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the older brother of a top star RAW novel - Chapter (71)
탑스타의 친오빠가 되었다 71화
“······.”
정신이 멍하다.
15분 가까이 혼자 심폐소생술을 진행하면서 진을 다 빼 버린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아버지가 쓰러지셨다는 충격이 가장 컸다.
너무 단순하게 생각했다.
화물차의 졸음 운전으로 두 분이 돌아가신 게 아니었다.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로 사고가 일어났던 것.
하지만 이건 예측할 수가 없는 일이기도 했다.
‘최근에 검사를 받으셨는데도 이상이 없었으니까.’
심근경색이 이래서 무섭다.
건강검진을 받아도 조기에 진단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오빠. 어떻게······ 아빠 어떻게······.”
윤아는 거의 실신할 지경으로 울음을 터트리고 있었고, 어머니 역시 마찬가지였다.
둘 다 충격이 컸는지, 얼굴에 핏기가 사라져 있었다.
이대로 나까지 정신을 놓고 있다가는 큰일이 날 것 같았다.
“괜찮아. 윤아야. 아버지, 무사하실 거야. 항상 그랬듯이 또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나오실 거니까 걱정하지 마.”
내가 할 수 있는 응급조치는 전부 다 했다.
이제 남은 건 아버지의 의지였다.
가족을 누구보다도 사랑하시는 분이 이대로 허망하게 떠날 리 없다.
“어머니도 기운 차리세요. 아버지, 괜찮으실 거예요.”
“그, 그렇겠지?”
“네. 분명 괜찮아지실 거예요. 너무 걱정마세요.”
그런 말을 하면서도 나 역시 확신은 없었다.
내가 전해 받은 아우라를 따라 응급조치를 하긴 했으나, 그것이 정말 완벽했다고 할 수 있을까.
혹시 기억이 잘못 돼서 뭔가를 빠뜨린 건 아닐까?
그런 혼란스러움에 머리가 터질 것만 같았다.
1분이 마치 1년처럼 느껴질 정도로 길었고, 수술실에서는 여전히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불안하게 간호사와 의사가 다급하게 그 안으로 뛰어 들어가는 것만 보일 뿐.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정영훈 씨 보호자 분?”
드디어 수술실에서 의사 한 명이 나왔다.
“네!”
우린 얼른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 저희 아빠는 어떻게 됐어요?”
의사 선생님은 이마에 송글송글 맺힌 땀을 닦으며 말했다.
“정말 위험천만한 상황이긴 했지만, 다행히 수술은 잘 끝났습니다.”
“네? 그, 그럼 아빠는 괜찮은 거예요?”
“네. 괜찮으십니다. 일단 의식을 차리고 회복을 하셔야겠지만요. 그리고······ 아드님께서 응급처치를 하셨다고 하는데. 맞습니까?”
“아, 네.”
“정말 잘하셨습니다. 응급처치가 조금이라도 잘못 되었어도 살기 힘드셨을 거예요. 아드님께서 아버지를 살리셨네요.”
그 말을 듣고 나는 다리에 힘이 풀려 버렸다.
“엇! 오빠!”
“윤성아!”
다행히 아버지가 살아 나셨다.
정말, 정말 다행이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예. 힘드셨을 텐데, 이제 마음 놓으셔도 됩니다. 저희가 환자분은 중환자실로 올려 놓을 테니, 그동안 수납 창구에 가셔서 접수하세요. 그럼 이만.”
“감사해요, 선생님! 오빠. 괜찮아?”
“아, 응.”
나는 간신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만약 아버지가 이대로 돌아가셨다면 여기서 영영 일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 * *
“네? 우리 남편이 VIP실로 간다고요? 아니······. 왜요?”
데스크에서 접수를 하던 어머니는 고개를 갸웃 거리셨다.
그건 나와 윤아도 똑같았다.
접수를 하기도 전에 벌써 아버지의 병실이 VIP로 결정 되었다.
심지어 별도로 돈을 내지 않아도 된다고 하니,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아-. 그건 제가 그렇게 하라고 했습니다.”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우리 가족은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하얀 의사 가운에 원장이라는 명찰을 달고 있는 노년의 의사가 서 있었다.
윤아는 상대를 단번에 알아보았다.
“어! 저번에 봤던 그 할아버지?”
“허허. 이거 영광입니다. 제 얼굴도 다 기억해 주고.”
저번에 떡볶이집에서 내가 응급처치로 살려 드렸던 바로 그 할아버지였다.
그분은 어머니에게 인사를 하며 말했다.
