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380)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380화
대형 스크린에 누가 몇 번째 곡을 작곡했는지 정리한 표가 떠올랐다.
“역시, 마지막이 오르카였구나.”
“아니 그럼 1등 하셔야지.”
“귀여웠던 제자들이 무서운 후배가 돼서 돌아왔네.”
짝짝짝.
의례적인 박수를 받았다.
어쩐지 입장 순서 건에 더해 이 일로 우리가 초반 우승 후보 내지는 공공의 적으로 확실히 자리 잡은 기분이 들었다.
방송물 좀 먹었다고 편집 방향이 어떻게 될지 훤히 그려진다.
“첫 번째 과제에서 1위라는 좋은 결과를 낸 오르카 소감 한마디 들어보고 가야겠죠? 한 분씩 소감 말씀 부탁드릴게요.”
제나의 지시에 나와 서문결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서문결이 먼저 입을 열었다.
“사실 이번 작업은 대부분 라온이가 했거든요. 라온이가 소리를 하나하나 구별해서 듣는 감각이 좋고 작곡도 잘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작업 과정을 옆에서 직접 본 건 오늘이 처음이라 어떻게 이렇게 잘하나 싶어서 저도 놀랐고 앞으로 있을 경연도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든든합니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무심한 표정으로 끝도 없이 이어지는 칭찬에 나는 입을 살짝 벌리고 서문결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당신 누구야?
아무리 방송이어도 그렇지, 이렇게 말 많은 사람 아니잖아.
열 마디를 한 마디로 대신하고, 멘트 쳐야 할 때도 적당히 끊고 나한테 넘기는 사람이잖아.
‘혹시 제로한테 빙의 당했나? 나를 방심시켰다가 집에 가는 길에 날붙이로 찌르려는 속셈인가?’
[……. TP +10]그게 아니라면….
어제 강지우한테 단기 속성 동생 띄워주기 과외라도 받고 왔나?
아무리 그래도 주입식 교육의 효과가 이렇게 강할 수 있는 건가?
[아끼는 동생과 단둘이 나온 서문결이 책임감을 느낍니다. 서문결 호감도 +0 현재 호감도 +85]‘아…….’
최선을 다하는 서문결이 기특하고 감동스러워서 눈물이 다 나올 것 같았다.
‘이 일로 견성하가 얼마나 나를 부러워할지 가늠이 안 되는군.’
하지만 나는 프로.
고개 들어 눈물을 꾹 참고 서문결의 뒤를 이어 내 소감을 발표했다.
“우선 선후배분들이랑 심사위원분들, 그리고 제 파트너 결이 형이 좋게 봐주셔서 너무 큰 영광입니다. 앞으로 더 잘하라는 뜻으로 알고, 절대 자만하지 않고 앞으로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짤막한 소감이 끝나자 다시 한번 박수가 나왔다.
“좋습니다. 그러면 첫 과제에서 아쉽게 6위를 한 마이아워의 소감도 한번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카피는 사실 작곡 공부의 기초 중 하나거든요. 그런데도 이런 결과물을 낸 게 저 스스로 조금 부끄럽네요, 하하…. 또 한편으로는 다행히 이게 최종 순위에 영향을 미치는 등수는 아니니까 지금부터라도 앞으로 더 열심히 준비해서 더욱 좋은 모습 보여드릴게요. 감사합니다.”
당연하게도 밝은 모습은 아니었지만, 정신적으로 무너진 모습도 아니었다.
“그럼 1차 경연 순서를 정하기에 앞서, 경연 주제를 공개하겠습니다.”
누군가 침을 삼켰다.
“첫 번째 경연 주제는 바로…!”
제나가 잠시 뜸을 들였다.
“매시업입니다!”
“와아….”
“대박.”
“매시업이라니.”
“재밌겠다.”
출연자들이 반사적으로 치는 손뼉 소리가 멈추자 제나가 말을 이어갔다.
