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the younger brother of the heroine of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177)
177화
177. 북부 연합의 용사들(3)
태호가 매장의 간판을 멍하니 바라보자, 어느새 저스틴이 그 옆으로 다가왔다.
“호오, 그 영애한테 선물을 사 주려는 건가? 확실히 본인이 운영하는 매장이라면, 말 그대로 왕 대접을 받을 수 있겠지. 그보다 우리도 어제 할인 카드를 받았으니까, 정장이라도 한 벌 맞춰 보는 게 어때?”
저스틴의 뒤로 왕린, 사쿠라, 알렉스가 따라왔지만, 태호는 씁쓸히 웃으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지금은 너무 무리하지 않는 편이 좋지 않을까? 이곳의 정장은 엄청 비싸다고? 그나마 저렴한 것들은 금화 몇 닢으로도 살 수 있겠지만…… 가장 비싼 정장은 금화로 수백 닢이나 한다고 들었어.”
“Shit……. 무슨 정장 한 벌이 그렇게 비싸? 나 같으면 차라리 스포츠카를 사고 말겠어.”
저스틴이 욕설을 중얼거리던 때, 왕린은 살짝 울컥하고 말았다.
제시카가 들어간 매장을 본인이 들어갈 수 없다니.
재벌가의 자녀였던 그녀는 일개 모델보다 못한 자신의 처지에 얼굴을 찡그리면서 곧장 손가락으로 스페이원 의류점을 가리켰다.
“저도 드레스 한 벌이 필요했었어요. 들어가죠.”
“하, 하지만 드레스도…….”
“모델이 되면 계약금으로 금화 500닢을 받는데 뭐가 그렇게 걱정인가요?”
또각또각.
흰색 원피스 차림의 왕린은 곧장 의류점을 향해 돌격했다.
그러자 저스틴이 씨익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화끈한데? 하지만 린의 말도 맞는 말이야. 나도 들어가서 정장이나 한 벌 맞춰야겠어. 옷은 사람의 가치를 드러내는 것 중 하나라고? 최고급 정장 한 벌 정도는 가지고 있으면 좋을걸?”
그리 말하면서 왕린의 뒤를 따라가는 저스틴.
한편, 사쿠라와 알렉스는 의류점으로 들어가는 두 사람을 멍하니 바라봤는데.
사쿠라가 우물쭈물하던 때, 알렉스가 저스틴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미간을 좁혔다.
“……지금 저것들이 뭐라고 떠드는 거야? 모델이라니? 그리고 계약금은 또 뭐고?”
“아하하, 그러고 보니, 말해 주지 않았었네.”
태호는 멋쩍게 웃으면서 어제의 상황을 그대로 말해 주었다.
그 순간, 알렉스는 화가 난 얼굴로 발을 몇 번이나 굴렸다.
“왜 나한테는 그런 제안을 해 주지 않았던 건데?! 그냥 사진만 몇 번 찍어주면 한 달에 수십만 달러를 벌어들이는 거잖아! 제길, 이 뱃살 때문이냐?!”
그는 살짝 쳐진 본인의 뱃살을 두 손으로 붙잡으면서 소리쳤다.
그 모습에 쓰게 웃어 보인 태호와 사쿠라.
알렉스는 긴 한숨을 토해낸 뒤, 터덜터덜 스페이원 의류점으로 걸어갔다.
“상처를 많이 받은 모양이네. 그보다…… 우리도 들어갈까?”
“네, 그래요.”
사쿠라와 함께 의류점으로 들어간 태호는 이내 몸이 굳고 말았다.
번쩍이는 대리석 바닥과 고급스러운 가구들. 게다가 옷장에 걸려 있는 최고급 드레스와 정장들까지. 좌측에는 여성복이, 우측에는 남성복이 비치되어 있었다.
알렉스는 정장을 살펴보는 저스틴을 노려보며 천천히 다가갔다.
알렉스를 발견한 걸까?
저스틴이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어이, 왜 그런 흉흉한 얼굴로 보는 거야? 내가 뭘 잘못했었던가?”
“……제길.”
“흐음?”
의미를 모르겠다는 듯 어깨를 으쓱거린 저스틴은 고개를 돌려 태호를 바라봤다.
저스틴의 시선을 받은 태호는 쓰게 웃으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가로저을 뿐, 아무런 행동도 보이지 않았다.
한편, 사쿠라와 왕린은 서로에게 드레스를 추천해 주며, 시착을 해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맞은편에선 저스틴, 알렉스, 태호가 멋스러운 정장을 걸친 채 거울을 지그시 바라보며 잠시 자아도취에 빠졌다.
“흐음, 역시 이 정도면 나쁘지 않겠는데? 역시 얼굴 덕분인가?”
저스틴은 본인의 턱을 매만지면서 거울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 옆의 시착실에선 큰 사이즈의 정장을 입은 알렉스가 본인의 배를 툭툭 문지르면서 눈썹을 꿈틀거렸다.
