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he Pro in His Past Life Sucks the Sweet Honey RAW novel - Chapter (211)
211화. 배를…… 아주 큰 배를 만들자 (3)
“후틸이라고 합니다. 보시다시피 저희들은 전부 철이 들기 전부터 배위에서 밥을 먹은 사람들입니다.”
젤센은 내게 그들이 예의가 없을 거라 전전긍긍했지만 생각보다 그의 말투는 제법 공손했다.
뭐, 세세한 예법을 따지자면 빵점이나 그래도 선원이란 걸 감안하면 문제는 없다.
애초에 내가 그런 세세한 걸 따지는 성격도 아니고.
“고개 들어라. 이야기가 길어질 테니 너도 앉아라.”
“예.”
그가 물러나고 나도 테이블의 가장 상석에 앉았다.
그리고 그런 내 좌우를 호위들이 지키듯 섰다.
“이들은 신경 쓰지 말게나. 내 호위다.”
“알겠습니다.”
“걱정 마. 여기서 무슨 이야기를 나누든 그녀들이 검을 겨눌 일은 없을 테니까.”
물론 그 정도란 게 있겠지만 고작 말씨가 나쁘다고 해서 내가 잔혹한 짓을 저지르지는 않을 거라는 걸 이 자리에서 미리 당부했다.
그제야 몇몇 선원은 조금 안심하는 눈치를 보였다.
“……내가 왜 직접 왔는지는 알겠지‘?”
“그렇습니다. 오히려 왕자님을 직접 오시게 만들다니. 비록 저희의 고집 때문이지만 이 자리에서 용서를 빌고자 합니다.”
“괜찮아. 용서하지.”
일단 대략적인 인사치레는 이쯤까지만 해 두기로 했다.
우선은 내가 저들에게 화가 나지 않았다는 걸 미리 일러두고 시작해야 이후의 이야기가 수월해진다.
“듣자 하니 배의 개조에 탐탁지 않아 한다고 들었어. 사실이야?”
“……그렇습니다.”
후틸은 조용히 인정했다.
“배의 개조는 너희에게 있어서도 결코 나쁘지 않은데? 그거 참 이상 하군.”
그렇다.
나는 엔진의 개발과 더불어 현재 우리 상회가 보유하게 된 배의 개조계획을 추진하고 있었다.
비록 이곳의 상식으로는 전 게오탈 상회가 소유한 배가 작은 건 아니나, 그래도 내 눈에는 차지 않았다.
그렇기에 기왕 바다를 건널 무역수단이 내 것이 된 이상-보다 내 취향으로 다듬으려 했지.
그런데 그게 저들은 썩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이다.
대충 무엇 때문인지는 짐작하고 있다.
“긍지 때문이야?”
“면목이 없습니다만. 그렇습니다.”
후틸은 얼굴 표정이 굳은 채로 대답했다.
“저흰 배만 탔기에 배운 건 없습니다. 그렇기에 배의 개조가 어떤 기술인지는 듣고도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는 천천히 내게 자신의, 그리고 지켜보고 있는 선원들의 뜻을 전하기 위해 차분히 말을 이었다.
“그러나 듣기로는 개조될 배는 바람을 타지 않고도 앞으로 나아가며, 노를 저을 필요도 없다고 들었습니다.”
“응, 그렇지.”
“거기에 강철로 되어 있기에 어떤 암초에 부딪혀도 부서지지 않으며, 몬스터조차 쉽게 해를 입힐 수 없을 거라고 들었습니다.”
“그래, 제대로 들었네.”
배운 게 없다고 말은 해도 그래도 위에서 전한 개조 계획이 뭔지 알아두기 위해 나름 애를 쓴 게 분명하다.
정말로 그렇거든.
사실 말이 개조지, 거의 새로 싹갈아 치운다고 하는 게 옳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이 선원들이 못마땅해한 이유였다.
지금까지만 해도 잘만 배를 끌고 다니던 중, 갑자기 내가 ‘너희의 배는 낡았으니 보다 편리한 새 배를 줄 테니 헌 배를 다오.’라고 하니 그게 왠지 모르게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이다.
아니, 그전에 보통은 새 배 준다면 좋아해야 하는 거 아냐?
“납득하기 어렵다는 눈치군.”
“……죄송합니다. 하지만 이건 저희의 긍지이자 자존심입니다.”
후틸은 테이블 위에 머리라도 박을 듯 고개를 조아리면서 내게 자신과 선원들의 뜻을 전했다.
“저희들은 대를 이어서 선원 일을 해 왔습니다. 철이 들기도 전에 바다에 나가 파도의 험난함을 몸으로 겪어야 했습니다.”
“그거 고생이었겠네.”
“저흰 그것을 긍지로 여기고 있습니다.”
그의 말에는 딱히 거짓은 느껴지지 않았다.
