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Beyond Fantasy Smartphones RAW novel - Chapter 106
불청객 (3)
회의가 끝난 이후.
식사와 샤워를 끝마친 나는 경건한 마음으로 스마트폰 앞에 자리잡았다.
쿠에베르그를 무사히 구출한데다가 회의도 끝냈으니, 이제 인벤토리의 아이템들을 정산할 차례였다.
툭.
화면을 터치해 인벤토리를 실행시키면, 수많은 아이템들이 가득 들어찬 인벤토리의 모습이 드러났다.
깊은 수면과 함께 시작되어 결과조차 확인하지 못한 채로 진행되었던 210회 뽑기의 부산물.
이제서야 그 부산물들을 제대로 확인해볼 수 있는 것이다.
“먼저 마법서는··· ······.”
나는 인벤토리에 들어있는 마법서들부터 하나씩 체크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10회 뽑기를 통해 획득했을 [마법서 : 아이스 애로우]였다.
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빙결속성 피해를 입히는 마법이었다.
인벤토리에는 [마법서 : 아이스 애로우]를 포함해 여러개의 마법서들이 존재하고 있었다.
유테니아가 마탑을 습격하면서 획득한 마법서들 역시 공양을 통해 인벤토리에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 ······? 죄다 인챈트 계열 마법이네.”
유테니아가 보내온 마법서는 와 .
각각 무기에 일시적으로 불꽃과 번개를 더해주는 마법이었다.
인챈트가 부여된 무기는 각속성에 비례한 추가 피해를 입힐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인챈트 자체는 내가 사용하기 애매한 스킬이지만, 교단의 신도들에게 있어서는 유용한 마법이었다.
에 넣어놓는다면 많은 신도들이 애용할 것이다.
나는 고민할 필요도 없이 곧장 마법서를 사용해 마법을 습득했다.
– 를 습득했습니다.
– 을 습득했습니다.
인벤토리에서 마법서가 사라지면서 스킬의 획득을 알리는 메세지가 나타났다.
의 경우에는 유테니아가 아직 터득하지 못한 마법이었다.
해당 마법서는 유테니아가 학습을 끝마친 이후에 사용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나는 유테니아에게 받은 마법서를 처리한 이후, 이번에는 인벤토리에 잠들어 있던 마검들을 바라보았다.
인벤토리에는 총 7자루의 마검이 들어있었다.
“마검의 경우에는··· 하나는 불꽃을 다루는 검이었고, 다른 하나는 지난번에 뽑았던 거고······.”
7자루의 마검들 중 하나는 다니엘에게 주기 위해 벼르고 있던 물건이었다.
10초 후에 특성을 활성화했던 위치로 되돌아가게 해주는 효과를 가진 마검이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확인했던 [마검 : 아테리누스]였다.
[마검 : 아테리누스]의 경우에는 마력을 화염속성으로 치환해주는 마검이었다.이제는 그것들을 제외한 다른 마검들을 확인해볼 차례였다.
나는 인벤토리에 위치한 마검들을 하나씩 터치해 살펴보기 시작했다.
– [마검 : 아실로어]
– 가 발동하는 동안 범위 내 대상의 이동속도 및 공격속도가 감소합니다.
– 의 얼음폭풍이 지속적으로 범위 내 대상에게 피해를 입힙니다.
가장 먼저 확인한 [마검 : 아실로어]는 빙결속성의 피해를 입히는 마검이었다.
주변 적에게 광역 디버프를 걸어주는 효과도 가지고 있었다.
주력으로 다루기보다는 보조목적으로 사용하기에 적당한 장비처럼 보였다.
사용처를 고민해봐야 할만한 마검이었다.
– [마검 : 에거노트]
– 이 발동하는 동안 사용자의 동체시력이 향상됩니다.
– 이 발동하는 동안 사용자의 사고속도가 한층 더 빨라집니다.
– 이 발동하는 동안 [마검 : 에거노트]가 한층 더 예리해집니다.
[마검 : 에거노트]의 경우에는 사용자 자체를 강화하는 느낌의 무기였다.동체시력이나 사고속도같은 직관적이지 않은 능력치에 보너스를 주고 있었으니 말이다.
특히나 마지막 효과는 해당 아이템을 착용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 효과였다.
