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reverted to being a K-drama genius RAW novel - Chapter 138
“넵!”
소주잔을 받아든 임현서는 곧장 두 손으로 잔을 가린 채, 몸을 옆으로 틀어 예의를 갖추며 원샷했다.
“저도 선배님 많이 존경합니다!”
“내가 널 왜 도래원한테 보냈을 거 같냐?”
“⋯ 글쎄요. 중요한 순간에 결정적인 역할을.. 맡겨주시려고요?”
“하하. 결정적인 역할? 그게 뭔데?”
“이를테면⋯.”
“이를테면?”
“뭐, ‘골드 버튼’ 편집본을 건드린다거나 그런 걸까요⋯?”
“이 새끼⋯.”
하인혁은 눈 하나 깜빡 안 하고 저런 말을 지껄이는 임현서를 보며,
불과 몇달 전의 자기 자신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때문에 하인혁은 임현서에게 한마디 하기 전에 소주잔부터 시원하게 비웠다.
“야, 인마. 아니거든! 이 새끼가 나를 뭐로 보고⋯.”
“⋯아, 죄송합니다.”
“도래원이 시키는 건 뭐든지 해. 그냥 대충대충 시늉만 하라는 게 아니라, 열심히! 잘! 해내라.”
“넵!”
“네가 일을 잘해야, 도래원이 중요한 업무를 너한테 많이 맡길 거야.”
“아⋯. 넵.”
“그 팀에 실수하거나 깽판 치라고 보내는 거 아니란 뜻이다. 도래원 그렇게 만만한 놈 아니니까.”
“넵. 알겠습니다.”
“대신.”
“⋯?”
하인혁이 잘 익은 곱창과 부추를 한가득 입안에 넣으며 잠시 뜸을 들였다.
“도래원한테서 연출적인 노하우 같은 걸 많이 배워.”
“아⋯. 넵.”
“연출 노트나 콘티 같은 내부 파일은 복사 떠서 너도 공부하고, 꼼꼼하게 모아서 나한테도 보고해.”
“아, 넵!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임현서는 똑똑했다.
뭐든 가르치는 대로 흡수하는 타입인 데다가 눈치도 있었기에,
지금 하인혁의 착잡한 표정까지 단번에 읽어버린 그였다.
쪼르르르——
이번에는 임현서가 하인혁의 빈 잔을 채워주었다.
하인혁은 계속해서 말없이 소주잔을 비우거나 곱창을 씹을 뿐이었다.
“명심해라. 허튼짓 말고 맡은 건 똑 부러지게 처리해야 도래원도 너를 신뢰하고 마음 열거다.”
“넵. 능력 발휘해 보겠습니다!”
“이제 다 너 하기에 달렸어.”
“넵!”
하인혁에게 도래원은 항상 신경 쓰이는 존재였다.
도래원이 입사한 이래로 그에게서 눈을 뗄 수 없던 하인혁이었으니까.
모차르트를 지켜보는 살리에리가 이런 심정이었을까?
결국 살리에리는 모차르트의 옆에 임현서를 심어두는 전략을 택했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질투로 눈이 멀어버릴 것 같았으니까.
도래원의 팀에 직접적인 피해만 주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했기에,
자기 기준에서는 페어플레이라고 생각하며 떳떳한 하인혁이었다.
‘게다가 민폐 신입 김지우도 내가 직접 처리해 보겠다고 먼저 거둬줬잖아. 난 떳떳해.’
지금 하인혁은 분명 떳떳했다.
아니, 떳떳해야만 했다.
허나 그의 속 깊은 곳에서 왠지 모를 씁쓸함이 자꾸만 차올랐고,
하인혁은 이를 쓰디쓴 알콜로 게워내려 연거푸 소주를 들이부었다.
* * *
같은 시각.
래원도 유찬을 데리고 저녁을 먹고 있었다.
“어우. 보통 일이 아니야⋯.”
눈 밑에 다크서클이 짙게 내려앉은 유찬이 퀭한 얼굴로 투덜댔다.
래원은 그의 앞접시에 닭갈비를 가득 덜어주었다.
“원래 입봉작은 다 그런 거야. 많이 먹고 힘내라.”
유찬은 닭갈비를 몇 점 먹더니 본격적으로 징징대기 시작했다.
“아니, 형. 나는 차가을 작가님이 그렇게 고집이 센 줄 몰랐다니까? 형이랑 작업할 때도 그랬어?”
“야, 고집 없으면 작가 어떻게 하냐? 자기 고집 없는 작가는 세상에 없다.”
“하⋯. 술 마렵네.”
“안 돼! 너도 나도 내일 촬영이잖냐.”
“⋯ 알지 나도.”
“촬영 끝내고 형이 밤새도록 같이 마셔줄게.”