“이 정도면…… 나도 괜찮은 것 같은데 말이야. 뱃살만 조금 빼면 되려나? 그래도 이 정도면 모델로도…….”
그리 중얼거리는 알렉스.
그 옆 시착실에선 태호가 옷깃을 세우고, 느끼한 표정으로 거울을 응시했다.
“흐음, 머리를 올백으로 넘겨 볼까? 아니, 좀 이상할지도……. 그보다 정말 부드럽네. 역시 명품이란 건가.”
그렇게 세 남자가 거울 너머의 자신에게 빠진 시각, 제시카와 금발의 청년이 2층에서 내려왔다.
제시카는 1층에서 쇼핑 중인 왕린과 사쿠라를 발견하곤 반가운 듯 인사를 건넸다.
“어머, 두 사람이 이곳에는 어쩐 일인가요?”
“그쪽은…….”
왕린은 제시카의 질문에 대답하기보다 그녀의 옆에 서 있는 청년을 바라봤다.
금발의 청년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저는 키르크스 왕국 링스턴 후작가의 장남, 멜빈 T 링스턴이라고 합니다. 오늘은 영광스럽게도 페피즈 백작님의 에스코트를 맡게 되었습니다. 두 분께서는 스페르트 왕국의 하나모토 사쿠라 백작님과 미나스 왕국의 왕린 백작님이시군요. 처음 뵙겠습니다.”
멜빈의 정중한 인사에 왕린과 사쿠라는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제시카는 두 사람을 보면서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그런데, 설마 둘이서 온 건가요? 어제의 그 바보들은…….”
“그 바보들이라면 저쪽에서 거울 속 자신에게 푹 빠져 있네요”
제시카는 왕린의 손가락을 따라 시선을 움직였다.
이내, 거울 앞에서 한껏 멋을 부리는 세 남자를 발견하자, 그녀는 못 볼 것을 봤다는 듯 고개를 홱! 돌려 버렸다.
“저 바보들은 부끄러움이라는 것이 없는 건가요?”
“……있다고 생각하세요? 그나마 태호는 정상인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아쉽게도 그 역시 멀쩡한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제시카는 한숨을 쉬면서 왕린의 말에 동의했다.
“아, 2층에도 예쁜 드레스들이 많으니, 한 번 둘러보기를 추천할게요. 저도…….”
제시카는 계단을 내려오는 두 명의 집사를 손바닥으로 가리키면서 생긋 미소를 지었다.
“꽤 많이 구매했거든요. 금액은 상당히 비쌌지만, 링스턴 후작 영식께서 선물로 사 주신다고 해서…… 솔직히 조금 부담스럽기는 한데…….”
제시카가 눈을 힐끔거리면서 멜빈을 올려다봤다.
그녀의 가식적인 모습에 왕린의 이마에선 핏줄이 살짝 돋아나고 말았는데, 멜빈은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화사한 미소로 입을 열었다.
“이 정도는 작은 선물에 불과합니다. 마음 같아선 이 매장의 모든 것을 선물로 드리고 싶을 정도입니다.”
좋아하는 이성에게 잘 보이고 싶다는 마음에 터트린 발언.
그런 눈꼴사나운 모습에도 불구하고, 누군가가 두 사람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건 고마운 이야기군. 이 매장의 상품들을 모두 구매해 주겠다면 굳이 말리지는 않겠네. 링스턴 후작 영식.”
갑작스러운 목소리에 화들짝 놀란 왕린과 사쿠라는 멜빈의 어깨 뒤로 보이는 사내의 모습에 슬쩍 미소를 지었다.
반면, 얼굴을 와락 찡그린 제시카. 누가 감히 자신과 멜빈의 대화에 찬물을 끼얹는단 말인가.
마찬가지로 눈썹을 꿈틀거린 멜빈은 용사들의 앞이기 때문일까? 마음을 가라앉힌 뒤, 천천히 고개를 돌려 목소리의 주인공을 바라봤다.
“다, 당신은…….”
멜빈은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이게 몇 년 만이지? 그때의 나는 아르덴의 가주였던지라 경쟁사인 스페이원 의류점의 매출이 늘어나는 것을 그리 달가워하지 않았었는데…… 지금은 상황이 달라져서 말이야. 이 매장 내에는 금화 5~6천 닢가량의 상품들이 존재하니, 괜찮다면 마음껏 둘러보고 구매하게.”
“하, 하하하, 비유적인 표현이었습니다. 그만큼 페피즈 백작님께 성의를 보이고 싶다는…….”
“이런, 그렇다면 실례를 저지르고 말았군. 부디 용서해 주길 바라네.”
“괘, 괜찮습니다.”
제시카는 식은땀을 흘리며 말을 더듬는 멜빈의 모습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도대체 눈앞의 사내가 누구기에 링스턴 가문의 후계자인 그가 이렇게까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까지 더듬는단 말인가.
