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he Pro in His Past Life Sucks the Sweet Honey RAW novel - Chapter (100)
100화. 예로부터 침략에는 매가 약이다 (2) 틀린 말은 아니다.
신중하게 전쟁을 준비해 온 만큼 아직 계속 몰아붙일 여력은 얼마든지 남아 있다.
“소모된 병력과 물자는 다시 보충을 하도록 하죠.”
“문제는 앞으로 어찌할 것인가 하는 것인데.”
“그것 말이네만. 조금 제안하고 싶은 게 있소.”
아드란은 두 지휘관을 상대로 담담한 태도를 유지한 채 말을 이었다.
일개 소국의 영주라는 입장에 있으면서도 이번 삼국 동맹에 당당히 낄수 있을 정도의 위업을 가진 자의 의견에 두 사람은 입을 다물고 그의 제안을 기다렸다.
“……제안이라니? 어떤 안이 있는 것이오?”
“우선은 북동부 전선은 잠시 물리는 것이 정답 같구려.”
그러나 아드란의 입에서 나온 것은 몰아붙일 계략이 아닌 후퇴안이었다.
“아드란 경! 그게 대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오!”
엘기젠 공작이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황당함을 감추지 못하고 소릴 질렀다.
지금 그렇지 않아도 다시 힘껏 눌러도 모자랄 판국에 공격을 멈추고 일단 군을 물리라?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다.
“저도 조금 이해할 수 없습니다.”
켈비안은 나름 평정은 유지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은 아니었다.
조용하게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의사를 비쳤다.
“그대들이 보기에는 후퇴하는 것이 정답이 아닌 것 같다는 뜻인가?”
“당연한 소릴!”
“냉정하게 따져 보면 사기와도 관계될 것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현장에 있는 병사들과 기사들은 에르네시아 왕국의 반격에 뼈아픈 꼴을 당했다.
그런데 얻어맞은 뒤에 물러나라 하면 어떻겠는가.
그렇게 되면 한 번 꺾인 사기를 되찾을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심지어 반발하는 의견도 적지 않게 나오겠지.
“그럼 이대로 계속 무의미한 소모를 시킬 셈이오?”
아드란은 심드렁하게 되물었다.
현재 북동부 전선은 요새를 다시 도로 내주고 만 후 도로 빼앗기 위해 각 지휘관들이 필사적으로 분투를 벌이고 있는 중이다.
“물러난다면 에르네시아 왕국군이 쉴 틈밖에 주지 않습니다.”
“아니, 그들은 이미 충분히 여유롭겠지.”
아드란은 고개를 저으며 쌓아 놓은 보고서들을 힐끗거리고는 테이블 위에 펼친 지도를 가리켰다.
“남부 전선은 계속 몰아붙이는 게 유효하오. 그러나 북동부는 사정이 다르지.”
“……지형 차이입니까?”
남부 전선과 다르게 북동부 전선은 요새 주변의 지형이 험하다.
따라서 방어가 수월하기에 상대적으로 경험이 적은 제1 왕자에게 지휘를 맡긴 것이겠지.
“그것보다는 현재 그들의 군의 방식이 문제라고 보고 있소.”
“방식?”
“남부는 현재 양 군이 계속 서로 갉아먹는 양상을 띠고 있으나, 북동부는 현재 우리 군이 에르네시아 왕국군의 방어를 뚫지 못하고 있소.”
특히나 북동부 전선의 방어는 한층 견고해졌다.
어느 한 영주가 이끄는 군대가 사용하는 방식이 유효하다고 알려지자 다른 영주들의 군대 역시 비슷한 흉내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문제는 그 방어진을 고안한 녀석에 관한 것인데……
보고로 그 영주가 아렐 에르네시아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다.
거짓 없는 보고일 텐데도 의문이 먼저 들었다.
정말로 그 아렐이라는 애송이가 고안한 것인가?
지금까지 전쟁터에는 한 번도 나가 보지 않았을 나이의 소년이?
지나치게 비현실적이다.
조금 신경은 쓰였지만, 지금은 그것을 일일이 고심할 수는 없었다.
여튼, 방어는 방어대로 철저히 하는 덕에 지금의 동맹군으로는 공격을 가해 봐야 별다른 피해를 주기 어렵다.
그렇다고 방어를 무너트리는 데만 집중하자니 정신이 팔린 틈에 기마대가 퍼붓는 반격도 성가시다.
애매한 힘으로 비벼 봐야 이쪽만 소모될 뿐이다.
그렇기에 아드란은 무의미하게 병력을 버리기보다는 일단 물러난 뒤에 대책을 갖추는 게 옳다고 판단한 것이다.
“무작정 병사들을 소모하는 것이 좋은 수일 리는 없지 않겠소?”
