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anchise in the Otherworld RAW novel - Chapter 108
제 108화
8. 108화
왕이 너무 어리지만 왕국에 왕의 자리를 비워 둘 수는 없었다.
왕위 서열권에 가까운 왕족들이 있기는 했지만 한바탕 피바람이 몰아친 왕궁으로 돌아와 왕이 되겠다고 주장하는 왕족은 없었다.
더욱이 비록 여성이었지만 왕위 서열권에 가장 가까운 레일리 공주가 자신의 동생이자 전 국왕으로부터 왕세자로 인정을 받은 테슬란을 지지했다.
또한 볼테르 왕국의 군권과 경제력을 장악한 아르센이 테슬란 왕세자를 왕위에 세우겠다는 주장을 하니 그 누구도 거스를 이가 없었다.
사실상 볼테르 왕국 내의 귀족들 중 절반 가까이가 형장의 이슬이 되거나 조사를 받고 있는 중이었다.
반란에 연관이 없는 귀족들마저도 바짝 엎드린 채로 아르센의 눈치를 보고 있었으니 테슬란 왕세자가 볼테르 왕국의 다음 국왕이 되는 것은 막을 수 없는 것이다.
그렇게 아직 돌도 되지 못한 테슬란 왕세자는 볼테르 왕국의 왕이 되었다.
“섭정은 국왕 폐하께서 성인이 될 때까지만이니, 그 이후에는 저 스스로 물러나도록 하겠습니다.”
“예! 아르센 대공 각하.”
백작의 신분으로 왕의 섭정이 될 수는 없었기에 반쪽밖에 남지 않은 모든 힘을 잃어버린 귀족들의 원로원에서는 아르센을 대공의 작위로 승급하는 것에 만장일치로 동의를 했다.
반발을 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아직 피바람이 몰아치고 있는 왕국이었으니 자칫 가문이 멸문을 할 수 있었기에 드러내는 반발을 할 수는 없었다.
레일리 공주는 어머니인 왕비마저 죽어 어린 국왕을 돌볼 수 없는 사람이 없었기에 자신이 직접 동생을 챙기기로 했다.
그렇게 왕국의 정사에 몰두해야 하게 된 아르센이었으니 프랜차이즈 연합회의 일을 돌아보기에는 더 이상 무리였다.
아르센은 결국 프렌치프라이 부회장으로 승진시켰던 허클러를 프렌치프라이 회장과 함께 프랜차이즈 연합회 회장으로 임명했다.
“제가 섭정 전하처럼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자네라면 지금까지 잘했지 않는가?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보네.”
프렌치프라이 1호점을 운영하면서 거의 아르바이트생처럼 뽑았던 허클러로서는 더 이상 올라갈 곳이 없을 만큼 올라간 것이었다.
아르센이 모든 권한과 직위를 내려놓았지만 허클러가 여전히 아르센에게 절대 충성을 맹세하고 있었으니 아르센의 영향력은 그대로였다.
“과한 탐욕을 부리지 말게. 내가 유토피아를 만들고자 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지옥을 만들 생각은 없네.”
“명심하도록 하겠습니다, 섭정 전하.”
아르센이 지금껏 자신의 권력을 내려놓지 못한 것은 인간의 탐욕 때문이었다.
금권주의가 극에 달한 지구에 비해서는 낫다지만 아르베니아의 인간들도 적절한 통제를 하지 않는다면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허울뿐일 때도 있지만 법에 의해 통제를 하는 아르센의 전생의 지구가 어떨 때는 더 나을 수도 있었다.
그렇게 프랜이즈 연합회의 일을 허클러에게 넘기고 난 뒤 아르센은 혼란스러운 왕국을 진정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만 했다.
거의 대부분 귀족들만이 피해를 입었지만 그 귀족들의 부재가 생각 이상으로 컸다.
영주를 잃은 영지들은 혼란스러워했고 제대로 된 통제가 되지 않았다.
해당 영지에 관리관을 보내고자 해도 사람이 없을 정도였기에 아르센은 결국 어쩔 수 없이 프랜차이즈 연합회에서 사람을 골라 보내야 할 정도였다.
