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108)
108화
* * *
나는 꿈을 꿨다.
꿈이라는 게 그렇지만 현실이라면 말도 안 되는 일인데도, 전혀 이상한 걸 느끼지 못했다.
아주아주 나쁜 놈이 내 몸에 자꾸 뭔가를 올렸다. 팔다리를 묶어 놓은 것도 아니니 치우면 될텐데 꿈이라 그런디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다.
점점 나를 짓누르는 무게가 무거워졌다.
‘대체 뭘 올리는 거야, 이 나쁜놈아!”
그래, 얼굴을 확인해 보자!
왜 그제야 생각이 들었는지 나는 나쁜 놈의 얼굴을 확인해 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러다 어느 순간 눈을 번쩍 떴다.
아직 새벽인지 어스름한 빛과 함께 낯선 천장이 보였다.
‘아, 뭐야? 꿈?’
완전 개꿈이었다.
그런데····· 진짜로 몸이 무거웠다.
나는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 답답한 몸을 내려다봤다.
‘응? 제갈화무 고양이?’
내 가슴팍에 올라와 있는 흰 고양이. 그리고 고양이 입에는 지렁이 같은 꼬리를 축 늘어트린 회색의 쥐가 물려 있었다.
숨도 쉬지 못한 채 굳은 나와 고양이의 눈이 마주친 순간, 고양이가 내 가슴 위로 죽은 쥐를 툭 떨궜다.
“꺄아아아아악!”
나는 그대로 침대에서 굴러떨어졌다.
쾅!
문 열리는 소리와 함께 내 위로 그림자가 졌다. 나는 황급히 아버지 다리에 찰싹 달라붙었다.
뒤이어 금쇄가 달려왔다.
“아가씨! 무슨 일이세요!”
“쥐····· 쥐!”
“쥐요?”
“하아·····.”
아버지가 한숨을 내쉬며 반쯤 뽑아 든 검을 다시 넣었다.
내 몸부림에 날아간 쥐를 다시 물어 온 고양이가 내 베개 옆에 살며시 내려놓았다.
제갈 세가주 이 나쁜 놈!
“나, 나를 엿 먹이려고!
쥐가 불쌍하지도 않아? 어흐윽.”
“백리연, 엿 먹이다니!”
“하, 하지만 아버지. 눈뜨니까 고양이가 죽은 쥐를 제 코앞에 들고 있었다고요.”
“그렇다 하더라도 그런 말을 하면 안 되지.”
아, 화병 나.
나는 객잔 뒤뜰에 쥐를 묻었다.
아버지가 짧게 말했다.
“극락왕생하거라.”
나는 두 손을 모아 말했다.
“다음 생은 부잣집의 사랑받는 자식으로 태어나 평생 놀고 먹으며 지내렴.”
아버지가 나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진심을 담은 거예요.”
“그·····래.”
나는 벌떡 일어나 말했다.
“그럼 이제 기막 펼치는 법 가르쳐 주세요!”
“지금?”
“네!”
어제 아버지께 가르쳐 달라고 청했다. 아버지는 표행에 방해되지 않게 일찍 일어난다면 알려 주신다고 하셨다.
아버지가 태양이 뜬 방향을 확인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음, 그래. 아침 식사 시간까지 반 시진 정도는 할 수 있겠구나.”
여명의 빛이 뒤뜰을 조금씩 달구고 있었다.
아버지가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
“일단 네가 가르쳐 달라하여 알려주기는 한다마는 쉽게 할 수 있는것이 아니란다.”
“네.”
나도 일단 기막을 가르쳐 달라곤 하였지만, 솔직히 내가 배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없었다.
그렇다면 왜 가르쳐 달라고 했나.
그건 아버지의 내공 흐름을 확인해 보기 위해서였다.
기막을 펼치다가 갑자기 사라진 순간.
‘그때부터 내공 흐름에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닐까?’
이 모든 건 그저 추측이었다.
‘갑자기 기막이 깨지고, 처음엔 전음도 쓰지 않으셨지.’
