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guitarist RAW novel - Chapter 224
231화. 우상을 올려다보는 사람들 (3)
기자들은 바쁘다.
작은 신문사라도 보도거리 하나 잡기 위해 고군분투를 하는데,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주간지의 기자라면?
그 업무량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더 타임의 클로이 카터 또한 마찬가지였다.
“[전해드린 내용과 같이, 표지 변경이 꼭 필요합니다.]”
이미 해가 저물어버린 저녁.
대회가 끝나자마자 회사에서 잡아준 호텔에 돌아온 그녀는, 노트북을 화면을 바라보며 진지하게 떠들었다.
화상채팅이었다.
“[음 … 확실히 납득은 가네요 ….]”
“[예상했던 구도에서 완전히 벗어났습니다.]”
더 타임은 뮤지션만 취재하는 주간지가 아니다.
두루두루. 이것저것. 아무거나.
정치부터 과학을 거쳐 가십거리까지.
그리고 클로이가 맡은 분야는 이른바 ‘대중음악.’
대회는 재미있게 감상했다.
그리고 취재 아닌 취재도 했다.
사진도 아주아주 잘 찍혔다.
실력이 좋아서라기보다는 중고차 한 대 값 하는 카메라가 다 해준 거지만.
어찌 됐건, 오늘의 클로이는 제 할 일을 충분히 다 해냈다.
지금 이 화상채팅만 잘 넘긴다면 말이다.
“[아이작씨와 접전이 벌어질 거라 예상했지만 … 실제 대회의 양상은 많이 달랐습니다.]”
아이작 vs 김수재라는 구도에, 새로운 인물이 난입하여 아이작의 자리를 뺏었다.
페데리카 모레티.
정작 예선에서는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던 인물.
들었던 얘기론, 그녀는 개인전인 대회에서 ‘무리’를 지었다고 한다.
‘굳이?’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듣고 보면 좀 합리적이긴 하다.
1. 참가자들의 톤을 만져주고, 본선에 올려보내 자신에게 ‘유리한’ 환경을 조성한다.
2. 남에게 만들어준 소리이니, 자신의 소리보다는 못할 것 아닌가?
3. 우승한다.
계획은 매우 효과적인 것처럼 보였다.
16번 참가자의 무대까지는, 클로이 또한 혼란을 겪었으니까.
페데리카의 차례가 돼서는, ‘뒤집어졌다’고 생각마저 했었으니까.
“[… 빨기좌가 압도적이었지.]”
하지만 압도적이었다.
‘설마’ 했던 일은, 결국 이루어지지 않았다.
압도적인 무대.
압도적인 실력 차.
강했다.
뮤지션에 대고 ‘무력’을 측정하는 정신 나간 짓을 할 생각은 없지만, 그럼에도 강했다.
그러니까 ….
“[아이작씨에게는 죄송한 일이지만, 2인 구도는 없던 일로 해야 할 겁니다.]”
“[기존 작업 인력은 최소한으로만 남겨두고 다시 짜겠습니다. 사진은 팀장님이 찍은 걸로 올리죠. 진짜 잘 찍으셨네요.]”
클로이는 만족스럽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뭐 주간지 작업하는 방식이야 다 똑같다.
어느 대회든 간에, ‘1등’이 정해지고 그제야 부랴부랴 기사를 쓰는 게 아니라, 그냥 여러 명의 분량을 다 써놓고 정해지면 선택해 사용한다.
그러므로 클로이가 방금 한 행동은, ‘인력이동 요구’에 불과했다.
아이작vs 김수재를 집필하던 인력을,
순수 ‘김수재’ 기사를 작성하는 데 쓰도록 말이다.
“[결선은 어떻게 되리라 보십니까?]”
“[글쎄요…. 이대로만 가면 수재씨가 1등을 할 것 같은데 ….]”
“[관련해서 인터뷰 한 번만 부탁드립니다.]”
“[지금 엄청 바쁠 텐데요?]”