미리 프랜차이즈 사관 학교를 통해 인재를 어느 정도 확보하지 못했다면 꽤나 오랫동안 혼란이 계속되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렇게 프랜차이즈 연합회의 인재들을 빼 나가다 보니 프랜차이즈 연합회도 삐걱댔다.
볼테르 왕국 내는 아직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타국의 프랜차이즈 업체들에 대한 감시와 통제가 느슨해진 것이다.
그리고 그건 오슬로 왕국의 바사삭 프랜차이즈의 아르곤에게 기회였다.
아르센이 볼테르 왕국 일에 매달리고 있을 때 볼테르 왕국 프랜차이즈 연합회의 통제 밖의 프랜차이즈 업체들을 규합해 독자적인 유통망을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더욱이 오크들의 권력 다툼에 패배했던 오크들과 손을 잡으면서 그들로부터 감자를 확보하자 더 이상 아르센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었다.
오슬로 왕국도 아르곤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면서 오슬로 왕국 독자적인 프랜차이즈 연합회를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움직임을 눈치챘을 때는 너무 늦어 버린 뒤였고 새로 프랜차이즈 연합회의 수장이 된 허클러의 능력으로는 아르곤을 누를 수 없었다.
그렇다고 그런 문제로 안 그래도 눈코 뜰 사이 없이 바쁜 아르센의 신경을 쓰게 만들 수는 없었기에 허클러는 자신의 능력으로 해결을 하려고 했다.
그렇게 아르베니아 대륙에서는 단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경제 전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왕국과 왕국 사이의 무력 전쟁이 아닌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연합회들 간의 경제 전쟁이 벌어지는 것이다.
주변 왕국들은 그 치열한 전장의 무대가 되어야만 했다.
볼테르 왕국의 프랜차이즈 업체 바로 앞에 오슬로 왕국의 프랜차이즈 업체가 문을 열었고 서로의 매장을 죽이기 위해 온갖 방법을 다 동원했다.
아직 서로의 본진을 공략하기에는 양쪽 모두 무리라는 판단에 주변 왕국들과 제국들의 상권을 장악하고자 한 것이다.
그렇게 때로는 출혈 경쟁을 하면서까지 치열한 경쟁을 하게 되었고 그런 상황이 아르센의 귀에도 들어갔다.
“아르곤이 결국 자신만의 독자적인 세력을 가졌다는 건가.”
“그렇습니다. 오슬로 왕국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아르곤을 제때 통제하지 못했습니다.”
아르센은 마치 죽을죄를 지었다는 듯이 침울해져 있는 허클러를 보며 피식 웃었다.
허클러에게는 꽤나 심각한 상황이었지만 아르센에게는 오히려 재미있는 상황이었다.
‘프랜차이즈 연합회라는 것이 꼭 대기업하고 계열사같이 되어 버렸단 말이지. 그리고 아르곤은 다른 대기업이고. 뭐 당연한 일인가.’
아르센은 경제가 발전을 하고 있으니 이런 일은 당연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껏 혼자 다 해 먹고 있다고 걱정을 하고 있던 아르센이었으니 나름 경쟁자가 생긴 것이 마냥 나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 것이다.
물론 아르곤이 꽤나 지독한 짓을 해서 아르센의 화를 돋우었지만 경쟁 업체가 생기면서 허클러의 프랜차이즈 연합회도 긴장을 하는 모습이 보기 좋은 아르센이었다.
아르곤도 만만치 않은 볼테르 프랜차이즈 연합회를 상대로 과거 같은 잘못을 하며 사업을 할 수는 없을 터였으니 아르센은 오히려 지금이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금산 분리법을 시행할 생각이네.”
“예? 금산 분리법이라니요?”
허클러는 혹시나 아르센이 도움을 주려나 하는 기대를 하며 그윽한 향기가 나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는 아르센을 바라보았다.
“프랜차이즈 연합회에서 관리하는 은행을 독립 분리시킬 거네.”
“예? 은행을 말입니까!”
지금까지 은행은 프랜차이즈 연합회의 것이었다.
왕국의 통화와는 다른 원화를 찍어 내어 현금 대용으로 사용을 해 오고 있었다.
프랜차이즈 연합회가 막강한 힘을 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 영원히 마를 것 같지 않은 캐시 카우 때문이었다.
