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necromancer in a fantasy game RAW novel - Chapter 185
185
소요는 잦아들고 고요가 깃든다.
쉬지 않고 울려 퍼지던 총성, 어떻게든 살아남으려 부린 악다구니, 겁에 질린 비명과 숨 끊어지는 자의 힘겨운 한숨마저 진흙 속에 묻혔다.
부러진 장대 위에 내려앉은 까마귀들만이 연신 깍깍거리며 소란을 피웠다. 자신들을 위해 안배된 만찬을 기꺼워하는 듯하다.
병력을 이끌고 도달한 존황파의 장군들은 하나같이 말을 잇지 못했다.
“장장 일주일 가까이 돌파하지 못했는데.”
사전에 구릉지를 점거한 적은 촘촘하게 말뚝을 세우고, 포대로 저지선을 구축했다.
포병이나 마법사의 지원 없인 저기에 돌격한다는 건 사실상 자살 행위. 그들은 황제가 베르겐푸르트에 고립되었음에도 접근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었다.
그러나 견고하던 방비가 무색하게 느껴질 정도로 능선을 따라 퇴적된 시체들이 작은 둔덕을 이루고 있었다.
구릉 밑을 겨누던 포신들은 죄다 반대편을 향해 있었으나, 일발로 수십 명을 짓뭉개는 화력조차 그들을 죽음으로부터 구해주지 못했다.
피와 기름이 뒤섞인 지면은 썩은 파이처럼 질척거렸다. 바닥에 널린 주검을 굽어보던 지휘관이 입을 열었다.
“적의 병력은 완전히 전멸했지만, 사령술사도 적지 않은 손실을 입었구려. 통상적으로 이 정도면 공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슬쩍 토드를 훔쳐본 장군 하나가 중얼거렸다.
“저자의 군세는 도리어 불어나겠죠.”
제아무리 명성이 드높아졌다 한들, 시신에 손댄다는 금기로부터 비롯되는 거부감은 여전했다.
딸랑.
종소리가 울린다. 제자들은 종을 울리며 일대를 거닐었고, 그 가운데 향로로부터 흐릿한 녹광이 피어오른다.
참칭파에 가담했다 하더라도, 이들 모두가 죄인은 아니다. 신하로서 군주에게 반기를 드는 것은 어디까지나 세속의 죄일 뿐.
저기 죽은 이들 중엔 자의로 참전한 이들도 있겠지만, 부득이하게 소집된 이들도 적지 않다.
“아무리 죽기 위해 태어났다지만, 죽음을 바라는 자가 어디 있으리오.”
토드는 손을 뻗어 휘광을 풀어냈다. 사령술사의 서늘한 기운이 자욱하게 깔린 포연을 걷어내고, 호시탐탐 시신을 노리던 까마귀들을 쫓아냈다.
“그대들의 죽음을 애도하노라.”
허물을 깨고 부상하는 무수한 사념들.
각기 살아온 생애에 따라 축적된 업도 다르듯이 죽은 뒤에 보이는 반응도 제각각이다. 체념하고 떠나가는 이들이 대부분이나, 받아들이지 아니하고 거부하는 자들도 적지 않다.
토드는 그들이 쏟아내는 한 맺힌 성토를 귀 기울였다. 재차 향로를 흔들며 사령술사가 속삭였다.
“죽음을 괴로워 말라. 사망은 종점이 아닌, 단지 영원한 안식으로 향하는 여로에 불과할 뿐이라네.”
내게 대적했기에 죽어 마땅했다는 식으로 합리화를 할 생각은 없었다.
적이라도 진심을 담아 그들을 위로했다.
“남겨진 이들은 그대의 부재를 괴로워하겠으나, 어머니의 자비 아래 장차 우리 모두는 영혼의 바다에서 재회하리다.”
추도문의 말미엔 담담히 살인의 무게를 받아들인다.
