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107)
107화
나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고작 내 눈동자 확인하자고 무공을 써요?”
접선을 거두는 제갈화무의 손가락이 파르르 떨렸다. 통증 대문이었다.
좁은 경맥을 넓히려면 운기를 해야 하는데 운기를 하면 경맥이 좁아 고통이 극심했다.
제갈화무가 부채로 입가를 가리고 누웃음을 지었다.
아니, 무슨 열한 살의 행동이 저래?
“괜찮아. 익숙하니까.”
나는 코웃음 쳤다.
“고통에 어떻게 익숙해져요?
그저 포기하는 거죠.”
제갈화무가 멈칫하곤 눈을 깜빡였다.
“마치 아는 것처럼 말하네.”
나는 답 없이 찻잔을 들었다.
차향이 무척 좋았다. 표행인 만큼 머무는 객잔이 고급은 아니었다. 이런 곳에 비치할 만한 찻잎이 아닌 걸로 보아 제갈 세가주가 소지한 차 같았다. 제갈화무가 말을 이었다.
“그리고 괜찮아. 오늘은 정말 몸 상태가 좋거든.”
흰 고양이가 다시 탁자에 올라왔다. 그러곤 내 눈가리개를 입에 물고 앞발로 장난치기 시작했다.
나는 고양이를 바라보다 말했다.
“저 고양이, 천암사에 있었죠?”
“맞아.”
제갈화무가 손을 뻗어 고양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사실 그때 널 만나려 했어.”
제갈화무가 돌연 짜증 어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거기서 남궁류청 그 자식이 방해할 줄이야.”
“류청이 방해했다니요?”
“갑자기 널 데리고 도망쳐 버렸잖아.”
그건 무슨 소리야? 언제 그런 일이 있었다고?
‘데리고 도망친 건 오히려 나 아닌가?’
나는 노승에게서 남궁류청을 질질 끌고 나가던 일을 떠올리다 문득 떠오르는 일을 말했다.
“설마······ 알레르기?”
그때 남궁류청이 복숭아 숲에서 급하게 빠져나가고 나는 남궁류청을 따라갔다.
“알레르기라니?”
제갈화무가 무슨 말이냐는 듯 고개를 기울였다.
“음······ 고양이 털에 거부반응을 보이는 걸 말한 거예요. 고양이랑 가까이 있으면 발진이나 기침을 하는거죠.”
제갈화무가 가벼운 웃음을 터트렸다.
“털이라. 하하, 꽤······ 정답에 가깝네.”
“가깝다는 말은······ ?”
제갈화무가 다시 고양이를 쓰다듬었다.
“남궁류청은 이 고양이에게서 술법을 느낀 거야.”
“······ 술법이요?”
“맞아, 술법. 내가 고양이에게 건 술법에 본능적인 거부감을 느끼고 그런 반응을 보인 거지. 참 남궁가 놈들도 웃긴다니까. 세상 고고한 척은.”
이 고양이한테 술법이 걸려 있다고?
하지만 내 눈엔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다.
“깜짝 놀란 것 같네.”
제갈화무가 접선으로 내 미간을 가리켰다.
“네 금안이 세상의 모든 비밀을 알 수 있을 것 같아?”
“······ .”
“넌 네 금안이 어디서 생겨난 건지도 모르잖아?”
청회색의 눈동자가 나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나는 살짝 인상을 찡그리며 말을 정리했다.
“그러니까 제갈 세가주의 말은 내 금안에 대해서 이미 알고 있었기에 나를 만나려 했고, 내 능력을 확인해 보기 위해 길 한복판에 쓰러져 있었다는 건가요?”
제갈화무는 가타부타 대답 없이 웃기만 했다.
“······ 모두 나를 만나기 위해 꾸며낸 짓이라고?”
그것이 긍정하는 것임을 알 수 있었다.
“하, 막추 그 할아버지도······ 같이 작당한 거예요?”
