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Childhood Friend of the Middle Boss RAW novel - Chapter (86)
중간 보스의 소꿉친구가 되었다 (86)
저 멀리 학원도시가 보인다.
새털구름이 지나는 하늘 아래로, 바다 위에 떠 있는 인공섬의 전경이 완전히 드러난다.
“와….”
햇빛을 받아서 보석처럼 반짝반짝 빛을 반사하는 푸른 수면.
우거진 녹음과 암벽이 만들어 내는 학원도시의 경관.
자연 속에서 절묘하게 어우러져서 존재감을 발하는 세련된 건물들.
무엇보다 인공섬 중심에 우뚝 선, 하늘을 꿰뚫을 듯이 솟아 있는 거대한 세계수.
“저게 학원도시구나.”
배 갑판으로 나와 있던 강한별은 학원도시의 전경을 보며 감탄을 금하지 못했다.
난간에 팔을 얹은 그는 한참이나 멍하니 학원도시를 올려다보았다.
이제부터 자신이 살아갈 곳이다.
저 멋진 도시에서 산다는 생각에 그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당 여객선은 학원도시에 정박합니다. 오늘도 당 여객선을 이용해….]이윽고 배가 선착장에 정박했다.
안내 방송을 들은 강한별은 얼른 짐을 챙기고 배에서 내렸다.
선착장에 발이 닿자마자 눈을 감고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바다 특유의 비릿한 냄새와 함께 선선한 바람 냄새가 났다.
학원도시의 냄새다.
근 5년 동안 산속에서 수련한 그에게는 신선하기만 했다.
기억에서 잊히지 않을 것 같다.
“근데 금강 아카데미는 어떻게 가면 되는 거지?”
이내 강한별은 눈을 깜빡거렸다.
학원도시로 오는 것만 생각했지, 금강 아카데미로 가는 방법은 알아보지 않았다.
하지만 걱정은 없었다.
‘뭐, 어떻게든 되겠지. 저기 가는 사람들한테 물어볼까.’
학원도시로 올 때처럼 사람들에게 길을 물어보면 되기도 했고.
하산할 때 자신의 스승에게 받은 스마트폰이 있기도 했다.
여차하면 정보를 검색하면 되고, 지도로 길을 찾으면 된다.
일단 강한별은 자신 또래로 보이는 학생들을 따라가 보기로 했다.
‘버스를 타고 가는 건가.’
얼마 지나지 않아 버스 정류장이 눈에 들어왔다.
강한별은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 금강 아카데미로 가는 버스를 알아낼 수 있었다.
금강 아카데미가 위치한 곳은 학원도시 제23구.
그는 정류장에 서서 그곳으로 가는 버스가 오는 것을 기다렸다.
버스는 10분 뒤에 온다는 듯했다.
그때였다.
“훈련 삼아 직접 뛰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군! 근성이다!”
버스를 기다리는 것이 싫었는지.
같은 정류장에 서 있던 남학생이 별안간 그런 말을 내뱉으며 밖으로 뛰쳐나갔다.
앞머리를 세운, 스포츠머리를 한 남학생은 검은 도복을 입고 있었다.
이내 그가 양손에 캐리어를 끌고, 언덕에 있는 터널 속으로 사라졌다.
지켜보던 사람들은 터널을 보면서 할 말을 잃은 듯했고.
“훈련이라…. 나쁘지 않은데?”
“….”
강한별은 진지하게 고민했다.
곧 그는 고개를 저었다.
걸어서 학원도시를 둘러보고 싶은 마음이 동했지만 참아야 했다.
‘이사장님을 만나러 가야 하는데 땀에 젖은 꼴을 보이면 안 되지.’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
어차피 학원도시를 둘러보는 일은 언제든 할 수 있을 것이다.
강한별은 자신을 위안하며, 계속 버스를 기다리기로 했다.
이윽고 버스가 정류장에 정차했다.
[승차입니다.]강한별이 올라탄 버스는 조금 전, 검은 도복을 입은 남학생이 사라진 터널을 지나갔다.
터널을 지나자 학원도시의 풍경이 차창 밖으로 펼쳐졌다.
그렇게 금강 아카데미로 나아갔다.
