 가하는 지크의 움직임이 점차 자연스러워졌다.
도살자는 지크의 빠른 동작을 따라가지 못하고 뼈 칼을 엉뚱한 곳에 내리쳤다.
콰콰쾅!
동작이 클수록 지크가 공격할 허점이 많아졌다.
지크가 무한연환결의 동작에 강파공진을 섞어 태양의 황금 검술을 펼쳤다.
쉬이이익!
파동을 일으킨 지크의 손날이 도살자의 왼쪽 무릎을 날카롭게 베었다.
촤아아악!
지크의 공격에 전혀 타격을 입지 않던 도살자가 처음으로 반응을 보였다.
[크윽!]쿵!
도살자의 왼쪽 무릎이 바닥에 닿았다.
지크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파바바박!
질풍기의 묘리는 다름 아닌 ‘거리’에 있었다.
상대방의 공격은 닿지 않고, 내 공격이 닿을 수 있는 거리를 유지해 그 영역 안으로 상대방을 끌어들이는 것이 핵심이었다.
공격할 때 거리를 줄여서 질풍처럼 나아가고, 피할 때는 상대방과의 거리가 벌어지도록 질풍처럼 물러나는 것.
그것이 바로 질풍기의 본질이었다.
‘가진 기술이 너무 많아서 하나하나의 진정한 의미를 제대로 체득하지 못했구나.’
지크는 무한연환결에서 말한 손이 검이 되고, 나아가 육체 자체가 무기가 될 수 있다는 말이 무엇인지를 비로소 깨달았다.
적색 기사가 되기 위해서는 검과 자신이 하나가 되는 신검합일의 경지에 올라야 한다.
적색 기사의 벽을 뚫은 지크는 신검합일이 무엇인지 오랜 경험을 통해 느끼고는 있었지만, 그것에 대해 진지하게 고찰한 적은 없었다.
가진 재주와 기술이 많아 한 가지의 기술을 집중적으로 익힐 만한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뒤집힌 탑의 제약으로 가진 능력들이 봉인 되자 비로소 자신이 가진 진짜 힘의 근원을 깨닫게 된 것이다.
우우우웅!
지크의 몸 전체에서 파동이 일었다.
그의 양손에서 날카로운 기운이 솟구쳤다.
지크가 빠른 속도로 도살자를 향해 달려갔다.
촤아아악!
지크의 손에서 아가멤논의 황금 검술이 펼쳐졌다.
그리고 옆으로 돌아서는 순간, 팔라딘의 태양 검술이 펼쳐졌다.
다시 돌아서는 그의 발에서 북부 레인저의 격투술이 펼쳐졌다.
이 모든 동작이 한순간에 이루어졌다.
파바바박!
[커헉!]도살자는 지크가 펼친 연속 공격에 정신을 차리질 못했다.
그는 뼈 칼을 쥐고 크게 휘둘렀다.
[크아아아악!]지크는 자신의 몸 주변에 펼쳐진 파동의 영역을 통해 오감을 생생하게 느꼈다.
도살자의 뼈 칼이 시간을 멈춘 것처럼 느리게 보일 정도였다.
지크는 아슬아슬하게 움직여 도살자의 뼈 칼을 피했다.
그러고는 주먹을 뻗어 뼈 칼의 검면을 때렸다.
콰드드득!
가볍게 툭 친 것 같았는데 단단한 뼈 칼이 산산조각 나 버렸다. 도살자는 부서져 버린 자신의 뼈 칼을 보고 포효했다.
[크아아아아악!]그의 몸에서 거대한 마기가 솟구쳤다.
다시 뼈 칼이 자라난 것처럼 마기가 응축된 거대한 검이 지크를 일도양단할 기세로 날아왔다.
지크의 눈에는 이 검조차 멈춰져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는 혼신기의 힘을 끌어 올렸다.
혼신기
강(强)의 의지
지크는 강의 의지를 자신의 오른팔에 집중했다.
그러고는 강파공진의 파동 역시 집중시켰다.
그는 그와 동시에 도살자를 향해 무한연환결을 펼쳤다.
아가멤논의 황금 검술
반격기
황금 검의 위엄
지크의 손날이 검이 되어 도살자의 검을 튕겨 냈다.
그리고 무한연환결이 발동되며 지크의 공격이 곧바로 파고들었다.
팔라딘 태양 검술
비전기
대류검(對流劍)
지크의 양쪽 손날이 마치 날개처럼 휘어서 도살자의 몸에 작렬했다.
콰콰콰콰콰!
강력한 파동이 도살자의 몸체를 후려치고 그 내부에 스며들어 마기를 진동시켰다.
[크르르르륵!]도살자의 몸을 휘감은 마기가 흩어지면서 그가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지크가 공중으로 뛰어올라 도살자의 뿔을 향해 손날을 휘둘렀다.
용살법 응용식
질풍기 비기
바람베기
지크의 손날이 도살자의 뿔을 그대로 베어 버렸다.
[크아아아악!]뿔이 잘린 도살자가 외마디 비명을 지르고는 그대로 재가 되어 흩어졌다.
뛰어올랐던 지크는 경기장에 안정적인 자세로 안착했다.
동시에 지크의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특수 스킬 무한연환결(S급)을 익혔습다.] [특수 스킬 ‘태양의 황금 검술(A급)’이 해당 스킬에 흡수됩니다.]정체되어 있던 특수 스킬 카테고리에 변화가 생겼다.
