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a golden spoon songwriting genius RAW novel - Chapter 107
108. 돌아가기금수저 작곡천재가 되었다
그거 아니야
“오늘 안으로요?”
“녹음 장비가 있으니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
남매가 눈치를 살폈다.
그래도 바로 녹음에 들어가기는 힘들다고 생각했는지 남예준이 말했다.
“그냥 가사지를 보여드리면 안 될까요?”
“아니, 멜로디랑 조합됐을 때의 느낌을 보고 싶어.”
단호하게 말하자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둘.
망설이는 이유는 알 것 같았다.
장비가 있다고는 해도 어디까지나 디펑크 때처럼 잘 조성된 환경은 아니었기 때문.
이곳은 TX 소유의 펜션이 아니기에 직원들이 임시로 장비를 옮겨놓은 것에 불과했다.
하지만 돌아가면 어차피 정식으로 녹음을 해야했으니 퀄리티 같은 건 큰 문제가 아니었다.
“그럼 녹음하고 올게요오······.”
비척비척 일어나 안쪽 방으로 향하는 남매의 뒤로 카메라맨이 따라붙는다.
지켜보고 있던 제이든에게 설명을 해주자,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오래 걸리지는 않겠죠?”
“아마도요. 가사도 이미 써져있는데다 저희가 완벽함을 요구했던 건 아니니까요.”
빠르면 삼십 분이고 길어져도 한, 두시간이면 끝날 일이었다.
제이든이 이영찬에게 물었다.
“그동안 저희는 뭘 해야 합니까?”
“이번에는 강제되는 일정이 없으니 자유시간을 가지시면 됩니다. 해봤자 편집은 남매 위주로 될 거라서요.”
이영찬이 영어로 대답했다.
자유시간이라.
왜인지 낯설게 느껴지는 단어라고 생각하는데, 조정우가 눈을 반짝였다.
“밤바다 보러 갑시다, 밤바다!”
“귀찮게 또 나가자고?”
“이왕 여기까지 왔는데······.”
옆에서 보고있던 제이든이 밤바다가 뭐냐고 물어서 번역을 해주자, 이번에는 제이든까지 눈을 반짝였다.
“가면 안 돼요?”
“······.”
멀리까지 온 사람의 부탁까지 뿌리칠 수는 없었기에 나는 어쩔 수 없이 밖으로 나갔다.
다행히 펜션과 바다는 가까웠다.
제이든은 시간이 늦었는데도 여전히 활기찬 바닷가를 보다 폰을 켰다.
옆에서 ‘크, 바람 지기네!’라며 어색한 사투리를 내뱉던 조정우가 혼잣말을 했다.
“아, 그 노래 생각난다.”
“그 노래?”
“‘다시와요 부산항에’요.”
“······나연이가 아저씨라고 부르는 이유를 알겠네.”
‘송정밤바다’도 아니고 저 노래가 떠오른다니.
세대가 의심스러워진다.
조정우가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
“역시 그거 형님이 가르치신 거 맞죠? 너무합니다. 노래야 좋으면 장땡이잖아요. 자꾸 생각나면 명곡이고요.”
“명곡이긴 하지.”
바다를 볼 때마다 생각나는 노래.
계절이 돌아올 때마다 생각나는 노래.
이렇게 보면 노래도 다 추억과 관계되는 것 같았다.
매년 ‘연금곡’ 취급을 받으며 흥행하는 곡들은 정말로 좋아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곡을 들었을 당시의 추억이 떠올라 다시 찾아 듣는 걸지도 몰랐다.
‘머라이어 캐리가 대표적인 케이스지.’
겨울마다 행복하겠다고 생각하는데 제이든이 말을 걸어왔다.
“도하 씨. 하나 부탁하고 싶은 게 있는데요.”
부탁?
웬일로 제이든이 부탁을 다 하지.
나는 제이든 쪽으로 몸을 돌렸다.
“네.”
“물건을 좀 전달해줄 수 있을까요?”
“물건이요?”
전혀 예상치 못한 말에 되묻자, 제이든이 들고있던 작은 종이가방을 보여주었다.
방금 전 펜션에서 나오기 전 들고온 모양이었다.
“이걸 전해주고 싶어서요.”
내용물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어려운 부탁은 아니었다.
전달하고자 하는 사람의 소재는 이미 파악하고 있는 모양이었으니.
제이든이 내미는 걸 받아들고서 내가 물었다.
