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n though he's a genius idol, his passive is a sunfish RAW novel - Chapter 440
외전 28화
* * *
어린 망나니의 한국어 패치가 30%쯤 됐을 무렵, 청의 부모님께서 한국을 방문하셨다.
처음 부모님의 소식을 전달받았을 때, 청은 하루에도 몇 번씩 친구들에게 자랑하곤 했다.
“우리 엄마 아빠 한국 와!”
함께 숙소 생활을 하는 지한과 율무는 물론이고, 같은 반인 유연과 민성도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은 말이었다.
얼마나 떠들고 다녔는지 ID의 신인개발팀 직원들까지도 부모님의 입국 일을 외울 정도였다.
“윰무! 한국 오면 어디 가?”
“어디 가야 하냐고? 어디 보자~”
율무가 핸드폰을 꺼내 메모장을 뒤졌다. 청에게 서울을 구경시켜 주겠다는 이유로 주말마다 그를 데리고 밖을 돌아다녔더니 데이터가 제법 쌓여 있었다.
“부모님 숙소가 어디라고 했지?”
“강한 문!”
“아~ 거기? 거기 좋지~”
청이 아무리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 율무는 굳이 잘못된 걸 정정해 주지 않는 편이었다.
반면 유연은 이런 걸 가만히 두고 보지 못하는 성격이었다.
“강한 문? 지금 광화문 말하는 거야?”
“당근 하지!”
“당근? 그건 또 뭐냐?”
“윰무가 알려 줬어. 다 같이 당근! 당근!”
청이 갑자기 동요를 부르며 즐거움을 숨기지 못했다.
율무가 교육 목적으로 들려준 은 청에게 깊은 감명을 주며 최근 그의 최애곡으로 등극했다.
“요즘 얘 한국어가 이상하게 뻔뻔하다 싶었는데, 그게 다 형 때문이었어?”
“한국어는 발음이 어려워서 그래. 구치잉~”
“당근!”
죽이 척척 맞는 두 사람을 보며 유연은 두통을 느꼈다. 참으로 환장의 조합이다.
“청아, 그런데 부모님께서도 한국어 전혀 못 하셔?”
민성의 질문에 을 부르며 폴짝이던 청이 노래를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No! 한국 사람이야. 한국에 조금 살아쏘!”
“정말? 그럼 굳이 관광을 하실 필요는 없겠네?”
“아니야. 둘 다 아가 때 미국 왔어. 계속 샌프란에 있었는데, 우리?”
부모님께서 어릴 적 미국으로 이민을 오신 뒤, 줄곧 샌프란시스코에서 생활하셨다는 이야기 같았다.
“아. 그럼 잘 모르시겠구나.”
“응!”
청이 해맑게 대답했다.
주말마다 저희가 번갈아 가며 서울을 구경시켜 주었다고 해도, 청 또한 아직은 서울 지리를 모르는 외국인에 불과했다.
이에 무언가를 고민하는 것 같던 마더 테레사는 또 한 번 친절을 베풀기로 결심했다.
“청아. 그럼 하루는 형이 부모님 모시고 같이 다녀 줄까?”
“Really?!”
* * *
그리하여 세 사람의 만남이 성사됐다.
인천 국제공항.
“Mom! Dad!”
민성과 함께 공항으로 마중을 나간 청은 입국장 너머로 부모님의 모습이 보이자 곧장 달려나갔다.
난간을 단숨에 뛰어넘은 그는 엄마의 품에 안기며 어리광을 부려 댔다.
“엄마! 너무 보고 싶었어. 엄마는 나 안 보고 싶었어? 나 이제 한국어도 잘하고, 친구도 엄청 많이 사귀었다? 나 이제 춤도 잘 춰! 나 대단하지?!”
“키티, 숨넘어가겠다. 엄마도 너무 보고 싶었지~”
“아빠는 안 보고 싶었어?”
“보고 싶었어!”
이번엔 청이 남자의 품에 쏙 안기며 가슴에 얼굴을 비벼 댔다.
청이 자신을 버리고 갈 줄은 몰랐던 민성은 순간 당황한 듯 어색하게 웃으며 세 사람의 곁으로 다가갔다.
“저… 만나서 반갑습니다. 저는 도민성입니다. 청이랑 같이 연습하는 친구예요.”
그제야 잊고 있던 존재를 떠올린 청은 민성을 앞으로 내밀며 자랑하듯 외쳤다.