“이거 인사가 늦었습니다. 제 목숨을 구해 준 은인의 어머님인데 말입니다.”
“아, 아니에요. 안녕하세요.”
“남편분의 소식은 들었습니다. 정말 많이 놀라셨겠군요. 그래도 다행히 아드님이 조치를 잘했더군요. 천만다행입니다. 그리고······ 제가 멋대로 병실을 잡아 두긴 했는데, 괜찮으실런지요. 조금이나마 이렇게라도 은혜를 갚고 싶습니다.”
“아휴. 저희는 감사할 따름이죠. 부디 남편이 잘 나을 수 있게 치료해 주세요.”
“예. 저희 의료진이 성심성의를 다해 모실 겁니다.”
그러면서 할아버지는 나와 악수를 나누면서 말했다.
“그 일이 있은 뒤에 두분 나오는 영상은 다 찾아봤습니다. 정말 심금을 울리더군요. 하지만 만약 연예인이란 직업이 안 맞는다고 생각하면 언제든 저한테 연락 주세요. 정윤성 씨는 의사로써 재능이 출중하니까요.”
빈말로 하는 말 같지 않았다.
나는 악수를 하면서 흘러 들어오는 이 할아버지의 아우라를 느꼈다.
몸은 늙었어도, 그 기운은 여느 젊은이 못지 않게 끓어 오를 정도로 넘쳐났다.
“예. 감사합니다, 원장님.”
“그럼 또 뵙겠습니다. VIP실은 여기 우리 담당의가 안내해 드릴 겁니다.”
우린 담당의를 따라 꼭대기 층에 있는 VIP실로 향했다.
“응급처치도 아주 깔끔했고, 수술도 잘 끝나서 얼마 안 있어 의식을 차리실 겁니다.”
병실에는 아버지가 호흡기를 달고 누워 계셨다.
우리는 말 없이 그 앞에 앉아 아버지가 정신을 차릴 때까지 가만히 기다렸다.
그렇게 얼마쯤 시간이 흘렀을까.
“으음-.”
마치 긴 잠에서 깨어나듯, 아버지가 부스스 눈을 뜨셨다.
“뭐, 뭐야. 여긴 어디······.”
“여, 여보! 정신이 들어?”
“아빠!!”
“아버지!”
아버지는 놀란 눈으로 우릴 둘러 보았다.
“뭐, 뭐야. 다들 왜 그래? 윽-!”
수술 통증이 남아 있으신지 아버지는 짧게 신음을 내뱉으셨다.
어머니는 눈물을 글썽이며 그런 아버지를 찰싹 찰싹 때리셨다.
“진짜 내가 당신 때문에 못 살아!!”
“아야. 아파!”
“그냥 나한테 맞아 죽어, 이 화상아!”
“으악!”
“으아아앙. 아빠!”
어머니는 아버지를 때리기만 하셨고, 윤아는 참았던 눈물을 다시 터트리며 아버지를 껴안고 있었다.
나 역시 차오르는 눈물을 애써 삼키며 한숨을 내쉬었다.
시간을 보니 어느새 12시가 훌쩍 지나가 버리고 말았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마지막 날이기도 했던 결혼기념일이 무사히 끝난 것이었다.
* * *
“나 이제 정말 괜찮다니깐? 하하.”
“괜찮긴 뭐가 괜찮아. 이 뱃살은 그대로인데! 그러다 또 쓰러지면 어쩌려고.”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어머니.”
나는 웃으며 아버지에게 말했다.
“이제 저랑 같이 쭉 운동하셔야 돼요, 아버지.”
“으응? 너, 너랑?”
“네.”
“너 운동 엄청 열심히 하지 않니?”
“맞아요. 그래도 무작정 몸을 혹사시키면서까진 하지 않아요. 쉴 땐 푹 쉬고 할 땐 팍 하는, 밸런스 맞는 운동을 추구하니까요. 아버지도 이제 앞으로 저랑 하셔야 돼요.”
“크흠. 그, 그냥 나는 헬스장이나 가볍게 다니는 게······.”
내가 눈짓을 보내자 어머니는 기다렸다는 듯이 아버지의 등짝을 강하게 때리셨다.
“당신 쓸데없는 소리하지 말고 윤성이 말 들어! 저번에도 헬스장 끊어 놓고 등록 당일만 가고 한번도 안 갔잖아.”
“그건 일이 바빠서······.”
“걱정 마세요, 아버지. 일이 바쁘셔도 운동하실 수 있게 제가 옆에 항상 있을게요. 충분히 일하시면서도 운동할 수 있어요.”