“[부탁드립니다!]”
클로이는 인상을 찌푸리며 달력을 쳐다보았다.
만나 … 줄까?
“[안면을 터놓으신 분이 팀장님밖에 없습니다!]”
“[… 우선은, 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업계에 몸담으면서 무대뽀가 아닌 사람이 없긴 하겠지만, 클로이는 자신이 눈치 있는 인간이라 자부하고 있었다.
‘당장은 안 될 것 같고.’
내일이나 모레 즈음에 한번 들러보자고 다짐한 후, 클로이는 화상채팅프로그램을 종료했다.
그리고,
딩-딩딩-
곧이어 걸려온 전화를 받고, 두 눈을 크게 뜰 수밖에 없었다.
“[지금 시간 괜찮으십니까?]”
“[무슨 일이시죠?]”
“[이런 말씀 드리긴 죄송하지만, 저희도 정보가 좀 필요해서 ….]”
잔뜩 쉰 중년 남성의 목소리였다.
콩고물 받아먹으려 건 전화 따위, 평소 같았으면 바로 끊어버렸을 텐데.
클로이는 도저히 그럴 수가 없었다.
“[빨기좌 관련된 정보를 공유해 주셨으면 합니다.]”
“[하 … 이건 너무 이른 거 아닌가요?]”
“[오히려 늦었을지도 모르지요.]”
규모로만 보면 더 타임보다 작지만, ‘음악’이라는 장르에서는 거의 공룡급.
거기에, ‘기타리스트’라는 존재와 절대로 떼려야 뗄 수 없을 정도로 얽혀있는 곳.
“[… 언제 만날까요?]”
“[오늘 당장 괜찮으십니까? 만나서 빨기좌 유튜브 댓글이나 같이 보죠.]”
“[댓글이라…. 나이도 지긋하신 분이. 그나저나 영국에 계셨던 거군요. 말씀도 없이.]”
“[하하하. 이해해주십시오.]”
“[놀라울 지경이네요. 그렇게까지 영국이 싫으신 겁니까?]”
“[저는 아닙니다?]”
클로이는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보고하느라 유튜브는 못 챙겨 본 거 같은데,
밥 먹으면서 같이 보면 되겠다.
“[헌정 랭킹에 … 아니죠? 에이 설마, 17살이….]”
“[모릅니다.]”
애매모호한 질문에, 애매모호한 대답이 돌아왔다.
***
성황리에 마무리된 본선.
그리고 끝나자마자 부리나케 걸려오던 전화들.
친구들은 귀가 터져라 전화기에 소리를 질러댔고, 가족들이나 지인들은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흥분을 안 한 사람이 없더라.
다들 뭔 말을 하는지 못 알아듣더라.
그래도 기분은 좋았다.
‘탈출하는 것도 고역이었지.’
특히 나는 무대 정리 때문에 제일 늦게 나갔는데, 팬들이 막 밖에 진을 치고 있는 게 참 장관이었다.
사진을 못 찍어 놓은 게 좀 아쉬운데 …
사람 수가 적당하면 모를까, 한 명씩 악수하다가는 밤새도 모자랄 것 같아서 그냥 도망쳤다.
그리고, 차에 타자마자.
엄청난 피로가 몰려와서 우선 호텔로 돌아왔다.
돌아와서 가장 먼저 확인한 건 당연히 유튜브였다.
– 드디어 공개된 w-legc 본선! 그리고 빨기좌 무대ㄷㄷㄷㄷ –
(동영상)
실시간 급상승
–
빨기좌의 w-legc의 무대가 드디어 공개되었습니다!
철저하게 감추고 있었던 퍼포먼스와 신곡!
정말, 직접 보고 들어도 믿을 수가 없는 무대였습니다.
안 보신 분들은 없겠죠?
아마 이 소개 글은 영상을 전부 시청하고 나서 보고 계신 거겠죠?!?!?
