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quisite Repair RAW novel - Chapter 472
472화 도문의 일로 잡혀가다
느낌이 썩 좋지 않았다.
이대로 모든 목표물이 죽고 나면 그다음 목표물은 진양이 될 것만 같았다.
그때, 누군가 진양이 타고 온 옥련 뒤로 도망쳤다.
그리고 괴수는 그를 따라 옥련이 있는 곳으로 빠르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진양은 즉시 기운을 모두 거두었다.
특히 오른발 쪽의 기운을 가장 철저하게 거두었다.
이어서 괴수가 가까워지는 순간, 진양은 오른발을 들며 소리쳤다.
“기휘! 조심해!”
진양과 진양의 오른발이 놈의 시선에 들어왔다.
놈은 기다렸다는 듯 진양의 오른발을 물었다.
‘혹여나 한 번에 안 뜯기면 어떡하지?’
확신은 없었으나 일단은 모든 방어 수단은 전부 해제시켰다.
그리고 놈이 발을 물어뜯는 순간, 극심한 고통이 느껴졌다.
놈은 처음 봤을 때와는 다르게 전혀 다른 괴수가 되어있었다.
심지어 아예 새로운 괴수라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
우직-!
불쾌한 소리와 함께 진양의 발은 뜯겨나갔고, 그와 동시에 선혈이 사방으로 튀었다.
놈은 그제야 만족한 듯 곧장 다른 사람을 쫓아가기 시작했다.
“쓰읍!”
옥련 위로 쓰러지며 진양은 숨을 들이쉬었다.
이를 꽉 깨문 채 어떻게든 비명을 지르지 않으려고 참는 모습이었다.
“사숙님!”
진양이 황급히 다가와 진양을 부축했다.
그는 곧바로 진양을 옥련에 태웠다.
그리곤 마부를 향해 소리쳤다.
“당장 돌아가도록 한다!”
그때, 저삼환은 그토록 찾던 안기휘의 옥련을 발견했다.
그러나 옥련을 발견하는 순간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오른발이 피로 범벅이 된 채 안기휘의 부축을 받아 옥련에 타고 있는 진양의 모습이었다.
그는 아무 말 없이 옥련이 멀어지는 것을 바라보았다.
잠시 뒤, 그도 함께 옥련을 따라 성으로 돌아갔다.
진양은 옥련 내에 누워 진원을 빠르게 순환시키고 있었다.
부러진 뼈들은 제자리를 찾아갔고, 분수처럼 터져나오던 선혈도 조금씩 멎기 시작했다.
이제 잘 감싼 뒤 회복시키기만 하면 된다.
사실 이 정도는 외피가 살짝 긁힌 것만 못한 부상에 불과하다.
마음만 먹는다면 눈 깜짝할 사이에 다시 원래의 상태로 회복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미친놈이 따로 없군.’
겨우 오른발 하나 물겠다고 여기까지 쫓아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 발 한 번 대어주고 말 걸’이라는 후회가 뒤늦게 몰려왔다.
하마터면 그 녀석 때문에 쓸데없는 상황이 벌어질 뻔했다.
그나마 판단이 빨랐기에 빠져나올 수 있었던 것이었다.
‘앞으론 무조건 녀석을 최대한 멀리 피해 다녀야겠어.’
옥련이 별채에 도착하는 순간.
한 무리 사람들이 옥련을 둘러쌌다.
검은 옷을 입고 검은 관모를 쓴 남자가 뒷짐을 진 채 별채 입구에 서서 무표정으로 옥련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어서 안기휘가 진양을 부축하며 옥련 밖으로 나오는 순간.
“체포하라!”
“무엄하다! 감히 여기가 어딘 줄 알고! 아무리 정천사라고 한들 허락 없이 여양후부 내에서 누군가를 체포할 권한이 있더냐!”
안기휘의 얼굴은 심하게 일그러져있었다.
여양후부 안에서 허락 없이 누군가를 체포하려 하다니.
이건 대놓고 여양후부를 무시하는 행위나 다름없었다.
“소후야, 정천사는 언제 어디서든 사람을 체포할 권한이 있사옵니다. 특히 도문과 관련된 일이라면 즉시 붙잡아 심문할 권한이 있습니다. 게다가 그는 한낱 산수에 불과한 자입니다. 신조와 연관된 인물도 아닌데, 제 행동에 문제될 건 없다고 생각하옵니다.”