“······윤성아. 너 좀 낯설다.”
아버지가 우는 얼굴을 해도 소용 없다.
심근경색은 무엇보다 살을 빼는 것이 중요하고 식단 관리도 필수였다.
“어머니. 기대하세요. 제가 아버지 젊었을 때보다 훨씬 더 몸 좋게 만들어 드릴 테니.”
“호호. 그건 기대된다, 얘.”
어머니는 아버지의 툭 튀어 나온 뱃살을 어루 만지며 말씀하셨다.
“이걸 주물 거리면서 콕콕 찌르는 재미가 있었는데,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당신이 원한다면 쭉 유지해 줄 수 있어.”
“됐거든요. 가서 윤성이처럼 복근 만들어 와.”
“윽.”
짐을 다 챙긴 아버지는 고개를 두리번 거리셨다.
“그런데 윤아는?”
“밑에서 기다리고 있어요.”
“아. 그래? 얼른 가자 그럼.”
그렇게 우리가 퇴원을 위해 병실 밖으로 나오자 그곳에는 원장님과 여러 의사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 가시는군요.”
“아이고, 원장님. 덕분에 편안하게 병실 생활하다 갑니다.”
“하하. 예. 다행입니다. 그리고 건강 관리 잘하십시오. 부디 병원에서는 볼 일이 없기를 바라겠습니다.”
“예. 앞으로 몸 관리 잘하겠습니다.”
그러면서 원장님은 뒤에 있던 내게 윙크를 날렸다.
난 의학의 길에 전혀 생각이 없는데, 저분은 아직 포기하지 않은 모양이다.
우린 그렇게 인사를 나누고 내려와 병원 강당으로 향했다.
“응? 어디 가는 거야?”
“잠깐 보여 드릴 게 있어서요.”
나는 부모님을 데리고 강당 안에 들어섰다.
그러자마자 피아노 소리가 강당 안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어? 저거 윤아 아니야?”
강당 가운데에는 피아노가 하나 있었고, 윤아가 그곳에서 연주하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안녕. 엄마, 아빠. 오늘도 둘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내겐 꿈만 같아.]윤아가 부모님의 결혼기념일을 위해 오랫동안 고민하며 작곡한 노래였지만, 그걸 퇴원 기념으로 부르게 되었다.
때마침 오늘 환자들을 위한 클래식 연주회가 있었어서 피아노를 빌릴 수 있게 됐다.
[항상 따스하게 나를 바라봐 주는 두 사람을 위해, 나 오늘도 행복하게 살아가.]진하게 울려 퍼지는 피아노 소리와 함께 윤아의 청명한 목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히고 있었다. 두 분은 윤아의 무대를 멍하니 바라보고 계셨다.
그 누구라도 저 무대와 이 노랫소리를 듣는다면 제자리에 멈춰 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꿈만 같은 삶, 하늘이 주신 이 선물을 나 그냥 보내지 않을래~.]윤아의 노래 가사는 마치 내 이야기처럼 들렸다.
나 역시 매순간이 꿈만 같은 기분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래서일까.
[이 놀라운 기적을 감사하며-.]조금은 가사가 묘하게 들리기도 했다.
“엄마, 아빠~! 축하해요!”
노래를 마친 윤아가 박수를 치면서 축하했다.
그리고 나는 미리 준비했던 케이크에 불을 붙이고는 두 분 앞에 가져다 드렸다.
“원래는 결혼 기념일에 드리려고 했는데······ 퇴원 선물이랑 겹치게 되었네요.”
“헉. 결혼 기념일 때 산 케이크를 아직도 안 버리고 가지고 있었던 거야?”
“에잇! 이 양반아. 그걸 지금까지 가지고 있었겠어? 하여튼 분위기 깨고 있어.”
“하하. 농담이지, 농담. 그럼 여보. 우리 동시에 불어 볼까?”
아버지는 두 손을 모으며 소원을 비셨다.
“부디 제가 100살 넘게 살아서 우리 귀엽고 사랑스러운 윤성이랑 윤아를 오래오래 보게 해 주십시오. 한번 더 주신 기회, 정말 잘 쓰겠습니다.”
“뭐야. 당신. 나는 오래오래 안 보려고?”
“엇. 우리 아내도 오래오래 보겠습니다.”
그렇게 소원을 비신 뒤 얼른 촛불에 불을 끄셨다.
불이 꺼진 촛불에서 나오는 연기가 높이 솔솔 피어 오르고 있었다.
마치 아버지의 소원을 이뤄 주기 위해 하늘로 올라가는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