당시에는 이상함을 느끼지 못했다.
일단 제갈 세가주 치료라는 일때문에 정신이 없었다.
그리고 아버지와 붙어서 대화하느라 내가 본 부분이 상반신뿐이었다.
내가 아버지의 내공 흐름에 이상을 느낀 건 마차에 들어오시는 아버지의 전신을 보고 나서였다.
그만큼 미묘한 차이였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이 방법이다.
‘비슷한 상황을 만들었을 때 또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이쯤되면 집착이었지만·····.
아버지에 관한 일이었다. 절대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기막은 전음의 묘리에서 조금 더 확장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
이론이야 나도 수십 번을 읽어봤다.
설명을 이어 나가던 아버지가 잠시 고개를 갸웃하고 물었다.
“그러고 보니 내 그때 너무 당연하게 넘어갔다만, 전음은 언제 그리 연습한 것이냐?”
“어··· 남궁 세가에 있을 때 연습했죠.”
“신기하구나. 보통은 전음이 아니라 검을 연습할 텐데.”
“·····집중할 수 있는 부분부터 연습했어요.”
“좋은 태도다. 할 수 없다고 손을 놓는 것보단 할 수 있는 부분부터 하는 것이 좋지.”
전음은 소리를 내공으로 감싸서 다른 사람은 듣지 못하도록 상대에게 전하는 형식이었다.
기막도 비슷했다. 다만, 전음보다 훨씬 많은 내공과 집중력, 그리고 제어 능력이 필요하다는 점이 달랐다.
참고로 내가 할 수 있는 전음은 아버지나 남궁완 아저씨가 하는 전음과 약간 달랐다. 좀 더 수준이 낮은, 입을 달싹거리며 하는 방식이었다.
아버지가 마차에서처럼 허공에 손을 휘두르자 주변으로 퍼져 나간 푸른색의 기가 장막을 만들어냈다.
“네 눈에는 어떻게 보일지 모르겠구나.”
“음, 되게····· 예뻐요.”
아버지가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음, 그런 뜻이 아니라····· 어떤 식으로 하는 건지 알 수 있겠느냐?”
“어, 잘 모르겠어요.”
“네가 가르쳐 달라 하여 보여 주긴 했지만, 기막을 펼치는 것은 매우 어려운 것이다. 사람 사이의 대화가 들리는 걸 막기 위해 전음이 아닌 기막을 쓰는것은 수고스럽지.”
아버지어를 해석하면 이 뜻이었다.
어렵기만 하지 배워봤자 쓸데도 없다.
나는 열심히 듣는 척 고개를 주억거리며 아버지의 몸을 계속 살폈다. 이상한 흐름은 발견할 수 없었다.
아버지가 내가 연습할 수 있도록 기막을 거뒀다.
“못 하는 것이 당연하니, 부담 가지지 말고 일단 한번 심상을 펼쳐 보거라.”
그러니까 아버지는 몸 안의 내공을 꺼내서 펼쳐 쓴 것이었다.
나는 반대로 일단 모으기부터·····.
나는 자연지기를 모으다가 문득 의문이 들었다.
어차피 펼쳐서 장막을 만들어야 하는데 모아야 할 필요가 있을까? 차라리 처음부터 장막을 펼치듯 모으는 건 어떨까?
나는 바로 의문을 실행했다.
그리고 성공했다.
“·····?”
아버지가 눈을 부릅떴다.
아버지의 감각에도 내가 펼친 기막이 느껴진 모양이었다.
“어····· 벼, 별로 어렵지 않은데요?”
아니, 이거 너무 잘난 척 같은가?
‘하, 하지만 정말 그랬는걸.’
아버지가 몇 걸음 물러나 딱 내 기막을 벗어났다.
아버지가 기막을 통과하는 순간 두통이 찡-해서 기막을 유지하던 것이 풀릴 뻔했다.
아버지가 뭔가 말을 하셨지만 들리지 않았다.
“·····.”
