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n though he's a genius idol, his passive is a sunfish RAW novel - Chapter 346
제346화
* * *
한편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율무는 숙소를 향해 돌진했다.
여섯 자리나 되는 비밀번호를 놀라운 속도로 잠금 해제한 그는 문고리를 힘껏 잡아 당겼다.
덜컥, 쿵-
그러나 이중 잠금장치에 걸려 문은 반도 못 열리고 멈춰 버렸다.
“뭐야? 저기요. 안에 누구세요? 형~ 안에 덕진이 형이에요?”
“유, 율무 님?”
다행히 사생이 아닌 낯익은 얼굴이 틈새로 모습을 드러냈다.
“형이 숙소는 어쩐 일이세요? 일단 이것 좀 열어 봐요.”
“저, 그게….”
덕진은 율무의 눈치를 보며 안절부절못했다.
저희가 올라가기 전까진 절대 문을 열어 주지 말라는 상사의 명을 거스를 수 없었던 것이다.
무엇보다 그 또한 율무의 깜짝 축하파티를 성공적으로 해 주고 싶었다.
“조금만 기다려 주시면 열어 드릴게요.”
“아니, 저 지금…!”
안에 필승이 있다고 말할 수 없었던 율무는 인상을 찡그리며 연기를 하기 시작했다.
“저 급해요.”
“급하다고요? 어디가….”
율무가 배를 움켜쥐며 쪼그려 앉자 덕진의 얼굴은 금방 사색이 됐다.
“자, 잠시만요! 금방 문 열어 드릴게요!”
문이 닫힌 순간, 우뚝 일어난 율무는 문이 열릴 걸 대비해 한 걸음 옆으로 비켜섰다.
띵-
때마침 뒤늦게 올라온 엘리베이터도 도착하며 여러 개의 괴성이 복도를 울렸다.
“야, 야, 야!”
“율무 잡아아악!”
“형, 잠깐만!”
엘리베이터 문이 다 열리기도 전에 틈 사이로 비집고 나온 남경과 청, 유연이 율무를 향해 달렸다.
“뭐, 뭐야?”
당황한 율무가 뒤를 돌아보며 눈을 크게 뜨는 순간.
벌컥-
덕진이 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야이 씨! 문 닫아아악!”
“선배님?”
“덕지나! 율무 잡아라!”
왜 저를 잡으러 뛰어오는 건진 모르겠으나, 율무는 일단 덕진을 밀치며 빠르게 집 안으로 들어섰다.
저들이 들어오기 전에 필승을 화장실에서 빼돌려야 했다.
“형, 죄송해요!”
“으악!”
율무에게 밀려난 덕진이 힘없이 나동그라졌다.
한시가 급한 와중에도 신발 벗는 걸 잊지 않은 율무는 냅다 화장실로 내달렸다.
그에 질세라 뒤를 바짝 쫓는 세 명의 추격자들.
민성과 백야, 지한은 바닥으로 넘어진 덕진에게 달려가 그를 살폈다.
“형. 괜찮으세요? 저 잡고 일어나세요.”
지한이 부축해 주려 했지만, 덕진은 이때다 싶어 백야를 바라보며 엄살을 부렸다.
“백야 니임…. 율무 님이 절 밀었어요.”
아이구. 쟤가 왜 그래찌이…?
백야가 난감한 얼굴로 덕진이 내민 손을 잡아 주었다.
“저 아픈데 ‘호오~’ 한 번만 해 주시면….”
그러다 짜게 식은 민성과 눈이 마주치며 입술을 다물었다.
뽀독뽀독-
백야는 ‘호오~’를 듣지 못했는지, 하찮은 앞발로 그의 손에 묻은 검은 자국을 닦아 주었다.
한편 화장실로 직진하던 율무는 바짝 쫓아온 추격자 무리를 발견하곤 걸음을 멈췄다.
이대로 화장실 문을 열었다간 모두의 앞에서 필승의 존재를 드러내는 꼴이 됐기 때문이다.
작전을 바꾼 율무는 뒤돌아서며 추격자 무리를 온몸으로 막아섰다.
“아, 왜! 왜 따라오는데?”
“저거 눈! 눈 가려라!”
화장실만 주시하며 초조해하는 율무와 달리, 세 사람은 부엌만 힐끔거렸다.
