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he Pro in His Past Life Sucks the Sweet Honey RAW novel - Chapter (235)
235화. 정령 회담 ⑴
내가 결투장…… 아니, 우리 한 번 대화로 풀자는 편지를 보내자 기쁘게도 답변은 금방 돌아왔다.
두 사람이 보낸 답변을 합치고 요약하면.
[오냐. 원하는 대로 이야기를 하자 꾸나.]일단 오해를 불러일으킬까 봐 덧붙이지만 실제로는 상당히 정중한 답장이었다.
두 사람의 기분을 대충 내가 짐작해서 이렇게 풀어낸 것이다.
편지의 필체가 묘하게 흔들린 흔적도 있고, 분명 쓸 때 간신히 침착함만을 유지하고 있었다는 건 사실이겠지.
회담 날짜는 7일 뒤로 잡기로 했다.
소문도 급속하게 퍼져 나가고 있는 것도 있고.
제국과 성국 측에서는 최대한 빨리 사태를 정리하고 입장을 밝히고 싶어 했다.
그리고 7일 뒤.
우리들은 드디어 각국의 우두머리들과 대화를 하기 위해 출발했다.
회담의 장소는 제국 내 황궁에서 열리게 되었다.
텔레포트를 이용해 제국의 황도 외곽에 준비된 장소에 도착한 뒤 마차를 타고 도시 중앙 길을 쭉 지나가 목적지인 황궁에 도착했다.
“음, 꽤나 사치스러운 궁이군.”
나는 마차 바깥으로 보이는 풍경을 보며 중얼거렸다.
그리고 들떠 있는 나와는 반대로.
“와…… 돌아왔네……
“네 집에 돌아왔잖냐. 좀 더 기뻐하지?”
“응. 참.. 기쁘네.. 와.
참 기뻐네……
고향에 돌아온 것치고는 참으로 힘빠지는 목소리.
페나는 그냥 완전히 넋이 나가 있다.
아무래도 현재 자기 입장을 잘 알고 있다 보니 느긋하게 웃을 수는 없는가 보다.
앞으로 벌어질 일을 알고 있으니 속이 적잖게 쓰리겠지.
음, 그녀에겐 힘내라는 말밖에 하지 못하겠군.
그렇게 우리를 태운 마차는 황궁으로 향했다.
“오오! 제국의 가구 양식은 이렇게 되어 있나? 미술품도 괜찮은데? 역시 제국의 미적 감각은 제법 봐줄 만하군.”
대기실에 들어가자마자 나는 묘하게 들뜬 척 가구나 장식들을 살펴보며 감탄을 터트렸다.
“페나! 혹시 이거 만든 사람 누군지 알아? 나중에 기회 되면 내 방의 것도 주문할까 하는데.”
아렐은 느긋해서 좋겠네.”
그런 나를 보며 페나가 퀭한 눈을 한 채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얘가 힘 빠지게 왜 이러나.
나는 씁쓸하게 웃었다.
이해 못할 일은 아니다.
“……하아, 어쩌다가 일이 이렇게 된 걸까?”
기대에 즐거워하는 나와 달리 대기실에서 페나가 내 얼굴을 마주 보며 푸념을 했다.
오늘의 주인공님께서 왜 이러시나.
조금 있으면 3개국의 주요 인물들이 모인 자리에서 샌드백이 될 소녀다.
이번만큼은 나도 불평은 말고 들어 주자고 동정심은 약간 들지도 모르겠군.
목적이 있다지만 자기 개인사까지 떠벌리면서 감성팔이를 해 버리고 말았다.
그렇지 않아도 적잖게 자괴감이 들텐데.
그러나 미안하게도 작은 쉴 틈도 줄 수 없다.
“만약 불평하고 싶은 거 있으면 지금 미리 말해 둬. 들어는 주마.”
리스닝만 해 줄게? 듣기만 해 준다고.