“이거 내 친구야!”
“하하. 이거….”
청의 말버릇인 ‘이거’는 유연의 발작 버튼으로, 두 사람의 우정이 돈독해지는 마법의 단어이기도 했다.
민성이 어색한 입꼬리를 올리자 청을 똑 닮은 남자가 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기회가 되면 꼭 한번 만나 뵙고 인사를 드리고 싶었는데, 이렇게 마중까지 나와 주시고. 고마워서 어떡하죠?”
청과 달리 부모님의 한국어 실력은 유창했다.
“통화할 때마다 청이가 민성 씨 이야기를 얼마나 하던지. 덕분에 빨리 적응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 은혜는 천천히 오래오래 갚을게요.”
“아니에요. 제가 좋아서 한 거예요.”
“이짜나~ 원래 민성이 내일 투어 해 주는 건데, 날 너무 좋아해서 보고 싶어서 왔어. 나 인기 많지?”
사실 청이 보고 싶어서 따라왔다는 건 거짓말이었고, 그가 아침부터 전화를 걸어 ‘지하철이 이상해’라는 말을 해 대는 통에 달려온 것이었다.
덕분에 오늘 예정돼 있던 토익 시험은 쿨하게 날려 먹었다.
그래도 마냥 아쉽진 않았다.
공항으로 오는 동안, 청에게 1터미널과 2터미널의 차이에 대해 설명해 주고, 공항 철도를 타는 법까지 자세히 알려 줄 수 있었으니까.
그러나 얼마 안 가 민성은 이날의 일을 크게 후회하게 된다.
* * *
청의 부모님께서 미국으로 돌아가시고 얼마 지나지 않은 날이었다.
연습생들은 여느 때와 같이 월말 평가 연습이 한창이었는데, 하필이면 청과 하랑이 같은 팀으로 묶여 청이 많이 힘들어하던 때였다.
학교 쉬는 시간.
친구들과 수다를 떨던 민성은 회사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여보세요?”
[어. 민성아, 너 지금 어디니?]“저요? 학교에 있는데, 왜요?”
대뜸 걸려온 전화의 목소리는 다짜고짜 청을 찾아댔다.
“청이 학교 간 거 아니에요? 무슨 일 있어요?”
[아니야, 아무것도. 그럼 이따 회사에서 보자. 수업 열심히 듣고.]통화는 싱겁게 끝이 났지만, 알 수 없는 찝찝함이 남았다.
잠시 고민하던 민성은 유연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민성 : 유연아 청이 학교 갔어?] [유연 : ㄴㄴ 걔 오늘 학교 안 나왔어. 반에 없던데? 숙소에도 없어서 실장님이 찾아보는 중] [유연 : 형한테도 연락 없어?]민성의 얼굴은 심각해졌다.
며칠 전, 늦은 새벽에 청이 전화해 훌쩍이던 것이 떠오른 탓이었다.
왜 그러느냐 아무리 물어봐도 말해 주진 않았지만, 또 하랑에게 모진 말을 들었구나 싶었다.
그때 나름 위로해 줬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제 생각보다 스트레스가 더 컸던 모양이다.
‘대체 어디서 뭘 하고 있는 건지.’
맹목적일 만큼 자신을 잘 따르는 동생이라 그런지 유독 신경이 쓰였다.
그런데 그때, 민성의 필통을 뒤적이던 친구가 작은 쪽지를 발견했다.
“이건 뭐냐?”
대신해서 쪽지를 펼쳐 본 친구는 잠시 후 묘한 얼굴로 민성에게 건네주었다.
“야, 누가 미국으로 간다는데? 근데 얘 맞춤법 대박이다. 외국인이냐?”
당황한 민성이 쪽지를 건네받았다.
[민성! 나 엄마 보고십어서 가.연습이가 힘들어. 그리고 나 때문에 민성이랑 유연 데대뷔 못 할 수도 있어.
근데 민성은 연습 오래 했잔아. 나는 내가 조아하는 사람의 기홰를 빼앗고 싶지 않아. 그래서 떠나!
민성은 멋진 가수가 될 거야. 왜냐면 내가 No.1 팬이니까.
그럼 Bye! 미국에 놀러와!]
이름이 적혀 있진 않았지만 단번에 청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시작은 부모님이 보고 싶어서 떠나는 거라고 적혀 있었으나, 내용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전화로 내내 훌쩍이던 게, 그 빌어먹을 자식이 가스라이팅이라도 한 모양이었다.
