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he Pro in His Past Life Sucks the Sweet Honey RAW novel - Gaiden (80)
– 외전 80화
외전 80화
외전 12장. 정령사는 정령을 부른다 노인이 아부하는 광경은 참으로 마음이 씁쓸하달까. 정말로 그래도 되는 거니? 라는 생각을 들게 하지.
“호호호호훗! 아렐 님. 이것을 봐주셨으면 합니다.”
가령 지금 눈앞의 저 노인처럼.
그는 재작년에 새로 부임한 왕립아카데미의 학장.
싹싹 손을 마주 비비며 조금이라도 내 흥미를 끌기 위해 사근사근말한다.
눈물이 날 정도로 필사적이군.
“최근 이곳 아카데미에 근무하는 교사나 연구생 혹은 학생들의 성과를 정리한 목록입니다.”
“어디??????
나는 시큰둥한 척하면서 그 두꺼운 목록을 하나하나 펼치며 훑어 넘긴다.
이곳은 에르네시아 왕국에서 관리하는 교육기관.
왕립 아카데미.
과거 아샤의 동생 아이멧이나 젊은 귀족들이 학식과 인맥을 쌓기 위해 다녔던 왕국 교육기관이다.
“이들이라면 충분히 아렐 님의 요망을 맞출 수 있을 겁니다.”
“뭐, 기대는 하고 있어.”
적당히 대꾸하며 나는 계속해서 목록을 훑어본다.
“음…… 꽤 열심히 연구하는 모양이군.”
“그렇습니다! 그렇고 말고요!”
“그런데 어째 뭔가 미묘한데.”
나는 눈가를 찌푸리며 소리 내어 읽어 보았다.
“열을 가하지 않고 감자를 찌는 마도구의 설계 이론.”
“음…… 편리하겠군요.”
“……감자의 싹을 자라게 하지 않는 보관법.”
생활의 지혜니?
“감자의 간편 조리…… 이건 그냥 요리잖아!”
보자니 머리가 아프다. 감자. 감자. 아무튼 감자.
뭐, 주로 학생들의 연구 과제지만.
“왜 죄다 연구 주제가 감자야?”
“감자가 싸니까요.”
“……예산 문제냐.”
얘들아 감자가 싸단다.
“앞으로 예산 관련해서는 적어도 학생에 한해서는 이딴 어이없는 연구를 선택하지 못하게 해 주지.”
내가 최근에 이곳을 찾는 이유는 하나. 왕립 아카데미에 투자하기로 정하였기 때문이다.
아카데미의 자금은 주로 귀족들의 후원으로 이루어진다.
왕성으로부터 운영비가 나오긴 하지만 썩 여유롭다고는 빈말로도 할 수 없겠지.
그런 마당에 내가 손 크게 나선 것이다.
학장은 진심으로 감격한 듯 어깨를 부르르 떨었다.
“아렐 에르네시아 님께서 오신다고 하셨을 때 마치 구원이라도 받은 기분 같았습니다.”
“아부가 보통이 아니군.”
“아뇨, ……실제로 최근에 운영비도 빠듯한 편이기에 저뿐만이 아니라 교수들도 환영하였습니다.”
“……아이고.”
이곳을 운영하는 것도 힘든 일이군.
“그러고 보니 아카데미 확장안은 어느 정도 정리는 되었어?”
그리고 내가 또 하나 추진하는 것이 그런 아카데미의 철칙을 완전히 뜯어고치는 안을 준비 중이다.
순수하게 교육기관 연구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게끔 아예 장소부터 고쳐야지.
그에 따라 대대적으로 투자하며 본격적인 확장 공사까지 명했다.
“그, 그건 아직…… 워낙 큰일인지라……
그가 곤란해하는 것은 별개의 이유가 있다.
“들으셨습니까? 본래 아카데미는 에르네시아 왕국 건국 초기에는 마법 연구 시설이었습니다.”