‘드디어 무한연환결이 특수 스킬로 등록이 됐군.’
무한연환결의 묘리를 깨달았기에 뿌리가 같은 태양의 황금 검술 스킬 역시 그 안으로 흡수된 듯싶었다.
지크는 자신의 경지가 여태껏 반쪽짜리였다는 것을 다시금 느꼈다.
‘스킬의 효용성이 높다 보니 거기에 너무 의지를 했나 보군. 탑을 나가더라도 스킬에 안주하는 건 경계해야겠어.’
지크는 적색을 넘어 흑색 기사로 승급할 수 있는 실마리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했다.
신검합일의 경지를 넘어선 그 이후의 영역.
그는 반드시 그 영역에 도달하겠다고 다시 다짐했다.
도살자가 지크의 손에 쓰러지자 발록들의 분위기가 아까와는 사뭇 달라졌다.
[도살자가 인간의 손에?] [도살자를 쓰러뜨리다니. 놀랍군.]도살자라는 발록이 상당한 강자였던 모양이다.
그때였다.
쿠구구구구!
갑자기 지크가 있던 투기장이 반절로 갈라지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바닥에서 새로운 투기장 바닥이 올라왔다.
‘뭐야 이건?’
아까는 평범한 흙바닥으로 되어 있었는데 이번에는 달랐다.
투기장 주변에 뾰족한 마수의 뼈들이 촘촘히 박혀 있었고, 경기장 벽에도 날카로운 칼날들이 빼곡히 박혀 있었다.
다시 발록들이 흥분하기 시작했다.
[챔피언이다!] [폭군! 폭군이 등장했다!]잠시 후, 투기장 한쪽에 높은 단상 하나가 올라왔다.
쿠구구구구!
거대한 옥좌가 있고, 그 위에 누군가가 앉아 있었다.
그 어떤 발록보다 크고 길쭉한 뿔을 가진 투기장의 정점.
챔피언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쿠궁!
옥좌에 앉아 있던 챔피언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온몸을 감싸는 검은 갑주를 입고, 손에는 흉흉한 기운이 감도는 붉은 검을 들고 있는 챔피언.
그가 옥좌 위에서 지크를 내려다봤다.
‘저게 챔피언인가. 생각보다 몸집은 크지 않군.’
도살자와 달리 민첩한 공격을 주무기로 쓰는 발록일 수도 있었다.
그때였다.
[인간. 나에게 도전하겠다 했던가.]챔피언이 지크를 보며 눈에서 붉은 안광을 뿜어냈다.
그리고 그 순간 챔피언의 몸이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어?’
콰드드드득!
챔피언의 몸이 부풀어 오르며 순식간에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했다.
지크는 변화한 챔피언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저건…… 용?’
변화한 챔피언은 용을 닮은 거대한 마수로 화했다.
챔피언이 본체를 보이자 발록들이 흥분했다.
[폭군! 폭군! 폭군!] [죽여라! 죽여라! 인간을 죽여!]지크는 왜 발록들이 챔피언을 폭군이라 부르는지 이해했다.
‘저 정도면 이미 발록으로 볼 수 없는 거 아닌가?’
우드드득!
완전히 변신을 끝낸 폭군이 지크를 향해 날카로운 이빨과 손톱을 내세우며 소리쳤다.
[도전을 받아 주마! 대신 대가는 네 목숨이다!]폭군이 공중으로 날아오르며 그를 향해 입을 벌렸다.
우우우웅!
거대한 마기가 폭군의 입안에 모여들었다.
이내 폭군은 지크를 향해 압축된 마력포을 쏟아 냈다.
콰콰콰콰콰콰콰쾅!
강대한 마력포가 지크가 있던 자리를 완전히 쓸어버렸다.
‘크윽!’
지크는 재빨리 비행보법으로 폭군의 마력포를 피했다.
그는 용으로 변해 버린 발록을 보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용이라. 생각해 보니 오히려 잘됐군.’
지크가 마음을 다잡고는 인벤토리에서 바하무트를 꺼냈다.
우우우웅!
오랜만에 잡은 바하무트에서 기분 좋은 검명이 느껴졌다.
그가 검을 들고 오러를 일으켰다.
파칫!
이전보다 오러를 사용할 때의 마나 양이 확연히 줄어 있었다.
‘여태껏 불필요하게 새어 나갔던 힘이 많았구나.’
지크는 비로소 렉스 투른이 말했던 충고가 와닿았다.
여유 없이 너무 하나에만 몰입하니 비울 수가 없고, 비울 수가 없으니 새로 채울 수가 없었다.
지크는 검을 들고 온몸에 힘을 뺐다.
카이시르에게서 배웠던 탈력(脫力)에 대한 진정한 깨달음을 얻은 것이었다.
지크가 순간 눈을 뜨며 공중에 떠 있는 폭군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파칫!
가볍게 휘두른 검격이 폭군의 날개를 스쳐 지나갔다.
[건방진 인간 놈이…….]분노한 폭군의 몸이 마기로 휘감겼다.
콰콰콰콰콰!
그가 공중을 선회하다가 곧장 지크를 향해 돌진했다.
마치 검은 창이 대지를 찌르는 듯했다.
지크는 동요하지 않으며 검을 쥐고 자세를 잡았다.
그가 앞으로 한 걸음을 내디디며 폭군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참룡검결 오의
이결식(二結式)
거룡참(巨龍斬)
참룡검결의 비기가 폭군을 향해 펼쳐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