“살생의 업은 내가 짊어지고 가겠나니. 이제 그대들은 눈물 거두시옵고 이 고통으로 얼룩진 땅을 떠나가소서.”
위령은 마무리되었다.
신체가 지나치게 훼손된 시신들은 일일이 주검을 아마포로 감싸 땅에 묻고, 일일이 향로를 흔들며 배웅한다.
영혼이 떠나간 빈 껍데기들엔 사령술사의 부름이 깃들었다. 기존에 있던 하수인들이 친히 손을 내밀어 새로이 깨어난 망자들을 일으켜 세웠다.
사망자들이 고요하게 망자의 군세로 편입되는 광경은 실로 기이했지만, 한편으론 질서가 깃들어 있었다.
다소 불편한 눈빛으로 바라보던 지휘관들조차 침묵했다. 뭐라 단정 짓기 어려운, 모호한 기분이었다.
구릉지 전투에서 640구에 달하는 망자가 무력화되었으나, 추가로 1583구의 망자를 충원했다.
사실상 병력의 ⅓ 정도를 잃어도 전멸이라 보는데, 절반이 넘는 하수인을 잃었음에도 도리어 개체 수는 2배가 늘어났다.
이제 토드가 거느린 하수인은 거의 2000구에 육박했다.
비로소 향로를 거둬들인 토드는 측근들을 이끌고 존황파 측으로 향했다.
먼저 그들의 거두에 선 사내가 인사했다.
“그대의 승리를 경하하오. 프라이헤어 셰우드. 나는 이 땅의 정당하신 통치자이신 막시밀리안 폐하의 신하, 야콥 폰 우버펠트 공작이오.”
“카이저께 영광이 있기를.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우버펠트 공. 미처 전사자들의 장례를 치르느라 경황이 없었군요.”
망자들이 구덩이를 메꾸느라 분주한 것도 진풍경이었다. 물끄러미 그들을 바라보던 야콥이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유해를 매장하는 건 적잖게 수고스러운 일일 텐데 말이오.”
“비록 저들이 역도의 무리라곤 하나 마지막 배웅만큼은 존중하려는 게 저와 흑색 학파의 뜻입니다.”
힘없이 축축 처지는 듯한 눈빛관 달리, 말투에선 뚜렷한 신념이 묻어난다. 토드는 그저 대규모 하수인을 운용하면서 조금 피로했을 뿐이지만, 그를 지켜보는 이들은 그 간극에 도리어 경외감을 느꼈다.
흐릿한 눈동자의 광인이 당혹스러웠는지 지휘관들은 말을 아꼈다.
“덕분에 사상자 없이 베르겐푸르트에 주둔한 아군과 합류할 수 있게 되었군. 실로 지대한 공에 감사하오.”
“아닙니다. 이들이 남겨둔 보급품이 상당하니 속히 수습하시지요. 경들의 부대에도 보탬이 될 테니까요.”
제후들 간의 국지적 분쟁과 달리, 다양한 제후들이 참전하는 전쟁에서 전리품 배분은 민감한 문제다. 사실상 전비는 노획으로 충당하는 게 대부분이고, 실질적으로 자신들은 전투에 관여하지도 않았으니 전리품을 주장할 권리도 없었다.
야콥이 눈동자를 동그랗게 떴다.
“이건 셰우드 경께서 오롯이 일궈낸 승리이지 않소. 우리가 기여한 바는 없소이다.”
어깨를 으쓱인 토드가 망자들을 가리켰다.
“제 하수인들은 식료품이 필요하지 않은지라. 단지 갑옷이나 무기 같은 물자들만 확보하겠습니다.”
전리품까지 흔쾌히 내어주겠다는 아량에 야콥은 감명받은 눈치였다.
“정말 고맙소···! 수습이 끝나는 대로 행군을 속행합시다.”
병사들은 사방에 만연한 송장 냄새에 인상을 찌푸리긴 했어도 부지런히 곡물 자루와 염장고기, 술 따위를 수레에 실어 날랐다.
