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ke Saint Wanted to Quit RAW novel - chapter 116
그의 말에 나는 고개를 돌려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확실히 그의 말대로 왁자지껄하게 높은 목소리로 떠드는 술에 취한 말소리와 함께 음악이 들렸다. 그리고 그 음악 사이로 황태자 전하의 결혼을 축하드린다는 환성도 가끔씩.
하지만 그것은 자연스러운 소리가 아니었다. 마치 일부러 누군가에게 들으라는 듯, 미리 쓰인 대사를 읽는 것 같은 목소리였다.
‘전부 연극이야.’
이 결혼식은 연극이다. 가장 중요한 배우는 나와 레온. 연극의 제목은 .
이 연극을 위해서 레온은 빠르게 움직였을 것이다. 마을에 가서 옷을 준비하고 제국 기사단의 주둔지 전체를 무대로 삼았겠지. 아마도 근처에 있을 카를과 신전 기사단이 바로 이 연극의 관객들일 것이다.
내 얼굴을 보며 레온이 설명했다.
“아까도 말했지만 오늘은 급하게 치르는 약식일 뿐입니다. 황궁으로 돌아가면 제대로 성대한 예식이 치러질 거예요.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카를을 닥치게 하기도 힘들뿐더러… 제국 기사단 역시 쉽게 움직일 수가 없거든요.”
나는 계속해서 가만히 그의 말을 듣고만 있었다. 결국 레온은 그런 나를 보며 길게 한숨을 쉬었다.
“…당신이 일어나면 나에게 화를 내거나 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
“차라리 그게 나았을 것 같군요. 지금처럼 그런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보다 말입니다.”
레온은 두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린 다음 나에게 물었다.
“당신이 쓰러진 후의 일이 궁금합니까?”
그의 질문에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여 대답을 대신했다. 그러자 레온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정확히는 라트반 경의 일이 궁금한 것이겠지요.”
“…….”
내가 무엇을 알고 싶어 하는지 짐작하고 있으면서도 굳이 다르게 질문한 그의 저의를 나 역시 알고 있었기에 나는 죄인처럼 다시 고개를 숙여야 했다.
“라트반 경을 데려간 신전 기사단은 무사히 대신전의 추적을 피해 몸을 숨겼습니다.”
“아….”
그 대답에 나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이 흘렀다.
“하지만 그가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나는 그를 떠나게 했을 뿐, 그 외에 어떠한 도움도 주지 않았으니까요. 다친 데다가 강한 독에 당했다고 들었습니다. 신전 기사단의 성력으로 어느 정도는 더 견뎌 낼 수 있겠지만 더 큰 성력으로 치료하지 않으면 결국 오래 버티지 못할 겁니다. 그래도 잘하면 예상보다 더 살지도 모르겠지요. 몇 달, 아니 어쩌면 몇 년까지도. 그리고 숨이 붙어 있는 한 당신을 다시 만나려 할 것이고.”
그렇게 말하는 레온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그것만으로도 레온이 라트반을 얼마나 싫어하는지 느낄 수 있었다. 대신전에서는 그다지 드러내지 않았던 강한 레온의 적의에 나는 그가 그동안 대신전에서 얼마나 자신을 억누르고 있었는지를 실감했다.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레온은 더욱 라트반을 싫어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왜….’
머릿속에 떠오르는 의문에 나는 그에게 되물었다.
“…왜 라트반을 죽이지 않았나요?”
레온이 라트반을 죽이려 했다면 이번 일은 둘도 없을 기회였다. 물론 라트반을 지키려 하는 신전 기사단과 맞서는 일이 힘들긴 했겠지만 애초에 그들을 풀어 주지 않았다면 정말로 너무도 쉽게 그는 라트반을 죽일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카를과 맞서 가면서까지 라트반이 도주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라트반이 나를 지켜 준 것에 베푼 자비라고 생각하기에 레온은 너무 많은 것을 양보했다. 왜 레온이 그리한 것인지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레온은 내 질문을 예상한 사람처럼 곧바로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내가 그를 죽여서 얻을 것이 없으니까. 아니, 잃을 것밖에 없더군요.”
레온은 그렇게 대답하며 조금 더 나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내가 라트반 경을 죽이면, 당신이 그 사랑의 방향을 나에게 돌릴 거라 생각할 정도로 멍청하진 않습니다. 그런 멍청이는 내 아버지 하나만으로도 충분해요.”
“…….”
“내 아버지는 어머니의 약혼자를 죽여 그 머리를 선물했지요. 아버지가 죽인 것은 그 약혼자만이 아니었습니다. 그날에 어머니의 희망도 함께 죽인 거였지요. 인생에 절망밖에 남지 않은 자가 어떤 삶을 살아갈 것 같나요? 그건 사는 게 아니라 죽어 가는 거예요.”
“…….”
“리나, 라트반 경이 살아 있는 한 나는 당신이 희망을 갖고 살아갈 것을 알고 있습니다.”
“레온….”