한안명이 차갑고 딱딱한 말투로 안기휘의 말을 받아쳤다.
“전 정천사 일품 외후인 한안명이라고 하옵니다. 혹여나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신다면 정식으로 항의하셔도 좋습니다.”
이어서 진양을 향해 손을 뻗었다.
“체포하라!”
안기휘가 뭐라고 한마디 하려는 순간 진양이 그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걱정할 것 없다. 저기 계신 대인은 모두 맞는 말이니까. 무슨 오해가 있는 모양인데, 가서 제대로 해명하고 나오면 되지 않겠느냐? 아마 사형께서도 같은 생각이실 게다.”
안기휘는 분했지만 뭐라고 말을 할 수가 없었다.
한안명의 말은 전부 맞는 말이다.
진양은 산수의 신분이었기 때문에 정천사 사람들은 원한다면 언제든 그를 체포해갈 수 있는 권리가 있다.
한안명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이 있었다.
그는 정천사 일품 외후로 정천사 내에서도 상당한 고수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싸움과 관련된 쪽으로 고수라고 알려진 건 아니고, 각종 사건에 대한 조사나 수배, 추적 등에 능한 고수였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외후가 된 이후로 늘 외지에 있었다.
강제로 막고 싶어도 막을 수가 없었다.
진양은 괜찮다는 듯 안기휘에게 한번 눈짓을 하고는 미소를 지으며 한안명에게 말했다.
“대인, 그럼 이만 가시죠. 게다가 말로만 듣던 정천사의 높으신 분을 이렇게 만나게 되다니. 게다가 처음 만난 게 일품 외후님이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한안명은 대꾸하지도, 진양을 포박하지도 않고 돌아섰다.
진양은 순순히 그의 뒤를 따랐다.
한안명을 따라가는 길.
진양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유령 비경에서 외후가 죽었던 일 때문에 자신을 데려가는 줄 알았는데, 상상하지도 못한 도문의 일 때문에 끌려가게 된 것이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게다가 도문과 관련된 일인데 왜 날 찾는단 말인가? 설마 신분이 탄로 난 건가? 아니, 그럴 리 없다. 만약 신분이 탄로 났다면 이렇게 잠잠하게 데려갈 리 없을 텐데.’
한안명은 겉으로는 다소 방자하게 구는 것처럼 보였으나, 사실 여양후의 눈치를 어느 정도는 보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런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남의 집안까지 쳐들어가서 사람을 체포해 오다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설마 여양후에게 주의를 주려는 걸까?’
여양후는 날이 갈수록 힘이 강해지고 있었기에 충분히 그럴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었다.
당장은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알 수 없었지만, 무언가 일을 벌이려고 진양을 부르는 게 아니라 정말로 몇 가지만 물어볼 생각으로 데려간다는 점은 확실했다.
게다가 신분이 탄로 난 게 아니라면 발톱의 때만큼도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그렇게 진양은 한안명을 따라 유성의 부(府) 감옥 안에 있는 한 심신실(審訊室, 심문실)에 왔다.
심신실 내부는 상당히 흉흉했다.
사방에 고문에 사용되는 듯한 형구가 걸려있었고, 형구에는 원한, 살기, 그리고 피비린내가 잔뜩 서려 있었다.
진양이 의자에 앉자 한안명도 맞은편에 앉았다.
이어서 은거울을 허공으로 던지자 둥둥 든 채 빛이 흘러나와 진양을 비추었다.
“질문에 충실히 대답하도록. 혹여나 거짓을 말하거나 사실을 숨긴다면 그에 응당한 처벌을 받게 될 것이다.”
한안명은 한층 굳은 얼굴로 엄포를 늘어놓았다.
그때, 밖에서 저삼환이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진양에게 곧장 포권을 취했다.
“진 선생님, 저는 호부 시랑 왕 대인의 제자인 저삼환이라고 하옵니다. 몇 가지 묻고 싶은 일이 있어 한 대인을 통해 이렇게 모시게 되었습니다. 숨김없이 모두 말씀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니까, 자신은 한안명과 같은 사람이 아니라는 말이었다.
“말씀하시지요.”
“정천사의 한 외후가 유령 해적 단원의 손에 죽었던 일이 있었습니다. 이 일에 대해 알고 계십니까?”