정말로 그들은 바다에 나선다는 가업에 긍지를 느끼는 모양이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들이 품고 있는 마음을 존중은 해 주었다.
“그런데 왕자님이 내려 주시는 배느…”
“너희의 긍지에 어긋나나?”
차마 예, 라고 대답은 못하지만 대충 심정은 알 것 같았다.
그들이 무엇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지는 대충 짐작이 가는군.
“거친 파도에 단련된 강인한 신체와, 그리고 대대로 물려받은 감으로 바다를 헤쳐 나오는 것이 저희들의 긍지입니다. 하지만 노를 저을 이도 필요 없고, 바람을 잴 선원도 필요 없다면 그것은 저희들에게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그는 어느샌가 자신의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열변을 토해 냈다.
아무래도 그들이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것은 내가 주게 될 배가 도입되면 자신들의 존재 의미가 사라질까, 그것을 두려워하는 것 같았다.
‘……이해 못할 건 아닌데.’
어디나 마찬가지다.
무언가 새로운 개념이나 장비가 동원되면 누군가는 그것에 위협을 느끼기 마련이다.
하지만.
“낡았군.”
“왕자님……?”
“낡았어. 정말로 낡고 이기적인 생각이야.”
나는 그들의 주장을 이렇게 일축했다.
비록 이해는 하나 공감은 느끼지 못했다.
“……왕자님께선 저희들의 심정을 이해하시지 못하시는 것입니까?”
“아니, 대충 뭘 말하는지는 알아.”
“하면.?”
“그런데 왜 그런 이유로 더 편리하고 강한 힘을 지닌 배를 포기해야 한다는 거지?”
순간 모두가 말문이 막혔다.
“단순히 상회의 이득을 위해서만은 아냐. 이 배를 도입하는 건 너희를 위해서기도 하다.”
“너희는 파도에 맞서는 것에 긍지를 가진다 했지. 하지만 반대로 묻자. 그럼 그 험난한 파도에 얼마나 많은 동료들이, 그리고 너희들의 선조들이 삼켜졌지?”
이전에도 말한 적이 있지만 바다를 건너다니는 무역은 위험하다.
변덕스러운 날씨, 암초, 그리고 여러 가지 질병 등 결코 가볍게 여길수 없는 문제들이 산더미다.
게다가 이곳에는 몬스터가 존재한다.
바다에는 크라켄이나 먹이를 찾으러 나온 하피 등 대륙 못지않은 지옥이 펼쳐져 있다.
해적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재작년에도 배 한 척이 크라켄의 습격으로 침몰한 모양이던데. 그게 너희가 안고 가야 할 긍지인가?”
몇몇이 그 말을 듣고 주먹을 부르르 떤다.
“딱히 너희 동료들의 죽음을 모욕하려는 건 아냐. 하지만, 그렇다고 그런 희생이 앞으로도 똑같이 이어져야 한다고 정당화된 건 아니잖아?”
기술이 발전하면 분명 위협을 느끼는 이도 있겠지.
하지만 그만큼이나 얻는 게 있다.
나는 그들이 좀 더 앞을 바라봤으면 좋겠다.
“반대로, 만약 너희가 사고로 저 파도에 휩쓸려 사라진다 치자. 그럼 그땐 너희는 어떤 생각을 할까?”
“어떤 생각이라니…… 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너흰 그 순간에 살아 있는 동료를 원망하며 같은 꼴이 되길 바랄 것이냐? 아니면!”
나는 한차례 숨을 내쉬고는.
“적어도 너희 동료, 그리고 대를 이을 자식들은 같은 최후를 맞이하지 않길 바라겠냐?”
이번에는 그들의 팔에서 힘이 풀려 갔다.
단단한 근육이 힘없이 풀어져 간다.
지금 내 질문을 듣고 각자 생각하는 바가 있을 것이다.
지부장은 이들이 무식해서 새로운 배의 이점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했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분명 이들도 알아줄 것이다.
“무엇보다 너희들의 일자리는 변하지 않을 거야.”
최신 배가 도입되더라도 이들의 필요성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더더욱 이들의 경험이 필요하다.
“과연 다른 이가 배를 맡는다 해서 너희보다 빨리 저 대륙 너머에 도착할 수 있다고 생각해?”
나는 그들에게 약간 도발하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다시 물었다.
“너희들의 항해술은 고작 그 정도였나?”
“?…”그런.”
“만약 그렇다면 나도 다시 생각은 해 볼게.”
지금 이건 일부러 그들을 부추기는 거다.
너희의 기술이, 자부심이 고작 배가 바뀐다고, 기술이 진화한다고 해서 스러져 갈 하찮은 것이었더냐?
그게 긍지냐, 라고.
“잠시 시간을 주마.”
나는 테이블 위에 작은 모래시계를 하나 올려놓았다.