‘어차피 우리 측에 먹을 입이라곤 나와 산시아, 바우어 양뿐이고.’
이번 원정에서 한나 역시 산시아의 수행원으로서 동행했다. 그라워볼프 가에서 하녀로 근무한 덕택인지 그녀는 좋은 식재료를 추려내는 눈썰미가 있었다. 미리 싱싱한 야채와 훈제된 거위 따위를 챙겨둔 뒤였다.
비전투원이지만 데려온 보람이 있었다.
수천을 며칠 가량 먹일 군량을 셋이서 소비할 여력은 없으니 차라리 아군에게 나눠주고 평판을 관리하는 편이 이득이다.
‘성채를 세운 건 시작에 불과해.’
이젠 토드도 어엿한 제후이지만, 지엽적인 명성으론 흑색 학파를 재건할 수 없다.
여전히 사령술사는 토드와 제자를 포함해 셋뿐이라, 학파라기보단 실상 사령술 동호회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못해도 제국 내 일곱 마탑에 준하는 입지를 다져야만 한다. 황제의 공헌이라면 이를 실현하기에 충분한 권위가 있었다.
‘어린 황제면 모를까, 콘라트가 내 요청을 들어줄 이유는 없지.’
더 간절한 쪽이야말로 자신의 공상에 살을 붙여줄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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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드가 방어선을 돌파하면서 존황파의 병력이 베르겐푸르트에 비로소 결집했다.
그러자 여태껏 베르겐푸르트에 맹렬하게 공세를 퍼붓던 콘라트는 포위를 유지한 채 병력의 일부를 북상시켰다. 그럼에도 작전장교의 보고에 따르면 여전히 참칭파의 머릿수는 존황파의 전력과 비등한 수준이었다.
‘3만 8천이라···. 길목을 막고 있던 별동대의 12배 이상이네.’
토드가 침을 삼켰다.
3천의 병력을 뚫어내는 데도 하수인 절반을 잃어야만 했다. 여태껏 토드가 상대해왔던 제후들의 징집병들과 달리, 이들은 정식 군대다.
여전히 화승총은 그 수준이 현대의 화기에 비하면 지리멸렬했지만, 높은 군율로 훈련된 병사들은 망자들이 유효 사거리까지 접근할 때까지 곧잘 인내했다.
‘여전히 내가 거느린 하수인의 대다수는 걸어 다니는 시체야. 일단 접근하기 전에 포격을 얻어맞아야 하고, 납탄 세례까지 맞으면 버티질 못한다.’
촘촘한 화망은 자칫 이스라마저 위험에 빠트릴 수 있다. 하물며 덩치가 큰 살점 거인은 훌륭한 표적지에 지나지 않는다.
‘거기에 상대측에 마법사도 신경 써야 하지.’
일곱 마탑은 교회와 마찬가지로 정치적 간섭을 받지 않는 게 불문율이라, 학파에 무관하게 마법사들은 높은 몸값을 불러주는 진영으로 자유로이 종군하는 편이었다.
이런 대규모 전장에 참가하는 게 처음이라, 여러모로 신경쓸 거리가 많다. 머리가 지끈거렸다.
“아이단 제국원수께선 셰우드 경에게 좌측의 예비대를 배정하셨습니다.”
존황파의 병력은 31000명.
그중 주요 가신 넷의 구성만 추려보면 구성은 다음과 같았다.
카이저, 막시밀리안 2세: 9500명.
란츠크네히트 연대 4000명,
휘하 궁중백들의 병력 5500명.
중포 15문과 화포 26문.
서리 마법사 셋, 토석 마법사 하나.
순록대공, 아이단: 7000명.
바인만 대공령 호위대 1500명,
직할령 징집병 2500명,
가신단 소속 부대 2500명,
스칼바냐르 용병 1000명.
중포 7문과 화포 23문.
신록 마법사 둘, 화염 마법사 하나.
지엄공, 테어도어: 5300명.
