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anchise in the Otherworld RAW novel - Chapter 49
제 49화
24. 제49화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볼테르 왕국에 이토록 많은 귀족 여인들이 있었는가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많은 귀족 여인들이 몰려와 있었다.
“카푸치노 한 잔.”
“예! 엘리자드 후작 부인.”
아름다운 미청년이 우아한 모습으로 커피를 타서는 내어놓는다.
지구에서라면 커피는 여자가 타 주는 것이 맛있다는 흰소리가 있었지만, 아르베니아 대륙에서는 커피는 남자가 타는 것이라는 인식이 생겨났다.
그렇게 그윽한 향기를 내는 커피가 완성이 되면 여인들은 우아한 모습으로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주변의 귀족 부인들과 커피에 대한 품평회를 하는 것이었다.
“저는 커피 본연의 맛을 중시합니다. 씁쓸한 이 맛이 풍미를 자극하지요.”
우유와 과일 시럽을 첨가하지 않은 검은색의 커피를 마시는 여인들도 생겨났다.
꽤나 쓸 터였지만 오히려 그 쓴맛에 끌리는지 살짝 인상을 찡그리면서도 커피를 홀짝이는 것이었다.
“어머! 커피에 대해서 잘 아시는군요. 호호호호!”
커피를 마신 지 얼마 되지도 않았을 터였지만 다들 자신들의 지적 허영을 드러내기 위해 커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에 바빴다.
한 잔에 일반 평민들의 한 달 치 임금이 넘게 들어가는 커피였지만, 오히려 그 점 때문에 귀족 여인들의 허영을 더욱더 채워 줄 수 있었다.
그렇게 커피를 즐기지 않는 귀족 여인들은 제대로 된 귀족 여인이 아니라는 인식이 사교계에 퍼져 나가기 시작하니 다들 무리해서도 찾아와 커피를 주문해야만 했다.
사실 아르베니아 대륙에서 귀족 여인들의 문화라고 할 만한 것은 사교 파티 정도밖에는 없었다.
사교 파티에서 불편하기 짝이 없는 옷을 입은 채로 잘생긴 기사나 귀족과 춤이나 추고 독한 술이나 마시는 정도였다.
여간 힘들고 고역스러운 일이 아니었지만, 그것이 귀족 여인들의 삶의 방식이었으니 누구 하나 그 굴레에서 벗어날 생각을 하지 못했다.
모든 것을 하녀들이 해 주니 귀족 여인들의 할 일이라는 것은 자식을 낳는 것과 정원을 산책하는 것 정도였으니 대부분의 시간을 무료하게만 보내야 했다.
그러던 중에 생긴 살롱은 그녀들의 무료한 시간을 나름 유용한 시간으로 만들어 주는 것이었다.
독한 술이 아닌 향긋하고 달콤한 커피와 함께 벽에는 아름다운 그림이 걸려 있고 곳곳에는 조각상들이 놓여 볼거리까지 제공하고 있었다.
“살롱은 커피를 파는 곳이 아니라 문화 공간입니다. 살롱의 주인들은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귀한 분들로 예술가들을 후원하며 아르베니아 대륙의 문화를 꽃피우는 데 큰 일조를 하지요.”
“아아! 그렇군요. 문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라…….”
살롱에는 예술가들이 찾아와 귀족 부인들의 초상화를 그리기도 하고 감미로운 시를 노래하기도 했다.
그런 가난하지만 재능 있는 예술가들을 이곳 손님들이 후원을 하는 것이다.
커다란 저택의 안쪽에 위치해 있는 정원에나 앉아 있던 그녀들에게 있어서 살롱은 자신들의 존재를 드러낼 수 있는 곳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한 사람의 의도 아래 이루어진 것이었다.
“사실 이 정도로 잘될지는 몰랐지. 그런데 확실히 깨가 구르는 것보다 바위가 구르는 것이 더 돈이 되네.”
아르센은 살롱의 빈 테이블이 하나도 없는 것에 혀를 내둘러야 했다.
지구에서도 커피 전문점이라는 곳이 자리를 빌려주는 것이기도 했기에 살롱은 커피 한 잔만 시키면 하루 종일 놀다 가도 아무도 눈치를 주지 않는 곳이었다.