* * *
나는 옷장을 열었다.
옷장 안에는 내가 서울에서 맞춘 금강 아카데미 교복이 걸려 있었다.
‘입어 보지 않아도 나한테 맞겠지.’
회색 블레이저 재킷 왼쪽 가슴에는 금강 아카데미를 상징하는 문장이 자수로 새겨져 있었다.
다이아몬드를 움켜쥔 드래곤을 연상케 하는 문장.
한편 재킷 안쪽으로 붉은 넥타이와 베이지색 조끼가 걸려 있었다.
군청색 슬렉스도 엿보였다.
옷장 바닥에는 포장을 뜯지 않은 와이셔츠 몇 벌과 양말 몇 켤레가 놓여 있었다.
‘일단 세 벌로 충분하겠지. 나중에 부족하다 싶으면 더 사면 되고.’
아카데미 학생이 입는 교복인 만큼 겉보기에는 세련되기만 한 교복에는 온도에 적응하고, 쉽게 해지지 않게 각종 마법적 처리가 가해져 있었다.
내열, 방한, 방수는 기본이었으며, 자가 수복 기능까지 겸비했다.
교복 자체가 일종의 아티펙트라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당연히 가격은 평범한 교복보다도 터무니없이 비쌀 수밖에 없다.
재정 환경이 좋지 않은 사람이라면 한 벌을 사는 것도 힘들다.
‘거기에 입학금에, 등록금도 내고, 각종 교보재까지 구입하면….’
만만치 않은 비용이 드는 셈이다.
물가가 비싼 학원도시에서 살아갈 생활비까지 고려하면 더더욱.
후원을 받지 않는 이상, 일반적인 가정이 감당하기에는 부담이 된다.
물론, 신검 도가의 직계인 내게는 해당하지 않는 사항이었다.
추가로 교복을 구입한다고 해도 조금도 부담이 되지 않는다.
주문한 교복의 상태를 살핀 나는 옷장 문을 닫았다.
‘일단 짐이나 풀어야겠다.’
입주 날짜에 맞춰, 전날에 한 번 청소한 방이라 그런지 굳이 청소할 필요는 없을 듯했다.
나는 가방과 캐리어에서 짐을 꺼내 정리하기 시작했다.
택배 상자도 뜯었다.
테이프를 떼어 내기도 쉽지 않고, 방 안에 커터 칼이 없었기 때문에 군청검으로 잘라 냈다.
‘아빠가 봤더라면 가문의 보물을 어떻게 커터 칼로 사용할 수가 있냐며 뭐라고 했겠지.’
아버지의 반응이 절로 떠오른다.
피식 웃은 나는 택배 상자에 든 옷가지들을 꺼냈다.
이미 개어져 있었던 덕분에 굳이 정리할 필요 없이 서랍에 차곡차곡 집어넣을 수 있었다.
‘침대 시트도 끼워야겠네.’
침대 매트리스 위에 있는 베개 솜, 베갯잇, 이불, 침대 시트 등.
포장을 벗겨 침구류를 꺼낸 나는 매트리스에 시트를 끼웠다.
집에 있을 때는 주로 사용인이나 어머니에게 맡겼기 때문에, 태어나 처음 해 보는 일이었다.
하지만 전생에 자취한 기억이 있던 나는 어려워하지 않고 구김이 지지 않게 침대를 정돈할 수 있었다.
“완벽해.”
괜스레 보람차다.
성취감을 느낀 나는 자화자찬하며 침대에 풀썩 몸을 뉘었다.
지면에 붙이고 있던 발이 떨어지니 노곤함이 느껴졌다.
이대로 한숨 자도 나쁘지 않겠다.
내가 그렇게 생각했을 때였다.
부우웅.
전화가 걸려 왔다.
호주머니에서 울린 진동을 느낀 나는 스마트폰을 꺼냈다.
연하늘에게서 온 전화였다.
“어, 하늘아.”
[여보세요? 짐 정리는 다 했어?]“지금 거의 다 끝난 참이야. 왜?”