아니라면 당장 보세요!
1분 1초를 손해 보고 계시니까요!
*A-tra 채널은 w-legc와 관련된 영상물의 가공, 배포, 상업적 이용 허가를 취득하였습니다.
–
조회수 : 99만 5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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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만 구독
댓글 :
– 속보) 빨기좌 내공 10갑자 도달…
ㄴ ‘이기어기타.’
ㄴ 아니 ㅋㅋㅋㅋㅋㅋ
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기대를 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기대를 배신당했다.
ㄴ 웬 배신?
ㄴ 4기타 정도 나올 줄 알음
ㄴ 한 25배 규모로 배신당했네
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 ㅅㅂ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대체 빨기좌 머릿속에 뭐가 든건지 짐작이 안감.
ㄴ 빨기좌의 생각을 ‘짐작’ 하는 것부터가 무례하다고 생각되지 않나?
ㄴ ㄹㅇ
ㄴ 죄송합니다. 입덕 초기라.
ㄴ 이번만 봐드립니다.
ㄴ 감사합니다..
– 이거 머임?
ㄴ 첨봄?
ㄴ ㅇㅇ
ㄴ 근데 나도 모름 ㅋㅋ
ㄴ 존멋 ㅋㅋ
– 솔직히 10~20대 대회에서 페스티벌급 퀄리티가 나올줄은 몰랐음. 다 잘했다 ㄹㅇ 한국인 3인방 최고다.
ㄴ 빨기좌 말고도 다른 둘도 엄청 잘했음.
ㄴ 나라의 미래가 이렇게 밝습니다 여러분.
– 속보) 빨기좌 차트 기록 갈아치우는 중.
ㄴ 그래서 신곡 언제 올라오는데 ㅋㅋ
ㄴ 유튜브로 들으라고 ㅋㅋ
ㄴ 유튜브는 eq안되자나
ㄴ 빨기좌가 만든 소리에 … eq를 입혀서 들어 …?
ㄴ 사형
ㄴ 이게 뭐라고 사형까지 가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빨기좌는 진짜 전설이다. 내가 저런 인간이랑 같은 시대에 태어나서 같이 살아간다고? 진짜 말도 안 되는 일이다….
ㄴ 저 퍼포먼스 허가해준 대회도 신기함. 단발성은 아니겠지?
ㄴ 절대 아닐듯
ㄴ 2회차도 존나 기대되네 ㅋㅋㅋ
-빨기좌사랑해가능하면나도저기같이묶어서101기타해줬으면좋겠다고생각했엏ㅎㅎ
ㄴ 님
ㄴ 넹
ㄴ 짧아서 짭일줄 알았는데 읽으니까 찐이네.
ㄴ 진짜 표현할 수 없는 음험함이 묻어나오네요..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ㄴ 고마워용 ㅎㅎ
ㄴ 칭찬 아닌데 ㅂㅅㅋㅋ
– 듣고 존나 흥분해서 따라치다가 프렛에 손가락 베였습니다.
ㄴ 야 눈치가 있으면 지혈하지 마라..
ㄴ 이젠 기타가 자가염색도하네
ㄴ 자가염색 ㅅㅂ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 기타는 빨개지고 싶었어. 근데 님이 그 꿈을 망쳤어.
“와우….”
나는 연신 감탄사를 토했다.
이게 물리적으로 가능한 건가?
인간이 이렇게 편집을 빠르게 할 수 있는 건가?
“하긴.”
에이트라는, 이젠 거의 이쪽 분야의 탑이다.
일반인 출신 음악 유튜버 중에서는 ‘대장’ 그 자체란 소리다.
그런 인물이 초인적인 힘을 가지지 못하는 게 더 이상한 일이 아닐까?
까톡!
에이트라님 : 수재씨! 저희 채널이 1등으로 올라갔어요 ㅎㅎㅎ 지인들 10명 정도 수배했는데 보람이 있네요!