오늘만은 내가 그 어떤 푸념이든 친절히 다 들어주마, 하고 자신만만하게 제안했지만.
? ?????
페나는 입을 다물고 내 얼굴을 돌아보더니.
그대로 고개를 홱 돌린다.
“……괘, 괜찮아.”
어째서인지 요 며칠 동안 이 모양이다.
말을 걸면 계속 이렇게 고장 난 축음기마냥 버벅거린다.
대체 누가 황녀에게 버퍼링을 걸었는가.
최근 나랑 뭔가 제대로 이야기라도 나누려고만 하면 이 모양이다.
원인이 달리 짐작이 가지 않는 건 아닌데.
‘……역시 엿들었나?’
굳이 그걸 건드리는 건 귀찮으니 관둘까 싶다.
“그럼 아직 시간이 있으니 뭘 할지만 다시 짚고 넘어가자.”
“응…..”
“딱히 다른 건 하지 않아도 돼. 세세한 이야기는 내가 한다. 그냥 넌.”
페나의 역할은 단 하나다.
“쫄지만 마라. 실수만 안 해도 반은 가.”
“알고 있어……
그녀라고 모를 일은 없겠다마는 내가 일부러 강조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평생을 자신을 엿 먹였던 상대들의 우두머리가 곧 나타난다.
그런데 아무렇지 않을 리가 없잖아?
“할 수 있지?”
그녀의 눈을 마주 보며 묻자 대답대신 딱 한 번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좋은 각오다.
“좋아. 그럼 기운 좀 내라고 간단한 선물을 줄까?.”
“선……물?”
페나가 의아한 듯 돌아보았다.
내가 새삼 선물이라는 말을 꺼내는 게 참으로 신기한 듯하다.
하긴, 뭔가를 가르치는 데 필요한 것 정도 외에 개인적으로 뭔가 주는 건 처음인가?
내가 딱히 인색한 건 아니다.
그냥 줄 일이 없으니 안 줬던 거지.
애초에 우리가 뭔가 주고받을 관계긴 한가?
나는 품에서 불에 타는 듯한 형상의 리본을 꺼냈다.
이전에 내가 불의 정령왕에게서 삥뜯은…… 아니, 받은 물건이다.
이제야 이걸 제 주인에게 줄 수 있겠군.
“그건?!”
페나가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와…… 엄청난 기운이 느껴지네!”
역시나 정령사.
단번에 이게 정령과 관련이 있는 아티팩트라는 걸 파악했군.
상상 이상의 선물이라 페나가 기겁했다.
“왠지…… 선물이라기보단 엄청난걸 떠맡은 거 같은데?”
“괜찮아? 괜찮아~ 여러 가지로 써먹은 대가니까 그냥 받아 두기나해.”
“……아렐이 그렇게 말하면 왠지 모르게 겁난단 말이야.”
어허, 이런 거 어디서 쉽게 못 구한다.
그러니 감사히 받거라.
일단은 주기 전에 주의 사항을 단단히 일러 주었다.
그리고 설명하는 김에 조금 있다 해야 할 일도 다시 복습해 볼까?
“잘 들어. 네가 회담 자리에서 해야 할 말을 가르쳐 줄게.”
그렇게 말하며 나는 다시 한 번 그녀에게 조금 있으면 해야 할 일을 단단히 일러 주었다.
“……대충은 이렇게만 하면 된다만. 뭐, 간단하잖아? 요약하자면 그냥 네 재능을 어필하기만 하면 돼.”
“말은 쉽네.”
그래도 못하겠다고는 하지 않는 걸보니 문제는 없겠지.
“알았어.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것뿐이니까.”
페나는 드디어 각오를 다졌는지 손을 내밀었다.
“그거 내가 가지고 있으면 되는 거지? 손목에라도 매고 있으면 돼?”
“그래도 상관없는데. 기왕이면 이렇게 가지고 있는 편이 더 낫지 않냐? 모처럼 머리카락도 긴데.”