[은비한테 연락 왔거든. 시간 되면 같이 시내로 나가서 장을 보자는데 어떻게 할래?]“은비가? 잘됐네. 마침 시내에서 살 것도 있었잖아. 가 보자. 나가서 저녁도 먹고 들어오면 되겠네.”
[그럼 내가 은비한테 말해 놓을게. 10분 뒤에 1층에서 집합이야.]“알았어.”
연하늘과 통화를 끝내고.
나는 밖에 나갈 채비를 하기 위해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가볍게 기지개를 켜서 몸을 풀고, 시간이 되자 1층으로 내려갔다.
라운지에서 만나기로 한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견우야! 여기야! 여기!”
“한 달 만이네요. 잘 지냈어요?”
“왔어?”
고은비, 리사 그레이스, 연하늘.
그들 모두 외모가 눈에 띄다 보니, 고은비가 크게 손을 흔들지 않아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나는 그녀들에게로 다가갔다.
자리에는 세쌍둥이도 앉아 있었다.
용해랑은 보이지 않았다.
“해랑이는? 걔도 오늘 학원도시로 온다고 하지 않았어?”
“네, 조금 전에 선착장에 내렸다는 톡이 오기는 했는데….”
“그 후로 연락이 없지 뭐야? 내가 전화해도 받지 않더라고. 단톡방에 이런 톡이나 남기고.”
리사가 점잖게 쓴웃음을 짓고.
고은비가 이것 보라는 양, 내게로 스마트폰 화면을 보여 주었다.
나는 화면으로 고개를 뺐다.
[나]: 다들 몇 시에 도착해? [용해랑]: 뛰어서 가는 중 [나]: 응?????? [나]: 설마 선착장에서부터 뛰어서 온다는 소리는 아니지??? [리사]: 버스 타고 가는 중이에요. 한 20분 뒤에 도착할 것 같아요방에서 짐을 정리하느라 단톡방을 확인하지 않고 있어서 몰랐다.
짧은 톡으로는 추측하기 어렵지만, 아무래도 용해랑은 뛰어서 이곳으로 오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의 성격이면 그럴 만도 했다.
‘훈련 삼아 뛰고 있는 거겠지.’
직접 보지 않아도 예상이 갔다.
지금쯤 그는 학원도시 어딘가에서 캐리어를 끌고 뛰고 있을 것이다.
땀을 흘리며 정신없이 달리느라고 톡을 할 겨를도 없으리라.
언제쯤 도착할지 알 수 없었다.
과연 오늘 안에 금강 아카데미에 찾아올 수 있을지나 모르겠다.
용해랑은 길치였으니까.
“연락이 안 된다면 어쩔 수 없지. 해랑이는 두고, 우리끼리 가자.”
“휴, 그래. 이건 내 잘못 아니야. 해랑이가 잘못한 거라고.”
“그래도 연락이 되면 좋을 텐데. 좀 걱정이네요. 잘 오고 있는 거겠죠?”
“음…. 아마 괜찮지 않을까? 걔는 어디에 내놔도 잘 살 것 같아….”
“하늘이 말이 맞아. 용해랑 걱정은 할 필요 없어.”
언제 올지 알 수 없는 용해랑을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다.
우리는 우리끼리 시내로 나가서 장을 보기로 했다.
그건 그렇고.
“너희는 기분 나쁘게 왜 아까부터 실실 웃고 있냐?”
나는 대화에는 참여하지 않은 채 화사한 얼굴을 한 세쌍둥이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그들이 실실거리며 답했다.
“생각보다 방이 꽤 좋더라고.”
“아카데미에 오기를 잘한 것 같아.”
“침대가 3개나 있더라. 히히.”
“3인실이니까 침대가 3개나 있지. 당연한 소리를 하고 있네.”
“우리 말은 그런 게 아니야.”
“침대가 하나씩 있었다니까?”
“2층 침대가 아니더라고!”
세쌍둥이의 이야기를 듣자 하니, 집에 있을 때는 방이 좁았던 탓에 아래층 서랍을 열면 침대가 나오는 2층 침대에서 지냈다고 한다.
그런데 기숙사 방으로 들어갔더니 인수만큼 침대가 따로 놓여 있어 감격했다는 모양이다.
“겨우 그거 가지고 그랬던 거냐.”