“으.. 으음..”
켈비안은 반박할 말을 떠올리지 못한 듯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엘기젠 공작은 아직 납득하지 못하겠다는 분위기를 띄고 있었다.
“그깟 병사들의 방어진 따위! 기사들과 마법사로 하여금 무너트리게 하면 되잖소!”
그는 당당히 그렇게 주장했다.
현역 기사인 켈비안과 나름 자국내에서도 여러 공적으로 이름 높은 아드란과 달리 엘기젠은 상대적으로 전쟁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다.
심지어는 무관 출신도 아닌지라 기사들과 마법사에 대한 이해가 살짝 어긋나 있는 것 같았다.
따라서 기사들로 밀어붙이면 된다, 그렇게만 여기고 있는 모양이다.
‘……너무 간단하게 여기는군.’
아드란은 속으로만 그 감상을 중얼거렸다.
기사들과 마법사들이 무슨 만능 전쟁 도구인지 아는가.
기사들도 결국엔 인간이고, 마법사도 보유한 마나에 한계가 있다.
만약 이 같은 소릴 한 게 자신의 부하였다면 그 자리에서 멱살을 잡고 집어던졌겠지.
그러나 상대는 동맹국의 대표다.
최소한 잘 타일러는 봐야겠지.
“그것 또한 여의치 않소.”
현장에 있는 기사들이 바보인가.
당연히 적군의 방어를 뚫기 위해 직접 들이밀어 보았다.
“현재 전선에 있는 기사들도 당해내긴 어려울 것이오.”
“……세 번째 마스터를 말하는 것이군요.”
그들은 믿진 않았지만.
지금의 보고서를 읽은 이상은 싫다 해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적어도 그들은 현실에서 눈을 돌리는 바보짓을 범할 정도로 눈이 어둡지는 않다.
“설마 에르네시아 왕국의 공주가 그 정도의 경지에 이르렀을 줄이야……
과장된 소문이라 여겼다.
그러나 직접 자국의 기사들이 카니 아 에르네시아에게 손수 반 토막이 나고 나서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지금 북동부 전선에 있는 기사들로는 소드 마스터를 당해 낼 수는 없겠지.”
현재 최전선에 나선 기사들 중 마스터급과 상대할 만한 이들은 죄다 남부 전선에 투입돼 있다.
그렇다고 그들을 또 북동부로 보내는 것 또한 비현실적인 방안이다.
자칫하면 지금 그나마 팽팽한 균형을 유지하는 남부 전선마저도 휘청거릴 위험이 있다.
따라서 가장 합리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은 일단 병력을 가다듬는 것이다.
“거기에 지금 병사들을 희생시키는 것도 뭣하지 않겠소?”
단순히 정론만을 들이대 봐야 납득하진 못하겠지.
그렇기에 아드란은 두 사람에게 적당한 핑곗거리를 제공하고자 했다.
병사들의 무의미한 희생을 고려해 이를 악물며 지금은 공세를 물리자는 것.
그런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적당히 물러날 선을 먼저 제안했다.
거기에 먼저 이야기를 꺼낸 것이 다른 누구도 아닌 그다.
일시적으로 물러난다, 같은 선택지는 자기 입으로 꺼내긴 힘들지만 다른 사람이 먼저 꺼낸다면 좀 더 쉽게 받아들이는 법이다.
흔히 자존심 높은 자들의 버릇 정도는 잘 알고 있다.
“그렇구려. 아드란 경의 말이 맞소.”
결국 나머지 둘 다 일시적인 후퇴안을 받아들였다.
“하나, 그다음에는 어쩔 생각이 오?”
후퇴는 후퇴다.
패배를 인정할 게 아닌 이상은 끝까지 싸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미 한 번 소모된 전력을 가다듬어 봐야 과연 전황이 유리하게 돌아갈 것인가.
그렇게 간단하게 생각하는 이는 없다.
아드란은 잠시 입을 다물고는 무언가 고민하는 듯하다 결국 다시 입을 열었다.
“이쪽도 온 힘을 다해야 하지 않겠소?”
“온 힘이라는…… 것은……
“에르네시아 왕국군도 한차례 후퇴했다 힘을 짜내서 반격했다고 하오.”
지금의 반격이 가능했던 것은 후퇴한 전선에서 어떻게든 버텨 준 군대와 그리고 모든 병력을 동원한 영주들의 활약 덕분이다.
그것을 언급하며 아드란은 다시 에르네시아 왕국을 몰아붙일 방안을 주장했다.
후퇴는 그저 다음을 위한 수다.
진정으로 지금 이 자리에서 제안하고 싶은 것은 이다음이었다.
“그렇다면 이쪽도 같은 방식으로 몰아붙여야 하지 않겠소?”
