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133)
133화
그때였다.
“흐하하하하!”
거의 포효처럼 느껴지는 웃음소리가 들렸다. 그 웃음에 다들 깜짝 놀라 돌아보고 두 배로 더 놀랐다.
“다,단주님!”
“헉, 백검단주께서 대체 언제!”
대단한 사람이었다. 저 체구를 기척도 없이 주변 사람들이 눈치 채지 못하도록 숨기고 있었다는 것이.
한참을 웃은 백검단주가 헛기침을 하며 다가왔다.
참고로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저 빛, 저 강대한 진기는 숨길 수 있는 게 아니니까.
“커흠, 큼. 오랜만에 아주 눈물나게 웃었구나.”
나는 쪼르르 달려가 인사했다.
“단주님! 안녕하세요! 어서 오세요!”
내 격한 환영에 모두의 얼굴에 의문이 떠올랐다.
“이렇게 환영해 줄지는 몰랐구나.”
당연하지! 내가 원하던 무게감있는 인사에 백검단주 정도면 딱 알맞았다.
백검단주가 아직 웃음기 어린 입가를 쓰다듬으며 나를 훑어보았다.
“흐음. 수련을 열심히 한다고 들었다만······.”
백검단주가 의아한 눈으로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가 말을 돌렸다.
“어쨌든 얘기는 모두 들었다.
재미있는 일을 벌인다고?”
“네! 대련할 거예요!”
백검단주가 표정을 굳혔다. 살짝 굳혔을 뿐인데도 순식간에 아주 무서운 인상이 되었다.
“하지만 사사로운 대련은 금지되어 있단다. 감정에 사로잡혀 서로를 크게 다치게 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내 대련 상대였던 소년이 백검 단주를 보자마자 바짝 굳은 이유였다.
원래라면 허락되지 않을 일이니까.
나는 방긋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단주님이 계시잖아요!”
“나?”
“네! 만일 다칠 것 같으면 단주님께서 막아 주시면 되지 않을까요?”
“내게 심판을 봐 달라?”
“어······ 그렇게 되네요!”
거기다 솔직히 저 사사로운 대련금지는 백리가 직계에게는 예외였다.
쌍둥이들이 매번 백리세가 제자들을 데려다가 멋대로 대련하는 걸 보면 알 수 있듯이.
감히 누가 백리가의 직계를 다치도록 하겠는가?
하지만 이를 대놓고 언급하면 핏줄 믿고 나대는 아이가 될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백검단주가 계셔서 괜찮지 않겠느냐로 살짝 방향을 틀었다.
아니나 다를까 백검단주의 입가가 풀렸다.
“단주님, 안 될까요?”
“으하하, 물론! 안 될 거야 없지!”
뭐지? 표정이 좀 ······ 과할 정도로 흐물흐물하게 풀려 있는데.
살짝 의심스럽게 볼 때였다.
“단주!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뒤쪽에서 생각지도 못한 목소리가 들렸다. 백리명이었다.
‘쟤가 왜 온 거야?’
이 난리가 났으니 당연히 귀에 들어갔으리라곤 생각했다.
하지만 거리가 멀어 오는데 한참 걸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후우, 당연히 안 될 말이죠! 싸움을 말리지는 못할망정 단주께서 부추기시는 겁니까? 연이가 다치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백검단주가 표정을 굳힌 채 백리명을 보았다.
“도련님은 그런 쓸데없는 걱정 하실 필요 없습니다. 제가 있는 한 다치는 일 따위 없을 테니.”
“······.”
괜히 백검단주만 자극한 꼴이 되었다.
원래 백리명과 백검단주는 사이가 그리 좋지 못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백검단주는 오로지 실려가로, 백검단주가 할머니의 파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백검단주는 큰아버지가 소가주가 되어서도 중립을 지키며 백검단주의 자리 또한 지켜냈다.
분명 쫓아내고 싶었을 텐데 그러지 못한 것 일터다.
‘만약 아버지 편으로 만들 수만 있다면······.’
그리고 백검단주의 험악한 눈빛을 피해 고개를 돌렸던 백리명의 시선에 소년이 잡혔다.
백리명은 잘 됐다는 듯이 소년을 향해 쏘아붙였다.
“그리고 너! 연이가 아무리 어리다 한들 엄연히 백리가의 일원이거늘 감히 네가 연이를 무시하느냐?”
소년은 백리명의 말에 당혹스러운 듯했다.
“도련님? 제 말을 잠시······.”
“시끄럽다!”