“응? 머리카락?”
“잠깐 가만있어 봐.”
나는 멋대로 그녀의 뒤로 돌아갔다.
“아, 아렐? I”
“흠! 좋아! 이렇게 매면 되겠군.
얌마, 가만히 있어 보라니까.”
“잠깐?! 어딜 만지는 거야?”
어디긴 어디니? 네 머리카락이지.
누가 들으면 오해할 소리 마라.
나는 그 리본을 페나의 머리카락에 적당히 매어 주었다.
시장 바닥에서 파는 싸구려 물건도 아니고, 무려 정령왕에게서 삥 뜯은…… 아니, 그 녀석이 직접 하사한 선물이 아닌가.
황녀가 착용하기에는 적당한 장식 물이 아니겠는가.
뭐, 썩 보기 나쁘진 않군.
겸사겸사 머리 모양도 다시 땋아보았다.
단순히 리본만 매달자니 뭔가 부족해.
대충 매듭짓는 건 내 꼼꼼함이 용서하지 못한다.
그렇게 나는 한동안 페나의 머리카락을 마음대로 갖고 놀아 보았다.
그리고 마침내 완성.
좋아! 완벽해! 역시나 내 손재주다!
페나가 자기 머리 모양을 확인하며 나를 어이가 없다는 듯 돌아보았다.
머리카락에 멋대로 손댄 걸 불평하자니 또 완성 결과물이 그럴듯하니 차마 할 말이 없나 보다.
“대체…… 이런 재주는 어디서 익혔나 몰라……?”
“글쎄, 타고난 걸지도 모르지.”
길게 살다 보면 연습할 일은 많거든, 후후후.
우리가 이런 대화를 나누는 사이.
이제 시간이 되었는지 슬슬 출발해 달라고 알리려 안내인이 문 앞에서 우리를 불렀다.
“됐다. 가자.”
“응.”
내가 손을 내밀자 그녀는 망설임없이 잡고 일어났다.
이제 기다릴 대로 기다렸으니.
갚아 줄 때가 왔다.
아니나 다를까.
회담이 열릴 회장 내부 분위기는 참으로 어수선하기 그지없었다.
시끄러운 건 아닌데.
각자의 불편한 심기가 절로 드러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황제는 황제대로 기분이 언짢아 보이고.
성녀도 표정 관리는 잘 하고 있어 보여도 내 눈을 속일 수는 없지.
다행히 모두가 심기가 불편해 보이 는구나.
그 모습을 보니 절로 흐뭇해지는 걸.
“다들 잘 지내셨던 것 같군요. 참으로 다행입니다.”
일부러 분위기 파악 못하는 말로써 그들의 주목을 끌어 보았다.
내가 회장으로 들어오면서 말을 걸자 모두가 이쪽을 노려본다.
보아라! 이 어그로를!
제국 측도, 성국 측도 각자 다른 이유로 우리들을 강렬히 노려보고 있다.
어이쿠, 시선이 간지러워라.
다만 황제의 시선은 나에게서 곧바로 옆으로 옮겨졌다.
“……페나, 어째서 이런 일을 저지른 게냐?”
황제가 작게 중얼거린 그 말은 틀림없이 그녀의 귀에 들어왔을 것이다.
페나는 그저 아무 말 없이 자리에 앉는다.
나는 나대로 다른 또 한 명과 시선을 교환하고 있다.
성녀 넬베니아, 그녀가 나를 알아보았다.
“아렐…… 에르네시아?”
“제대로 알아봐 주니 영광이군요, 성녀님. 참 신기하네요. 분명히 우리는 초면일 텐데 말이죠. 안 그런가요‘?”
일부러 능청을 떨면서 인사를 건넸다. 지난번과 달리 이번에는 공식적인 자리였기에 일부러 존댓말을 썼다.
일단은 우리는 공식적으로는 초면 이잖아요.
