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anchise in the Otherworld RAW novel - Chapter 109
제 109화
9. 109화
아르센이 부시장 선거라는 듣도 보도 못한 정책을 선포하자 아르센의 집무실로 잔뜩 화가 난 표정의 귀족들이 몰려들었다.
만일 집무실에 서슬 퍼런 눈빛으로 서 있는 기사들이 없었다면 큰일이 벌어졌을지도 몰랐다.
그렇게 마지막 인내심을 발휘해야만 했지만 아르센의 집무실로 몰려든 귀족들은 아르센에게 이번 일에 대한 부당함을 외쳤다.
“아르센 대공 각하! 드릴 말씀이 있소이다!”
원로원의 새로운 수장인 베르센 공작은 수많은 귀족들의 지지를 등에 업고 아르센에게 면담을 요청했고 아르센은 그런 면담 요청에 응했다.
“커피 한 잔 드시겠습니까? 베르센 공작님.”
“크음! 감사히 받겠습니다. 대공 각하.”
여전히 남자가 타야 한다는 인식이 있는 커피를 타며 아르센은 섭정이 끝이 나면 간단하게 믹스 커피나 한번 만들어 볼까 하는 생각을 했다.
커피나무를 옮겨 와 이제는 제법 많은 양의 커피를 생산하고 있었다.
물론 그렇게 커피를 수확해도 아직 평민들이 마시기에는 부담스러운 가격이었고 남는 여유분의 커피는 다른 왕국이나 제국의 귀족들이나 돈 많은 상인들에게 수출되고 있었다.
하지만 오래지 않아 일반 평민들도 커피를 마실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아르센은 커피를 타서 베르센 공작에게 대접했다.
향긋한 커피 향이 아르센의 소박한 집무실을 가득 채웠다.
사실상 왕국의 1인자인 아르센이었지만 꽤나 소박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물품들도 프랜차이즈 연합회의 집무실에서 사용하던 것들로 채워서 몇몇 물품들은 오히려 낡아 있었다.
“그래! 무슨 일로 찾아오신 것입니까? 베르센 공작님.”
이미 알고 있었지만 아르센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시치미를 떼며 물었다.
그런 아르센의 반응에 베르센 공작은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꾸욱 눌러 참고서는 따졌다.
여전히 칼자루는 아르센이 쥐고 있었고 대부분의 귀족들의 가문이 풍비박산이 나서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원로원이었다.
“부시장이라는 직책을 신설하고 그 부시장을 무지한 평민들에게 뽑도록 하신다니요. 그게 말이 되는 일입니까!”
베르센 공작의 말에 아르센은 커피 한 모금을 마시며 미소를 지었다.
“아! 그런 이유로 찾아오셨군요. 그러고 보니 제가 말씀을 드린다는 것이 바쁜 정무에 잊은 모양입니다.”
핏덩이 같은 왕을 대신해 나라의 대소사를 돌보는 아르센이었으니 바쁜 것은 당연한 일이었기에 베르센 공작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했다.
하지만 아르센의 정책은 귀족들로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정책이었다.
“정책을 재고하심이.”
“베르센 공작님.”
“예! 말씀하십시오.”
베르센 공작으로서는 아들뻘도 안 되는 아르센이었지만 자신보다 더 높은 직위이기에 참을성을 발휘하며 아르센의 말을 기다렸다.
“지금 왕국의 상황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예? 왕국의 상황이라 하시면.”
아르센이 무슨 의도로 질문을 하는 것인지 베르센 공작은 무척이나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제는 정리되어 가고 있는 반란에 대해서 묻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것을 묻는 것인지 의도를 파악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을 만큼 살벌한 질문임을 베르센 공작도 느끼고 있는 것이다.
딱히 베르센 공작을 적으로 돌릴 생각은 없는 아르센이었기에 베르센 공작을 더는 괴롭히지 않은 채로 말을 이었다.
“안타깝게도 왕국의 변란으로 수많은 인재를 잃었습니다.”
“그…… 그렇지요. 안타까운 일입니다.”
“예! 급하게 실무를 담당할 이들을 구해 일을 하도록 했습니다만 그 실무를 관리할 귀족들이 너무나도 부족한 실정이지요.”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쉽지는 않은 문제이지요.”