부흐팔슈타드 공작령 호위대 1300명,
직할령 징집병 3100명,
가신단 소속 부대 900명.
중포 4문과 화포 24문.
창공 마법사 하나.
켄젤슐리텐 변경백, 크뤼거: 3200명.
직할령 징집병 1200명,
가신단 소속 부대 900명,
다수의 용병단 1100명.
화포 8문.
북부 멜다비어령 남작, 토드: 2071명.
네크로폴리스에서 데려온 근위병 343구,
보충병 1728구.
그 외에 나머지 다수의 제후가 동원한 병력의 총합이 4천가량이었다.
존황파에 가담한 제후 중엔 걸출한 이들도 많았고, 일개 남작에 불과한 토드보다 상대적으로 작위가 높은 제국귀족들도 다수였으나, 병력만으론 4위를 차지할 정도였다.
군소 영주치곤 비정상적인 동원력이었다.
‘비율로만 따지면 보병과 기병이 7:3 정도인가. 대부분이 전통적인 중기병이고.’
그에 비하면 참칭파는 전력의 대부분이 보병이었다. 얼핏 기병대의 숫자 덕분에 7천 정도의 열세는 극복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이지만, 이미 전장의 대세는 장창을 앞세운 방진이 사수들을 단단히 호위하는 형태.
게다가 상대방이 사거리나 화력이 우월한 중포를 더 많이 보유했을뿐더러, 콘라트가 단독으로 거느린 마법사만 10명이었다.
‘차라리 내가 선봉을 맡는다면 적의 포탄이라도 빼줄 수 있을 텐데.’
선봉은 위험도 따르지만, 가장 극렬하게 교전이 발생하는 곳이니만큼 시신을 확보하기에도 용이하다.
하지만 망자들의 흉악한 외형이나 시취가 병사들의 사기를 저해한다는 우려가 있어 어쩔 수 없이 동떨어진 위치에 배속되었다.
【쯧, 유감스럽군! 마땅히 본인이 선두에 나서야 모두의 이목이 쏠릴 텐데!】
제정신이 박혀있다면 가장 먼저 죽어 나갈 선봉장을 꺼리는 게 당연하다.
한창 관심에 목마른 이스라는 독무대를 차지할 기회를 놓쳤다고 생각해서인지 연신 분통을 터뜨렸다.
“그래도 이스라, 이만한 대군이 격돌하는 것보다 값진 기회가 있겠습니까?”
파멸의 기사가 음흉하게 웃었다.
【하, 하! 하. 실로 그렇다! 어느 때보다도 떨리는 심정이라네. 전투가 기대되는군!】
그녀는 연신 건틀렛을 만지작대며 수시로 고삐나 갑주의 조임새를 확인했다.
이스라답지 않게 안광도 흔들리고 있어서, 토드가 슬그머니 물었다.
“무도회장에 데뷔할 때보다도요?”
【어허! 자네, 왜 생전을 들먹이는가! 이젠 본인에게 의미 없대도!】
발끈한 이스라가 안광을 이글거리자 토드는 어깨를 들썩였다.
“초조해하시는 것 같아서, 긴장이라도 풀어드리려고 한 겁니다. 실전에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만큼이나 아쉬운 일도 없잖습니까.”
콧방귀를 뀐 이스라가 어깨에 힘주어 말했다.
【흥! 그럴 리 없다! 본인은 무적이거늘! 이젠 납탄 따위를 쏴봤자 본인에겐 통하지 않지!】
“그렇군요! 그럼 대포알도 받아낼 수 있을까요?”
【···크흠. 그건 블루레이를 잘 조종해서 어떻게든 피해 봐야겠군.】
이스라의 안광에 한결 결연한 빛이 어렸다.
한층 안정된 모습을 확인한 토드는 베르겐푸르트 앞의 드넓은 평지를 살폈다. 수많은 인간이 대오를 갖추고 서 있었다.
고삐를 몬 토드가 좌익을 맡은 야콥에게로 향했다.