물론 귀족 부인들에게 눈치를 줄 만큼 간 큰 이들도 없었지만 그런 분위기 때문에 정말로 아침부터 와서는 해가 지고 난 뒤에나 집으로 돌아가는 귀족 부인들도 생길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에 몇 골드씩 쓰는 돈 많은 귀족 부인들 덕분에 프렌치프라이보다 크지 않은 매장임에도 불구하고 거의 엇비슷한, 아니 어쩌면 살롱 쪽이 더 압도적인 이득을 남길 정도였다.
“매장을 더 늘리실 겁니까? 회장님?”
첫사랑의 여인을 도와주기 위해 아르센에게 부탁을 했던 알베르토는 내부까지 다 들어찬 손님들 때문에 결국 매장 밖에 테라스를 치고 그곳에 테이블까지 놓았음에도 불구하고 그곳도 빈자리가 없는 것을 보며 아르센에게 물었다.
이대로라면 매장을 더 늘리든지 아니면 좀 더 넓은 곳으로 가야 할 판이었다.
한편으로 이 정도라면 브렌다 백작 부인도 편안한 노후를 보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을 하며 안도하는 알베르토였다.
그런 알베르토의 질문에 아르센도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 들 정도였다.
브렌다 백작 부인을 만나면서 커피 전문점의 주요 타깃을 귀족 부인들로 정한 아르센이었다.
그 때문에 수요는 한정되어 있었고, 커피 원두의 가격도 싸지만은 않았기에 고가 전략을 펼쳐야만 했다.
만일 귀족들이 모여 있는 수도가 아닌 다른 지방이었다면 이만큼의 성공도 할 수 없었을 터였다.
2호점을 내고자 해도 결국에는 수도에 낼 수밖에 없었고 과연 그 정도의 수요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 것이다.
“오픈발입니다. 시간 지나가면 손님은 줄 수밖에 없을 것이고. 벌써 2호점을 내는 것은 위험 부담이 너무 큽니다. 그리고…….”
아르센은 그때 잔뜩 화가 난 듯이 식식거리며 매장으로 다가가는 한 귀족 남자를 볼 수 있었다.
그 귀족 남자의 뒤로 기사인 듯 무장을 한 남자와 수행원으로 보이는 남자들이 따라오고 있었다.
무언가 일이 터질 것 같은 분위기였지만 귀족 남자는 자신의 등장에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수많은 여인들의 눈빛에 움찔 몸을 떨어야만 했다.
“어머! 벤타드 자작님 아니십니까!”
“아…… 안녕하십니까! 브렌다 백작 부인!”
비록 여자들이었지만 자신보다 직위가 높은 귀족 부인들이 즐비했다.
그런 귀족 부인들 앞에서 제 마음대로 행동할 수는 없었다.
“무슨 일로 살롱에 오신 건가요?”
살롱의 주인이기도 한 브렌다 백작 부인의 질문에 벤타드 자작은 당황을 했다.
‘아니! 이 여편네가 아침부터 집에 들어오질 않으니 찾으러 왔다고 말을 할 수도 없고!’
사교 파티야 어쩌다가 한 번씩이었으니 이해라도 할 수 있었고 보통은 저녁 때 가서 늦은 밤이 되기 전에는 돌아왔다.
더욱이 함께 참석을 하는 경우도 많았기에 뭘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지만 살롱이라는 곳은 아침부터 가서 저녁 늦게까지 그것도 매일 그러고 있으니 남편들이 죽을 맛이었다.
결국 참지 못하고서는 찾아오는 남편들이었지만 수십 명의 귀족 부인들과 여식들이 자신을 왜 왔냐는 듯이 빤히 바라보고 있으니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는 것이었다.
“루…… 루렌시아를 찾아왔습니다.”
“자작 부인 말씀이시군요. 직접 데리려 오시다니 다정하시네요.”
브렌다 백작 부인의 말에 주변의 귀족 부인들의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런 웃음소리에 얼굴이 붉어진 벤타드 자작은 괜히 왔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대로 되돌아가기에는 또 체면이 말이 아니었기에 어쩔 줄을 몰라 했다. 그때 다행히 그를 구해 주는 말이 브렌다 백작 부인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살롱에 처음으로 오셨으니 제가 자작님을 위해 커피 한 잔을 대접하고 싶은데 괜찮으시겠습니까?”
“커…… 커피 말입니까?”
아내로부터 커피에 대한 이야기는 귀에 딱지가 생길 만큼 들은 벤타드 자작이었다.
설명만으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향과 맛이었지만 살롱의 매장 앞에서 코끝을 간질이는 커피 향은 그의 호기심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주신다면 감사히.”