갑자기 나랏일을 상의하는 아르센의 말에 베르센은 대체 아르센이 무슨 의도로 이런 이야기를 꺼내나 머리를 굴리며 그의 의도를 파악하기에 정신이 없었다.
“더욱이 저는 이번 반란으로 견제라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견제라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이야기가 이상하게 돌아간다는 것을 느꼈지만 베르센 공작은 아르센의 말에 빠져들고 있었다.
“시장으로 선택된 자가 반란을 또다시 일으키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지 않겠습니까?”
“대공 각하! 그렇지는 않을 것이옵니다!”
아르센의 입에서 반베른 전 국왕과 같은 말이 나오자 베르센 공작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반베른 전 국왕의 의심이 아니었다면 반란도 일어나지 않았을 터였다.
귀족들로서도 피가 마를 정도로 집요한 의심을 받아 어쩔 수 없이 반란을 일으킨 것이었지만 그 결과는 끔찍했다.
막강한 권력과 군사력 그리고 경제력까지 가진 아르센마저도 반베른 전 국왕처럼 의심을 하게 된다면 그나마 남은 귀족들마저도 살아남지 못할 수도 있었다.
“하하하! 예! 베르센 공작님의 말씀처럼 그러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만 그래도 대비책이라는 것을 세워 두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것이 부시장과 어떤……?”
부시장을 견제 세력으로 두려는 것임을 예상할 수 있었지만 왜 평민들에 의해 뽑느냐는 베르센 공작의 의문에 아르센은 주변을 두리번거리고서는 조용히 속삭였다.
“왕의 폭주 또한 어느 정도는 견제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대해서 어찌 생각하십니까?”
“……!”
경악할 만한 아르센의 말에 베르센 공작은 귀족들을 견제하는 것이 아니라 왕의 폭정을 견제하려는 아르센의 의도를 깨달을 수 있었다.
“지금 귀족들만으로는 왕국 전 영역의 땅을 영지로 나누어 줄 수 없습니다. 더욱이 이유야 어찌 되었든 왕을 시해한 것이 귀족들이었으니 귀족들을 우대할 수는 없는 법이지요.”
“큼!”
“결국 왕에 의해 임명되는 시장들을 견제하기 위해서 부시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베르센 공작님이라면 이해하실 수 있으시겠지요?”
“아르센 대공 각하의 뜻이시라면.”
민감한 일에 몸을 사리는 베르센 공작의 모습에 아르센은 쓴웃음을 지으며 딱딱한 등받이에 등을 기대었다.
“왕의 지위는 신이 내려 주시는 것이지만 왕의 권력은 국가의 백성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베르센 공작님의 두 아들 중 하나는 영지를 받지 못하시지요?”
“예?”
베르센 공작은 왜 갑자기 자신의 아들 이야기를 하느냐며 놀란 눈으로 아르센을 바라보았다.
아르센의 얼굴에는 미소가 지어져 있었고 자신의 앞으로 아르센이 서류 하나를 내미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부시장 선거에 한번 나서 보라고 권유를 해 보시는 것은 어떠시겠습니까? 평민들이 설마 부시장 후보에 나설 수 있겠습니까?”
“……!”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 아르센의 모습에 베르센 공작은 머리를 후려치는 듯한 충격에 빠져야만 했다.
박살이 나 버린 귀족들의 세력에 숨통을 틔울 수 있는 계책이었다.
폭주하는 왕의 권력을 견제하기 위해 부시장을 만들었고 왕의 입김이 덜하도록 무지한 평민들을 통해 부시장이 될 수 있는 길을 만든 것이다.
베르센 공작은 왜 이리도 복잡한 방법을 만든 것인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평민들이 좋아할 만한 주장을 해서 평민들의 표를 얻으십시오. 뭐 모두 다 지킬 필요는 없지 않겠습니까? 안 그렇습니까? 베르센 공작님.”
“하하. 그렇군요. 역시 대공 각하의 혜안이 이 늙은이를 깨우쳐 주십니다.”
아르센은 죽일 듯이 노려보던 눈빛이 기쁨으로 바뀌었음을 느끼며 텅 비어 버린 커피 잔을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베르센 공작이 아르센의 집무실을 나서고 난 뒤에 아르센은 짜증스럽다는 듯이 투덜거렸다.
