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anchise in the Otherworld RAW novel - Chapter 119
제 119화
19. 119화
수백 명의 사람들이 들어갈 수 있을 만한 넓은 공간에 단 두 사람이 식탁에 앉아 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런 황량한 공간 때문인지 두 사람 사이의 분위기는 무척이나 싸늘해서 마치 서로가 적이기라도 한 느낌마저 들 정도였다.
하지만 한때는 그 누구보다 가까운 사이였던 두 사람이었고 다정하게 대화를 나누었던 시간도 있었다.
“오늘은 스튜가 생각보다 괜찮군.”
아르센은 딱딱하기만 한 분위기에 입을 열며 자신의 아내를 바라보았다.
원한 것은 아니었지만 자신의 아내인 레일리 공주와 정치적인 정적이 되어 버린 상태였다.
아르센이 딱히 왕이 되고자 한 것은 아니었지만 일부 귀족들과 왕족들은 아르센이 야심을 품고 있다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었다.
그런 의심의 눈초리에 아르센이 섭정을 중단하고 본래의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겠다는 말을 했지만 그것은 오히려 레일리 공주가 막아섰다.
아르센이 권력을 놓아 버리면 다음 늑대들이 몰려들게 될 것임을 너무나도 잘 아는 것이다.
아르센을 견제해야 하지만 한편으로 아르센을 움켜쥐고 있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대공의 입맛에 맞으시다니 다행입니다. 요리사에게 상을 내리거라.”
“예! 공작 부인.”
왕국의 공주이지만 아르센의 부인이었기에 그녀의 신분은 왕궁 내에서도 공작 부인이라 불렸다.
사실 아르센이 공작이나 대공이라 불릴 수 있었던 것은 왕을 시해한 역적들을 참살하고 다음 대의 왕을 옹립했기 때문이었다.
공주와 결혼을 했다고 해도 공작이라는 지위를 손에 넣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으니 일부 귀족들은 아르센을 공작이라 인정하지 않는다고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할 정도였다.
레일리는 오랜만에 남편과 함께하는 식사에서 아르센이 음식이 마음에 든다는 말을 하자 자신의 요리사에게 상을 내리라 지시를 내렸다.
결혼을 하고 아르센과 함께 왕궁이 아닌 저택에서 살 때는 매일같이 함께 식사를 했지만 왕궁의 삭막한 곳에서는 서로 얼굴도 자주 보지 못할 지경이었다.
그러다 아르센의 식사나 같이하자는 제안에 고민 끝에 승낙을 하고 식사를 준비한 레일리 공주였다.
그녀라고 해서 자신의 남편인 아르센을 싫어하고 싶은 것은 아니었다.
다만 권력이라는 것이 부부 사이도 멀어지게 할 만큼 위험한 힘이라는 점이었다.
“이건 당신이 참 좋아했던 음식인데 말이오.”
아르센의 말에 레일리 공주는 힐끔 아르센이 가리키는 음식을 보고서는 옛 생각이 났는지 미소를 지었다.
아르센이 프랜차이즈를 만들 만큼 요리에는 재능이 있었기에 레일리 공주 자신을 위해 직접 요리를 해 주기도 했었다.
그렇게 다정하던 두 사람의 사이가 이토록 멀어졌다는 것에 레일리 공주는 쓴웃음이 나는 것이었다.
그렇게 말을 계속 걸어오는 아르센의 모습에 레일리 공주는 조금이나마 마음이 풀어지며 분위기는 화기애애해지기 시작했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레일리 공주에게 아르센은 반드시 필요한 존재였고 자신의 법적 남편이었다.
아르센이 먼저 화해의 손길을 내미는 것을 레일리 공주라고 해서 모르지는 않은 것이다.
“대공께서 매운 음식을 좋아하셔서 요리사에게 일러두었습니다.”
“그렇구려. 확실히 궁중 요리사의 솜씨가 대단하긴 합니다.”
왕의 요리사였으니 왕국 최고의 요리사라 부를 수 있을 터였다.
물론 지금의 왕은 성인의 요리를 먹기에는 무리인 나이였기에 왕의 요리사는 레일리 공주를 위한 요리를 하고 있었다.
아르센에게도 식사를 내야 했지만 아르센은 자신이 식사를 만들어 끼니를 때우고는 했기에 왕의 요리사가 아르센의 식사를 담당하지는 않게 되었다.
더욱이 아르센의 입맛이 다른 이들과는 다소 특이했기에 왕궁 요리사도 맞추기가 쉽지 않았다.
그 사실은 레일리 공주도 잘 알고 있는 것이었다.