“날 원망하면서 증오해도 당신은 죽어 가는 삶을 살지는 않을 겁니다. 나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해요. 라트반 경이 당신의 마음을 가져갔으니 나는 나머지라도 가지려 노력한 것뿐입니다. 이제 당신과 내 결혼은 성립되었어요. 당신의 이름은 영원히 내 이름과 함께할 겁니다. 그것만으로도 내가 얼마나 기쁜지 당신은 알고 있을까요.”
진심이 담긴 레온의 말에 나는 무어라 대답을 해야 할지 몰랐다.
“당신은 적어도 내가 쓸모 있는 한 계속 나에게 웃어 줄 것이며 상냥할 것이고 또한 나를 안아 주겠지요. 그렇다면 부디 끝까지 나를 이용해 줘요. 나는 있는 힘껏 내 쓸모를 증명해 보일 테니.”
레온은 그렇게 말하고는 눈을 감았다. 마치 쓰임을 기다리는 도구처럼 그는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무엇을 하건 레온은 나에게 아무런 제재를 하지 않을 것이다. 아마 이대로 천막을 나간다 하더라도 그는 나를 붙잡지 않겠지. 아니, 내가 어디 먼 곳으로 가려 한다면 옆에서 나를 지킬 것이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그는 나를 위해서 어떤 짓이든 하겠지만 나는 그에게 아무것도 줄 수 없을 것이다. 내가 원하는 것이 있다면 나는 그를 이용해야 한다.
그렇다면.
나는 레온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레온, 난 당신이 좋아요.”
내 대답에 레온이 흠칫 놀라는 것이 보였다. 나는 그런 그에게 손을 뻗어 목을 끌어안았다. 그의 얼굴이 부드러운 가슴 사이에 묻혔다. 딱딱하게 굳은 그의 몸이 조금 떨리는 것을 느끼며 나는 그의 머리카락을 손으로 헤집었다.
“하….”
느른한 한숨이 그의 잇새로 새어 나와 예복 너머 가슴께에 닿았다.
내가 그를 좋아한다는 것은 거짓말이 아니다. 나는 정말로 그가 좋았다. 처음 그와 자게 되었을 때, 아무리 이벨리나의 기억이 있다 하더라도 두려움으로 가득 차 제대로 된 생각을 할 수 없었다. 거기에 스스로에 대한 혐오감까지 더해졌었기에 그저 모든 것이 끔찍하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 후 내가 레온을 끔찍하게 생각했었던가? 급작스러운 상황에 조금 거칠긴 했어도 그는 나에게 무척이나 다정하게 대해 주었었다. 내가 그날 밤을 떠올리며 그를 바라볼 때 괴로워하거나 수치스러워하지 않을 만큼.
그것뿐만이 아니다. 그 이후에 나는 그가 나와의 관계를 들먹이며 또 다른 밤이나 애정 따위의 것을 요구할 거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그는 언제나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에서 나를 도와주고, 내가 궁금해하고 좋아하는 것에 대해 자세히 알려 주며 그저 나와 함께 식사를 하는 것으로 시간을 보냈다. 정말로 마음이 잘 맞는 친구처럼 말이다.
그는 나에게 우정과 비슷한 평안을 주었었다. 그것이 긴장으로 가득 찼던 대신전의 일상에서 나에게 얼마 안 되는 소중한 휴식이었음을 레온은 알고 있을까.
“레온, 난 당신이 정말로 좋은 친구라고 생각했어요.”
“전 당신과의 우정을 바라지 않습니다.”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레온이 대답했다.
“…알고 있어요. 그래서 미안해요.”
나는 그에게서 몸을 떼었다. 다시 그의 입에서 아쉬움이 가득 담긴 뜨거운 숨이 흘렀다. 하지만 그는 곧 입을 다물어야 했다. 내 손이 그의 예복 단추를 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난 지금부터 또다시 당신을 이용할 생각이거든요.”
그 말에 레온은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동자가 어지러이 흔들리고 있었다. 나는 두 손으로 그의 얼굴을 감쌌다. 그러고는 그에게 다가가 입을 맞췄다. 젖은 혀가 얽히는 소리와 함께 숨이 달아올랐다.
아플 정도로 그의 혀가 혀뿌리를 내 혀에 얽혔다. 한참이나 안을 헤집는 그의 혀에 숨이 모자라 내가 버둥거리자 잠시 뒤로 물러났다. 그렇다고 해서 놓아준 것은 아니었다.
이를 훑던 그의 혀는 내가 안정을 되찾자 다시 조심스럽게 안을 더듬었다. 뾰족이 세운 혀의 끝이 여린 점막을 느릿하게 훑었다. 간질거리는 느낌은 곧 열기로 바뀌었다. 그것을 알아차린 듯 레온의 낮은 웃음소리가 들렸다.
“이용할 생각이라.”
그의 말에 가슴 한쪽 구석이 욱신거렸다.
“무엇을 어떻게 이용할 생각인지 궁금하군요.”
여유는 잠시뿐이었다. 다시 레온의 혀가 안으로의 침입을 시작했다. 무척이나 조심스럽게, 하지만 절대로 물러서지 않으면서.
“하아… 하아….”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겨우 그가 나에게서 몸을 떼었다. 모자란 숨을 마시며 조금 정신이 든 순간 나는 그에게 물었다.
