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he Pro in His Past Life Sucks the Sweet Honey RAW novel - Chapter (293)
293화. 이게 맞선이냐! (7) + 교역선의 완성 (1) 배 위에서 나를 깔아뭉갠다 운운은 그래도 반은 농담이었는지 잠시 다 투는 척을 하던 페나는 다시 거 리를 두었다.
“뭐? 그렇게 됐으니까, 아렐. 이번에는 혼담, 진지하게 고려해 보E 꼭 오늘 답을 들려주지 않아도 되니까.”
묘하게 자신만만해하면서 페나는 그렇게 말했다.
……그래도 내 눈을 속일 수는 없지.
자신의 손등 위에 손을 올리고는 꽉 누르고 있다는 걸.
일부러 나는 그것을 못 본 척했다.
원래부터가 인생 콘셉트가 눈치 빵점인 미청년이니까요.
그러니 더더욱 눈치 없는 짓을 해드리겠습니다, 황녀님.
페나는 분명 평소의 나를 기준으로 이렇게 생각했겠지.
아렐이라면 분명히 지금의 맞선이 끝나고 나서 심사숙고하고 답을 들려줄 것이다.
왜냐면 내가 평소에 그러니까.
하지만 페나 넌, 아직 날 몰라.
진정으로 중요한 일일수록 나는 기분에 따라 생각하고 행동하거든.
내가 스륵 일어나자 페나가 반사적으로 내 얼굴을 바라보았다.
“ 에?”
페나는 내가 이런 행동을 할 거라 전혀 예상치 못했는지 잠시 넋이 나간 얼굴을 했다.
“자, 잠깐, 아렐?!”
“왜? 답변이 듣고 싶었던 거잖아.”
조금 전의 자신만만해했던 태도는 대체 어디로 간 거냐?
뭐, 마침 모두들 보고 있는 자리기도 하고, 페나의 말대로 적당한 기정사실을 만들기에는 딱 좋은 자리 일지도 모르겠군.
결혼 상대로서의 적합함이라.
일리가 없는 건 아니지.
사실 그녀에겐 비밀이지만 정 안되겠다 싶으면 이야기를 해보려던 것도 있었다. 아예 생각이 없던 것도 아니었지.
물론 그걸 말하면 괜히 우쭐해할 테니까 안 가르쳐 줄 거다.
그러니 나도 과감하게 행동해 주마.
“페나 아므레트 자닐.”
“네, 넷?!”
딱 봐도 예상치 못한 상황에 적응하지 못하고 긴장하는 그녀 앞에서 나는 그저 싱긋 웃어 보이고는 무릎을 꿇고 그녀의 손을 맞잡은 채 이리 말했다.
“그대의 진심을 알았으니 나 또한 대답을 들려 드리죠.”
“ 에‘?”
“그대가 제안한 혼담 받아들이도록 하지……라고 말하면 불만 없지?”
어차피 분위기만 만들면 그만이니 무게는 적당히 잡고 나는 장난스레 말했다.
먼저 말한 건 너다, 페나?
그러니 그 말은 반드시 지키게 해주마.
……뭐, 지금은 본인은 완전히 넋이 나가서 할 말을 잃은 것 같으니 더는 들리지 않겠지만.
그래. 축하한다, 축하해.
“자, 그럼 어디 이네 그 허술한 계획을 완성시켜 볼까?”
“자, 잠깐, 아렐?”
“이제 와서 발뺌하지 마라? 먼저 시작한 건 너니까.”
뭐, 부모 자식 대대로 배 위에서 같은 짓을 하는 것도 나름 운치 있는 짓이겠지?
아닌가?
그 뒤에도 페나와 식사를 하는 등 일단 형식상의 맞선은 계속됐지만 방금 전처럼 본심을 담은 대화가 아닌 그저 황녀와 왕자로서의 형식적인 대화밖에 하지 않았다.
그야 조급할 이유는 없겠지.
저리 보여도 절차란 걸 잘 이해하고 있는 게 그녀다.
오히려 아까 전 잘도 그런 대화를 하고도 내숭을 떨 수 있구나, 새삼 내가 전율했을 정도니 말 다했지.
아마 우리들의 대화를 듣지 못한 녀석들은 그저 적당히 분위기가 좋은 맞선이다, 라고 생각했겠지.
거기에 배 위에서의 행동도 다 봤기에 이미 일부 시녀들은 잔뜩 들뜬채로 조금 전의 일을 가지고 소곤거리는 중이고.
응, 우리가 뭐 했냐고?
걱정마라. 이상한 건 안했다.
남들 시선 정도는 적당히 감안해서 적당히 했으니 문제없다.
그 증거로 다른 이들과 다르게, 아마 배 위에서 우리들의 대화를 다 들었을 측근 셋은 간신히 뭔가 히죽거리는 분위기를 참고 있는 게 보인다.
아주 즐거워 보이는구나.
너희들은 진짜 돌아가서 보자.
