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117)
117화
“그게 어떻게 가능한 거야?
그······ 혼백······.”
제갈 세가주는 산뜻한 얼굴로 설명했다.
“적합한 개체를 데려다가 내 피와 살을 먹여 가며 키우면 돼. 술법의 영역이라 아마 들어 본 적은 없을거야.”
“피와 살······이라고?”
말만 들어서는 금술에 가까워 보였다.
제갈 세가주가 소매를 걷어 보였다. 누가 보면 학대받았다고 생각할 만한 흉터가 팔에 늘어져 있었다.
상상만으로도 징그러운데 흉터까지 보자 배는 더 징그러워졌다. 이 작은 아이 몸에 상처 낼 곳이 어디 있다고!
나는 미간을 잔뜩 그러모으고 떨떠름하게 말했다.
“왜 그런 미친······ 왜 그런 일을 하는거야?”
“집에만 있으면 심심하잖아? 이런 몸으로 뭘 할 수 있겠어?”
“······.”
나는 제갈 세가주와 고양이를 번갈아 보았다.
곧이어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내 웃음에 고개를 기울이는 제갈 세가주를 노려보았다.
“이기적이잖아.”
“응?”
“이렇게 예쁘고 귀여운 고양이한테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응?”
“이상한 거 잔뜩 먹이고. 혼백을 어쩌고 그런 이상한 술법을 걸어 놓고. 그래 놓고 난 일찍 죽을 테니까 이름은 뭐하러 붙이냐고?”
말하면 말할수록 더 화가 나고 내 분노가 아주 타당하게 느껴졌다.
“어? 그럴 거면 왜 거둔 거냐고!”
“아니, 연아? 일단 목소리를 낮추는 게······.”
제갈 세가주가 당황한 듯 객잔을 올려다보았다.
나 또한 객잔의 모든 사람을 깨울 생각은 없었기에 기막을 펼쳤다. 그리고 멈추지 않고 소리쳤다.
“네 말은 그저 책임지지 않겠다는 거잖아. 이름을 붙이지 않으면 그걸로 된 거야? 처음부터 거두지 말든가, 거뒀으면 책임을 지라고!”
어차피 죽을 거라고 말끝마다 그렇게 말하면서 사람 심란하게 만들어 대고.
“말끝마다 죽네, 죽네, 죽네. 너때문에 내가 죽겠다!”
“아니,내가 언제······.”
“언제? 언제 그랬냐고? 벌써 잊어버렸어? 기억나게 해 줘?”
“······.”
제갈 세가주가 입을 다물고 눈을 깜빡였다.
살짝 억울한 눈빛도 있었는데, 솔직히 억울한 건 나 아닌가?
“안 그래도 심란해 죽겠는데, 와서 더 정신없게 만들고 말이야. 내가 울면 어쩔 건데? 어쩔건데! 네가 달래주기라도하게?”
제갈 세가주가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레 말했다.
“그렇겠······”
“필요 없어!”
“······.”
숨을 크게 들이쉬던 나는 욱 치솟는 느낌에 이를 꽉 깨물었다. 그리고 씩씩거리는 숨을 천천히 진정했다.
잠시 그렇게 진정한 후, 가라앉은 눈으로 고양이를 바라보았다.
제갈 세가주와 같은 감정을 느낀다더니. 내가 소리치기 시작한 이후로 혓바닥을 살짝 내민 채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이미 이 고양이의 일부가 되어 놓고 이름 하나 붙이지 않은 거로 면피하려 들지 마.”
“······면피라고?”
“그래. 나라면 이름이 없는 것보단 이름이 있었으면 할 거야.”
“······.”
제갈 세가주가 물끄러미 나를 응시했다. 언제까지 그렇게 바라만 볼까 싶을 때, 제갈 세가주가 입을 열었다.
“너는 대체 뭘까?”
“응?”
“말을 어릴 적부터 무척 잘하는 아이도 있지. 말을 배우는 건 기질을 많이 따르니까. 그런데 너는······ 그게 아닌 것 같아.”
나는 태연하게 답했다.
“조금 이상하다는 말은 많이 들었어 너도 그렇잔아.”
“하지만 나는 제갈이잖아.”
자만이 절로 묻어 나오는 어조에 눈을 가늘게 떴다.
제갈 세가주도 따라 하듯 눈을 가늘게 떴다.
물론 그쪽은 눈웃음에 가까웠다.