“하아⋯. 아니, 배우들은 또 왜 그렇게 자기중심적이야?”
“그래야 먹고 사니까.”
“틈만 나면 한마디씩 의견 내는데, 끝까지 들어보면 결국 자기가 돋보이고 싶은 거야.”
“그런 의견들 잘 걸러 들으면 캐릭터도 살고 좋을 때도 많다. 결국 자기 캐릭터에 가장 진심인 건 배우들이니까.”
“알지, 아는데⋯. 내가 무슨 솔로몬도 아니고, 서로 다른 의견들 속에서 중재할 게 너무 많으니까 그렇지⋯.”
“어쩌겠냐, 우리 일이 그런 걸⋯.”
“촬감님도 그래! 아무리 내가 입봉이래도 감독인데 말이야!”
“표인하 촬영 감독님?”
표인하 촬영 감독은 래원의 미니시리즈 입봉작 을 함께 했던 이였다.
당시 신영진 촬영 감독이 아끼는 후배라며 래원을 위해 추천해준 인사였다.
“어. 처음 만났을 때 내가 조연출이었다고 무시하는 거야 뭐야!”
“너 표 감독님 스타일 모르냐? 먼저 배려해드리면, 알아서 존중해주시니까 잘 좀 해봐.”
“⋯ 뭘 어떻게 잘해?”
“표인하 촬감님 스타일이 풀샷 먼저 잡아서 조망한 후에, 클로즈업이나 바스트 샷 조이는 걸 좋아해. 유독 그 반대는 안 좋아하시고.”
“⋯ 그렇게 먼저 맞춰드리라는 거지?”
“어. 넌 내 조연출 때 뭐했냐? 옆에서 그런 거 안 배우고?”
“와⋯. 형은 조연출 하나밖에 안 해봐서 모르잖아! 조연출이 현장에서 얼마나 바쁜데! 앉을 시간도 없거든!”
래원은 그저 피식 웃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조연출을 하나밖에 안 해보긴⋯. 내가 너보다 못해도 3배는 많이 했을 건데?’
유찬은 아무리 투덜대도 자기편을 들어주지 않는 래원에게 내심 서운했으나,
그렇다고 래원이 하는 말이 틀린 것도 아니었기에, 화제를 돌리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참, 래미 연기 많이 늘었더라?”
“‘소철않’ 때보다? 늘어야지. 그간 받은 레슨이 얼만데⋯.”
“그때보다는 당연히 늘었고. 뭐랄까, 현장에서 강한 타입 같달까?”
“⋯?”
“전체 리딩 때나, 단독 미팅 때 나랑 작가님 앞에서 보여주던 거랑 전혀 달라. 카메라 앞에 서니까 완전 연기파로 돌변하던데?”
“그래⋯?”
래원은, 자신에게 SOS를 청한 래미에게 두어 번 특훈을 해줬던 것을 떠올렸지만,
비밀을 지켜달라고 신신당부했던 래미의 간절한 눈빛이 생각나서 입을 다물었다.
그저 입가에 뿌듯한 미소를 머금을 뿐이었다.
“아이돌 활동하고 와서 그런지 눈치도 빨라. 선배 배우들이나 스텝들한테 사근사근하게 잘 해. 래미가 있는 날은 촬영장 분위기부터 다르니까.”
“많이 먹어라.”
래원은 유찬의 앞접시가 비자 닭갈비를 한가득 더 떠주었다.
히죽히죽 웃음이 가득한 채로 말이다.
“다재다능한 동생 둔 기분은 어때? 듣자 하니, 가을에는 노노카랑 보컬 유닛으로도 나온다며?”
“⋯?”
“왜? 형도 아는 거 아녔어?”
“알지. 아는데⋯. 너는 그걸 어떻게 아냐?”
“래미가 비밀이라면서 말해줬는데?”
“⋯그래? 나한테만 알려준 건 줄 알았는데⋯.”
“에이, 형도 참. 내가 래미 드라마 감독인데, 나나 형이나 마찬가지지 뭐!”
이에 래원의 가슴에 알 수 없는 서운함이 밀려들던 찰나,
지이이이잉——
[ 황태수 선배 ]황태수 국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네, 선배.”
– 래원아, 출품했던 거 있잖냐.”
“네. 왜요? 결과 나왔어요?”
– 본선 노미네이트 됐어!
“와. 감사해요!”
– 감사는 무슨⋯.
“에이, 이번에는 진짜 선배가 신경 써주신 덕이잖아요.”
– 짜식⋯.
“근데 3개 중에 어디에 노미네이트 된 거예요? ”
백상 예술대상, 밴프 월드 미디어 페스티벌, 몬테카를로 TV 페스티벌.
로 이 세 곳에 동시 출품했기에 던진 질문이었다.
– 어디긴⋯.