“알고 있습니다.”
진양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서 저삼환은 은거울을 슬쩍 쳐다보았다.
은거울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그가 어떻게 죽었는지는 알고 계십니까?”
“구체적으로는 잘 모르지만, 전임 선장의 명령으로 누군가 죽였다는 것만 압니다.”
진양의 대답은 여전히 거침이 없었다.
확실히 이 말은 사실이었다.
외후가 어떻게 죽었는지 그 과정은 보지 못했으니 말이다.
“시신은 어디 있는지 알고 계십니까?”
“그런 거라면 잘 알고 있죠.”
진양이 한숨을 푹 쉬며 말했다.
“전 같은 사람으로서 누군가 죽어서 쓰레기처럼 패대기쳐지는 모습은 별로 못 보는 사람이라서 말입니다. 특별히 좋은 관을 하나 가져와 그를 잘 수습해준 뒤 바다에 해장시켰습니다.”
저삼환의 시선이 은거울로 향했다.
은거울은 여전히 변화가 없었다.
진양의 말은 모두 진실인 듯했다.
“복수하실 생각이라면 아무래도 사람 잘못 찾아오신 듯합니다. 원래 유령호에 있던 사람들은 모종의 사건으로 인해 선장부터 선원까지 전부 다 몰살을 당했거든요. 당시 전 유령호에 속해있던 사람도 아닙니다.”
“진 선생님, 오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전 그저 스승님의 명에 따라 질문을 드리는 것뿐입니다. 할 수만 있다면 작은 도련님의 시신을 되찾아와 제대로 장례를 치르고 싶어 하시거든요. 그런데, 진 선생님께서 이미 작은 도련님의 시신을 수습해주셨다니. 이 은혜를 어찌 갚아야 할지 모르겠군요. 이런 식으로 추궁하게 되어 상당히 실례가 많았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선 양해해주셨으면 합니다.”
저삼환이 포권을 취하며 말했다.
이어서 한안명을 힐끔 바라보며 한마디 덧붙였다.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한 대인도 그저 질문을 하려고 그랬던 것뿐이지, 다른 의도가 있는 건 아니니까요.”
저삼환이 떠나고 나자 한안명은 그제야 한 층 누그러진 듯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당시 유령호 경매에 도문의 한 무언자가 나왔었던 일이 있었습니다만. 유령호 선장 자리를 계승 받았으니 당연히 이 일에 대해 알고 계시겠군요.”
“뭔가 단단히 잘못 알고 계시는 듯합니다. 유령 해적단에 대해 아시는 걸 보아하니 유령호의 존재 목적에 대해서도 분명 알고 계실 듯합니다. 그들은 봉인을 강화시키려다가 유령 선장부터 선원까지 전부 몰살을 당했습니다. 게다가 선장은 배로 돌아오지도 못한 채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대인께서 방금 말한 일에 대한 기록은 모두 유령 선장이 갖고 있었고, 그 기록들은 그가 죽으며 모두 날아가 버렸습니다. 제가 유령호라는 이름과 배 외에는 아무것도 받지 못했다는 사실은 대인도 아마 알고 계실 텐데요.”
무언자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진양은 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히 신분이 탄로 난 건 아닌 듯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단지 당시 팔려 간 무언자가 어디로 갔는지 파내려고 진양을 불러들인 것이었다.
선장이 죽으며 그가 가지고 있던 자료도 모두 깔끔하게 날아가 버렸다는 건 모두 사실이다.
물론 몇몇 사건들은 항해 일지에 기록해두기도 하지만 유령 경매에 관한 일을 전부 항해 일지에 적지는 않았다.
하여, 당시 무언자가 어떻게 경매장까지 잡혀 오게 되었는지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항해 일지에 기록되어있지 않았다.
한안명의 표정이 굳어졌다.
거울은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진양의 말은 정말로 사실인 듯했다.
유령 해적단이 무엇을 하는 자들인지는 기록을 통해 읽었기에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한안명은 진양을 뚫어지게 노려보고 있었다.
진양이 이상할 정도로 차분한 모습이었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정천사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라고 해도 보통 이런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면 조금이라도 당황하는 것이 정상이었다.
그런데, 진양은 이상할 정도로 태연할 뿐만 아니라 매우 편안하게 대답하기까지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