한 명 한 명씩 심도 깊게 밤새 이야기를 나눠 보자꾸나.
그리고 여기 또 한 분 즐거워하는 분이 계신다.
바로 여기, 마이 마더이시다.
“잘됐구나, 아렐? 다행히 황녀와의 맞선은 잘된 모양이더구나. 들었단다. 아아, 이 어미도 가서 지켜볼 걸 그랬구나. 이럴 줄 알았으면 갈 걸 그랬어!”
일단은 워낙 이번 맞선을 신경 쓰고 계시는 점도 있고 해서 돌아오자마자 나는 바로 근황을 보고하러 왕궁에 들렀다.
예상대로 내가 오자마자 엄마는 기다렸다는 듯이 만면에 미소를 머금고는 싱글벙글하시는 게 아닌가?
아마도 맞선 때 있었던 일에 대해서 전부 들으신 모양이다.
거기에 내가 직접 이후에도 혼담을 진행할 거라는 이야기를 귀띔도 했지.
그랬더니, 기분이 좋아 보이신다.
“이미 귀족들 사이에선 벌써 이야기가 돌고 있더구나.”
어째서인지 몰라도 그날 이후 사교계에는 나와 페나의 일로 약간 이야기가 돌았던 모양이다.
아직 정식으로 발표한 것도 아닌데 이미 벌써 스포일러가 돌고 있단다.
보나마나 지켜보던 시녀들 중 누군가 혹은…… 다른 누군가가 슬쩍 소문을 낸 것이겠지.
영애들은 아쉬워하고, 야심 있는 귀족들도 입맛을 다셨다지.
세계에서 단 하나뿐인 존재의 경매가 끝난 거나 마찬가지니까.
용기 있는 소녀가 아렐을 얻을지어다.
……내가 말해 놓고도 참 재수 없군.
“정말로 잘됐지, 뭐니.”
와…… 진심으로 10년 묵은 근심을 한 번에 털어 버리신 듯이 후광까지 보이는 듯하다.
……그렇게나 내 결혼 문제로 고민하고 있으셨던 건가?
아들로서는 약간 심정이 복잡해진다.
“하긴, 이 어미가 제대로 이해를 못해 줬구나. 그런 아가씨가 있는데 괜히 억지로 다른 영애들과 맞선 자리에 앉혔으니, 아렐이 내켜 하지 않았을 만도 하지.”
“아, 아뇨…… 딱히 페나 그 녀석…… 아니, 그녀하고는 처음부터 그런 관계였던 건 아닌데요?”
“그래, 그래.”
일단은 부정했지만 왠지 모르게 따듯한 시선만이 돌아온다.
아니, 쑥스러워서 얼버무리는 게 아니에요.
“어미도 그 황녀라면 반대하지 않을 거란다. 정말로 솔직하고 좋은 아이지, 뭐니. 다음에는 편지가 아니라 직접 만나야겠구나.”
대체 페나는 우리 엄마를 무슨 소리를 해서 구워삶은 것인가?
뭐, 대충은 어떤 대화가 오갔을지는 짐작이 가지 않는 것도 아닌데.
설마 페나가 이렇게나 적극적으로 일을 주도할 줄이야.
새삼 집념마저 느껴질 정도다.
하긴 나도 이 김에 계속 거슬리던 맞선 문제를 정리한 셈이니 이번에는 봐줄까?
어차피 앞으로는 그야말로 질리도록 얼굴을 보고 살아야 하지 않겠니.
교역선의 완성 (1)
혼담에 관한 건도 차차 정리, 마무리되어 가고 있었다.
……라기보다는 이미 내가 마무리 도장만 찍으면 되는 단계까지 와 있더라?
내 가까운 사람들의 이해는 이미 전부 끝나 있었으니까.
거기에 소문도 나 있었지.
일단은 반쯤은 공식적으로 공표한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이거 완전히 계획대로군.
최근에는 만나는 사람마다 혼담에 관한 이야기를 먼저 꺼내면서 나를 쓴웃음 짓게 하고 있었다.
그렇게 떠들썩한 가운데 어느 날.
나는 반쯤 도망치듯 슬쩍 에르네시아 왕국을 빠져나와 펠젠 왕국의 게 르닐 령에 위치한 항구 도시로 향했다.
주변 반응이 귀찮아서 몰래 튄 건 아니다.
어디까지나 일하러 온 거다.
그래, 공무를 위해 정식으로 방문한 것이다.
이미 항구에는 오늘을 위해 혹은 오늘의 소동을 듣고는 호기심으로 모인 사람들로 분주하게 떼를 이뤘다.
저 앞에 있는 것이 어떤 것인지 생각하면 이리도 구경꾼들이 몰려드는 것도 어쩔 수 없다.
내가 탄 마차가 도착하자 병사들이 재빨리 구경꾼들을 치우고는 마차를 향해 경례를 한다.
그렇게 소란스러운 인파를 빠져나간 뒤 나와 측근들은 마차에서 내렸다.