제대로 성공한 모양이었다.
다시 아버지가 기막 안으로 들어왔다. 그 순간 결국 기막이 깨졌다.
아버지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와, 이거 진짜 쓸데없는 능력이었네.’
유지하기가 엄청 힘들었다. 지나다니는 사람을 막을 수도 없었고, 거기다 아버지가 두 번 지나치니 깨져버렸다.
가만히 고민에 잠긴 아버지가 말했다.
“내 가설이지만····· 내가 기막을 펼칠 때 어려웠던 점은 내 몸 안에서 내보낸 내공을 통제하는 것이었다.”
아버지가 약간 상기한 낯으로 나를 보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넌 이미 바깥의 기운을 통제하는 것부터 익혀서 그런 것 같다.”
아하, 그럴 수도 있겠군.
아버지가 갑자기 허리춤의 검을 뽑아 들었다. 의아하게 바라볼 때 아버지의 검에 푸른빛이 감돌았다. 검기였다.
평소 가벼웠던 아버지의 검기와 다르게 눅진한 느낌이었다.
‘검기가 죽도 아니고 저렇게 바뀔 수가 있나?’
그때 아버지가 검을 바로 세웠다가 검을 돌렸다.
아버지의 검이 지나간 자리에 푸른빛 검기가 자취를 남겼다.
마치 방패와 같았다.
“이걸 검막이라고 한다.”
“우와·····.”
“기막보다 훨씬 유용하다. 네 몸을 보호 할 수 있으니까.”
물리적 힘이 거의 없는 기막과 달리 검막은 누가 펼치느냐, 어떤 경지에 이른 자가 펼치느냐에 따라 막을 수 있는것이 천지 차이였다.
“따라 해 볼 수 있겠느냐?”
“아?”
“일단 검부터 필요하겠구나. 내 검은 네겐 너무 무겁지. 아, 그래. 예전에 완이 네게 주었던 단검 지금 가지고 있느냐?”
나는 멍하니 아버지가 말하는 것을 지켜보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
“아버지, 거기엔 큰 문제가 있어요.”
“무엇이냐?”
“전 검기를 못 만들잖아요.”
“·····!”
아버지가 이제야 깨달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아버지의 귓가가 살짝 붉어졌다.
“큼, 크흠, 내가 마음이 조금·····급했구나.”
헛기침한 아버지가 말을 이어갔다.
“하나 연아, 보통은 검기를 만들고 그 다음에 기막을 성취하지. 기막을 만드는 것이 검기를 만드는 것보다 어려우니까.”
“그래요?”
배워 봤어야 알지. 내공이 없으니 모든 건 이론으로만 알았다.
아버지가 신나게 설명을 이어갔다.
나는 그 모습을 매우 신기하게 바라봤다. 그러니까 아버지가 이렇게 즐거워하는 모습 자체가 정말 이상하달까, 놀랍달까.
음, 그러니까 배우는 나보다 더 열정적이셨다.
과거에 아버지가 내게 검을 가르칠 때는 늘 답답하고 우울한 표정이었다.
나는 그것을 내가 배울 수 없는 주제에 가르쳐 달라 귀찮게 굴어서라고 생각했다.
‘무슨 생각을 하면서 가르치셨을까.’
이제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내 설명 다 들었느냐?”
“네.”
“그래. 그럼 이제부터라도 차근차근 연습한다면 네 재능이라면 금세 성취할 수도·····.”
그때 짙은 색 무복의 표사 한 명이 우리가 있는 곳으로 달려왔다. 누군가 뒤뜰로 다가오면 알려달라고 부탁했던 표사였다.
“배, 백리 대협!”
아버지의 얼굴에서 흥분한 기색이 싹 사라졌다.
어느새 늘 똑같은 침착한 표정으로 변한 아버지가 표사를 향해 말했다.
“허 표사, 무슨 일이십니까?”
“배, 백리 세가주께서 오셨습니다!”
아버지와 내가 서로의 얼굴을 돌아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