“소문은 들었지.”
정식으로 에르네시아 마탑이 생기기 전. 이곳은 당시 초대 마탑주가 연구를 하던 곳이다.
“그에 따라 이곳 지하 창고에는 당대의 물건을 봉인해 둔 방이 몇 십 개나 있습니다.”
본래는 옮겨야 했지만, 워낙 일이 바빠 옮기지 못했다.
초대 탑주의 사후. 후대가 이어서 해야 했지만, 마찬가지로 별 변변찮은 사정으로 내버려 뒀고 결국 지금에 이른다.
나중에는 단단하게 봉인했다나.
그걸 다 끄집어내야 하니 고생스러운 거겠지.
“뭣하면 독촉을……
“아니, 다소 시일이 걸려도 상관없으니 꼼꼼하게만 해.”
학장은 알겠다며 엄숙하게 고개를 숙였다.
“……그런데 정말로 이 공사가 끝나면 평민들까지 받으실 것입니까?”
“그럴 생각이다.”
에르네시아 왕국의 신분을 가지고 있는 자들이라면 누구나 다닐 수 있도록 방안을 모색 중이다.
“무엇보다 이건 폐하도 적극적으로 찬성하신 안이지. 이견은 받지 않아.”
“여부가 있겠습니까.”
그로서는 못마땅해할 이유가 없다. 아카데미의 부지는 커지고 지원금도 늘어난다. 졸업생도 늘어나면 학장의 감투 무게도 무거워지니 좋겠지.
“문제는 신설되는 학부에 관한 건데. 이쪽도 구체적인 안은 못 정했나?”
“그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배워야 할 것은 산더미고 그것을 나누는 것은 어렵겠죠.”
평민의 경우는 직접적으로 생계와 연결되는 것이 간절하겠지.
상업이나 공업…… 경우에 따라서는 농업도 왕국에서 지도하는 안을 원하고 있다.
“뭐, 농업 쪽은 별개로 다른 시설로 어떻게든 해 볼 셈이니 중요한 것부터 정리해.”
“알겠습니다. 그럼 그다음에는……
귀족들의 이해를 끌어내는 것입니다만.”
“아…… 그것도 있던가.”
내가 직접 인수하긴 해도 기존의 후원금 방식을 완전히 철폐한 것은 아니다.
마냥 내 돈만 계속 들이붓는 것도 뭔가 아니꼽지.
줄을 서고 싶은 놈들은 돈을 들고 차례대로 서세요! 같은 느낌으로 끌어나가는 게 바람직하겠지.
“그들의 흥미를 끌려면…… 단순한 설득보다는 더 좋은 걸 보여 주는 게 나으려나.”
“어떤 것을 하시려는 것입니까?”
“음…… 기념으로 내가 당분간 여기서 특강이라도 해 주면서 관심을 끌어 볼까?”
즉흥적으로 한 말이지만 썩 나쁘지 않다.
사교계의 꽃은 아부라고도 하지.
굳이 말하지 않고도 알아서 아부하러 오는 게 이 바닥의 진리.
“아마 귀족들 중 대부분은 아직 내가 이곳을 인수한 것도 모르고 있을 거야.”
“ 과연??????
그러니 내가 이곳에 눌러앉아 있으면 자연스레 알아채고 관심을 두겠지.
거기에 나름 학문에 뜻이 있는 녀석도 있다.
그들에게도 한 수 가르쳐 줄 기회일지도 모르겠군.
“그렇게 되었으니 일정은 알아서 잡아 두도록.”
“알겠습니다.”
직접 움직이는 건 번거롭지만 이걸로 장래 큰 가치를 얻게 될 것은 분명하니까.
‘그러고 보면 내가 이쪽에 굳이 손을 뻗은 이유는 그거 때문이긴했지.’
굳이 내가 왕국 내 교육시스템에 손을 대는 이유.
