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a golden spoon songwriting genius RAW novel - Chapter 137
138. 돌아가기금수저 작곡천재가 되었다
한 달
#
‘하연악기’의 본사 매장.
고등학교 1학년 즈음으로 보이는 딸과 아버지가 나란히 방문했다.
“어서오세요. 찾으시는 제품이 있으세요?”
머리를 단정하게 올린 직원이 친절하게 웃으며 응대를 하자 아버지 쪽이 말했다.
“이 녀석이 쓸 기타를 좀 보러 왔습니다.”
“아, 따님이 쓰실 제품을 찾으시는 거군요.”
학생이 쑥스러운 듯 머리를 긁적였다.
그 나이대다운 모습에 직원은 미소를 지으며 다시 물었다.
“혹시 연주 경험은 있으실까요?”
“없어요. 처음이에요.”
학생이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직원의 눈이 반짝였다.
“그럼 마침 딱 추천드리고 싶은 모델이 하나 있습니다.”
“추천이요?”
“네. 바로 며칠 전에 재출시된 자체 브랜드 모델인데, 출시된 직후부터 많은 손님들이 찾고 계시는 제품이에요.”
그러면서 직원이 보여주는 건, 검색을 하다 몇 번 본 적이 있는 모델이었다.
그때 학생이 아버지에게 말했다.
“나 이거.”
“응? 이게 좋다고?”
처음이니만큼 많이 둘러보고 구매할 계획이었던 그가 의외라는 듯 말했다.
하지만 그의 딸은 이미 흥미를 가득 담은 눈으로 아버지를 쳐다볼 뿐이었다.
“김도하 기타잖아! 학교에서 엄청 난리란 말야. 이것만 들고 오면 막 주위에서 다 몰려와서 구경하고 그래.”
“아니, 이 녀석이······이제 보니 인기 끌려고 그러는 거였어?”
그가 황당하다는 듯 말했다.
소싯적 음악을 즐겼던 자신처럼 딸도 드디어 음악에 취미를 두는가 싶었더니.
아직 애는 애였다.
이미 속셈이 뻔히 드러났는데도 그녀는 한사코 부인했다.
“아, 아니야. 진짜로 한 번 배워보고 싶기도 했어······.”
“허허.”
그저 친구들에게 자랑을 하기 위해 그렇게나 ‘하연악기에 가자’고 자신을 보챘다니.
그는 딸에게 속았구나 싶어 헛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자식에게 이길 수 있는 부모는 없었다.
“알겠다, 알겠어. 대신 아빠랑 약속 하나 하자. 이거 사면 공부 열심히 하는 거다?”
“에엥.”
“기타 공부 말이야.”
그제서야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딸.
어쩔 수 없이 따라 웃음을 지으며 아버지가 물었다.
“이건 얼맙니까? 김도하라면 그 기타 치는 연예인 맞죠? 초보자가 쓰기에도 괜찮은 거예요?”
튀는 외모도 그렇고, 종종 방송에 얼굴을 비추기도 하다 보니 김도하를 가수나 모델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우려가 섞인 말에 직원은 친절히 대답했다.
“오히려 입문자 분들께 추천드리는 제품입니다. 십만원 대의 저렴한 가격이지만 그에비해 울림도 좋고 내구성도 무척이나 뛰어납니다. 실제로 김도하 씨 본인도 10년 이상 멀쩡히 사용하고 계시다고 알고 있어요.”
“그건 좋네요. 물건은 모름지기 튼튼해야 쓰지.”
아버지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소리는 좀 들어봐야겠는데. 이거 한 번 쳐볼 수는 있습니까?”
“아, 어차피 내가 쓸 건데.”
괜히 마음을 바꿀까봐 딸이 볼멘소리를 냈지만 아버지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당연히 됩니다.”
직원은 세워져있던 시연용 기타를 집어 그에게 건넸다.
아버지가 자세를 잡자 딸이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했다.
“아빠, 기타 칠 수는 있어?”
“욘석아, 내가 학생 때에는 여기저기서 스카웃 제의도 받고 그랬었어.”
진실인지 아닌지는 그 혼자만이 알만한 이야기였다.
딸의 표정이 더없이 싸늘해지는 것을 모르는 척한 그가 연주를 시작했다.
곡은.
“언젠가 너에게 불러주려고 했었던 이 노래♬”
‘편지에 적은 노래’.
옛날 유명 가수였던 하성훈의 곡이었다.
딸이 입을 살짝 벌렸다.
“아빠한테 이런 의외의 모습이 있었다니······.”
직원도 보고 있는데 무슨 그런 말을 하냐.
속으로 딸에게 한 소리를 하긴 했지만 모처럼 뿌듯함이 들었다.
한창 사춘기인 딸은 집에 들어오자마자 방으로 직행해서는 무슨 말을 걸어도 퉁명스러운 태도만 보여줘 서글픈 그였다.
이번 기회에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하지만.
‘음, 이 다음을 어떻게 치더라?’
그 다짐은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난관에 봉착해 버렸다.