처음으로 하랑에게 진심으로 화가 난 민성은 당장 그를 찾아가 멱살이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런데 청이 오늘 등교하지 않은 이유가 만약… 공항으로 가야 했기 때문이라면?’
얼굴이 창백해진 민성은 급히 책가방을 챙기기 시작했다.
“벌써 가게? 왜. 회사에서 오래? 그래도 오전 수업은 늘 들었잖아.”
“지금 수업이 문제가 아니야. 청이 잡으러 가야 해.”
“청이? 걔가 누군데. 그 쪽지 쓴 애 이름이 청이야?”
민성이 교실을 나서자 황당한 눈으로 뒷모습만 쳐다보던 친구 역시 따라나섰다.
“야, 같이 가!”
뭔진 모르겠지만 살면서 봤던 민성의 얼굴 중 가장 무서운 표정이었다.
저대로 보내면 크게 사고를 칠 것 같은 예감에 저도 모르게 따라나선 거였는데….
“아아아악! Don’t follow me!”
“야! 거기 좀 서 보라고!”
공항에서 토 나오는 추격전을 벌이게 될 거란 걸 알았다면 절대 따라오지 않았을 테다.
“저리 가라고! 네가 몬데!”
“나 민성이 친구라니까? 아니, 얘는 방송하러 간다더니 왜 이렇게 안 와?”
민성이 공항 안내 데스크에 방송을 부탁하러 간 사이, 사전에 전달받았던 몽타주와 100% 일치하는 인물을 발견한 친구는 먼저 검거를 시도했다.
그러나 ID의 혹독한 트레이닝으로 다져진 망나니의 체력은 상상 이상이었다. 기껏해야 PC방에서 손가락 운동이나 하는 일반인은 결코 그를 따라잡을 수 없었다.
“허억, 헉. 우웨엑.”
좁혀지지 않는 거리를 두고 대치상태로 멈춰 있던 두 사람은 서로를 경계하는 중이었다.
“야이 씨…. 너 잡히면 가만 안 둔다. 민성이 올 때까지 거기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마라.”
“내가 왜 네 말을 듣냐? 바보야.”
청이 다시금 도주하려던 때였다.
친구의 연락을 받고 급하게 달려온 민성이 멀리서 청을 발견하고 소리쳤다.
“청아!”
“민서엉….”
민성이 자신을 찾아 여기까지 올 줄은 몰랐는지 청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민성을 바라봤다.
인천 공항 한복판에서 벌어진 눈물의 가족 상봉에 친구의 얼굴은 썩어 들어갔다.
“지랄이 풍년이네…. 아, 저는 일행 아닙니다. 모르는 사람들이에요.”
친구는 어떻게든 저들과 엮이지 않으려 애쓰고 있었다.
“청아, 이리 와. 형이랑 같이 가자.”
“No!”
그러나 청의 반응은 예상과 달랐다. 민성의 등장에도 비행 청소년은 비협조적으로 굴었다.
“같이 가자. 응? 형이 하랑이 혼내 줄게.”
“나 그래도 미국 가. 아이돌 하기 싫어졌어.”
“왜? 형이랑 같이 데뷔하기로 했잖아. 유연이랑 율무, 지한이도 다 같이. 춤추고 노래하는 거 재미있다고 했잖아.”
“안 되는 거 다 알아.”
“아니야. 안 되는 게 어디 있어. 열심히 하면 될 수 있어.”
“그럼 하랑은? 나 하랑 싫어.”
“걔는…….”
데뷔조가 그를 중심으로 꾸려질 거란 건 연습생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때문에 하랑의 행동이 과하다는 걸 알면서도 다들 쉬쉬했다.
민성의 대답이 바로 돌아오지 않자 청은 더욱 확신을 가진 눈치였다.
“나 따라오지 마!”
“청아, 가지 마. 응? 형은 너랑 꼭 같이 데뷔하고 싶단 말이야.”
“나는 노래도 못해.”
“누가 그래? 너 노래 잘해. 처음에 비하면 엄청 늘었어. 그리고 넌 나보다 춤을 잘 추잖아. 랩도 잘하고.”
“그건 그래.”
시벌… 이게 뭔 대화여?
지켜보던 친구는 종잡을 수 없는 대화에 이해하기를 포기했다.