“누구한테 주면 되는데요?”
“지난번 송캠프 기억나요?”
지난번이라고 해봤자 1년도 채 지나지 않았다.
고개를 끄덕이자 그가 말을 이었다.
“그때 말했던 사람, 이정민한테 전달해주시면 됩니다.”
나는 제이든을 쳐다보았다.
“······이정민, 이요?”
“네. 사실 입국을 서두른 건 이 이유도 있었어요. 결국 못 찾았지만요. 마지막으로 살았던 곳의 주소는 우연히 알아냈는데, 가보니 다른 사람이 살고 있더군요. 아마도 이사를 간 것 같아요.”
아무래도 주인 아주머니를 만나지는 않은 것 같다.
나는 사실을 이야기하는 대신, 정체모를 물건을 힐끔거렸다.
“이건 왜 주시는 겁니까?”
제이든이 웃으며 말했다.
“좋은 노래를 들려줬던 것에 대한 보답이에요. 지금도 사클에 올려져있는 그 곡 말이에요. 그걸 들을 때마다 옛날 생각이 나거든요.”
아까 노래는 추억 뭐시기 했는데, 제이든한테도 해당되는 말이었나보다.
그 방아쇠가 내 노래라는 건 신기한 일이었지만.
아무튼, 이건 조금 곤란한 부탁이었다.
죽은 사람한테 무슨 수로 전해준단 말인가.
심지어 그 사람이 나라면 말이다.
나는 종이가방을 도로 내밀었다.
“사람 찾는 데에는 재주가 없어서요.”
“괜찮아요.”
제이든이 어깨를 으쓱했다.
“만약 못 찾으면 그냥 도하 씨가 가지셔도 좋아요. 부담 가질만한 물건은 아니거든요.”
뭐길래 그러지?
이 자리에서 보고 싶었지만 내 거, 아니, 이정민 거라는데 열어볼 수도 없었다.
제이든은 이미 마음을 굳힌 듯 보여 나는 어쩔 수 없이 물건을 받아드는 수밖에 없었다.
‘그럼 결국 내 게 되는 거잖아.’
원래 나한테 주려고 한 거지만 내가 죽어서 결국 내가 가져가는······.
이게 무슨 개소리야.
“잘 부탁해요.”
아무것도 모르는 제이든이 입가에 미소를 띤 채 말했다.
그때 조정우의 스마트폰 벨소리가 울렸다.
잠깐의 통화를 마친 그가 말했다.
“다 됐다고 오라고 하네요. 하아······내 자유시간이.”
누구보다도 아쉬워하는 투였다.
#
펜션으로 돌아와 거실에 빙 둘러앉은 우리는 남매의 노래를 기다렸다.
긴장된 표정의 남예리가 곡을 재생했고, 곧 남예리의 청아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통통 튀면서도 흐름을 잃지 않는 벌스가 끝나고 코러스가 들린다.
[발에 얽힌 모래알 조각, 귓갈 스쳐가는 파도의 노랫말♬ 솜사탕 손에 쥔 아이들의 깔깔대는 웃음소리♬ 보글보글 물방울 피어나는 바닷가에서 쉬어가, 일상을. 오늘도 수고많았어♬]전체적으로 시원한 노래였다.
거기에다 풋풋하기까지 하고.
무엇보다.
“처음에 들었던 거랑 좀 다르네.”
“오늘 같이 여기저기 다녔잖아요. 그걸 토대로 다시 쓴 가사예요.”
직접 보고 들었던 경험들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가사가 돋보였다.
낮에 놀길 잘했네.
그런 생각을 하며 노래를 계속 들었다.
2절도 마찬가지로 발랄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노래를 듣다보면 바다를 가고싶은 마음이 들 정도였다.
‘이렇게 가사가 붙으니 훨씬 좋은데?’
나는 진심으로 생각했다.
경험이 선행되어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전의 가사에 비해 이번 가사는 훌쩍 여행을 떠나고 싶게 만들었다.
남매가 조마조마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괜찮아요?”
나는 솔직히 대답했다.
“엄청.”
그 말에 남매의 표정이 환해졌다.
나는 머릿속으로 곡이 완성되었을 때의 모습을 그려보았다.
두말할 것 없이 좋은 곡이 될 것이다.
하지만.
‘뭔가 특정되는 게 있었으면 좋겠는데.’