[마검 : 에거노트]를 사용하려면 무조건 이 아이템을 주력 무장으로 채택해야만 했다.– [마검 : 리프로스트]
– 이 지속되는 동안 주기적으로 낙뢰가 발생합니다.
– 이 지속되는 동안 사용자의 모든 행동이 속도 보정을 받습니다.
– 이 지속되는 동안 [마검 : 리프로스트]의 모든 공격이 대상에게 감전을 유발합니다.
그 다음에 확인한 [마검 : 리프로스트]는 번개속성의 피해를 입히는 마검이었다.
직전에 보았던 마검과 비슷하게 사용자의 능력치를 증폭시키는 기능 역시 존재하고 있었다.
마지막 항목의 경우에는 공격을 받은 대상에게 상태이상을 부여하는 효과였다.
평소에 자주 사용하던 계통의 마법들을 생각하면 될 것 같았다.
– [마검 : 헤임클로프]
– 물리적인 공격을 10회까지 방어합니다.
– 누적된 공격이 10회를 초과하는 경우, 가 발생하며 [마검 : 헤임클로프]의 공격이 강화됩니다.
– 상태에서는 받는 피해가 감소합니다.
[마검 : 헤임클로프]의 경우에는 사용자의 생존능력에 도움을 주는 물건이었다.앞서 보았던 마검들과는 효과의 방향성이 다르다고 볼 수 있었다.
이제 확인해야할 마검은 하나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나는 기대감을 가지고 하나밖에 남지 않은 마검을 향해 손가락을 움직였다.
그리고 새롭게 떠오른 아이템의 설명을 보며 경악했다.
– [마검 : ▒▒▒▒▒]
– 인과▒을 무▒하고 ▒▒를 ▒▒합니다.
이름부터가 제대로 출력되지 않는다.
아이템 설명란의 글자가 깨져 제대로 읽을 수 있는 내용이 존재하지 않았다.
게임을 하는 동안 이런 아이템을 마주하는 일은 처음이었다.
혹시나 번역이 제대로 되지 않았거나, 무언가의 버그라도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을 가지고 아이템의 설명을 다시 읽어보려고 하는 순간.
시야에 보이던 마검의 아이콘이 모습을 감추었다.
“······.”
순식간에 행방불명된 아이템의 모습에 나는 당황한 눈으로 화면을 바라보았다.
깜빡. 깜빡.
혹시나 잘못본게 아닐까 싶어 몇차례 눈을 깜빡여본다.
그러나 눈을 감았다 뜬다고 해서, 사라진 아이템이 되돌아오는 일은 없었다.
스마트폰의 화면을 바라보던 내 입에서 절로 의문이 튀어나왔다.
“뭐야? 왜 갑자기 없어진거야?”
흔히 아이템 증발이라고 부르는 현상이었다.
나는 이름조차 읽을 수 없던 마검이 사라진 인벤토리의 빈칸을 바라보면서 눈가를 찌푸렸다.
멀쩡하게 있던 아이템이 사라졌다.
아니, 아이템의 상태야 멀쩡하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뽑기를 통해 획득했던 아이템이 사라진 상황이었다.
어지간한 일에는 그러려니 넘어갔던 나지만, 아이템이 사라진 일은 결코 이대로 넘어갈 수 없는 일이었다.
“아······.”
게임사에 아이템의 증발에 대해 문의해야만 한다.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게임의 어딘가에 숨어있을 문의 버튼을 찾아보려고 시도했다.
사라진 아이템에 대해 이야기하고, 운영진에게 아이템의 복구를 받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내가 문의버튼을 찾으려는 순간, 게임의 하단에 새로운 메세지가 떠올랐다.
나로서는 처음보는 유형의 메세지였다.
– [마검 : ▒▒▒▒▒]를 사용했습니다.
새로 떠오른 메세지는 내가 해당 아이템을 사용했다는 내용이었다.
마검 카테고리에 해당하는 아이템을 사용했다니.
말도 안되는 이야기였다.
만약 아이템을 사용했다면 최소한의 피드백이라도 있어야만 했다.
이래서야 마치 아이템이 증발한 현상에 대한 변명처럼 보일 뿐이다.
지금 일어난 현상은 어떻게 보더라도 명백한 오류였다.