외부인에게는 말하지 않은 진짜 이유. 나는 그것을 살며시 떠올렸다.
최근에는 에텔파이나에서 지내는 비중이 늘었다.
뭐, 파힐리아를 버릴 마음은 없고 절반은 여기서. 나머지 절반, 가을과 겨울은 그곳에서 지내는 셈이다.
그래, 그야말로 한가로운 때를 보내고 있지.
“아~ 달구나.”
맑은 날 저 바다의 풍경을 감상하며 마시는 탄산의 맛은 각별하지.
“그렇지?”
“응. 달아요!”
그리고 내 옆에서 나랑 비슷한 느낌으로 느긋하게 늘어져 있는 아이.
이제 여섯 살이 되는 우리 말썽꾸러기 아르나.
요즘에는 한창 나를 따라 하고 싶은 것인지 한가롭게 농땡이를 치고 있으면 이렇게 똑같이 와서 드러누워 있다.
물론 아르나가 마시는 건 콜라가 아니라 아기용 야채주스. 아직 너무 단 건 이르단다.
뭐, 아르나도 에텔파이나의 여름의 풍경이 마음에 드는 모양이고 모처럼 이곳을 건설한 보람이 있지.
평화롭다. 평화로워.
그렇게 한창 게으름을 더블로 만끽하고 있자니 근처에서 한숨 소리가 들렸다.
“어휴…… 둘 다 똑같이 뭐하는 거람.”
“ 엄마!”
페나가 우리를 발견하고는 기가 막히다는 눈초리를 보냈다.
“하여간 최근엔 둘 다 똑같다니까.”
“네! 아빠랑 똑같아요!”
“……아직은 그렇게 되지 않았으면 하는데.”
아직이라니. 서운하군요.
걱정 마시죠,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앞으로는 더욱 똑같아질 테니.
그렇지?
“응. 아빠처럼 게으름뱅이 될래요!”
“헉!”
……아니, 이게 아닌데?
게으름뱅이가 맞지만 요 사고뭉치 입으로 직접 들으니 뭔가 묘하다.
으음…… 좀 더 부지런한 척이라도 해야 하나.
하지만 아르나가 내가 하는 일을 이해해 주려면 아직 10년은 있어야 한단 말이지?
“자? 아르나 이쪽에서 놀자꾸나.
게으름뱅이가 옮는단다.”
그리고 그사이 페나는 아르나를 뛰어놀게 하려는 듯 꾀를 한 가지 부렸다.
페나가 아르나더러 보라는 듯 손가락을 까딱이자 불의 정령 셀레가 불려 나왔다.
“정령!”
아르나는 바로 관심이 쏠렸는지 그 자리에서 불쑥 일어나고는 셀레를 향해 뛰어갔다.
셀레는 그런 아르나에게서 도망치듯 뒤뚱뒤뚱 걸으나 금방 붙잡히기 마련이다.
“그래, 그래, 저쪽에서 셀레랑 놀자꾸나.”
“……와 주저 없이 정령을 애들 미끼로 팔아 버리네.”
그만큼 효과는 좋다.
아르나 정도의 아이한테는 동물이 인기가 있기 마련하지만 진짜 동물은 위험하다.
아무리 잘 길들여도 아이랑 동물을 같이 놓는 것은 썩 좋지 않지.
반면 정령은 다르다.
어디까지나 정령사의 명령에 따르기 때문.
하물며 페나는 정령사들 중에서도 상당한 우위에 있는 편이기에 절대 그녀의 명령을 거스를 수 없다.
무엇보다 정령에게 맡기면 정령사는 아이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지.
요컨대.
“최근에 아르나가 좋아하거든.”
정령은 아이들의 관심을 빼놓기 딱 좋은 것이라는 뜻이다.
하물며 정령에게 아이를 보게 하면 자연스레 부모는 체력도 아낄수 있지.
그야 고생은 정령이 하면 되니까.