기타를 친지 워낙 오래된 탓에 코드가 기억나지 않았던 것.
땀을 뻘뻘 흘리며 기억을 되돌리려고 애쓰는데.
“잘 치시네요.”
뒤에서 누군가의 말소리가 들렸다.
‘이 틈을 타서 멈춰야지!’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그가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왠지 낯이 익은 금발의 청년이 그를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어디서 봤더라?’
그가 고개를 갸웃하는데 옆에서 딸이 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려왔다.
“허억. 김도하······?”
김도하라면······그 연예인?
아버지도 놀란 얼굴이 되어 그를 쳐다봤다.
하지만 김도하는 멀뚱히 그를, 정확히는 그가 들고 있는 기타를 쳐다볼 뿐이었다.
그제서야 시선의 방향을 알아챈 그가 조심스레 물었다.
“······쳐보시려고요?”
“아! 아니요.”
김도하가 손을 내젓다가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말을 바꿨다.
“그러면 아까 치시던 부분에서부터 이어서 쳐볼까요?”
그러더니 자리를 잡고 기타를 건네받았다.
그 모습이 그렇게 감격이었는지, 딸은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있었다.
아까보다 훨씬 높아진 기대감을 담은 눈빛으로 김도하를 보는 건 덤이었다.
그는 괜히 심술이 나 생각했다.
‘그래, 얼마나 잘 치는지 실력이나 보자.’
김도하는 살짝 눈을 내리깔고서 연주를 시작했다.
그렇잖아도 그의 등장부터 조용해진 매장에는 그의 연주만 들리게 되었다.
-♬ ♪
가사도 없이 통기타 소리만 울리고 있었지만, 아버지는 그 어떤 때보다 감명을 받았다.
‘······확실히 다르긴 하네.’
아주 익숙한 듯 자연스럽게 기타를 솜씨가 예사롭지 않았다.
자신이 쳤을 때도 듣기 좋던 소리가 김도하의 손을 거치니 더욱 고급스럽게만 들렸다.
그는 문득 후회가 들었다.
그가 옛날에 기획사로부터 스카웃 제의를 받았다는 건 사실이었다.
그때는 먹고살기 바빠 어쩔 수 없이 거절을 했는데, 실제로 꿈을 이룬 사람을 눈앞에서 보니 기분이 오묘해졌다.
‘나도 포기하지 않았더라면.’
그런 생각이 들다가도 옆에서 입을 벌린 채 감상하는 딸을 보자니 괜한 후회이지 싶었다.
‘그래, 이거면 됐지.’
기타 연주 하나로 그의 머릿속에 온갖 생각이 빠르게 스쳐갈 때,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온 직원이 헐레벌떡 뛰어왔다.
그탓에 김도하의 손이 멈췄다.
직원은 김도하에게로 곧장 다가가 귓속말을 했다.
“그, 사장님께서 올라오시라고······.”
김도하는 고개를 끄덕인 뒤 시연용 기타를 다시 아버지에게 건네주었다.
“연주 잘 들었습니다.”
누가 누구에게 하는 소리인지 모를 말을 하며 김도하는 직원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사라졌다.
남겨진 부녀는 잠시 서로를 보다가.
“이걸로 구매하겠습니다.”
망설임 없이 카드를 꺼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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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너는 도착했으면서 바로 나한테 오지도 않고 1층에서 뭘 하는······.”
“드디어 그 모델 출시하셨더라고요. 방금 시연해보고 오는 길입니다. 소리가 여전히 좋던데요.”
“흠, 그렇긴 하지.”
얼굴을 보자마자 잔소리를 하려던 아버지가 순식간에 진정이 되었다.
그뿐이랴.
늘 딱딱하던 그의 얼굴에는 조그만 웃음꽃까지 피어났다.
“다 네 덕분이다. 일단 앉아봐라.”
그의 말대로 자리에 앉자 따스한 말투로 묻는다.
“그래서. 미국은 잘 갔다 왔고?”
“네.”
“노래는 언제 나온다고 하더냐.”
“한 달 정도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 가수가 참 대단한 가수던데, 멀리까지 가서 작업한다고 고생했구나.”
아버지의 말에 나는 어깨만 으쓱해보였다.
“원래 제가 하는 일인걸요.”
아버지는 기특하다는 듯 나를 보다 돌연 분위기를 바꿔서 말했다.
“그런데 도하야.”
“네?”
“너한테 실망한 게 하나 있다. 설마 내가 모를 거라 생각한 건 아니겠지.”
순간 심장이 덜컹거렸다.
최근에는 많이 유해졌다곤 하지만, 오랜만에 저렇게 엄한 얼굴을 마주하니 다시금 만만치 않은 사람이라는 게 느껴졌다.
나는 괜히 찔리는 심정을 무시하고서 태연하게 물었다.
“제 기억으로는 딱히 그럴만한 일이 없는데요.”
“······그렇게 나올 거라 예상했다.”
아버지는 나를 싸늘히 보다 엄한 어조로 물었다.