세상 절실한 척 아버지를 붙잡더니.
“이런, 연아. 우리 불쌍한 어르신을 의심하진 말아 줘. 어르신은 정말 놀랐으니까.”
“하, 이보세요. 그쪽이 의심하게 만든 거거든요!”
“아, 그도 그러네.”
제갈화무가 마치 놀랐다는 듯 눈을 깜빡이다가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발끈하여 소리쳤던 나는 소리치자마자 후회했다.
좀 전부터 아니, 이 방에 들어온 순간부터 기분이 과히 좋지는 않았다.
‘······ 말려 들고 있어.’
계속해서 제갈화무의 저 정신나간 화법에 말려들고 있었다.
그건 내게 아주, 아주 기분 나쁜 일이었다. 내가 남을 말아버릴 수는 있어도, 남이 나를 말게 둘 생각은 없었다.
탕!
나는 탁자를 내려치며 일어았다.
“그래서? 어쩌라고요?”
탁자 위에 고양이가 깜짝 놀라 나를 바라봤다.
“그래요. 내가 이 능력이 있는데, 그게 제갈 세가주에게 이런 취급을 받을 일인가요?”
“음?”
“내 눈동자가 궁금했다면, 조심스럽게 보여 달라고 해야지 사람을 대뜸 공격해 억지로 벗겨내?”
열심히 눈가리개를 물어뜯던 고양이가 마치 내 말을 알아듣기라도 한 듯 천천히 눈가리개를 뱉으며 눈치를 보았다.
“제갈 세가주. 나는 네가 길바닥에 쓰러져 있든 저잣거리에 쓰러져 있든 내가 도울 수 있었다면 도왔을 거야. 왜냐고? 아버지가 그러셨을 테니까.”
말할 수록 화가 났다.
“그런데 내 아버지의 호의를 농락하고 나를 가지고 놀려 해?”
“아니, 나는······ ”
나는 단호하게 제갈화무의 말을 잘랐다.
“네가 아는 것이 많다고, 네가 머리가 좋다고 사람을 손안에 놓고 굴리려는 그 태도.”
나는 제갈화무의 회색 눈동자를 마주하고 한 어절씩 끊어 말했다.
“아주, 재수, 없어.”
제갈화무가 황망한 낯으로 눈을 끔뻑였다.
나는 의자에서 깡총 내려와 옷자락을 펄럭이며 그대로 방을 나갔다.
말려드는 것을 막을 수 없다면, 판을 엎어 버리면 되지.
‘과연 제갈 세가주가 어지 나올까?’
* * *
거칠게 방을 나서고 몇 걸음 걷지도 않았을 때였다.
‘내가······ 너무 과하게 말했나?’
그래도 한 가문의 수장인데······
이래도 되나 살짝 걱정이 들었다.
큰소리 땅땅 치고 나오긴 했지만, 솔직히 지금도 심장이 벌렁벌렁했다.
‘하지만 정말 재수 없었는걸······ ‘
그리고 본인도 뒤가 구리게 굴었으니 내 언행을 지적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아마······ 도?
거기다 금안의 비밀? 고양이 술법?
완전 궁금했다. 미친듯이 궁금했다.
하지만 저런 무례한 사람에게 한 번 휘둘리기 시작하면 끄도 없을 것같았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부분.
‘감히, 내 아버지를 이용해?
감히, 감히 내 아버지를!’
다시 아버지를 떠올리자 화가 치솟았다. 아픈 애라서 한 대 때려 주지 못한 게 한이었다!
한참 씩씩거리며 걷고 있을 때였다.
“연아, 어디 갔다 오느냐?”
계단 아래에서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버지!”
나는 조르르 계단을 달려 내려갔다.
아버지 곁에는 금쇄도 있었는데 땀을 잔뜩 흘린 모습이었다.
“아가씨, 어디 계셨던 거예요?