“식사가 마음에 들지 않으시면 다른 것으로 내오라 할까요?”
“아니오! 아니오! 마음에 드오. 오랜만에 아내와 함께하는 즐거운 식사인데 마음에 들지 않을 리가 있겠소.”
아르센은 손사래를 치며 아니라는 말을 했지만 레일리 공주의 눈에는 그다지 입맛에 맞아 보이지 않았다.
“그냥 요즘 입맛이 별로 없는 것 같구려. 무언가 맛있는 것이 어디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당신도 얼굴이 수척한 것이 요즘 입맛이 없나 보구려.”
“아닙니다, 대공 각하.”
레일리 공주는 아르센의 말에 고개를 내저었지만 그녀도 요즘 통 입맛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사실 입맛이 있을 리가 없는 왕궁 생활이었기에 아르센이 자신을 걱정해 주는 것에 살짝 기분이 좋아지는 레일리 공주였다.
“아니긴 무얼. 당신의 얼굴이 반쪽이 되었는데. 궁중 요리사의 실력이야 어디 나무랄 곳이 있겠냐마는 사람이라는 것이 항상 같은 것만 먹다 보면 질리는 법이니. 흐음! 요리 대회를 한번 열어 볼까 하는데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시오?”
“예? 요리 대회라니요?”
레일리 공주는 아르센이 또 무언가를 꾸미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아르센을 바라보았다.
“당신의 입맛도 돌아오게 할 만한 최고의 요리를 왕국의 요리사들에게 마련해 보라 하는 것이지.”
아르센의 제안에 레일리 공주는 아르센이 무언가를 꾸민다고 해도 그런 걸로는 별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내가 심사를 한다고 한다면 프랜차이즈 쪽에 점수를 줄 것이라는 오해가 생길 것도 같고 그러니 당신이 한번 심사를 해 보는 건 어떻겠소. 왕국 최고의 요리를 찾는 대회를 열어서 말이오.”
꽤나 황당한 제안이었지만 한편으로 호기심 생기는 제안이었다.
레일리 공주는 항상 기발한 생각을 하는 아르센을 보며 아르센의 제안을 수락했다.
그리고 얼마 뒤 레일리 공작 부인의 지시로 왕국 최고의 요리를 뽑는 선발 대회가 열리게 되었다.
프랜차이즈와 전통 요리를 나누지 않고 최고의 요리를 선발해 시상을 하겠다는 발표를 아르센 대공도 승인하면서 왕국 전체에 알려지게 된 것이다.
“왕국 최고의 요리사를 뽑는 대회라니. 참 별걸 다 뽑는구만.”
“그러게 말이야. 그러면 최고의 요리사라면 당연히 궁중 요리사가 되지 않으려나?”
“그럴지도 모르지. 궁중 요리사라. 최고의 부와 명예를 손에 넣을 수 있겠는데.”
신문과 광장의 대자보에 최고의 요리 선발 대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본 볼테르 왕국민들은 또 신기한 일이 벌어진다며 수군거렸다.
과거였다면 상상도 못 할 축제들이 펼쳐지고 있었다.
이제는 볼테르 왕국민들에게 생활이 되어 버린 축구 경기뿐만 아니라 볼테르 왕국 최고의 미녀 선발 대회나 자전거 경주 대회 등 꽤나 특색 있는 축제들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거기에 더해 최고의 요리사까지 선발을 한다고 하니 나름 요리에 자부심이 있는 이들의 기대감에 들뜨기 시작했다.
무려 첫 번째 열리는 대회였으니 그 영광은 엄청난 것이었다.
이 소식에 프랜차이즈 연합회에서도 관심을 보였다.
“당연히 최고의 요리사를 뽑아서 출전을 시켜야 합니다.”
“당연하지. 당연히 참가를 해야지.”
벌써 10년이 넘도록 성업을 하고 있는 프랜차이즈 업체들이었다.
기름에 튀기는 행위뿐이었지만 오랜 시간 해 왔던 노하우도 그리 가볍지만은 않았다.
매장별로 자신들만의 메뉴가 있기도 할 정도로 메뉴의 자유도가 있는 프랜차이즈 매장들이 많았기에 일부 가맹점주들은 엄청난 실력자가 있기도 했다.
“허클러 협회장님께서도 한번 참가해 보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협회장님의 튀김이라면 대륙 최고이지 않습니까!”
프랜차이즈 연합회 회의실에 앉아 있던 업체 사장단들은 가장 상석에 앉아 있는 허클러를 바라보았다.