“매시업이란, 2개 이상의 노래를 원래 있던 하나의 노래처럼 섞는 음악 기법인데요, 여러분은 자기 그룹의 곡과 그에 어울리는 케이팝 곡을 감각 있게 섞은 매시업 무대를 준비해 주시면 되겠습니다.”
“매시업은 여기 있는 팀들 곡으로만 해야 하는 건가…?”
누군가의 혼잣말을 들은 제나가 설명을 덧붙였다.
“아니요. 케이팝이기만 하다면 어떤 곡과 매시업 하든 상관없습니다. 또한 매시업 하는 곡 수에 제한은 없지만 총 무대 시간이 5분을 넘어가지 않도록 주의해 주세요.”
“네!”
처음부터 흥미롭고 까다로운 경연 주제가 나왔다.
매시업이라.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그럼 몸풀기 과제에서 1위를 한 오르카부터 원하는 경연 순서를 정해 주시길 바랍니다.”
다른 프로그램 보면 최하위부터 순서를 정해서 1위는 다른 팀이 원하는 자리를 밀어내고 들어가기도 하던데.
헥사곤 스테이지는 그런 기 싸움으로 소소하게 진을 뺄 생각은 없는지 생각보다 원만한 방식이라 좋았다.
“저희는 다섯 번째 순서로 가겠습니다.”
“이유가 있나요?”
“아무래도 ‘오’르카이기 때문에….”
허접한 말장난을 통해 원하던 순서를 자연스럽게 선점하는 것에 성공한 우리는 다른 팀들이 순서를 정하는 것을 지켜봤다.
최종 경연 순서는 이러했다.
1. 마이아워
2. 체이서
3. 다이나식스
4. 리프틴
5. 오르카
6. 플루토
요약하자면, 뒤 순서 선호 현상이 두드러졌다고 할 수 있겠다.
* * *
스튜디오 촬영 다음 날.
나와 서문결은 회사 연습실에서 경연을 준비하는 모습을 촬영했다.
“봐 봐. 이렇게 센 컨셉으로 나가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위튜브에서 조회수가 높게 나온 케이팝 메시업 영상을 태블릿 PC로 찾아 보여 주며 서문결이 말했다.
“확실히 멋있다.”
해외 팬들도 좋아할 것 같고.
보기만 해도 아드레날린이 분출되는 기분이랄까.
“근데 왠지 다른 분들도 그런 느낌으로 많이 하실 것 같지 않아?”
“그럴 가능성이 높지.”
서문결은 컨셉이 겹쳐도 그냥 실력으로 이기면 된다는 마음인 듯했지만, 나는 경연 주제를 들었을 때부터 조금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차라리 다른 방향으로 공략하는 건 어때?”
“어떻게?”
“그러니까…….”
내가 구상해 둔 걸 간단히 설명하자 서문결의 눈동자가 커졌다.
잠시 고민한 끝에, 서문결이 느리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한번 도전해 보자.”
웬만해선 흔쾌히 그러자고 하는 서문보살이 잠시나마 망설인 것에도 알 수 있듯이 내가 제안한 것이 쉬운 길은 아니었다.
“너희 이거 진짜 잘할 수 있어…?”
다음 날 우리가 잘하고 있나 보러 온 강지우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런 말을 할 정도였으니.
뭐, 어떻게든 되겠지.
이틀 동안 밤낮없이 작업해 곡을 얼추 만든 다음에는 안무 짜는 능력이 출중한 서문결이 주가 되어 안무를 구상하기 시작했고, 나는 서문결과 의견을 나누며 틈틈이 곡을 손봤다.
그러고는….
미친 연습의 시작이었다.
“으아악! 왜 사람들이 경연 프로그램 안 나가려 하는지 알 것 같아!”
일단 팀을 대표해서 나간다는 부담이 장난 아니었고, 경연 준비 시간 때문에 다른 스케줄을 다녀오는 것도 힘들었다.
회사에서는 괜찮다고 했지만, 무대 준비에 드는 비용도 솔직히 만만치 않았다.