“나한테 왜 이러는데? 나 뭐 잘못했어?”
“그러는 너야말로 뭐가 급해서 혼자 올라와? 같이 올라왔으면 이럴 일 없었잖아!”
팽팽한 대립이 계속되는 사이, 후발대가 덕진을 데리고 합류했다.
그에 율무의 시선이 잠깐 그들에게 향한 사이, 청이 잽싸게 등에 매달리며 그를 소파 위로 넘어뜨렸다.
“야, 이!”
“보지 마! 보지 말라구!”
청이 율무의 등에 올라타는 일이야 종종 있는 일이다만, 오늘은 조금 과해 보였는지 민성이 한달음에 달려와 병아리의 뒷덜미를 잡아 올렸다.
대롱대롱-
딱콩!
“Ouch!”
내가 장난치지 말라고 했지.
위협적인 토끼 눈을 마주한 청은 금세 눈을 내리깔며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괜찮아?’
그사이 소파에 앉아 숨을 고르던 율무는 도무지 찡그린 미간을 펼 줄 몰랐다.
얼마나 격정적으로 몸부림을 쳤는지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하게 맺혀 있었다.
“다들 왜 그래? 진짜 이상해.”
“형만 하겠냐?”
유연이 멋쩍음을 숨기며 뾰로통하게 대꾸했다.
저희는 깜짝파티를 해 주겠다는 목적이라도 있지. 율무가 이렇게 날뛰는 이유는 전혀 알지 못했으니까.
“됐어. 덕진이 형, 괜찮아요? 아까는 죄송해요. 뒤에서 갑자기 달려오니까….”
“괜찮아요.”
백야와 함께 멀찍이 떨어져 있던 덕진은 어색한 미소를 흘리며 부엌을 힐끔거렸다.
요란을 떤 보람은 있는지 부엌은 안중에도 없는 걸 보면 율무는 아직 발견하지 못한 눈치였다.
한편 덕진의 옆에서 꼬질꼬질해진 자신의 앞발을 내려다보던 햄스터.
백야는 손을 씻어야겠다고 생각했는지 가까운 화장실로 몸을 돌렸다.
“앗. 백야 님, 거긴 문이 고장,”
“잠까아아안!”
얌전해졌나 싶었는데 앞발이 문고리를 잡는 순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율무가 백야를 향해 몸을 날렸다.
갑작스러운 괴성에 백야가 뒤를 돌자, 단단한 몸이 그를 끌어안은 채 바닥으로 나동그라졌다.
“백도!”
“아아악! 햄스터!”
“끼아악! 백야 니이임!”
백야의 머리를 감싼 율무가 자신의 등으로 떨어지며 신음을 냈다.
“윽! 야… 너 괜찮아?”
뾱! 뾱뾱뾱뾱!
놀람과 분노 어린 솜 주먹이 그의 가슴을 마구 내리쳤다.
“미안. 그… 화장실은 조금만 있다가 쓰면 안 될까? 사실 내가 먼저 가려고 했는데….”
이 미친놈이?
백야의 눈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그러나 조금 전의 충격으로 이미 열려 버린 문은 천천히 내부를 보여 주고 있었다.
끼이익-
‘시X. 망했다.’
율무는 눈을 질끈 감으며 다 끝났다고 생각했다.
‘이제 필승을 발견한 멤버들이 소리를 지르겠지.’
마지막 남은 기회를 제 실수로 날려 버렸다는 죄책감에 울컥했다.
율무가 땅굴을 파기 위해 막 삽을 드는데, 그 순간 배 위로 느껴지는 꾹꾹이에 눈이 번쩍 뜨였다.
“억…!”
꿈인지 생시인지 백야의 뒤로 보이는 화장실은 텅 비어 있었다.
‘뭐지? 이 화장실이 아닌가?’
혼란스러운 눈이 화장실과 백야를 번갈아 봤다.
챱-
언젠가처럼 율무의 양 볼을 찌부로 만든 백야는 속으로 생각했다.
‘요놈 봐라? 진짜 이상하네.’
백야가 수상한 얼굴을 노려보며 의중을 간파하려는데, 덕진이 손뼉을 치며 끼어들었다.
“세상에! 율무 님, 설마 아직도 화장실 못 가신 거예요? 급하다고 하셨잖아요! 배 아프다고!”