훌쩍 여행을 떠나고 싶게 만드는 곡.
하지만 어디로 갈지가 빠졌다.
나는 잠시 고민을 하다 창밖을 쳐다본 뒤 입을 열었다.
“괜찮긴 한데······가사에 해운대나 부산을 넣어보는 건 어때?”
“아. ‘송정밤바다’처럼요?”
역시 찰떡같이 알아듣는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모티브가 해운대잖아. 예를 들어 여기, 벌스 세 번째 줄에 ‘바닷가’를 바꿔본다든지.”
가사지에다 줄을 그으며 말하자 남매가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한 번 바꿔볼게요.”
그리고 그들이 다시 가져온 곡.
그건 아까와 별반 달라진 건 없었다.
몇몇 부분이 특정 바닷가를 가리키고 있다는 것만 빼면.
바꾼 글자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짐작컨데 효과는 확실할 것이다.
‘누구나 한 번쯤은 와봤을 정도로 유명한 바다이니 공감도 쉬울 거고, 계절이 돌아올 때마다 유행타기도 좋고.’
내 생각을 증명하듯, 조정우가 감탄한 목소리로 말하는 게 들렸다.
“······지금 바다에 와있는데도 바다 가고 싶어지는데요?”
“그렇지? 저기서 완성도가 더 높아진다고 생각해 봐.”
내가 조정우에게 말했다.
조정우가 눈썹을 찌푸렸다.
“더요? 음······.”
이내 그가 진지하게 말했다.
“거짓말 안 하고, 여름마다 이 노래가 떠오를 것 같아요.”
바로 그게 원하던 바였다.
이제 거기에다 특정 지역까지 곁들였으니, 여길 찾는 사람들은 언제든 남매의 노래가 생각날 것이다.
그럼 성공이나 마찬가지였다.
물론 그렇다 해도 둘이 만든 곡이 아주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었기에, 내가 손 볼 구석은 있었다.
‘전체적인 수정은 나중에 봐주면 되니까.’
하지만 그건 돌아간 후의 일이고.
나는 쌍둥이를 향해 말했다.
“······여기까지 할까? 고생했어.”
그러자 해라도 뜬 듯 밝아진 얼굴을 하는 둘.
“정말요?”
“어, 그런데 저희만 뭔가 한 것 같은 기분이······.”
남예리가 고개를 갸웃했다.
눈치도 빠르다.
그녀의 말처럼, 정말로 우리가 뭔가를 한 건 없었다.
그저 몇 마디 말을 던져준 것뿐.
그래도 지금 그들 스스로 곡을 만든 건, 결국 그들에게 도움이 될 게 분명했다.
스페셜 트랙이니, 콜라보니 해도 결국 이건 남매의 앨범이었으니까.
나는 웃으면서 말했다.
“고생도 했으니까 맛있는 거 먹을까? 회 어때?”
야식에 가까운 시간이었지만 한창 때의 애들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쌍둥이의 눈이 금세 초롱초롱해졌다.
뭔가 보고를 올린 이영찬은 우리에게 뭐든 먹으라며 카드를 건네주었다.
#
그렇게 휴가에 가까운 1박 2일의 일정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고서 다음 날은 온전히 작업에 몰두해야 했다.
그 작업이란 물론 부산에서 쌍둥이가 만든 세 번째 트랙을 다듬는 일이었다.
-♬ ♪
내 작업실을 구경하다 지금은 소파에서 쉬고 있는 제이든이 점점 완성되어가는 노래를 듣다가 말했다.
“제가 할 건 없겠네요.”
엄지를 치켜드는 모습을 보니 썩 마음에 들었나보다.
나는 마우스를 딸깍거리다 말을 꺼냈다.
“그나저나 이틀 전에 부탁하신 거요.”
“말씀하세요.”
“전달은 못할 것 같은데······.”
제이든은 이유를 묻지 않았다.
그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그러면 도하 씨가 가져주실래요? 제가 다시 들고가기는 좀 그래서요.”
뭐가 좀 그렇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말하는 투가 꼭 내게 주고싶어하는 것 같아 굳이 거절하지는 않았다.
‘뭐길래 그러지?’
나는 알겠다고 하고선 가방 안의 케이스를 꺼냈다.
민무늬이지만 고급스러운 케이스.
뚜껑을 열자 웬 지갑이 보였다.
“······지갑이네요?”
생각보다 평범했다.