“저기… 얘들아. 너희 잘난 거 알겠는데, 거기 서서 그러지 말고 제발 어디 앉아서 하면 안 되겠니?”
쪽팔려 죽겠다고, 새끼들아….
공항 너희만 쓰냐?
* * *
눈물겨운 설득 끝에 민성은 청의 마음을 되돌리는 데 성공했다.
그럼 드디어 학교로 돌아가는 건가? 싶은 순간, 청은 다시 한번 친구의 흥을 깨뜨렸다.
“민성. 나 배고파….”
한창 배고플 나이에 아침도 안 먹고 뛰어다녔으니 그럴 만도 했다.
돈가스가 드시고 싶다는 청쪽이의 말에 세 사람은 지하 푸드 코트로 향했다. 공항이라 프리미엄이 붙어서 그런지 가격이 상당했다.
‘무슨 놈의 돈가스가 16,000원….’
치즈는 2천 원이나 더 비쌌다.
헉 소리 나는 가격에 친구의 눈알이 빙글빙글 도는 와중, 민성이 천사 같은 얼굴로 선수 쳤다.
“밥은 내가 살게. 먹고 싶은 거로 골라.”
“나 돈가스!”
“그래 알겠어. 청이는 치즈 돈가스. 너는?”
“아니야. 나도 돈 있어. 왜 네가 사.”
“괜찮아. 나 어제 용돈 받아서 돈 많아. 덕분에 동생도 찾았고.”
저 때문에 내일 등교하면 나란히 반성문을 써야 할지도 모르는데, 사 준다고 할 때 먹으라며 민성이 그의 부담을 덜어 주었다.
실제로 학교에서 민성의 집이 꽤 잘산다는 소문이 있었던 터라, 친구도 이 정도는 그에게 부담이 되지 않는 줄로만 알았다.
그래서 ‘역시 있는 놈은 다르구나’라고 생각했었는데….
한 달 뒤, 그런 게 아니었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됐다.
“너 요즘 연습 빡세냐? 얼굴에 살이 인마….”
“그래? 안 그래도 회사에서 살 찌우라더라. 요즘 너무 편의점 음식만 먹어서 그런가 봐.”
“편의점? 너희 회사 밥 나오잖아.”
“주말에는 안 주거든. 사 먹어야 하는데 이번 달은 편의점에서 대충 때웠더니 이러네. 괜찮아. 곧 용돈 받아서 다시 잘 먹으면 금방 돌아와.”
그때 알았다. 민성이 그날 무리해서 저희의 밥을 사 줬다는걸.
그 말 안 듣게 생긴 놈은 이 사실을 꿈에도 모를 거라 생각하니 괜히 얄미워졌다.
“야! 어?! 넌 나중에 연예인 될 놈이 얼굴이 이게, 하아…. 속상하다 진짜.”
“갑자기 뭐래.”
“됐고. 내가 오늘 너 식폭행 할 거니까 그런 줄 알아라. 점심시간에 담 넘을 준비나 해.”
“어?”
“오늘 급식 존X 구려. 내가 쏠 테니까 나가자고. 뭐 먹고 싶냐? 말만 해. 형님이 다 사 줄라니까.”
“진짜? 그럼… 샐러드? 나 싱싱한 거 먹고 싶,”
“야이 씨. 양배추로 처맞고 싶냐? 차라리 돈을 씹어 먹어라. 이건 꼭 먹어도 지 같은 것만 먹어요.”
고칼로리로 대답하라는 숙제를 내준 친구는 아닌 척 청의 근황도 함께 물었다.
“그, 걔는 잘 지내냐? 그때 공항에서 잡아 온 애. 누가 괴롭혀서 그랬다며.”
“청이? 응. 요즘 갑자기 키가 컸는데 그것 때문에 자신감도 많이 커졌나 봐. 이젠 싸워도 이길 수 있을 것 같대.”
“오~ 짜식, 많이 컸군. 그래. 그렇게 남자가 되는 거지. 근데 그 작은 게 한 달 사이에 커 봤자 얼마나 큰다고.”
“이제 나랑 비슷할걸?”
“무어?!!”
친구가 눈을 크게 뜨며 놀라워했다.
“그래서 무릎이 많이 아픈가 봐. 요즘 율무 등에 매일 업혀 다녀.”
“너만 한 애를… 업고 다닌다고? 누가?”
“있어. 키 크고 덩치 좋은 놈.”
그렇게 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