“……여전히 여긴 공기가 짜군.”
바다야, 공기가 짜다.
짠 공기를 들이마시며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저 앞에는 드넓은 바다와 그리고 수많은 배들이 정박해 있는 항구가 보인다.
그리고 이곳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거대한 시커먼 배다.
다른 교역선들은 대부분 나무로 되어 있는 것에 비해, 저 거대한 배는 선미부터 후미까지 전부 단단한 철로 되어 있기에 재질의 질감이 가져오는 위압감과 존재감이 그야말로 끝내준다!
“이렇게 보니 크긴 크네?.”
일단 사이즈야 설계 단계에서부터 내가 관여했으니 잘 알고 있었지만 역시 실물을 보니 전해지는 감동이 다르군.
그리고 내 옆에서 같은 광경을 지켜보고 있는 측근 셋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와…… 정말로 놀랍지 말임다.”
“크고 아름다운 배입니다.”
“……저거 어떻게 물에 떠 있는 건가요?”
……단 한 명, 엉뚱한 방면으로 걱정하는 사람 빼고.
여전히 아샤의 머릿속에서는 배에 대한 불신감이 자리 잡고 있나 보다.
전에도 비슷한 소릴 했지?
아무래도 아샤가 원래 살던 곳은 물하고는 관계가 없는 산속이었으니까.
그래도 유난히 불안이 심한 건 사실이지만.
이전에 한 번 시간이 났을 때 부력의 원리에 대해 설명하긴 했는데 이해시키기 부족했던 걸까?
까짓것 머리로 이해 못하면 몸으로 겪어 보면 그만이다.
어차피 조금 있으면 직접 체감해볼 테니까.
“그래서, 젤센? 나머지 일정은 문제 없어?”
내가 묻자 아까 전부터 바닥에 엎드려 있던 상회 지부장 젤센은 고개도 들지 않은 채 대답했다.
“아아…… 아렐 님! 이렇게 다시 방문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리옵니다.”
“……아니, 쓸데없는 미사여구는 필요 없으니까 본론만 말해라. 내가 물었잖아, 문제없냐고?”
“넷! 이미 새로운 배를 이용한 교역 일정은 확실하게 수립해 놓았습니다. 선원들 역시도 한시라도 빨리 출발하고 싶어 근질거리는 참인 모양입니다. 그러니 안심하셨으면 합니다.”
“음, 바람직해.”
듣자 하니 최근 몇 달 동안은 슬슬 배를 바꾸고 적응하기 위한 교육을 시작하느라 제대로 된 항해를 못했다더니, 선원들이 좀이 쑤시는 모양이었다.
과연, 뱃사람은 뱃사람이라는 건가?
“배의 성능에는 딱히 문제는 없는 거지?”
“당연한 소릴.”
대답한 건 몹시 귀에 익은 드워프의 목소리.
아켄과 그리고 그 뒤에 같이 따라온 드워프 장인들이다.
“오랜만이군, 아켄.”
“흠, 왔나?”
“장기 출장 소감은 어때?”
“예전에 배를 타던 시절에도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바닷바람은 끈적하기만 하지, 영 체질에 맞지 않는다.
일도 끝났으니 빨리 돌아가서 다른 일을 하고 싶군.”
“걱정 마, 일거리 쌓여 있으니까.”
왜 다른 일 하고 싶다면서? 그렇게 찡그리는 거냐, 응?
지난 전쟁 이후 거의 2년 가까이 아켄을 비롯한 드워프 장인들은 계속 이곳이 파견되어 있었다.
저 배를 완성하기 위해서다.
덧붙여 영지 개발 초기 때 맺었던 계약 기간도 연장했다.
내게 배울 금속도 많고 기술도 아직 더 많으니. 이번에는 보다 더 길게 맺었다.
뭐, 굳이 연장하지 않아도 그들은 남았을 거라 생각하지만.
“그런데 키가 더 작아진 거 아닌가?”
내가 오랜만에 본 반가움을 표출하자 그는 여전히 변함없이 코웃음 쳤다.
이젠 그의 태도도 다들 그러려니 한다.
“배는 완벽하지?”
“쓸데없는 걱정은 필요 없다. 네 설계대로 완벽하게 건조해 놓았으니까 말이지.”
여전히 자신의 기술에 대한 자부심을 여과 없이 드러내며 그는 턱짓으로 철선을 가리켰다.
“처음에는 철로 된 배라 해서 우리들도 무모하다고 생각했지만 의외로 잘 되었다고 생각한다만, 어떠냐?”
“으음, 일단 겉보기로는 완벽하네.”
배의 외관을 쭉 멀리서 살펴보며 나는 만족감에 고개를 끄덕였다.
겉보기만 따지면 내가 구상한 배와 큰 차이는 없다.
“그런데 말임다. 저거 돛이 없지 않슴까?”
세이나가 궁금한 듯 한 가지 사실을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