“지금 이 자리에서 이 모래가 다 떨어지고 나면 너희 한 사람 한 사람의 의견을 묻겠다. 새로운 배를 건설하는 것에 찬성하는지, 아니면 반대하는지 솔직히 말해 줘.”
“저희들…… 전부의 의견을 말입니까?”
“그래. 아, 일단은 약속하마. 너희가 무슨 의견을 내더라도 나는 결코 그것으로 인해 불이익을 주진 않으마. 내 이름과, 그리고 왕가의 문장에 걸고 약속하지.”
걱정 마라. 나는 뒤끝은 없다. 그냥 삐칠 뿐이지.
농담이고.
내가 이들이 말한 의견 때문에 결코 무언가 보복을 할 일은 없을 것이다.
애초에 그 정도로 난 쪼잔하지도 않고.
그리고 말이지…….
“……시간이 지났다.”
나는 정확히 모래가 다 떨어지자마자, 가장 좌측에 있는 선원에게 시선을 보내며 물었다.
“어쩔 거야?”
“예, 저는 찬성하겠습니다.”
그는 고개를 숙이며 배를 개수하는 안에 동의했다.
그래? 그럼 다음.
“저도 찬성하겠습니다.”
다음.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왕자님의 말씀이 백번 옳습니다.”
“새로운 배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 누구도 내게 배의 개수를 반대하는 의견을 꺼내지 않았다.
그래, 그래. 그렇게나 다들 찬성하고 싶다는 거지?
후후후후후후후. 바람직 하구나.
역시 사람은 서로 성의를 가지고 대화를 하면 알아주는 법이다.
그렇게 계속 찬성이 이어지고, 나는 마지막으로 후틸을 바라보았다.
“네 의견은?”
“찬성입니다…… 왕자님의 뜻도 모르고 저희들의 고집을 부린 죄, 벌을 내리신다면 제가 받도록 하겠습니다.”
좋다, 용서하마.
나는 흐뭇하게 미소 지었다.
“그럼 이제부터 여기 이 드워프가 너희가 새로 타게 될 배에 대한 기술적인 설명을 해 줄 거다. 궁금한 게 있으면 이자에게 묻도록 해.”
드디어 지금까지 잠자코 뒤에 있었던 아켄이 나설 때가 됐다.
“이번 배의 개수를 책임지게 된 대장장이 아켄이라고 한다.”
“……드워프인가?”
“흥, 불만이라도 있나?”
아켄과 후틸이 서로를 노려보았다.
그렇지 않아도 자존심이 세 보이는 두 남자.
바다 사나이와 드워프.
두 성깔 있는 남자가 마주 본다.
설마 이제 와서 의견 충돌이라도 일어나는 건 아니겠지?
한순간 저대로 그 자리에서 서로를 향해 주먹을 날려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상상이 들었다.
그러나 둘은 이내 조금 전의 날카로운 분위기를 거두었다.
“팔을 보니 실력은 있어 보이는군.”
“이쪽이 하고 싶은 말이오.”
왠지 모르게 둘 다 서로의 팔뚝을 보고 뭔가 인정하는 분위기로 흐른다.
……설마 이거, 내가 이리 입 터는 것보다 그냥 아켄에게 가서 설득하라고 했으면 그냥 끝나는 거 아니었을까?
나는 뒤늦게 혹시나 하고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일단은 자세한 문답은 아켄이 맡아서 하기로 했다.
아무래도 내가 하는 말보다는 같이 성격이 거친 아켄 쪽이 훨씬 더 그들의 성미에 맞게 설명해 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저거 보라지.
벌써부터 서로 욕설이 날아드네.
나는 그 광경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자리를 뜨고 있었다.
문을 닫고 나서니 그제야 호위를 서고 있던 셋 중 아샤가 안도하며 말을 꺼냈다.
“모두가 아렐 님의 뜻을 알아주셔서 다행이네요.”
“아…… 그거 말임다. 아마 알아준게 아닐 검다.”
세이나가 뒤쪽을 슬쩍 보며 그렇게 말했다.
“그래. 세이나는 눈치챘나 보네?”
내가 정답이라고 인정하자 아샤가 의아해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신가요?”
“애초에 그 분위기 속에서는 다들 찬성할 수밖에 없었어.”
“예‘?”
아…… 아직 아샤는 이런 요령에 대해서는 서툰 모양이군.
내가 눈짓하자 세이나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보충 설명에 들어갔다.
“이건 용병끼리도 자주 쓰는 방식 임다. 의견이 어긋날 거 같다 싶을 때는 한자리에 모아놓고 이게 옳다고 주장한 다음에 각자의 의견을 묻는 검다. 그럼 의견을 결정하지 않은 다른 용병들은 대부분 찬성을 하게 됨다.”
“세이나 말이 맞아.”
“정말로 그렇게 하면 찬성하게 되는 건가요?”
“인간이란 대체적으로 분위기란 걸 무시를 못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