“욕심 많은 늙은이들.”
마음 같아서는 전면적인 민주주의나 공화정으로 정치 개혁을 하고 싶었지만 무리였다.
일단 시민 의식이 고도의 정치 체계를 받아들일 만한 수준이 되지 못했다.
인구의 대부분이 자신의 이름도 쓸 줄 모르는 상황에서 민주주의란 극악의 독약이었다.
이런 시대에는 강력한 왕에 의한 통제가 필수적이었다.
귀족들의 몰락 이후 절대 왕권이 자연스러운 순리였지만 반베른의 광기를 통해 절대 왕권이 얼마나 끔찍한 상황을 만들어 내는지를 바로 옆에서 지켜본 아르센은 얼마간의 제약과 함께 시민 의식을 성숙시킬 만한 체계를 도입하기로 마음을 먹은 것이다.
그것이 부분적인 선거 도입이었다.
어차피 부시장은 직접적인 권한이 강하지 않았다.
시장의 부재 때에나 부시장이 전면에 나설 수 있었고 권한도 그리 큰 편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런 부시장을 왕국민들이 자신의 손으로 집적 뽑아 본다는 것은 엄청난 경험이자 상상도 못 할 의식의 개벽이었다.
아르센은 그런 경험을 왕국민들에게 주고자 하는 것이다.
지금 당장이야 여전히 콧대 높은 귀족들 중 한 명을 뽑아야 했지만 그런 선거를 통해 왕국민들도 자신들도 정치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만드는 것이었다.
전국적으로 학교들이 만들어지고 교육을 받고 의식이 깨어난 평민들이 늘어난다면 오래지 않아 부시장은 귀족들이 아닌 평민들이 될 것이고, 나중에 가서는 부시장이 아닌 시장 그리고 왕국의 지도자도 뽑을 수 있게 될 것이었다.
“너무 낙천적인가? 민주주의도 완벽한 것은 아닌데.”
아르센은 자신이 괜한 짓을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훗날 과격한 혁명으로 수많은 이들이 피를 흘리는 것보다 느리지만 조금씩 권력이 시민들에게 넘어가는 것이 더 나은 일이라 여겼다.
이미 프랜차이즈 산업으로 경제력을 가지게 된 신흥 상공인들의 요구가 입 밖으로 흘러나오고 있음을 눈치채고 있는 아르센이었다.
프랑스 대혁명이 볼테르 왕국에서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는 것이다.
그렇게 아르센은 미뤄 두었던 서류를 끌어당겨 업무를 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내 짜증이 울컥 하고 올라오는 것이었다.
“아니! 드라마에서는 막 연애도 하고 좋은 차도 타고 놀러만 다니던데 나는 왜 하루 종일 이 좁은 방에 갇혀서는 이딴 서류만 봐야 하느냐고!”
재벌 회장들의 갑질을 할 시간조차 없었다.
가히 살인적인 업무를 소화해 내야만 하는 것에 당장에라도 다 때려치우고 시골 마을의 치킨집에서 치킨이나 튀기며 살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은 아르센이었다.
당장 마누라 얼굴 본 지도 일주일이 넘어갈 만큼 자유롭지 못한 생활을 언제까지 해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그렇게 절규하는 아르센이었지만 아르센이 쏘아 올린 정책에 귀족들은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수많은 선거구에 영지를 받지 못한 귀족 출신의 남자들이 출마 신청서를 밀어 넣는 것이었다.
그들은 과거였다면 신경도 쓰지 않았을 평민들을 향해 그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혓바닥을 힘겹게 놀렸다.
“저를 부시장에 뽑아 주신다면 과도한 세금을 낮출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단독 출마라면 모르겠지만 단독 출마가 아닌 경우에는 어떻게든 평민들에게 선택을 받아야만 했기에 평민들의 환심을 살 만한 공약을 발표해야만 했다.
세금 감면은 가장 쉽게 환심을 살 만한 공약이었다.
하지만 경쟁 상대도 당연히 생각을 할 만한 것이었기에 출마자들은 이내 선거라는 것이 생각만큼 간단하지 않은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렇게 점점 허리를 숙이는 귀족 출신자들을 보며 평민들은 자신들의 가치관이 깨져 나가는 것을 경험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