“도연이 옆에 누군가 생긴 것 맞지?”
“예?”
“어허, 모르는 척 그만 하라니까.”
아버지가 혼내듯 말했다.
생각한 거랑 다르긴 하지만, 의외로 정곡이었다.
어떻게 알았지?
“어떻게 알았냐는 표정이구나. 당연하지. 최근들어 도연이가 우리한테 자주 찾아오지 않더구나. 그렇다면 이유는 하나밖에 없지.”
그가 살벌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시간을 같이 보낼 사람이 생겼다는 것. 어떤 놈이냐?”
“어. 그게요.”
이건 이거대로 곤란했다.
박제윤의 성격이라면 아버지 앞에서 꼼짝도 못할 게 분명했다.
결국 나는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누나 요즘 새로운 옷 론칭하느라 또 바쁘던데, 그냥 그것 때문이 아닐까요?”
“······또?”
“그쪽 업계가 원래 그렇다고 들었어요. 저한테도 도와달라고 하던데, 저도 바쁘니까 못 들어줬죠.”
원래 그렇겠지?
나도 모르겠다.
되는대로 지껄였는데도 아버지는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건가. 에잉, 집사람이 괜히 이상한 소리를 해서······.”
역시 이 놀라운 감은 어머니의 것이었나 보다.
“뭐, 그런 거라면 됐다. 진지하게 결혼 계획이 있는지부터 물어보려고 했건만 물 건너 갔구나.”
“에이, 벌써부터 무슨······.”
“아무튼 멀리서도 일하고 오느라 고생 많았다. 오늘 부른 건 다름이 아니라 이걸 주기 위해서였어.”
그가 서랍에서 뭔가를 꺼내더니 내게 건넸다.
그건 0이 여러 개 붙은 수표였다.
“이걸 왜.”
“이 정도면 건물 증여세는 내고도 남을 거다. 그 정도는 너 스스로 내라고 했지만, 그냥 이걸 쓰거라.”
“그러니까 이걸 왜······.”
어리벙벙한 물음에 아버지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네 덕분에 재출시한 기타가 아주 인기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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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네! 기타 좀 치는 애들은 다 그거 산다고 하더라구요.”
하나연이 신이 나서 얘기했다.
미국에서 돌아오자마자 휴일이 되어 오랜만에 개인 작업실에 와있었는데, 어째서인지 조정우와 하나연도 방문한 상태였다.
나는 아버지의 말대로 그 기타가 학교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다는 하나연의 말을 듣고서야 하연악기 매장에서 봤던 고등학생이 떠올랐다.
“신기하네.”
새삼스레 판매율에 유명인이 끼치는 영향력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유명인이라는 소리는 아니었지만.
내 중얼거림에 하나연이 눈을 빛냈다.
“그래서 저도 하나 사려구요.”
“네가 사서 뭐하게.”
“소장이요!”
“돈 많이 벌었나보다?”
어이가 없다는 듯 말하자 하나연의 기세가 금세 줄었다.
“······역시 돈낭비일까요?”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런 데 돈 쓰지 말고, 어머니 맛있는 거나 사드리고 집부터 옮겨.”
말하면서 아까 아버지로부터 받은 새 모델을 가져와 하나연에게 건넸다.
“이건 내가 줄 테니까.”
“헉! 감사합니다!”
하나연이 감격스러워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다 우물쭈물 물었다.
“······사인도 해주시면 안 돼요?”
“······.”
유성매직으로 구석에 끄적여주자 기쁜 듯 활짝 웃음을 짓는다.
옆에서 조정우가 부러운 눈으로 보고 있길래, 무시할 수가 없어 나는 똑같이 사인을 해서 건네줬다.
“가보로 모시겠습니다!”
오버하는 그를 무시하고서 나는 평소처럼 컴퓨터 앞에 앉았다.
인별에라도 올리려는지 열심히 기타 사진을 찍던 조정우가 물었다.
“참, 형님. 앨리스 쪽은 잘 하셨을 테니 안 물을 거지만요. 컴필레이션 쪽은 어떻게 됐어요?”
“그거.”
나는 마침 베스트 송 트랙들을 모아둔 폴더를 보며 말했다.
“한 달 후에 낼 생각이야.”
“한 달이요?”
조정우가 고개를 갸웃했다.
나는 앨리스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그 앨범은 내가 도와줄 수 있어요. 곡에 대해 조언할 건 아니고요.’
‘그러면요?’
‘그냥 발매 일자를 나랑 맞추기면 하면 돼요. 그럼 내가 잘 요리해 볼게요.’
그러면서 눈을 찡긋하던 앨리스.
아마 본인 곡 홍보를 하면서 동시에 우리 앨범도 알려줄 생각인 듯했다.
나는 조정우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응. 한 달.”
이제 할 건 별로 없었으니 기간은 넉넉했다.
그래서인지 조정우는.
“얼른 반응 보고 싶은데 기다리기 힘드네요. 더 빠르게 일정을 잡으셔도 될 텐데.”
의아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한 달은 생각보다 짧은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