“호호! 따라오시지요. 자작 부인도 마침 끝나신 듯하네요.”
“예?”
벤타드 자작은 브렌다 백작 부인의 말에 살롱의 안쪽에서 한 화가의 그림 모델이 되어 있는 자신의 아내를 볼 수 있었다.
투명한 하얀 천으로 얼굴을 가린 채로 처음 보는 형태의 소파에 반쯤 몸을 기댄 포즈의 아내는 고혹적이면서도 묘한 매력을 풍기고 있었다.
그건 어쩌면 낯설지만 우아해 보이는 복장과 분위기 때문인 듯 보였다.
그런 아내 또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남편을 발견한 것인지 깜짝 놀라는 것이었다.
“어머! 자작님.”
자신을 찾아올 줄은 몰랐다는 듯이 당황해하는 모습과 함께 주변에서 흥미진진하다는 듯이 둘을 바라보는 귀족 부인들 때문에 벤타드 자작은 헛기침을 하며 대답을 했다.
“커…… 커피라는 것이 워낙에 유명하다고 해서 한 번 마셔 보려고 왔소.”
괜히 무안함에 커피 핑계를 대는 벤타드 자작의 모습에 그의 아내인 자작 부인은 환하게 웃으며 남편에게 다가가 커피 예찬을 시작했다.
“커피 종류가 여러 가지가 있으니 제가 당신에게 맞는 거 추천을 해 드릴게요.”
“큼! 큼! 그러시오.”
잔뜩 화가 나서 아내를 찾아온 남편이었지만 화를 내지도 못한 채 아내의 손에 이끌려 커피를 만드는 곳으로 향해야만 했다.
“웬 남자들이?”
한눈에 보기에도 미청년들이 있는 것에 심사가 다시금 불편해지는 벤타드 자작이었지만, 이내 아내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여야만 했다.
“커피는 귀한 손님에게 대접을 하는 최상의 음료이기에 부정한 여인이 아닌 남성이 타야만 하는 거래요.”
“아! 그렇군.”
아르베니아 대륙도 여성의 지위가 그다지 높지는 않았기에 성차별적인 인식들이 있었다.
아르센은 귀족 부인들을 타깃으로 했기에 보기 좋으라고 미청년들과 소년들을 직원으로 고용해 일을 시킨 것뿐이었지만 커피는 여성이 아닌 남성들이 타야 하는 것으로 여겨져 버린 것이다.
그렇게 벤타드 자작은 아내가 추천을 해 준 계피가 든 시나몬 라테를 받아 마시고서는 생각보다 맛이 있는 것에 놀라야만 했다.
귀족 남성들도 포도주 외에는 딱히 마실 만한 음료가 없었기에 알코올도 아닌 이 커피라는 음료는 심심한 입을 즐겁게 해 주는 것이었다.
“커피는 피로를 풀어 주는 효능이 있대요.”
“피로를 말인가? 호오! 대단한 음료로군. 꽤나 귀해 보이는데?”
“자작님이 드신 건 한 잔에 이 골드.”
벤타드 자작은 자신의 눈앞에서 손가락을 두 개를 내 보이는 자신의 아내를 보며 푼수 같은 아내를 어찌해야 하나 한숨이 절로 나왔다.
이 골드면 제법 잘 훈련된 병사 한 명을 고용할 수 있는 가격이었다.
다행히 공짜였기에 피 같은 돈이 나가지는 않았지만 아내가 마신 커피 값은 지불되었을 것이 분명했기에 속이 쓰라린 벤타드 자작이었다.
그나마 맛과 향은 좋았기에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는 벤타드 자작이었다.
하지만 그날 밤, 잠이 오지 않을 정도로 피로가 사라지는 진귀한 경험을 한 벤타드 자작은 혀끝을 맴도는 커피 맛을 잊지 못해 커피를 구할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그곳에는 절대 안 간다! 하지만 거기 말고는 커피 마실 곳이 없잖아!”
벤타드 자작과 같은 고민을 하는 귀족 남성들이 하나둘씩 늘어가기 시작했다.
“흐음! 남자들을 위한 커피숍 하나 만들어야 하려나? 다방 같은?”
아르센은 이 광경을 지켜보며 새로운 커피 프랜차이즈를 만들어야 하나 하는 생각에 잠겼다. 하지만 지금의 커피 원두 수급으로는 살롱 매장 하나도 제대로 감당하지 못하고 있었기에 눈물을 머금은 채로 포기를 해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