“그, 그보다도 스페이원 백작님께서 이곳에 계실 줄은…….”
“자네가 2층에서 데이트를 즐기는 것 같아 조용히 3층으로 올라갔었네. 나도 내 연인과의 시간을 방해받고 싶진 않았고 말이야.”
이내 우르르 다섯 명의 직원들이 수많은 박스들을 가지고 1층으로 내려왔다.
그것을 부담스럽다는 듯 바라보는 금발의 여인, 네리스.
케이네스로선 굳이 강제하지 않았으나,
“이렇게 선물을 주는 걸로 네리스 H 윌트가 케이네스 H 스페이원과 교제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대외적으로 알리는 것도 좋지 않을까? 개인적으로는 연인관계를 대놓고 드러내고 싶지만…… 만약 그게 부담스럽다면 몇 개만 고르는 걸로…….”
라는 비겁한 발언으로 네리스를 설득시켰다.
다른 무엇보다도 ‘네리스 H 윌트가 케이네스 H 스페이원과 교제를 하고 있다’라는 이야기가 그녀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겠지.
또, 사치를 싫어하는 영애는 없었다.
네리스 역시 사치를 즐기고, 남들과 같이 과시욕을 가지고 있다.
‘이, 이건 사치의 수준을 크게 넘어 버렸잖아?!’
설마, 금화 873닢이라는 현금을 한 번에 지불할 줄이야. 이것이 스페이원의 자금력인가?
아니면 케이네스가 너무 사치스러운 것뿐일지도.
케이네스가 너무 과욕을 부린 게 아닐까라는 생각에 네리스는 살짝 걱정되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녀의 걱정을 느낀 것인지, 케이네스는 미소를 보이면서 그녀의 머리에 살포시 손을 얹었다.
“너무 걱정하지 마. 이래 보여도 개인적으로 벌어들이는 수입이 따로 있거든. 오히려 이 정도 지출로는 간에 기별도 안 올걸?”
그런 케이네스의 말에 네리스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리고 다시 현재로 돌아와.
멜빈은 마치 상관을 대하듯 케이네스와 대화를 나누었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제시카는 살짝 불만 어린 표정을 지었다.
‘스페이원 백작이면 올해로 16살이 된 귀족이잖아? 왕국의 후작가 정도면 제국의 백작가와 맞먹는다고 하지 않았던가? 게다가 자신보다 어린 귀족한테…….’
제시카가 마음속으로 투덜거리던 때, 그녀의 맞은편에 서 있던 네리스가 케이네스를 향해 눈을 반짝였다.
그의 말투와 행동에서 평소에는 볼 수 없었던 가주로서의 기품이 느껴진 것이다.
‘역시 케이네스 님이야!’
누가 그를 16살의 청소년으로 보겠는가.
네리스가 연신 감탄하던 순간, 어느새 태호의 일행이 여성복 코너로 다가왔다.
“스페이원 백작님 아니십니까.”
“여러분들도 이곳에 계셨군요.”
“예, 정장을 하나 맞추려고…….”
케이네스는 세 사람이 입은 정장을 순식간에 스캔했다.
“흐음, 그 정장이 마음에 드신다면 선물로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정장 외에도 한 가지 정도는 선물로 드릴 테니, 금액에 상관없이 마음에 드는 상품을 골라주세요.”
이내, 사쿠라와 왕린을 향해 시선을 돌린 케이네스.
“두 분 역시 드레스는 선물로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1~3층까지 마음껏 둘러보신 뒤, 한 가지 원하는 상품을 지배인에게 말씀해 주세요.”
순간, 용사들은 크게 놀란 표정을 지었다.
금화로 수십에서 수백 닢에 달하는 상품을 그냥 준다고?!
용사들이 놀라는 사이 케이네스는 무언가를 깨달은 듯 미간을 찌푸린 채 말을 바꾸었다.
“아니, 구두와 액세서리, 손목시계 등을 포함하면 한 가지로는 많이 부족하겠군요. 일단, 이 매장에서 판매되는 상품 중 다섯 가지 정도는 선물로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결제는…….”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 선에서 처리를…….”
케이네스는 오른손을 들어 지배인의 말을 끊었다.
“아니, 상회의 건이다. 대금은 내가 지불하지.”
케이네스는 아공간 주머니를 지배인에게 건넸다.
“안에는 금화 1,500닢이 들어 있네. 그 정도면 충분하겠지?”
“무, 물론입니다.”
단번에 150억 원 상당의 현금을 지불하는 케이네스의 배포에 이 자리의 모두가 경악하고 말았다.
멜빈조차 움찔할 수밖에 없는 거액.
세간에선 왕국의 후작과 제국의 백작을 거의 동등한 존재로 대우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일종의 변이종으로 불리는 가문이 존재했는데, 그것이 바로 라바디안 제국의 대부호, 스페이원이다.
재력 면에서 스페이원 가문은 말 그대로 거인이나 다름없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