같은 방식.
그 뜻을 두 사람은 곧바로 이해했다.
에르네시아 왕국군은 온 힘을 다해 받아쳐 냈다.
그렇다면 이쪽도 슬슬 온 힘을 다해 밟아 줘야 할 때가 아닌가.
“이쪽도 전군 동원령을 내려야 할 때요.”
지금 아드란은 삼국 동맹 역시 전군을 동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그 방어를 뚫으려면 최소한 지금의 세 배의 병력이 필요하다 판단했다.
“취향은 아니지만 단기간에 그 방어를 뚫으려면 힘으로 밀어붙이는 게 유효하겠지.”
“잠깐! 잠깐! 기다려 보게나! 아드란 대공! 그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니 라네!”
엘기젠은 방금 전과는 다른 의미로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렇습니다. 당신의 군대와 다르게 이쪽은……
켈비안은 말끝을 흐렸다.
전군 동원령이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다.
아드란이야 세제펜 공국을 다스리는 입장이니 직접 결정하는 데는 큰 무리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다른 두 사람의 입장은 어디까지나 지휘권을 왕에게서 임명받은 지휘관이다.
현재 군대를 운영할 권한은 있어도 추가로…… 그것도 전군까지 전부 긁어모을 재량은 없다.
“황제 폐하의 뜻을 여쭤 봐야 합니다.”
“우리 역시 폐하의 뜻이 아니고서는 쉽게 결정할 사항은 아니라고 보네만.”
“재촉하는 것은 아니오. 그저 제안일 뿐이지.”
요컨대 두 사람 다 각자의 왕에게 현 상황을 알리고 의사를 물으란 것이다.
“그 두 분의 혜안은 이미 알고 있소. 반대하진 않을 것이라고 믿네만?”
으으으음 ”
아드란의 그 말이 신뢰의 뜻을 뜻이 담겨져 있기보다는 왠지 모르게 협박처럼 들리는 것은 왜일까.
마치 전쟁에서 지기 싫으면 이쪽의 판단대로 시키는 대로 해라, 라고 요구하는 것만 같았다.
“……여쭤 보겠소.”
두 사람이 취할 수 있는 현재 답변은 이것이 한계다.
이제 둘은 본국에 이와 같은 제안을 전달하느라 진땀을 빼야겠지.
그러나 그 둘 역시 각자의 본국에서 듣게 될 답변은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 * *
간만에 날씨 좋군.
북동부 전선도 기온이 제법 쌀쌀한 곳이긴 하나 우리 파힐리아에 비하면 별것 아니다.
지금 나는 적당히 양지바른 곳에 나무판자로 만든 판 위에 눕고는 적당히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었다.
어차피 기온이야 온도 조절 마법도구를 항시 몸에 지니고 다니는 내겐 의미가 없다.
그저 내가 바깥에서 이렇게 누워 낮잠을 청하는 건 그냥 날씨가 좋기 때문이다.
빛은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든다.
그리고 나는 날이 화창해지면 졸려지지.
“흐아아아암…… 지루하군.”
늘어지게 하품을 하며 오늘 따라 구름 하나 보이지 않는 하늘을 보며 다시 하품을 했다.
‘최근엔 잠잠한데?’
전선을 국경 요새로 복귀한 이후.
수차례나 에르네시아 왕국군과 삼국 동맹군의 전투가 벌어졌다.
기껏 빼앗았던 요새를 도로 탈환당하니 삼국 동맹 입장에서도 어지간히 배알이 꼴리겠지.
그들은 이전보다 더 사나운 기세로 공격해 왔으나.
중요 거점에서 진을 치고 버티고 있는 내 쪽의 방어를 뚫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내가 막고 있으면, 제일 형님을 비롯한 공격대에 나서고 싶어 안달이 난 영주들이 삼국 동맹군을 괴롭히는 방식으로 계속 전투가 이어 졌다.
그 결과 에르네시아 왕국군과 삼국동맹군 둘 다 치열하게 피를 흘리는 게 지금 이 판국이다.
그나마 다행인건 우리 측은 사상자가 적다는 건가.
우리가 방어를 떠맡고 가능한 사상자가 나지 않도록 조심한 성과다.
우리 군대 특유의 방어 일색의 답답한 전투에 활약할 기회가 적은 카니아 누나도 그것만은 불만을 표하지 못했다.
적어도 시체 치우는 고생이 덜하다는 건 조금 낫다고 봐야겠군.
전쟁 정도야 가급적이면 편하게 하는 게 좋은 거지. 암, 그렇고말고.
“나 참…… 사람이 죽기에는……
너무 좋은 날씨잖냐.”
멍하니 계속 머릿속을 굴리며 하늘을 올려다보다가 무심코 중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