그런데 아르센이 그런 은행을 프랜차이즈 연합회에서 분리 독립시킨다는 결정을 내리니 허클러는 눈앞의 존재가 아르센만 아니었다면 당장에라도 반발을 했을 터였다.
“하…… 하지만 아르센 섭정 각하. 은행은…….”
“통화는 본래 국왕의 고유 권한일세. 사실상 원화가 왕국의 금화를 대신해 유통이 되고 있으니 은행을 국왕 산하의 통화 위원회가 통제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 아니겠는가. 더욱이 너무 방만하게 은행에서 원화를 찍어 내어 시중에 유통하는 바람에 통화 가치가 하락을 하고 있어.”
허클러는 이미 아르센이 결심을 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르곤의 프랜차이즈와 치열한 경쟁 중인 볼테르 프랜차이즈 연합회로서는 가장 강력한 무기 중 하나를 잃어버리게 되는 일이었지만 사실상 프랜차이즈 연합회가 아르센의 것이었기에 아르센의 결정을 거부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허클러는 조금이라도 반항을 해서 다른 반대급부를 아르센에게 얻어 내야만 했다.
‘하! 허클러! 생명의 은인이시기도 한 아르센 섭정께 이딴 생각이라니.’
허클러는 아르센에게 반대급부를 얻어야겠다는 생각을 자신이 했다는 것에 스스로 깜짝 놀랐다.
아르센이 없었다면 지금의 자신도 없었을 것이었다.
그런 자신이 처음으로 아르센의 지시를 거부하려고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허클러의 어깨에는 수백 개의 업체와 수천 개가 넘는 매장 그리고 수만 명의 직원들이 올려져 있었다.
비록 여전히 아르센의 것이라지만 허클러는 프랜차이즈 연합회의 총회장이었다.
“자칫 프랜차이즈 업체들뿐만 아니라 왕국의 경제에 큰 피해가 올 수도 있습니다.”
“그럴 수도 있겠지.”
아르센은 자신에게 반항을 하고자 하는 허클러의 눈빛을 보며 자신이 사람 하나는 제대로 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말만 잘 따르는 허클러였다면 그가 이끄는 프랜차이즈 연합회는 결국 무너져 버릴 터였다.
“하지만 자네가 잘 이겨 낼 수 있을 것이라 보네. 허클러 회장.”
“…….”
허클러는 아르센의 말에 두 눈을 감았다가 떴다.
미소를 짓고 있는 아르센의 모습에 허클러는 그동안 아르센의 경영 방식을 떠올리며 참 힘든 길을 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경쟁자를 만들려고 안달이신 것인지. 정말이지 알 수가 없구나.’
아르센의 정책은 혁신적이다 못해 경악스러울 정도였다.
왕국 내 일정 규모 이상의 도시나 마을마다 학교를 세우고 평민 이상의 모든 아이들에게 한글과 산수 등 기초 교육을 시켰다.
그리고 영주를 잃은 영지에 직접 관리관을 보내 시장이라 칭했다.
시장은 왕이 직접 임명을 했다.
귀족들의 모임인 원로원은 공을 세운 이들 중에 귀족으로 임명을 해 영지를 하사하고 다스리자는 제안을 했지만 그런 제안을 거절한 아르센이었다.
당연히 시장들은 아르센에게 절대 충성일 수밖에 없었으니 귀족들은 아르센이 왕국을 완전히 장악하고자 한다고 여겼다.
하지만 아르센을 따르는 왕의 군대가 여전히 서슬 퍼런 눈초리로 귀족들을 주시하고 있었기에 감히 말을 함부로 할 수가 없었다.
문제는 거기에 더해 해당 영지의 영지민들이 직접 부시장이라는 막강한 직위의 권력자를 선거를 통해 뽑는다는 것이었다.
천하디천한 평민들이 감히 도시를 다스리는 권력자들을 직접 뽑는다는 것은 귀족들로서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물론 그렇게 선발된 부시장은 왕이 승인을 내려 주어야 했지만 수천 년 동안 이어져 온 귀족 중심의 세계가 무너지는 충격이었다.
귀족들 사이에서 아르센이 반베른 국왕보다 더한 폭군이라는 불만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르센은 그런 불만을 알면서도 자신의 계획을 강행했고 각 지역의 영지민들은 생소한 선거라는 것을 경험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