이제는 매장의 일에서 손을 뗀 지 꽤나 오래되었지만 아직도 허클러의 튀김은 정평이 나 있을 정도였다.
“허허! 제가 무슨.”
허클러는 자신에게도 한번 최고의 요리 선발 대회에 참가를 해 보라는 말에 웃음을 지었다.
아르센이 아닌 레일리 공주가 주최를 하는 대회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아르센이 아이디어를 낸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을 하는 허클러였다.
우연히 아르센의 매장에서 일을 하게 되면서 허클러의 운명은 완전히 바뀌어 있었다.
부상으로 용병으로 더 이상 활동을 하지 못하던 허클러는 프렌치프라이 매장에서 튀김기를 잡았고 아르센에게 튀김을 배우면서 최고의 튀김을 만들기 위해 밤낮으로 연구를 하고 연습을 했다.
지금에 와서는 아르센보다 더 튀김 실력이 더 좋다는 말을 주변에서 들을 정도였지만 허클러는 아직 자신이 아르센보다는 못하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스스로의 실력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해서 현역 못지않다고 여기는 허클러였다.
‘최고의 요리사라.’
그렇게 허클러는 주변의 권유에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하면서도 참가에 대해서 고민을 했다.
분명 업체별로 최고의 요리사들을 선발할 것이 분명했다.
매장의 요리사들도 있었지만 업체들 별로 메뉴 개발을 위한 요리사들이 존재했으니 실력 좋은 요리사들은 상당히 많았다.
문제는 튀김 요리만이 요리가 아니라는 점이어서 주제에 따라 전통 요리사들과의 경쟁에서 밀릴 수가 있다는 점이었다.
그렇게 프랜차이즈 업체들도 참가를 하려고 할 때 케빈의 볼테르 요리사 협동조합은 또다시 모여 격렬한 회의에 들어갔다.
“아센 사장님. 혹시 왕궁에 아는 사람이 레일리 공작 부인이셨습니까?”
“아…… 아니오. 그렇지는 않고 그냥 자작님 정도인데.”
아르센은 케빈의 질문에 등에서 식은땀을 흘리며 고개를 좌우로 내저었다.
자신의 정체가 들통이 나서는 안 되기에 레일리와의 관계를 부정한 것이다.
“흐음! 그러면 아센 사장님이 알고 계시는 자작님께서 공작 부인과 친분이 있으셔서 그런 제안을 하셨던 건가요?”
아르센은 자신의 옆에 앉은 회원의 말에 반색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그런 것 같습니다. 저는 그냥 자작님께 최고의 요리를 선발하는 심사 위원으로 부탁을 했던 것뿐인데. 일이 이렇게 커질 줄은 몰랐습니다.”
아르센도 몰랐다는 말에 다들 한숨을 내쉬었다.
일이 커져도 너무 커져 버린 것이었다.
왕국 수도의 요리사들끼리 모여서 시민들에게 홍보도 하고 프랜차이즈 음식들보다 더 뛰어나다는 걸 보이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왕국 최고의 권력자인 아르센의 부인인 레일리 공작 부인이 직접 최고의 요리를 선발한다고 하자 왕국 전체가 들썩였다.
프랜차이즈 연합회에서도 참가를 하겠다고 할 정도였으니 만일 프랜차이즈 업체의 요리사가 최고의 요리를 만들어 내기라도 한다면 영세한 식당들은 전부 망하는 일이 될 수도 있었다.
그런 회원들의 모습에 케빈은 차라리 잘된 것이라 생각을 하기로 했다.
“한번 해 봅시다! 여러분. 저는 여러분의 실력을 믿습니다. 프랜차이즈의 요리 같지도 않은 요리에 우리가 질리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진정한 요리가 무엇인지 한번 보여 주는 것입니다.”
케빈의 외침에 침통해하던 회원들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케빈 조합장님의 의견에 동조합니다. 못할 것이 뭡니까? 오히려 최고의 요리를 선보일 수 있으니 잘된 것 아니겠습니까!”
아르센은 케빈의 말에 동조를 하며 분위기를 띄웠다.
자신이 생각해도 일을 너무 키웠지만 그 정도가 되지 않는다면 거대한 자본으로 상권을 지배하고 있는 프랜차이즈를 극복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뭐 지더라도 후속 대책을 세워 주면 되겠지. 그리고 설마 프랜차이즈가 우승을 하겠어?’
아르센도 전생과 지금의 생에서 치킨을 튀겨 왔지만 자신이 정식 요리사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실력 좋은 요리사가 나선다면 프랜차이즈 요리사들이 이기기는 힘들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