방에 올라가시겠다 하셨잖아요!
거기다 눈가리개는 어디 갔어요?”
“고양이가 훔쳐 갔어.”
“······ 고양이요?”
고개를 끄덕인 나는 아버지의 허리를 끌어안고 물었다.
“아버지, 아버지 저 징그러워요?”
“뭐?”
아버지가 당황한 눈을 날 보았다.
나, 너무 말이 직설적으로 나왔다.
이게 다 제갈화무 때문이다.
나는 다시 조금돌려 물었다.
“아버지가 그러셨잖아요. 제가 여섯 살 아이답지 않다면서요?”
전혀 어린아이답지 않은 제갈화무랑 치고받고 오니 무슨뜻인지 느껴졌다.
그건······ 그건 아주 징그럽다는 뜻이었다!
‘완전 별로야. 완전, 완전!’
어? 아이가 어른인 척, 머리 굴리는 거 아주 징그럽다고! 나도 저런 거 아냐?
애는 애다운 게 최고였다.
서하령처럼!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더냐?
무슨 일 있었느냐?”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면 내가 한 말 때문에 그러느냐?”
아버지의 눈빛에 미안함이 비쳤다.
나는 빠르게 고개를 저었다.
‘아버지 말 때문이 아닌데!’
이러다 오해를 하겠다 싶어 나는 어쩔수 없이 사실대로 말했다.
“사실은 고양이를 따라가다가 제갈 세가주를 만났는데······ 엄청 잘난 척하는 거예요.”
“······ 잘난 척? 그게 징그러운 것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
“본인이 세상사에 모르는 게 없는 어른인 척 젠체하는데······ .
그 모습이 되게 별로였어요.”
말하면서 느꼈다.
아, 이거 뭔가 점점 아버지한테 이르는 것처럼 되는데······ ?
“그래서 저도 그런가 해서 여쭤본 거예요.”
아버지가 인상을 살짝 찡그렸다.
“네 눈가리개 정말 고양이가 벗긴 것 맞느냐?”
“그건 맞아요. 제갈 세가주 방에 가면 고양이가 장난치느라 망가진 눈가리개가 있을 거예요.”
“그래?”
내 대답에도 아버지는 의심스러운 표정이었다.
“제갈 세가주의 나이가 어리다고 그 속도 어리다 생각하지 마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내 제갈 세가주께 한마디 하마.”
“뭐라고 하시려고요?”
“당연히, 널 괴롭히지 말라 해야지. 접근하지 못하게 막을 수 있다면 더 좋겠지만······ .”
원래 이럴 생각이 아니었는데 왜 일이 이렇게 된 거지?
잠깐 고민해 보던 나는 아주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 아버지 부탁드려요!”
제갈 세가주가 정말로 나와 진지한 대화를 나누고 싶다면 아버지를 박대하지 못할 것이다.
과연 제갈 세가주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무척 궁금했다.
아버지가 약간 미안하다는 듯이 말했다.
“그리고 내가 네가 어른스럽다 말한 것은 칭찬이었단다.”
금쇄가 우리의 대화를 듣고 놀란 듯이 끼어들었다.
“아가씨가 많이 어른스럽긴 하지만 징그럽다니요. 전 한 번도 그런 생각 한 적 없어요.”
아버지는 나를 안아 들었다.
“그리고 네가 어른이 되어도 상관없단다. 부모에게 아이는 영원히 아이일 테니까.”
“아버지······ .”
나는 아버지의 목덜미를 꽉 껴안았다.
그런 우리를 보고 흐뭇한 낯을 하던 금쇄가 장난스럽게 말했다.
“그리고 아가씨, 진짜 어른은 약도 싫어하지 않고 꿀꺽꿀꺽 마신답니다.”
“거짓말하지 마.”
“음? 연이가 혹시 남궁 세가에서도 약을 자주 남겼느냐?”
“······ .”
금쇄, 이 배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