너무 반가워서 잊을 뻔했네.
“저도 이전부터 성녀님을 꽤나 뵙고 싶었답니다. 기왕이면 보다 좋은 인연일 때 뵙고 싶었지만 유감이네요. 이런 불미스러운 일로 뵙게 되어 정말로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이전에 했던 말.
틀림없이 기억하고 있다고요!
나는 그녀가 했던 말을 일부러 그대로 되갚아 주며 지금 이곳의 분위기를 살폈다.
‘……다들 환영하는 눈치는 아니군.’
실제로도 나를 알아본 인물들 대다 수의 시선엔 ‘저 자식, 뭐하는 짓이야?’라는 감정이 훈훈하게 담겨 있다.
우리들의 짓거리 때문에 조약이 엉망이 된 것에 대한 원망이 절절하게 느껴진다.
좋구나!
그래, 이 맛이야.
이렇게 사람을 골리는 것도 나름즐거운 거지.
그리고 내가 이렇게 누군가에게 엿을 먹여서 나쁜 일이 일어나는 것도 아니지 않나?
참으로 보람찬 일이다.
“……아렐 에르네시아라고 했소?”
황제가 간신히 침착함을 유지하며 내게 묻는다.
페나를 다그치기에는 모양이 빠지니 내 쪽으로 화살을 돌리려는 건가 보군.
“어째서 그대는 이런 짓을 벌인 것이오? 페나에게 정령술을 가르치다니…… 그에 따른 항의는 반드시 할 것이오.”
호오? 해 보자고?
내가 여유롭게 그의 시선을 받아넘기자 페나가 제 딴에는 나를 변호라도 하려는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폐하, 어디까지나 소녀가 아렐 에르네시아에게 가르침을 청한 것입니다.”
“페나 넌, 조용히 하고 있거라. 어디까지나 나는 그에게 물은 것이다.
네게는 나중에 따로 묻겠다.”
살벌해라? 와? 겁나라?.
배가 다르다지만 자기 여동생에게도 가차 없군.
의도가 뻔했다.
일단은 일은 이미 터진 거, 처음에 바랐던 대로 내 탓으로 몰로 가고 싶은가 보군.
나쁜 애랑 놀아서 나쁘게 물들었다.
뭐, 그런 논리인가?
대체 어느 시대적 발상인가 고민하다가 이 시대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 그저 그녀와 조금 가까이 지내면서 약간의 가르침을 준 것입니다만‘?”
“허어? 대체 언제부터 페나와 그렇게 가까워지기라도 한 것인가?”
황제치고는 꽤나 저질적으로 나오시는군.
차라리 그릇 면에서는 전 황제가 더 나았을지도 모르겠군.
뭐, 만난 적은 없지만.
그나저나 꼭 내가 정말로 나쁜 짓이라도 가르쳤고 그걸 추궁받는 분위기인데?
어이가 없네.
정령술과 별개로 평상시 일과 때 들키지 않고 땡땡이치는 요령은 속성 강의한 적은 있지만.
일단은 찔리는 구석은 감추면서 나는 최대한 정중하게 대답했다.
“그럴지도 모르겠군요.”
“ 뭣‘?”
다만 내가 쓴웃음을 지으며 순순히 인정하는 듯한 느낌으로 나오자 오히려 그가 당황했다.
“단순히 가르침을 전수하기 위해서지만 남녀 사이에 조금은 별난 우정도 생기지 않았겠습니까?”
일부러 약간 애매한 대답을 돌려주조금만 더 있으면 그녀가 그리도 꿈꾸던 성국이 계속하여 부를 누리는 미래가 찾아올 것이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된다.
초조해할 필요는 없다.
그저 지금은 저 어리석은 황제의 기분만 맞춰 세간에 알려진 성녀로서의 얼굴만 보여 주면 된다.
그런 속내를 감추며 그녀는 모든 일이 예정대로 풀려 갈 것을 기대했다.
그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