“내가 제갈이라는 건 자랑이 아니야. 음······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아!”
그때, 제갈 세가주가 갑자기 손뼉을 마주쳤다.
“나 방금 정했어.”
“뭘?”
“얘, 이름.”
그가 고양이를 가리키며 말했다. 나는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벌싸? 뭐로 정했는데?”
“음······.”
신음하던 제갈 세가주가 갑자기 말했다.
“그런데 넌 여기서 왜 그러고 있었던 거야?”
“······.”
나는 어처구니가 없는 낯으로 제갈 세가주를 보았다.
대화 주제가 무슨 꽁지에 불붙은 망아지도 아니고.
아주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니는 것이 따라가기 벅찰 정도였다.
그래도······ 제갈 세가주와 정신없는 대화를 하는 새 조금은 덜 감정적으로, 한발 뒤로 물러나 상황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설마 제갈 세가주가 일부로 그렇게 유도한 건가?’
그럴지도 몰랐다.
그리고 나를 바라보고 있던 제갈 세가주의 청회색 눈동자와 마주쳤다.
그가 은근하게 속삭였다.
“나한테 말해 봐. 내가 도움이 될지도 모르잖아.”
“······.”
나는 회귀하여 눈을 뜬 이후로 이런 정보나 지식에 관해서는 지금껏 누군가에게 도움을 줬으면 줬지 받은 적은 거의 없었다.
‘그러고 보니 할아버지께서 제갈 세가주가 완화 방법에 대해서 알고 있다고 하셨지.’
절맥을 치료하기 위해 제갈 세가는 안 해 본 것이 없다고 했다.
그리고 저 고양이.
‘혼백의 공유?’
소설에서도 언급한 적 없는 이야기였다.
‘인정하자.’
내가 아는 세상은 아주 작은 일부에 불과하다는 것을.
그리고······.
나는 아직도 내 팔뚝을 꼭 붙잡고 있는 제갈 세가주를 보았다.
제갈 세가주가 나를 향해 배시시 웃었다.
‘얘를 믿을 수 있을까?’
마교가 제갈가를 끝장내기 위해 오랫동안 공을 들인 것을 보아······ 악역은 아닐 터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니, 아니.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만약 아버지의 병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내 편으로 만들어야지.’
어떻게 해서든 만들어야 했다.
어차피 내 능력에 관심이 많아 보였다. 아마도 만신의에게 받은 능력이 절맥에 도움이 돼서겠지.
나는 눈을 꽉 감았다 떴다.
“알겠어. 그러니까 이제 좀 놔.”
나는 제갈 세가주가 붙잡은 손을 데어내려 손등을 잡았다.
그리고 눈을 크게 떴다.
“너, 왜 이렇게 손이 차가워?”
제갈 세가주의 손이 무척 차가웠다.
‘날이 이렇게 따뜻한데······.’
밤이라고 해도 날이 풀린 지 오래였다. 심지어 나는 겉옷조차 걸치지 않고 나왔는데도 전혀 춥다고 느끼지 않을 날씨였다.
나도 모르게 눈살이 찌푸려졌다.
“손.”
“응?”
“저쪽 손.”
“뭐야, 개 취급이야?”
“멍멍이는 귀엽기라도 하지.”
“이상하다. 나 귀엽지 않아?”
제갈 세가주가 고개를 갸웃 기울이며 눈을 깜빡거렸다.
창백한 낯에 눈가에 깊은 그늘때문에 병약해 보이는 게 탈이지 제갈 세가주도 외모만큼은 꽤 잘난 아이였다.
그러다 보니 일부러 귀엽게 바라보는 것이 분명한 표정도 맞춘 것처럼 잘 어울리긴 했다.
“······양심 챙겨.”
나도 모르게 반 박자 늦게 반박하고 말았다. 제갈 세가주가 다 안다는 듯이 소리없이 가볍게 웃었다.
나는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라는 의미에서 제갈 세가주의 손을 한번 아프도록 꽉 잡은 후 “연아, 잘못했어. 아파.”라고 찡찡거리는 제갈 세가주에게 자연지기를 불어넣으며 혈도 부분을 눌러 주었다.예전에 서하령의 손목에 해준 것처럼.
제갈 세가주가 살짝 만족감이 어린 신음을 냈다.
잠시 후, 나는 입을 열었다.
“천명 금혼단.”
“응?”