“아니··· 아이템을 사용했으면 무언가 피드백이 있어야지, 그냥 이렇게 끝나버리면 버그때문에 아이템이 증발해버린거와 다를게 없잖아?”
그렇게 생각한 나는 다시 게임의 어딘가에 있을 문의버튼을 찾으려고 했다.
화면 하단에 메세지 하나가 추가로 떠오르지 않았다면 말이다.
아이템의 사용에 대한 메세지 아래에, 다른 내용의 메세지가 하나 더 출력된 것이다.
이번에 출력된 메세지는 아이템을 사용한 결과물에 대한 내용이었다.
– [마검 : ▒▒▒▒▒]을 사용해 [역행의 계약서]를 획득했습니다.
마검을 사용해 다른 이름의 아이템을 획득했다는 메세지였다.
나는 그제서야 답답했던 기분이 조금 풀린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마검 자체가 아이템을 획득하는 종류의 효과였다면,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 것도 아니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오류가 나서 읽을 수 없었던 아이템의 이름과 설명밖에 없는 것이다.
아이템이 정상적으로 사용되었다면 굳이 귀찮게 문의를 할 필요는 없었다.
스마트폰을 바라보던 머리가 살짝 어지러워져, 길게 생각하기 귀찮았던 점도 곁들어졌다.
“아··· 그냥 이름만 오류난거였구나.”
다음에 기억이 떠오른다면 글자가 깨진 오류정도는 버그리포트를 해주는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스마트폰의 화면을 껐다.
머리가 살짝 몽롱하기 때문인지, 갑자기 한숨 자고 싶어지는 기분이었다.
나는 머릿속에 몰려오는 수면충동을 굳이 거절하지 않기로 했다.
툭.
눈을 감자마자 온몸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 “슬슬 효과가 잘 듣질 않네······.”
감겨오는 눈꺼풀 속에서 나는 스마트폰의 액정을 확인했다.
다행히 스마트폰의 액정은 꺼져있었다.
이번에는 어제처럼 200만원이 빠져나가는 불상사는 없을 것이다.
나는 그제서야 안심하고 테이블에 머리를 쳐박았다.
쿵.
귓가에 둔탁한 소리가 울려퍼졌다.
* * * * * *
제국의 북부에 위치한 어느 시골마을.
그곳에 앳된 얼굴의 소년 하나가 검 한자루를 들고 서있었다.
짙은 피가 흘러내리는 소년의 검은 푸르스름한 광채에 휩싸인 모습이었다.
피에 젖은 검을 든 소년은 얼굴에 섬뜩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는 검을 휘둘러 피를 털어내고서, 들고 있던 검을 허리춤의 검집에 꽂아넣었다.
그리고는 느릿한 발걸음으로 마을을 거닐기 시작했다.
“······.”
터벅. 터벅.
고요한 마을에 소년의 발자국 소리만이 울려퍼졌다.
소년의 눈이 누구 하나 남아있지 않은 시골마을의 정경을 비추었다.
원래부터 한적했을 마을에는 이제 소년밖에 남아있지 않은 상황이었다.
전부 스스로의 손으로 만들어낸 결과물이었다.
아무도 없는 마을을 훑어보던 소년의 시선이 이번에는 허리춤의 검으로 향했다.
“그러니까 말이야——.”
신기, 클라우솔라스.
아무 것도 가지지 못했던 소년이 최근에 손에 넣은 절세의 명검.
그것은 검집에 들어가있는 순간마저도 영롱한 빛을 뿜어내며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원래라면 그에게는 만지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았을 물건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소년에게만 그 소유가 허락되어있는 물건이기도 했다.
소년은 클라우솔라스를 바라보며 환한 얼굴로 질문을 던졌다.
“결국은 내 손으로 최대한 많이 정리하면 된다는 이야기지?”
– “그렇게 하면 될거다. 그게 가능한 빠르게 인과율을 맞추어가는 방법일테니.”
그러자 검을 차고 있던 소년의 귓가에 사람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중후하면서도 묵직한 남성의 목소리.
그가 차고 있던 클라우솔라스로부터 전해져온 것은, 신기인 클라우솔라스의 안에 거하고 있는 에고의 목소리였다.
