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11)
11화
‘뭐야? 왜······ 왜 재네가 벌써 왔지?’
나도 모르게 입술을 꽉 깨물었다.
날 수도 없이 괴롭히던 쌍둥이 사촌이 기억보다 이르게 돌아왔다.
“너! 너! 그래! 둘 나와 봐!”
또 다시 어린 소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백리표와 소우악.
백리의란의 쌍둥이 아들이자 내 사촌.
둘의 성이 다른 이유는 혼인할 때부터 한 약속 때문이었다.
아이가 태어난다면 한 명은 남편의 성을 따르고 한 명은 아내의 성을 따라 백리가의 자식으로 키우기로 했다.
그런 약속 때문일까, 백리의란은 쌍둥이를 낳았다. 그리고 사이좋게 나눠 입적했다.
구별이 안 될 정도로 똑같은 목소리지만 억양이 약간 다른 소우악이 백리표에게 외쳤다.
“봐주지 마!”
“당연하지!”
성이 다르더라도 쌍둥이답게 아주 사이가 좋았다.
아버지가 수련장 방향으로 몸을 틀자 수련장 내부가 일부 보였다.
원래 내 키라면 엿보는 건 어림도 없었지만, 아버지께 안겨 있어 가능했다
“백리 세가 수련장이란다.”
내가 궁금해한다고 여긴 아버지가 설명해 줬다.
하지만 내가 의문을 가진 건 다른 쪽이었다.
‘왜 벌써 온 거지? 내가 잘못 기억하는 건가? 아닌데.’
곧이어 목검을 든 백리표가 백리 세가 제자복을 입은 자와 대련을 시작했다.
백리 세가의 제자는 키도 덩치도 백리표에 비하면 훨씬 커 몇 살은 더 많아 보였다. 하지만 제자는 백리표에게 일방적으로 밀리다가 결국 검을 놓쳤다.
“져, 졌습니다!”
패배를 말하기 무섭게 몇 명의 제자들이 우르르 백리표를 추켜 올렸다.
소우악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다들 왜 이렇게 시시해? 널 당해 낼 놈이 없네.”
“그러니까. 아, 재미없게. 다들 좀 잘해 봐! 다음 도전할 사람!”
아버지가 한숨을 내쉬는 게 느껴졌다.
“왜 그러세요?”
“아니, 아니다.”
물어보면서도 알았다. 그럴 수밖에.
‘내 눈에도 보이는 걸.’
저 백리 세가 제자는 일부러 졌다.
다음 대련도, 그 다음 대련도 마찬가지였다. 상대가 소우악으로 바뀌어도 같았다.
백리 세가 제자들은 쌍둥이들에게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다 졌다고 외치길 반복했다.
“아버지, 오라버니들 실력은 어떤가요?”
저딴 대련같지도 않은 대련으론 실력을 영 알 수 없었다.
“기술은 좋지만, 아직 기본이 부족해. 중심이 흔들려. 저런 대련으론 얻을 수 있는게 없을 텐데······ 음?”
날카롭게 말하던 아버지가 날 돌아보았다.
“그런데 저 아이가 네 사촌 오라비인 건 어지 알았느냐? 넌 아직 표와 악이를 한 번도 만난 적 없지 않으냐?”
헉.
그러고 보니 아직 쌍둥이들을 한 번도 본 적 없었다.
지금 들을 목소리가 아니라고 생각해 놀라놓곤 아는 척하면 안 되는 건 깜빡하다니!
“어······ 그게 백리 세가 제자들을 향해 대련을 요청할 수 있는 제 또래가 또 누가 있겠어요? 더군다나 똑같이 닮은 사람이 둘이니 쌍둥이인 백리표와 소우악 오라버니인 걸 알았지요. 헤헤.”
“눈썰미가 좋구나. 맞았다.”
재빠른 내 변명에 아버지가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쌍둥이 사촌 오라비다. 며칠 전에 누님이 소가장에서 데려오셨단다.”