“도견우! 겨우 그거라니?”
“네가 3인용 침대 사용해 봤어?”
“어렸을 때부터 1층에서 자겠다고 툭하면 싸워 본 적 있냐고!”
“곱게 자란 너는 모르겠지.”
“우리는… 편하게 자기 위해 매번 필사적이었어.”
“네가 사는 게 전쟁이었던 우리 마음을 알아!?”
“이따 시내로 나가면 침대를 꾸밀 소품이나 찾아봐야겠다.”
“수면 베개를 가져오긴 했는데, 여기서 새로 시작하는 셈 치고 베개나 새로 사야지.”
“나는 인형을 둘 거야!”
내가 있는 것도 무시하고.
세쌍둥이가 뭐가 그리 즐거운 것인지 저희끼리 희희낙락거렸다.
그들의 심정이 조금 이해는 됐다.
비록 전생이기는 했지만, 한때는 나만의 잠자리를 동경하기도 했었으니까.
여럿이 생활하는 보육원에 있으면 동경을 품기 마련이었다.
‘그래서 보육원을 나와서 처음으로 내가 살 집과 침대를 얻었을 때는 쟤네처럼 좋아했었지. 월세였지만.’
추억이라면 추억이다.
나는 세쌍둥이가 저대로 좋아하게 내버려 두기로 했다.
한편 연하늘도 어느새 그들 틈에 끼어 있었다.
“나도 너희들 마음을 알 것 같아. 나도 내 방이 생기니까 기쁘더라고. 얼른 내 취향대로 꾸미고 싶어.”
“하늘아! 너는 알아주는구나!”
“너라면 이해해 줄 줄 알았어!”
“역시 소꿉친구밖에 없다니까?”
세쌍둥이가 연하늘에게 몰려든다.
나는 놈들이 연하늘과 가까워지려 하기 전에 그들 사이로 끼어들었다.
“똘마니들 주제에 소꿉친구는 무슨. 얘는 내 소꿉친구거든?”
“도견우! 우리도 하늘이랑 보낸….”
“금동이 형! 쉿! 쟤 눈 좀 봐!”
“그, 그렇지! 우리는 그냥 친구지! 초등학교 중학교 동창! 동네에서 그냥 아는 사람!”
내가 연하늘을 가리듯 앞에 서서 세쌍둥이를 노려보자.
그제야 정신을 차린 그들이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
‘이것들이 하늘이를 귀찮게 해?’
나는 작게 혀를 찼다.
그때, 등 뒤에서 시선이 느껴졌다.
연하늘이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왜 그래?”
“아니, 그냥….”
“뭐야?”
뭐가 그리 좋은지.
연하늘은 아무 말도 해 주지 않고 키득거리기나 했다.
* * *
마침 시내로 나가는 길에 입학처가 위치하고 있었다.
우리는 먼저 입학처로 향했다.
“으으… 가기 싫어….”
행정관, 입학처 앞.
연하늘은 선뜩 발을 떼지 못하고 끙끙 앓는 소리를 냈다.
표정이며, 말투, 자세, 분위기에서 어지간히도 들어가고 싶지 않다는 기색을 보이고 있었다.
사람들 앞에 서는 걸 어색해하고, 주목받는 것을 싫어하는 그녀로서는 싫을 만도 했다.
사실 나도 비슷한 심정이었다.
‘일이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원….’
나도, 연하늘도 본의는 아니었다.
우리는 단지 높은 성적을 얻으려 입학시험에 최선을 다했을 뿐이다.
그런데 너무 높은 성적을 얻었는지 나란히 입학 수석, 차석을 차지하는 상황이 돼 버렸다.
오죽하면 이명을 얻기까지 했다.
연하늘은 입학 수석이란 이명을, 나는 입학 차석이란 이명을.
[입학 차석]◆ 이명 기원
―금강 아카데미에 차석으로 입학하는 학생을 가리키는 명칭.
◆ 효과
―1학년에 재학하는 동안, 학생들과 교관들 외 아카데미 관계자들의 일정 관심을 받는다.
―1학년에 재학하는 동안, 수업에서 학습 능률이 소폭 상승한다.