에이트라의 엄청난 업로드 속도의 비결은 머릿수와 돈이었다.
날 속였어!
ㄴ 답장 : 감사합니다ㅎㅎㅎ
댓글을 다 볼 순 없으니, 딱 하나만 더 보고 끄기로 했다.
평소에 자주 달리던 기대 만발의 내용이었다.
하지만 뭐랄까,
뭐라 표현해야 할까.
그래, 불안하다.
처음으로, 댓글을 보고 걱정이 든다.
– 결선 진짜 개빡세듯 ㄹㅇ 보컬 곡을 보컬 없이 기타로 어케함ㄹㅇ
ㄴ 빨기좌는 가능
ㄴ 레일라 전적 있잖아 ㅇㅇ
ㄴ 기가막힌거 하나 뽑아올 듯.
이번 대회의 결선,
그것은, 바로.
‘레드 제플린’ 곡의 보컬 없는 기타 커버.
“하 ….”
솔직히 말하자.
이 대회는, 여타 음악 콩쿠르와는 다르다.
대회임에도 공연 같은 형식을 취하고 있고, 수용 인원은 뭐 페스티벌 급이고, 개최 비용을 따지면 아마 역대급일 거다.
그러므로, 다른 대회랑 비교하며 ‘이건 왜 이래?’라는 생각을 가질 수도, 필요도 없는 것이다.
근데 말이야 …
“나흘은 좀 … 심하지 않나?”
모든 심사가 끝나고 나서, 결선 정보가 공개됐다.
결과, 일시적인 혼란이 찾아왔다.
결선은 단 ‘5일’ 뒤.
“범위가 널널하긴 한데 ….”
특정 곡을 딱 지정한 건 아니었다.
그저, ‘레드 제플린’이라는 밴드의 곡을 한 개 선정하여 기타에 맞게 어레인지한 후, 치면 된다.
본선에 올라올 정도의 실력자라면 아마 할 만한 작업일 것이다.
코드도 정해졌고, 음계도 다 정해졌다.
즉흥연주를 막 후리다 보면, 하나쯤 걸려 얻을 수도 있다
심지어 백킹 연주는 프로 세션들이 알아서 다 해준단다!
나는 구석에 놓인 레스폴을 잡고, 노트북에 연결해서 가상 앰프를 실행시켰다.
지이잉~
대충 예상했던 소리가 스피커에서 튀어나왔다.
옛날의 소리.
빈티지한 소리.
노트북 스피커라서 막 감흥이 크진 않다만.
‘레드제플린’에 근접한 느낌이긴 했다.
“큰일 났네 … 아니, 좆됐네.”
카아앙~
지미 페이지가 연주한 곡은, 전부 다 따라 쳐보았기에 음계가 머릿속에 훤하다.
어레인지도 몇 번 도전해 보았기에, 써볼 수 자체도 많다.
하지만 나는 이내 손을 놓아버렸다.
그리고, 시끄럽게 들려오는 인풋 잡음을 멍하니 들었다.
“… 될 리가 없지.”
나는 노트북을 덮어버렸다.
그리고…
딩동-!
소이가 왔음을 직감하고,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었다.
우선은 같이 밥이라도 먹으면서 계획을 세워야겠다.
덜컥-!
문을 열자 소이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머뭇머뭇.
우물쭈물.
뭔가 분위기가 묘하다.
‘…아해.’
아까 그 중얼거림을 엿들었던 탓일까.
나까지 괜히 머리가 몽롱해지는 것 같다.
“밥 먹으러 가자.”
뭐, 이러나저러나 나까지 우물쭈물할 수는 없는 거고.
성미에 맞지도 않고.
우선 뭐라도 뱃속에 들어가야 머리가 돌아갈 것 같…
“우리 빨기좌! 잘 쉬었냐?”
은데.
뭐지?
“어 … 어? 여기 왜 있어요?”
“인마, 기껏 보러 왔는데 그게 뭐냐? 어?”