하지만 집어보니 내가 가지고 있는 것보다 더 손에 익는 느낌이었다.
한 몸인 것처럼 편하다고 해야하나.
제이든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내 친구가 만든 거예요. 누군가한테 선물하고 싶다고 하니까 그걸 주더라고요. 솜씨는 좋은 친구니, 잘 사용해주세요.”
“그럴게요.”
마침 나름 오래썼다 싶었는데 잘 됐네.
나는 고맙다고 하며 지갑을 다시 넣었다.
원래 목표로 했던 사람에게 가지 못했는데도 제이든은 만족스러운 표정이었다.
나는 잠시 그를 쳐다보다 작업을 마무리한 뒤 말했다.
“······그럼, 보컬 녹음하러 가볼까요?”
“오.”
제이든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트랙, 완성됐나봐요?”
“네.”
사실 내가 한 건 얼마 없었다.
남매가 다 해놨으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어떤 노래가 될지 저도 기대가 될 정도예요.”
#
‘으으, 이 아저씨는 안 돌아가고 뭐 하는거야!’
그룹 러버블의 멤버, 혜란.
그녀는 하루종일 연습만 시키는 해외 프로듀서, 스티브 일러스를 노려보았다.
물론 아무도 모르게 몰래 말이다.
하지만 옆의 릴리에게는 들킨 모양인지 그녀가 소곤거렸다.
“원래 며칠 전에 돌아가기로 한 거 아니었나?”
“몰라, 여기 눌러붙은 셈인가보지.”
혜란이 날카롭게 말했다.
그 말을 들었는지는 몰라도 스티브가 그녀를 쳐다보았다.
“혜란, 다시. 라이브에서는 완벽한 공연을 보여줘야 할 것 아냐.”
대충 뉘앙스로 알아들은 혜란이 어쩔 수 없이 노래를 불렀다.
불만이 차있긴 했지만, 그녀는 노래라면 자신이 있었다.
역시나 스티브는 별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됐냐? 제발 좀 가라.’
엄한 선생이 한 명 더 늘어난 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았다.
혜란이 속으로 생각할 때, 스티브가 중얼거렸다.
“······이것도 부족해. 제이든을 이기려면······.”
제이든?
혜란이 고개를 들었다.
그녀가 어설픈 영어로 물었다.
“제이든이 왜요?”
스티브는 그녀를 힐끔 쳐다보았다.
“TX엔터테인먼트. 그곳에서 제이든을 불렀다고 들었는데.”
“그렇죠.”
머리를 굴려가며 해석하다 옆에서 릴리가 알려준 덕에 대화를 이어갈 수 있었다.
혜란이 말하자 스티브는 당연하다는 듯 입을 열었다.
“제이든이 참여한다는 게 무슨 뜻인지 몰라? 너희가 2, 3위를 할 수도 있다는 소리야.”
“2, 3위······. 농담이죠? 당신이 준 곡이잖아요. 게다가 TX에서 내놓을 신인은 남매밖에 없고요. 걔네한테 진다고요? 우리가?”
혜란이 피식 웃었다.
릴리가 통역을 해준 뒤 주의를 주듯 그녀를 쳐다보았지만, 혜란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스티브는 굳어진 얼굴로 말했다.
“내 곡은 좋지만, 너희는 아직 부족해. 내가 만족할 때까지 연습에 예외는 없다. 알겠어?”
말이 통하지 않을 것 같아 혜란은 물러서는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명색이 총괄 프로듀서였다.
그녀가 투덜거렸다.
“걔네보다 우리가 못한다는 소리야, 뭐야? 설령 순위가 밀린다고 해도 제이든이랑 김도하 때문인 건데 알게 뭐냐고.”
“그건 그렇지.”
릴리가 동의했다.
“솔직히 그 두 명은 좀 사기 아냐? 게다가 둘 다 TX소속도 아니잖아. 다른 곡은 몰라도, 콜라보 곡은 힘들 것 같은데.”
“내 말이. 우리도 비슷한 급으로 데려왔으면 또 몰라.”
“음, 스티브 정도면 나쁘지는 않은데.”
릴리의 말을 무시한 채 혜란이 말했다.
“아무튼 우리는 할 만큼 하고 있어. 매일 연습하잖아. 성적이 덜 나오면 곡을 잘못 가져온 프로듀서 문제야.”
하지만 그들은 몰랐다.
스페셜 트랙마저 남매가 거의 다 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