“…황태자비는 어느 정도의 병력을 움직일 수 있지요?”
내 질문에 레온이 쓴웃음을 지었다. 조금 전의 긴 입맞춤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내가 어떻게 그를 이용하려 하는지 알아차린 모양이었다.
“황제의 직속인 1기사단, 황후의 2기사단 그리고 황태자의 3기사단을 제외한 제국의 모든 병력을 자유롭게 운용할 수 있습니다.”
긴 입맞춤의 대가로 얻어 낸 답변이 들려왔다. 나는 다시 그에게 물었다.
“그럼 지금 이곳에는 어떤 기사단이 와 있나요?”
내 질문에 그는 대답 대신 내 목덜미에 얼굴을 묻었다. 그의 입술이 목을 훑고 내려오더니 쇄골 위를 맴돌았다. 어떻게 해야 그에게 대답을 얻어 낼 수 있을지 나는 이제 알고 있다. 하나를 얻고 싶으면 하나를 주어야 한다.
나는 말없이 손을 뻗어 내 목덜미를 맴돌고 있는 그의 머리를 붙잡았다. 그러고는 천천히 아래로 이끌었다. 긴장에 크게 올라갔다 내려가는 가슴 위로 거칠어진 레온의 뜨거운 숨결이 닿았다. 나는 마른침을 삼킨 후, 그의 머리를 끌어안았다.
누군가 보았다면 마치 젖을 먹이는 듯이 보였으리라. 크게 다르지도 않았다. 그는 내 가슴을 크게 베어 물었다. 얇은 신부의 예복은 금세 젖어 들어 피부에 달라붙었다. 레온의 혀가 느릿하게 천 위를 핥았다.
“아… 읏….”
참아 보려 했지만 능숙한 혀의 놀림에 신음이 새어 나오고 말았다. 그 소리가 레온을 자극한 것일까.
“흣!”
갑자기 그가 거칠게 츱, 하는 소리와 함께 가슴을 빨아올렸다. 조금 전까지 부드럽던 그는 순식간에 사라지고 마치 굶주린 맹수가 먹이를 찾은 듯한 거친 움직임이었다. 둥그런 가슴이 그의 입 안에서 사정없이 뭉개지고 짓눌렸다.
“레, 레온! 아, 아, 읏!”
놀란 내가 그를 밀어내려 했지만 그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도망가지 못한다는 듯 더욱 강하게 허리를 끌어안으며 제 얼굴을 내 가슴에 묻었다. 자극을 견디다 못한 유두가 단단히 솟아오르자 그는 그것을 입술로 비벼 물었다.
“하, 아읏!”
단단한 살점이 계속해서 그의 입술에 뭉개졌다. 그는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놀이를 찾은 아이처럼 미친 듯이 그 행위를 반복했다. 입술이 괴롭히지 않는 다른 쪽의 가슴을 어느새 올라온 그의 손이 덮듯이 쥐더니 강하게 주무르기 시작했다.
아플 정도로 거세게 쥐었다 내가 몸을 뒤틀며 벗어나려 하면 달래듯이 다시 손에 힘을 빼고 부드럽게 주무른다. 손바닥 전체로 누르며 둥글게 문지르는 그의 손길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반죽처럼 일그러지는 가슴의 옆에서는 난잡하게 빠는 소리가 들려왔다.
무엇인가 나오길 기다리는 사람처럼 레온은 계속해서 내 가슴을 빨아올렸다. 잔뜩 희롱당한 가슴의 끝이 퉁퉁 부어올라 저릿한 통증이 느껴져 나는 그를 붙잡았던 손을 놓으며 허우적거렸다.
“하, 하지 마요! 레온, 그만!”
정말로 젖이 나올 때까지 빨아 댈 것 같은 그의 움직임에 덜컥 겁이 났다. 필사적으로 버둥거린 덕분일까, 다행히 레온이 고개를 들었다. 나는 헉헉거리며 크게 숨을 몰아쉬었다. 레온은 부드러운 시선으로 그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모습은 조금 전, 미친 듯이 내 가슴을 탐했던 자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평온해 보였다.
“이곳에 있는 기사단이 궁금하다고 했나요.”
그는 축 늘어진 내 몸을 조심스레 침대 위에 눕혔다.
“그건 꽤 높은 기밀인지라 가벼이 말하기 곤란합니다, 리나.”
그렇게 말하는 그의 손이 다시 예복의 위로 올라왔다. 곱게 매어 있던 끈이 하나씩 풀어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앞섶이 모두 풀려 버린 예복이 사락거리는 소리를 내며 피부를 스쳐 침대 위로 흘러내렸다. 속옷이 없던 터라 내 가슴은 고스란히 밤의 공기에 드러났다.
긴장으로 크게 오르내리는 가슴 위로 레온의 얼굴이 다가왔다. 그는 자신이 한껏 희롱한 유두의 끝에 조심스럽게 입을 맞췄다.
“으, 읏…!”
그 간지러운 감촉에 몸을 뒤틀자 레온이 어쩐지 무척이나 즐거워 보이는 얼굴로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