보다시피 1학년 재학 기간에 한해 효력을 지니는, 효과보다는 명예에 초점이 맞춰진 듯한 이명이었다.
거의 쓸 일은 없을 것 같았다.
여하튼, 수석과 차석이 된 결과.
우리는 신입생 대표로 입학식에서 신입생 선서를 맡게 되고, 사전에 설명을 들으러 오라는 연락을 받고 입학처에 오게 된 것이다.
‘게임에서 입학 수석은 민아린이 차지했었는데….’
그리고 강한별이 입학식에 참석해 학생회장으로 연단에 선 도시은과 신입생 선서를 하는 민아린을 인지하게 되는 게 게임의 흐름이었다.
스토리를 따라갈 생각은 없었지만, 입학식부터 흐름이 바뀌게 되었으니 영 찜찜했다.
대체 어디에서부터 틀어진 걸까.
‘하늘이랑 민아린의 계통이 겹치고, 민아린이 하늘이한테 밀린 건가.’
연하늘의 실력이 우수하기는 해도, 민아린도 쉽게 밀릴 인물은 아니다.
내가 알기로, 그녀도 실기 시험에서 제법 높은 성적을 거두었었다.
실기 시험에서 반영된 정성 평가는 그녀가 더 높았을 것이다.
연하늘은 나와 함께 행동하느라고 실력을 선보일 기회가 별로 없었을 테니까.
그런데도 그녀가 수석을 놓치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었다.
‘이미 엎질러진 물인데 어쩌겠어.’
어차피 입학 수석이 바뀌었다 해서 스토리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
세상이 멸망하는 것도 아니다.
배드 엔딩과는 관련이 없다.
나는 긍정적으로 넘어가기로 했다.
“이러고 있지 말고 얼른 가자.”
“응….”
나는 울상을 짓는 연하늘을 달래고, 입학처로 들어갔다.
입학식을 담당하는 부서를 찾아서는 신입생 선서에 대해 들었다.
“학생들은 30분 일찍 무대 뒤편에서 대기하고 있어 주세요. 이건 입학식 때 학생들이 선서할 내용이에요. 긴장할 수도 있으니 연습해 놓으라고 주는 거예요. 선서는… 일단 여기서 한번 해 볼까요?”다행히 선서문을 보고 하는 터라 어려울 것은 없을 듯했다.
나와 연하늘은 교직원의 말대로 선서문에 적힌 내용을 읊었다.
“선서. 나는 내 이름과 영혼을 걸고….”
“연하늘 학생, 목소리가 떨리는데 입학식에서는 주의해 주세요.”
“네에….”
나는 별로 문제가 되지 않았는데, 문제는 연하늘이었다.
연하늘은 교직원의 주의를 듣고는 자신이 없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로 우리는 몇 번 연습을 하고 자리를 떠났다.
“으….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실기 시험 때로 돌아가고 싶어.”
“너무 걱정하지 마. 하늘이 너라면 잘할 수 있을 거야.”
“…정말 그럴까?”
연하늘이 푹 한숨을 내쉰다.
토끼 귀도 아래로 축 처졌다.
나는 그런 그녀를 격려했다.
“그리고 내가 있잖아.”
“….”
“너 혼자 선서하는 게 아니라, 옆에서 나도 같이 하는데 네가 긴장할 게 뭐가 있어. 실수하면 내가 해결해 줄 테니 겁먹지 마.”
“…머리 헝클어지잖아.”
턱 하고.
나는 연하늘의 머리에 손을 얹고는 가볍게 두드려 주었다.
그녀는 입술을 삐죽이면서도 굳이 내 손을 치우려 하지 않았다.
이내 기분이 풀린 듯했다.
“그럼 진짜 너만 믿는다? 실수하면 네가 해결해 주기야?”
“그렇다고 일부러 실수하진 말자.”
“치, 나도 그럴 생각은 없거든요.”
연하늘이 피식 웃는다.
나는 그녀의 머리에서 손을 떼며, 입학처를 나섰다.
이윽고 밖에 나와 있던 고은비가 우리를 불렀다.
“얘들아, 얼른 와! 지금 가면 바로 버스 탈 수 있대! 장 보러 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