“원래 소가장에서 데려오기로 되어 있었나요?”
“모르겠구나.”
아버지도 왜 일찍 돌아왔는지 모르는 모양이었다.
수련장을 바라보던 난 시선을 돌렸다.
‘으, 안 마주치도록 조심해야지.’
둘 다 한 성격 하는 애들이었다.
그러니까 불량한 쪽으로 말이다.
난 이마를 긁적였다.
오른족 위 이마는 예전에 쌍둥이들 때문에 흉터를 얻었던 곳이었다.
지금은 울퉁불퉁한 흉터대신 매끄러운 피부가 만져졌다.
금세 시선을 거둔 나와 달리 아버진 씁쓸한 얼굴로 쌍둥이들을 바라보다 날 꽉 끌어안았다.
난 아버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았다. 그런 아버질 도닥였다.
‘걱정하지 말아요, 아버지. 전 나을 테니까요.’
* * *
그날 이후, 난 다른 곳으로 산책을 가고 싶어 했다. 아버지도 별말 없이 다른 정원으로 향했다. 어차피 이 널따란 백리 세가에 정원을 많았다.
“그건 무엇이냐?”
“그냥 심심해서요.”
난 바느질 연습중이던 천을 내밀어 보였다.
짧은 산책이 끝나고 처소로 돌아오면 심심했다.
나아졌다곤 해도 뛰어 놀수 있을 정도는 아니고 – 놀 친구도 없다 – 책을 읽자니 이 시점엔 아직 글도 안 배웠다.
종일 뒹굴뒹굴하는 것도 지겨워 한번 시작해봤다.
물론 여섯 살 손으로 음······
“구름이구나?”
“배꽃인데······.”
“······.”
“······.”
심심하다면 글을 배워 보는 건 어떠냐? 선생을 ······ 아니, 그래. 내가 가르쳐 주마.”
“아버지께서요?”
“그럼. 왜 진즉 이 생각을 못했을까? 글은 어디까지 배웠느냐?”
나는 멍하니 입을 벌렸다.
기억이 하나도 안 났다.
십몇 년 전 본인이 처음 배웠던 글자 기억하는 사람?
일단 난 아니었다.
“저 글 선생님 몇 번 못 뵈어서요······.”
난 최대한 우물쭈물하며 작게 말했다.
아버지는 그저 살짝 웃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괜찮다. 처음부터 다시 배우면 되지. 시간은 많단다.
백리 세가가 무가긴 무가였다.
내가 백리 세가에 들어오고 나서 가장 먼저 배궁 건 글이 아닌 검이었으니까.
글 선생님은 검에 적응한 후에 붙여 주었다. 하지만······ 영약을 먹고 주화입마에 빠지는 바람에 글공부도 같이 하늘나라로 떠났다.
아버지가 방 한족에 있던 종이와 붓을 가지고 왔다.
요새 아버진 검을 수련하는 것 빼곤 종일 서책을 들여다보았기 때문에 먹은 지작에 잘 갈려 있었다.
아버지가 내 팔의 소매를 걷어 주며 말했다.
“일단 기억나는 글자라도 써 보거라.”
고개를 끄덕인 난 낑낑거리며 붓을 쥐었다. 하지만 연습한 적 없는 손가락이 영 말을 안 들었다.
가볍게 웃은 아버지가 내 손을 덮어 손가락을 교정해줬다.
“으······ 힘들어요.”
“처음엔 다 그렇지.”
붓을 쥔 작은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이 정도면 됐겠다 싶던 내가 팔꿈치를 들었다.
흰 바탕에 검은 획이 그어졌다.
끙끙거리는 나를 귀엽게 바라보던 아버지가 이내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선생을 두 번밖에 만나지 못했음에도 내 자세는 곧고 바른 편이었다.
아이의 몸이라 때때로 휘청였으나 그래도 정확한 자세를 지키려 노력했다.
회귀 전 글을 쓰던 자세가 몸에 익어서이지만 글을 모르는 아버지는 그저 흡족해서 감탄했다.