신기를 내려받은 소년에게 마을에 있는 인간들을 처리하라는 지시를 내린 존재이기도 했다.
소년은 호기심에 물든 목소리로 클라우솔라스를 향해 이야기했다.
“인과율이라··· 그게 그렇게 중요해?”
– “그래. 악신이 활개치는 것도 결국은 인과율의 불균형이 만들어낸 일이다. 그분께서 움직이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균형을 맞춰야만 한다.”
“그렇단 말이지······. 질서의 여신님하고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명령인데?”
– “그분께서도 마음에 들어하는 방법은 아니다. 일시적인 편법에 불과한 방법이지. 그래도 이것만이 질서를 유지할 몇 안되는 수단이다.”
자신의 힘을 회복하기 위해 무고한 인간들을 제물로 삼는 여신이라.
키득. 클라우솔라스와 대화를 나누던 소년이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도무지 인간들을 자애로 보살핀다는 여신의 명령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그 덕분에 소년이 영웅이라는 이름을 달고서 사람들을 심판할 권한을 얻게 되었지만 말이다.
소년은 쓰러진 마을 사람들과 자신의 검을 번갈아보다가, 클라우솔라스를 향해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그런데, 나 혼자 이러는 것보다는 다른 영웅들도 동참하는게 낫지 않아?”
– “이 일은 다른 영웅들에게는 비밀리에 진행되어야만 하는 일이다.”
“그게 무슨 소리야? 여신님들한테 필요한 일인데 왜 비밀로 해야하는건데?”
– “오직 그분만이 위험을 감수해가며 악신에게 대비하려 하시기 때문이다.”
“뭐?”
클라우솔라스의 이야기에 소년이 의문을 표했다.
클라우솔라스는 여신들이 인과율을 가장 빠르게 회복하려면 이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런데 정작 이 방법을 사용하는게 질서의 여신 하나뿐이라니.
그로서는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이야기였다.
어째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내버려두고 어려운 길로 돌아가려고 한단 말인가.
천상의 여신들이 바보가 아닌 이상에야, 피할 이유가 하나도 없는 선택지였다.
– “다른 여신들은 섭리를 이유로 무리하게 지상에 관여하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 그것이 그들의 관념에 어긋나는 것이라면 더더욱 꺼리고 있지.”
“질서의 여신님만이 세상을 구하려고 한다고?”
– “그렇기에 그분께서는 다른 여신들을 경계하고 있다. 특히나 여신들의 의견을 규합하는 조율의 여신을 말이다.”
자리에 멈춰선 소년은 팔짱을 끼고서 고민했다.
이야기를 듣다보니 여신들간의 사이가 그리 좋지만은 않은 모양이었다.
그를 선택한 질서의 여신과는 악신에 대한 문제로 의견이 갈리는 모양이었으니 말이다.
천상의 신들이라면 누구나가 인간을 초월한 지혜를 가지고 있을거라 생각했던 소년이었다.
그런데 가장 효율적인 길조차 마다하며, 자기들끼리 의견을 다투고 있는 모습이라니.
소년에게 있어서는 의외의 일이었다.
그리고 또한 기회이기도 했다.
소년은 허리춤에 매고 있던 클라우솔라스의 손잡이를 툭툭 두드리면서 물었다.
“그렇다면 내가 우리 여신님을 구하는 유일한 영웅이 되는 셈인가?”
– “이 일을 할 수 있는 건 오직 너뿐이다. 필런. 네가 훌륭한 모습을 보인다면, 그분께서도 네 노력에 걸맞은 보상을 내리시겠지.”
“알았어. 내가 하면 되잖아.”
이죽거리던 필런이 아무도 없는 마을의 밖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는 이미 옛날 이야기 속의 영웅이 되어버린 자신의 모습에 심취해있는 상태였다.
해가 저물어가는 태양 아래에서 신기를 맨 필런의 발걸음은 무척이나 가벼운 모습이었다.
살의와 악의.
부정의 편린이 머무는 필런의 눈동자가 해질녘의 노을에 붉게 물들었다.
다음 마을을 찾아 나아가는 필런의 입에서는 신앙에 대한 고백이 흘러나왔다.
“여신님을 위해서라면 백명이든 천명이든 죽여줄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