아. 그런 거였어?
흡사 미친개 같던 행동이 납득되는 순간이었다.
생리 현상은 못 참지.
백야를 다치게 할 뻔했다는 이유로 극딜하려 했던 멤버들은 이번만큼은 정상 참작을 해 주기로 했다.
지한은 여전히 율무의 위에 올라타고 있는 백야에게 다가가, 겨드랑이 사이로 팔을 끼워 넣으며 일으켜 주었다.
“일단 나율무 화장실 가라 그러자. 나오면 그때 패.”
* * *
“하아. 하아. 시바알….”
그 시각 율무의 방으로 무사히 숨어든 필승은 떨리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문밖의 소란에 귀를 기울였다.
악을 쓰는 목소리와 그에 맞서는 어눌한 한국말.
보이진 않지만 바깥이 난장판이라는 것 하나는 확실했다.
‘아까 큰맘 먹고 나오길 잘했지.’
조금 전 율무와 덕진이 현관에서 대치 중일 때, 과감히 화장실 문을 열고 나온 필승은 복도의 끝 방으로 내달렸다.
방문에 강아지 스티컨가 뭔가가 붙어 있다고 했으나 그런 걸 볼 여유가 어디 있나.
‘침대가 하나뿐인 독방.’
필승은 이곳이 율무의 방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약속 장소에 입성한 그는 잠시 한숨을 돌리며 내부를 둘러봤다.
‘덩치는 산만 한 게 인형은 뭐가 저렇게 많아?’
방 안엔 유달리 사슴 인형이 많았다.
‘쯧. 머리에 뿔 달린 게 누가 악마 아니랄까 봐.’
속으로 율무를 씹기도 잠시.
아직 방심하기는 이르다고 판단한 그는 숨을 곳을 찾아 두리번거렸다. 왠지 모를 불안감이 그더러 몸을 숨기라고 경고하고 있었다.
스윽-
일단 소중한 노트북은 침대 아래로 살포시 밀어 넣고, 제 한 몸은 옷장에 욱여넣었다.
‘옷은 구겨지든가 말든가.’
오늘의 수고와 출장비는 톡톡히 받아 내겠다는 일념하에 필승은 몸을 한껏 웅크렸다.
바깥이 여전히 시끄러운 걸 보니 아직 화장실 문을 열어 보진 않은 것 같았다.
핸드폰을 꺼내 율무에게 자신의 위치를 알린 필승은 그제야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 * *
“화장실 가.”
“아, 아니야. 나는 여기 말고 다른 화장실을….”
지잉-
한편 수상한 행동으로 멤버들의 의심을 사던 율무는 바지 뒷주머니에서 진동을 느꼈다.
“잠깐만. 타임.”
일시 휴전을 선언한 그는 커다란 손으로 화면을 가리며 혼자만 핸드폰을 확인했다.
‘옷장? 무슨 옷장? 화장실이 아니고?’
율무의 동공이 사시나무 떨리듯 떨리는데, 그때 덕진의 목소리가 귀에 박혔다.
“이상하다…? 아까는 분명 안 열렸는데. 유연 님, 혹시 문 고장 났어요?”
“아니요?”
“근데 아까는 왜 그랬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문을 닫았다 열었다를 반복하는 덕진을 보니, 필승이 저곳에 숨어 있긴 했던 모양이다.
들키기 전에 벗어나서 다행이다만… 숙소에 옷장이 어디 한두 개던가.
멤버들을 신경 쓰랴 필승을 찾아내랴.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한 율무는 이마를 짚었다.
‘사는 게 왜 이렇게 힘들지?’
감은 눈 사이로 미간에 주름이 졌다. 그에 가까이 다가온 백야가 걱정 어린 얼굴로 올려다봤다.
뾱뾱-
앞발이 그의 손등을 두드렸다.
‘괜찮아?’
혹시 아까 제 주먹이 너무 셌던 걸까? 미안해하는 얼굴이었다.
솔직히 저런 솜 주먹. 닿아 봤자 간지럽기만 했으나 율무는 맞은 곳을 짚으며 몸을 웅크렸다.
“아야야….”
백야의 눈이 휘둥그레지며 자신의 앞발과 율무를 번갈아 봤다.
역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