그리고 조막만 한 얼굴로 아주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심혈을 기울여 써낸 글 씨를 본 아버지는 “크흡.” 소리와 함께 격렬히 헛기침을 뱉었다.
그럴듯한 자세와 달리 글자는 엉망이었다.
아버지의 열렬한 반응을 뒤로하며 우울하게 내가 쓴 글자를 내려다 봤다.
가장 기본적인 ‘하늘 천(天)’ ‘땅 지(地)’ ‘사람 인(人)’ 자를 적었는데······.
‘아니 이게 웬 검은 덩어리야?’
‘땅 지(地)’ 자는 획이 많아서인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그냥 먹 덩어리가 되어 있었다.
아버지를 힐끔 보자 계속해 보라는 듯 고갯짓했다.
‘이제 뭘 쓰지······?’
고민하던 내가 다음 글자를 써 내려갔다.
끝까지 쓰는 걸 지켜보던 아버지가 아직 마르지 않은 종이를 들어 올려 살폈다.
미간을 찌푸린 채 한참 살피던 아버지가 놀란 얼굴로 날 돌아보았다.
“이건 내 이름 아니냐?”
이 검은 덩어리를 알아보다니!
아버지의 참사랑에 난 마구 박수 칠 뻔했다.
‘뜻 의(意)’ ‘굳셀 강(剛)’
정말 아버지 같은 이름이었다.
“네, 맞아요!”
난 헤헤, 하며 부끄러운 듯 웃었다.
“······.”
그런데 아버지가 아무런 말이 없었다.
고개를 들어 아버지 얼굴을 본 난 깜짝 놀랐다. 눈가가 붉었다.
‘뭐야, 설마? 또오?’
아니 아버지, 원래 이렇게 감성적인 사람이셨어요?
“내 네곁에 있지도 못했는데, 그래도 아비라고 내 이름부터 기억했구나.”
나는 발을 동동 구르다 의자를 밟고 일어나 소매로 글썽거리는 아버지 눈가를 꾹꾹 눌렀다.
“뭐 이런 거로 그러세요, 아버지? 앞으로 많이, 많이 써 드릴게요.”
나지막이 숨을 내쉰 아버지가 날 안았다.
“의자를 밟고 서면 안 된다.”
“······.”
“위험하잖니.”
“······네에.”
날 안아 든 아버지가 부드럽게 바닥에 내려놓았을 때였다.
문밖에서 헛기침 소리와 함께 목소리가 들렸다.
“큼, 크흠, 4공자님, 4공자님, 계십니까?”
“무슨 일인가?”
“가주님께서 사람을 보내셨습니다.”
표정을 굳힌 아버지가 몸을 바로 했다. 하지만 붉은 눈가가 나 울었소! 하고 알리고 있었다.
“들여보내거라.”
당연히 잠시 기다리라 할 줄 알았던 난 깜짝 놀랐다.
“앗, 아버지······!”
뒤늦게 막았으나, 허락을 맡은 하인이 문을 열고 들어오는 게 더 빨랐다.
그리고 아버지 얼굴을 본 하인은······.
“허억!”
그대로 기암했다.
“무슨 일인가?”
“······.”
“이보게.”
“헉! 아니, 아, 아, 죄, 죄송합니다. 잠시 소인이 정신을 놓고 그만.”
4공자님의 눈물이라니 자신이 헛것을 본 게 아닐까?
하지만 하인은 다시 4공자님의 얼굴을 확인할 용기가 나질 않았다.
“저 그게 제가 뭐 때문에 왔냐면 그러니까······ 어······.”
하인은 한참을 더듬거리다 떠올렸다.
“아! 가주님께서 수백당에서 석반을 함께하자 하셨습니다. 의묵공자님과 의란 아가씨도 그리고 작은 도련님들과 작은 아기씨도 오실 겁니다.”
“알겠네.”
“그리고 가주님께서 연이 아기씨도 꼭 함께 오시라 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