그에 더해 아직 몇 개 남은 시상식 무대와 몇 달 뒤 발매할 리패키지 앨범까지 동시에 준비하려니 그야말로 일에 빠져 죽을 지경이었다.
“고생이 많다.”
그러나 올해는 일복이 터져도 제대로 터질 모양이었다.
“라온아! 온라온!”
흥분한 얼굴로 달려온 곽상현이 연습실에서 막 나온 나를 불러 세웠다.
“로르시에서 연락이 왔는데 너랑 글로벌 앰배서더 계약 맺고 싶단다!”
“네?”
“그리고 얼마 전에 기사 난 나선아 작가님이랑 황기영 감독님 왓투게더 신작 있잖아, 도균 씨 아역으로 오디션 보라고 제안 들어왔거든.”
“느에?”
“올해 월드 투어 있는 것도 기억하지? 몸 관리 잘해야 한다 너.”
“…….”
이게 무슨 일이지?
그냥 죽을까.
“라온아? 듣고 있니?”
“아, 잠깐 고향 생각이 나서…….”
마음에도 없는 헛소리였는데 곽상현이 반색했다.
“잘됐다. 로르시 앰배서더 계약 제안이랑 같이 미국에서 화보 촬영하자고 제안해 왔는데 그때 잠깐 다녀오면 되겠네.”
“아니, 언제요? 그 사람들이 저를 어떻게 알고요? 그냥 사기 아니에요?”
“다음 달. 정확한 날짜는 다시 확인해 보고 알려 줄게.”
미치겠네. 다음 달이면 한창 바쁠 때잖아.
내가 체력을 걱정하든 말든 곽상현은 신나서 말을 이었다.
“그리고 어떻게 알긴. 요즘 아이돌들 뮤즈니 앰배서더니 하면서 많이들 활동하잖아. 솔직히 너 정도면 진작 어디 브랜드든 데려갔을 텐데, 우리 회사가 워낙 작다 보니 그쪽 커넥션이 부족해서…. 어휴. 아무튼 당연히 맞는지 확인해 봤고 사기 아니야. 진짜 로르시야.”
참고로 앰배서더란 일종의 브랜드 홍보 대사 같은 것이다.
그동안에도 국내외의 다양한 브랜드에서 광고 모델 계약 제안을 여러 번 받아보기는 했지만, 명품에 큰 관심이 없는 나도 아는 최상위급 브랜드에서 앰배서더 제안이 온 건 처음이었다.
“다른 직원들 이야기 들어보니까 네 이미지에도 잘 맞는 것 같은데, 할 거지?”
“네. 해야죠.”
이미 여러 사람에게도 조언과 격려를 들은 바 있듯이, 개인 활동을 무조건 피할 시기는 지났다.
나도 성공하려는 욕심이 있는 사람이었고 이렇게 좋은 기회를 놓칠 만큼 바보는 아니었다.
“팀 활동에는 지장 없는 거죠?”
“그건 우리가 알아서 조절할게. 너만 좀 고생하면 돼.”
“네. 그럼 할게요.”
“잘 생각했다.”
혹시 내가 거절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지, 곽상현이 안도한 미소를 지었다.
“오디션은 무슨 일인데요?”
“통화해 보니까 네가 전에 도균 씨한테 들은 것처럼 오디션은 그냥 형식적인 절차 같더라. 거의 너로 확정인 분위기였어. 너 아니면 안 된다던데. 대본도 같이 왔으니까 봐 봐.”
“아무리 형식적인 거라도 기본은 해야 할 텐데…. 제가 요새 너무 바빠서 잘 준비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알지. 그래서 너 당분간은 경연 준비랑 컴백 준비 때문에 바쁘다고 저쪽에 말해 놨더니 이해해 주더라. 아직 주조연 캐스팅도 다 안 됐고, 본 촬영 들어가려면 꽤 남았다니까 이것도 다음 달 안으로 준비해서 편할 때 오디션 보면 될 것 같아.”
이렇게까지 나오면 거절할 명분도 이유도 없다.
“…대본 어디 있어요?”
오라 달콤한 일복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