“애 보기의 끝판왕이네 저거……
“후훗. 어때?”
“……어떤 의미로는 페나 네가 나더러 꾀가 어쩌고저쩌고하면 안될 거 같아.”
“뭐, 어때서. 후후후후. 아르나가 좋아하니까 된 거야.”
그보다 정령의 고생은? 정령사가 이래도 되는가.
이미 붙잡힌 셀레는 아르나한테 꼭 안긴 채 항복 사인을 보내고 있다.
3. 2. 1. 라운드 종료. 셀레가 축 늘어졌다.
아르나의 승리.
“이겼어요!”
“……대체 뭐에 이기려고 한 거냐. 그보다 어째 끌어안는 폼이 묘하게 단단하다?”
“카니아 이모한테 배운 거예요!”
“……카니아 누나한테는 나중에 내가 뭐라고 해야겠군.”
뭐, 괜찮겠지. 정령이니까. 저렇게 보여도 그냥 아르나한테 맞춰주는 것이다.
그보다 효과가 좋군. 저거 혹시 꽤 대박 칠 수 있는 건수 아닌가.
어린아이와 정령에 대해서 반사적으로 잔머리를 굴리는 사이.
디아가 무슨 일인지 우리를 찾아왔다.
“아렐 님. 페나 님. 마침 여기 계셨습니까?”
“ 디아?”
“아…… 오늘이 그날이야?”
“아하…… 얼마 전에 말했던 그 거?”
페나도 이미 며칠 전에 들었는지 바로 이해했다.
“아르나! 그만 놀고 가자꾸나.”
약간 서운한 듯하지만 아르나는 그대로 쪼르르 달려와 나를 향해 팔을 뻗는다.
“아빠!”
“이런, 이런 참 응석꾸러기구나.”
나는 옅게 웃으며 그대로 아르나를 안아 들어 올려 목마를 태우고는 디아가 안내하는 방향으로 향했다.
“그런데 아빠? 뭐 하는 거예요?”
“아? 간단한 검사란다.”
아직 아르나가 이해하긴 조금 성가신 것들이니까 적당히 둘러대 말할 뿐이다.
뭐, 검사긴 검사지.
귀족가라면 누구나 이 나이대쯤 한 번은 하게 되는 검사 말이야.
아르나의 마나 친화력이나 마나 보유량 같은 것들을 검사할 때가 왔다.
“에르네시아 왕국도 이 시기가 되면 검사를 하는 거구나…… 비슷하네?”
“아마 어느 왕국을 가도 서로 비슷할걸?”
귀족 가문의 아이는 일정 나이가 되면 자신의 마력량을 비롯하여 여러 자질의 유무를 테스트하게 된다.
“뭐, 개인적으로는 썩 마음에 드는 건 아니지만.”
“……나도. 조금 그렇긴 하네.”
페나 역시 썩 좋은 기억은 없다는 듯 살짝 흐릿한 표정을 지었다.
자기가 어릴 때 일을 떠올린 걸까? 그러고 보니 그녀는 어릴 적에 정령술의 자질을 깨달은 바람에 제국의 방침과 맞지 않아서 고생했었지?
“그 외에도 귀족 아이에게는 한번은 필요한 절차입니다.”
영지 마법사에게 준비를 지시하던 디아가 우리의 대화를 들었는지 조용히 말했다.
나도 안다.
“평범한 재능이면 상관없어. 재능이 없더라도 크게 지장은 없지……
“하지만 위험한 것이라면 어릴 때 알고 방침을 정하는 게 아이를 위해서도 옳습니다.”
어릴 때 검사를 하는 것이 관례화된 것은 단순히 재능을 감별하고 써먹기 위한 것이 아니라 아이의 안전한 성장을 위해서다.
“기본적으로 귀족은 우수한 자질을 이어받았지.”
그게 문제다.
전생의 프로가
꿀 빠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