“우버펠트 공. 헌데 왜 대기하고 있는 겁니까?”
“곧 야전 마법사들 간의 공방전이 시작될 거요. 교전에 앞서 마법사들은 대포의 사거리가 닿지 않는 곳에서 주문을 낭송하지.”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평원 반대편에서 불줄기가 궤적을 그리며 날아들었다.
쐐애액-!!
그러자 후열에 있던 서리 마법사가 마력을 펼쳐 아군 위로 묵빛 역장을 펼쳐냈다.
샤아악···!
대번에 승화되어 흩어지는 주문에 병사들이 환호성을 지른다. 이에 대응하여 존황파 측에서도대단위 주문들이 쏘아져 올라갔다.
상공과 평원 한복판, 사방에서 화려한 섬광을 터뜨리며 양측 마법사들의 주문이 얽혔다.
일부 막지 못한 불덩이에 병사들이 쓰러지고, 땅바닥에서 가시덩굴 따위가 자라나는 등, 난리도 아니었다.
“상대방의 대단위 주문을 의식한다면 방진보단 병사들을 산개해두는 게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지 않습니까?”
토드의 물음에 야콥이 고개를 저었다.
“자칫 병사들을 흩뿌려놨다간 전열 자체가 와해될 수도 있소. 더욱이 이런 규모의 전투에선 한 번 기세가 꺾였다간 우르르 무너지기 마련이오.”
불운하게도 아군 마법사가 막지 못한 주문이 장창병들이 빽빽하게 밀집한 곳에 내리쳤다.
불빛이 번뜩이고, 뇌광이 뒤따른다.
쩌정!!
수십 명이 단숨에 잿더미로 산화했다. 곳곳에서 군기담당관들이 고함치며 동요하는 병사들을 다잡았다.
“차라리 몇 명을 던져주더라도, 진형을 유지한 채 전투에 임하는 게 낫소.”
“그래도 자칫하다간 주문 한 번에 부대 전체가 전멸할 텐데요.”
토드의 우려에 야콥은 낮게 웃었다.
“염려 마시오. 셰우드 경. 어차피 마법사들의 마력은 머지않아 바닥날 테니.”
마력이 바닥난다고? 토드가 보기에 지금 빗발치는 주문들은 대단위 주문 중에서도 소모 값이 낮은, 소위 가성비 광역기에 해당했다.
눈을 가늘게 뜨고 아군 측의 마법사들을 돌아보니 정말 기진맥진한 기색이 역력해서 황당할 따름이었다.
“마법사란 것들은 제 비싼 목숨을 부지하는데 누구보다도 혈안이 된 족속들이라, 가급적 전장에서 나서려 들지 않소. 대포가 닿지 않는 거리에서 대단위 주문을 낭송하려니 평소보다 배로 공을 들여야만 하지.”
토드의 의문은 더욱 가중되었다.
‘아무리 그래도 위력이 이거밖에 되지 않는데, 마력을 탕진한다고···?’
당장 카리나의 경우를 떠올려봐도 이것보다 대단한 주문들을 능수능란하게 구가했었는데.
그녀가 누커에 가까운 빌드라는 걸 감안하면 통상 다른 마법사들은 저만한 주문을 1시간 가까이 쏟아내도 이상하지 않다.
이내 마법사들의 주문이 잦아들고, 양측의 방열된 대포들이 불을 뿜었다.
곳곳에서 군기가 올라가고, 공격을 알리는 나팔과 북소리가 울려 퍼졌다.
‘카리나는··· 뭐였던 거지.’
빠르게 혼란스러운 상념을 접어둔 토드는 나직이 고했다.
“네크로폴리스는 카이저를 위해 싸운다.”
쟁쟁한 제후들과 용병대의 군기 사이에서 새카만 거미 깃발이 세차게 나부낀다.
북소리나 나팔 없이도, 2천에 달하는 망자들은 조용히 전장으로 나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