“네 절맥에는 소용이 없는 거야?”
제갈 세가주가 당황한 얼굴로 눈만 끔뻑였다. 이런 질문일 줄은 전혀 예상 못한 낯이었다.
“갑자기 그건 왜 물어보는 거야?
나 주려고?”
나는 제갈 세가주의 손을 다시 아프도록 꽉 쥐었다.
제갈 세가주가 재빨리 답했다.
“만약에 천명금혼단으로 살 수 있다면, 내가 이미 찾아다 먹지 않았겠어?”
“······.”
이걸 잘났다고 해야 하나······?
광오한 말에 말문이 막혔다.
“천명금혼단······ 있으면 좋지만 크게 도움이 되진 않아.”
입을 열던 제갈 세가주가 기침을 몇 번 토했다.
“절맥이 요절하는 이유는 저주받은 체질 때문이잖아?”
기맥이 점차 좁아지다 막히는 체질.
내기 순환이 힘들어지는 것만으로도 사람의 몸은 약해진다. 병든다는 뜻이었다.
“천명금혼단을 먹으면 몸은 완벽하게 나아. 하지만 그러면 뭐하겠어? 절맥, 기맥이 막힌것은 그대론데.”
천명금혼단으로 상한 육신을 회복할 수는 있지만, 그건 잠시뿐.
근본적인 원인이 그대로니, 절맥의 영향으로 다시 쇠약해지다 죽는 것이다.
내가 과거 단전을 회복하고자 먹었던 것과 같은 결과였다.
“뭐, 천명금혼단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살날을 조금 늘려 주지.”
제갈 세가주가 잠시 숨을 고르며 허공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결국 죽음을 막을 수는 없어.”
제갈 세가주가 죽음을 말할 때는 늘 조소 어린 느낌이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내 질문에 대한 답을 해 주어서인지, 사실을 담담하게 전해주는 어조였다.
제갈 세가주는 작게 웃으며 속삭였다.
“참고로 우리는 천명금혼단을 만드는 방법도 알아.”
“뭐라고?”
“하지만 이제는 만들 수 없어.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재료가 멸종했거든.”
제갈 세가주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을 이었다.
“이제 만들수도 없는 것인데다······ 먹을 수록 효과가 떨어지거든.”
“먹을 수록 효과가 떨어진다고?”
“응. 사람의 회복력에는 한계가 있으니까. 한번 상처가 난 곳을 또 다치면 회복하기 힘든 거랑 같아. 그래서 우리도 포기했어.”
그게 아니라면 어떻게든 다시 천명금혼단을 재현해 냈을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제갈 세가주가 고개를 갸웃 기울였다.
“그런데 그건 왜 물어보는 거야? 네가 먹게? 지금까지 안 먹은 건 너도 예상해서 그런 거 아니야?”
어처구니가 없어서 눈을 가늘게 떴다.
‘백리가 내부 일을 왜 얘가 손금 들여다보듯 알고 있어?’
하지만 그런 제갈 세가주조차도 이 사실은 모르고 있었다.
“아버지가 편찮으셔.”
“응?”
“내공 진기 흐름이 갑자기 멈추는 걸 봤어.”
“진기 흐름? 아, 그게 네 아버지······ 얘기였어?”
제갈 세가주는 정말 깜짝 놀란 표정이었다.
언제 어떤 방식으로 멈췄는지.
아버지의 기맥은 어때 보이는지.
나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모든 사실을 말했다.
제갈세가주가 고개를 저었다.
‘나도 처음 듣는 증상이야. 단언하건대 이런 병은 없어. 만약 이런 병이 있었다면 우리가 모를 리 없어.”
“네가 완화법을 알고 있다던데?”
“내가 백리 세가주께 알려드린 건 제갈가에서 절맥의 진행을 조금이나마 늦추기 위해오랫동안 연구하던 치료법 중 하나야.”
결국, 확실한 치료법은 아니란 뜻이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왔다.
“아버지께 천명금혼단이 도움이 될까?”
제갈 세가주의 웃음소리에 난 눈썹을 치켜올렸다.
“아니, 너무 뻔한 질문을 해서.”
“뭐라고? 난 지금······!”
“그게 뭐가 중요해? 도움이 되지 않으면 백리 대협께 드리지 않을 거야?”
“······아.”
나는 놀라 제갈 세가주를 바라보았다. 요점을 제대로 찌르는 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