“⋯?”
– 셋 전부다!
“와우⋯.”
덕분에 래원은 행복한 걱정에 빠졌다.
편성에 맞춘 촬영 일정 자체만으로도 바쁜데,
그 사이 틈틈이 소화해야 할 스케줄이 갑자기 3개나 늘어난 것이었으니까.
래원은 황태수와의 통화를 마무리하고,
곧바로 눈앞의 유찬에게 이 소식을 전했다.
“대박! 축하해, 형!”
“고맙다.”
“완전 기분 좋은데? 나도 형 덕분에 명작 드라마 조연출, B팀 거친 감독 되는 거잖아?”
래원은 유찬의 말에 피식 웃었다.
유찬은 전생에도 매사에 긍정적이었고,
래원의 일을 자기 일처럼 여겼더랬다.
지금처럼 말이다.
“그게 그렇게 연결되는 거냐?”
“그러엄. 이건 엄연히 나도 축하받아야 할 일이야! 빨리 주변에 자랑해야지.”
유찬이 신나서 폰을 꺼내 들자,
래원이 손사래 쳤다.
“야, 내일 해 내일. 언론에는 내일 릴리즈 된댄다.”
“그래? 그럼 내일 형 폰 완전 불나겠는데?”
“⋯ 촬영 때는 꺼놔야지 뭐.”
“백상 예술대상, 밴프 월드 미디어 페스티벌, 몬테카를로 TV 페스티벌⋯. 보통 하나만 노미돼도 난리인데, 3개 동시 노미라니!”
유찬은 두 눈을 빛내며 입이 찢어질 듯 함박웃음을 지었고,
“내일 반응 벌써부터 궁금하다! 형도 기대되지?”
래원은 그저 빙긋 웃으며 마저 닭갈비를 뜯을 뿐이었다.
K드라마 천재로 회귀했다! 130화 – 리디북스
* * *
아니나 다를까.
다음날, 엠바고가 풀린 아침 출근 시간부터 포털 사이트는 떠들썩했다.
SBC 가 대한민국, 캐나다 그리고 유럽의 TV 드라마 시상식 본선에 노미네이트 되었다는 소식으로 도배가 되었다.
[ 캐나다 밴프 페스티벌이 좋아하는 한국 드라마 감독 ‘도래원’ ]– 3년 전 ‘레장여’ 수상에 이은 ‘페르소나’ 노미네이트. 세계 시상식에 도전장!
ㄴ 페르소나 존잼인 거 전 세계가 알아야 함!
ㄴ 페르소나가 내 인생드라마임ㅜㅜ
ㄴㄴ 최고였지ㅋ 주말에 재탕해야겠다
ㄴ ‘레장여’는 그 일제강점기 배경 단막극 아녔음?
ㄴㄴ 맞음ㅇㅇ 그것보다 페르소나가 서양인 감성이긴 함
ㄴ 이번에도 탈 듯? 킹르소나 달려랏!
[ 그동안 3대 국제 TV 시상식에 모두 노미네이트 된 한국 감독이 있다? ]– 도래원, “매번 좋은 대본과 스텝, 배우들을 만난 덕분. 운이 좋았다.”
ㄴ 40,50대 노장 감독을 생각했는데 검색해보니 30대 초반인데?
ㄴㄴ 내 나이 눈감아ㅠㅠ
ㄴ 3대 TV시상식이면 에미상도 있지 않음? 이 감독 에미상 갔었음?
ㄴㄴ 시간을 돌리는 사물함ㅇㅇ
ㄴㄴ ㅇㅇ 상은 못타고 노미만됐음
ㄴ 운이 좋군? 겸손 멈춰!
[ 유럽까지 뻗어나간 K드라마의 저력! 몬테카를로 TV페스티벌 본선 진출! ]– 현지 관계자, “에 대한 심사위원들 관심 남달라.” 수상 가능성UP↑
ㄴ 5252 믿고 있다규!
ㄴ K드라마가 막장이나 로코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이 기회에 알렸으면 좋겠당~!
이처럼 각종 뉴스 탭의 사회면과 연예면에 관련 기사가 쏟아져나왔고,
후속 기사도 잔뜩 따라붙었다.
뿐만 아니라,
실시간 검색어 순위권도 장악했다.
1위. 도래원
2위. 페르소나
3위. 제60회 백상예술대상
4위. 밴프 월드미디어페스티벌
5위. 몬테카를로 TV페스티벌
6위. 함현우
7위. 장모건
8위. 민세라
9위. 옥영임 작가
10위. 골드 버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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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원도 오전 촬영장에서 이 소식을 접했더랬다.
“와아우! 실검 1위는 처음 해보는데?”
래원은 에너지 드링크를 먹은 것처럼 힘이 솟았다.
지이잉——
지이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