박작곡가였다.
“수재군~”
나선생님도 계셨다.
“많이 놀랐지? 몰래 보러 왔었단다.”
알고는 있었지만, 둘이 항상 찰떡같이 잘 붙어 다니시네.
영국까지 따라오셨구나.
이러나저러나, 감사한 것은 매한가지.
나는 곧바로 꾸벅- 고개를 숙였다.
“그 뭐냐 … 뒤풀이라도 하려고 했는데 … 시간이 좀 촉박하다지?”
“아… 그렇죠. 그래도 밥 먹을 시간은 있어요.”
“뭐, 넌 평소에 레드제플린 좋아했으니까 그닥 빡세지도 않을 것 같 …”
박 작곡가는 말을 하다가 말았다
“수재야 … 괜찮아?”
“… 수재군.”
나선생님과 소이는 나를 그저 조용히 부를 뿐이었다.
“표정 참 심각하구만. 기타 넥이라도 부숴 먹었나?”
내 표정이 대체 어떻길래 그러지?
나는 얼굴을 이리저리 찡그리며 근육을 풀었다.
“흡 … 하나도 안 바뀌었어.”
“진짜?”
“곡 때문에 그래?”
“아…응.”
소이는 내 고민거리를 곧잘 맞췄다.
독심술이라도 쓰는 건가?
얜 어떨 때 보면 내 머릿속을 훤히 읽고 있는 것 같다.
나는 내 고민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좆됐… 아니, 큰일 났습니다.”
“왜? 레드제플린 잘 치잖아?”
“수재군이 나랑 처음 만나서 들려줬던 곡도 … 레드제플린의 곡이었지 분명.”
“예….”
“나쁘지 않았었는데.”
백문이 불여일견.
아니 백문이 불여일직청이라고 할까.
나는 세 사람을 방에 들였다.
그리고, 곧장 연주를 시작했다.
’Stairway to heaven.’
나숙호 선생님과 처음 만나서 들려 드렸던 곡이다.
기타샵에서 이걸 치면 흠씬 두들겨 맞고 쫓겨난다는 밈도 있을 정도로 흔하고, 누구나 치며, 솔직히 안 질린 사람이 없는 곡이다.
하지만 … 나는 영 만족스럽지가 않다.
전생에서 엄청나게 연습하고, 회귀해서도 도저히 손에서 떼놓을 수 없었던 곡이건만.
나는 이걸 칠 때마다 한계를 느꼈다.
원래 곡이란 게 ‘치면 칠수록’ 실력이 늘어야 하는 법임에도, 이상하게 레드제플린의 곡들은 정체된 상태가 이어졌다.
그리고 그게 내가 레드제플린을 좋아하면서, 연주는 꺼리는 이유였다.
“… 좋은데?”
“아니, 많이 좋은데요? 벌써 이걸 이렇게 만들었다고!?”
“우, 우와 ….”
“….”
정신이 멍하다.
아니 뭐 좋기는 할 것 같다만, 그 정도인가?
“처음 들었을 때도 느꼈지만 … 정말 분위기를 잘 살렸어. 연구를 많이 한 게 느껴지는구나.”
“그러니까요, 나선생님. 이대로 그냥 본선에 써도 문제없을 거 같은데.”
두 거물이 내리는 칭찬.
하지만 나는 여전히 뭔가 찜찜했다.
… 진짜 그런가?
아닌 것 같은데.
나는 두 사람의 말을 의심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리고 내 표정을 골똘히 연구하던 박작곡가는 …
“…흠.”
아주 잠시 입을 틀어막더니,
“…!”
눈을 땡그랗게 뜨며 입을 벌렸다.
아주 놀라면서.
놀라기보다는, 경악하면서.
“너 … 너 설마 ….”
“….”
분위기가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박작곡가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더듬거리며 말을 이었다.
“… 지미 페이지보다 잘 치고 싶은 거냐?”
“어… 예.”
정곡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