백리명은 소년의 말을 자르고 이번엔 나를 향해 말했다. 이번엔 달래는 듯한 어조였다.
“연이 너도 뭘 이런 걸 일일이 다 상대하고 있느냐?”
“······.”
“내 나중에 따끔히 뭐라 할 테니 이만하고 넘어가거라.”
내가 이럴 줄 알았다.
하지만 여기서 이렇게 물러날거 였다면 지금껏 시비를 이어 오지도 않았다.
“아니요, 오라버니. 걱정해주신건 감사하지만 괜찮아요.”
나는 굳은 의지를 지닌 것처럼 주먹을 꽉 쥐고 백리명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버지가 말씀하셨어요! 이런 일은 실력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하하하! 내 의강의 그 패기만큼은 늘 마음에 들었지!”
역시나 백검단주가 내 편을 들어주며 나섰다.
“그럼 대충 얘기는 끝났군. 도련님, 계속 반대하실 겁니까?”
“······.”
백검단주의 말에 백리명이 얼굴을 잔뜩 일그러트렸다가 옷자락을 털며 몸을 돌렸다.
백검단주가 물었다.
“규칙은 어떻게 할 생각이냐?
당연히 목검일 테고, 내공을 쓰지 않고 초식으로만?”
당연히 그리하리란 말투였다.
나는 방긋 웃었다.
“아뇨. 내공 제한 없이, 항복하는 사람이 지는 걸로, 어때요?”
“······내공 제한 없이?”
“연아?”
백리명과 백검단주 둘 다 당황한 기색이었다. 잠깐 고민하는 듯하던 백검단주가 입을 열었다.
“그래도 아까 연이가 말한 내기는 말도 안 된다.”
내기라는 소리에 백리명이 주변의 제자 한 명을 불러 무슨 이야긴지 묻는 것이 보였다.
“한 번 들인 제자를 이런 식으로 파문하는 건 있어서는 안 되는 일. 대신 이리하자. 연이, 네가 이기면 나중에 네가 택한 아이 한 명을 내 제자로 받아주마.”
“단주님?”
백검단주를 따라온 백검단원부터 얘기를 들은 주변의 다른 소년 소녀들이 모두 깜짝 놀랐다.
나도 깜짝 놀랐다.
백검단주가 나를 향해 찡긋한것이다.
험악한 인상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겐 나를 협박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을까?
* * *
자리는 순식간에 마련됐다.
원래도 오가는 사람이 많은 수련장인 데다, 최근 조용하기만 하던 백리 세가에 다시 없을 구경거리였다.
모두 이 신나는 이야깃거리를 보러 모여들었다.
백리명은 가장 상석에다 어디서 의자까지 준비해 앉아 있었다.
아니꼬운 기색이 역력했는데, 언제 왔는지 백리명 주변에 수하에 가까운 친우들도 모여있었다.
그리고 내 대련 상대인 소년은······.
점점 커지는 판에 후회막급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이제 돌이키기엔 늦었다
소년이 검례를 하며 말했다.
“제 이름은······.”
“안 궁금해. 와라.”
나는 싸늘한 표정을 견지했다.
하지만 속은 아니었다.
내가! 남궁류청이 말하던 그 대사를 하다니!
‘아, 이거 되게 짜릿한데?!”
이 말의 포인트는 정말 무관심하게 툭 내뱉는 것이다.
‘사실 그때 살짝 멋있어 보였다고······.’
꼬맹이 주제에 말이야.
그리고 역시나 이 말은 상대를 열 받게 하는 데 아주 효과적이었다.
땅을 박차고 달려든 소년에게서 잔뜩 열 받은 검격이 날아왔다.
체면이고 나발이고 일단 선공하겠다는 의미였다.
그 첫 검격을 피하고 느꼈다.
‘음? 별거 아닌데?’
솔직히 쉬울 거라고 생각하긴 했었다. 금안으로 보았을 때, 남궁류청이나 심지어 서하령보다 못한 걸 알 수 있었으니까.
그래도 처음에는 조금 긴장했다.
하지만 첫 검격을 본 순간······.
남궁류청과 대련을 했을 때를 생각한다면 이건 뭐 경로가 빤히 보이다 못해 정석적인 초식에 지루한 수준이었다.
탁! 스슥.
몇 번을 내려치는 상대의 공격이 내 검과 부딪치면 힘을 잃고 검날을 타고 미끄러져 내려갔다.
무백신공의 기본 운용법이었다.
공격을 비껴 내는 것.
아버지 정도의 경지가 되면 이제 한 끗 차이로 피하는 것이다.
점차 소년의 얼굴이 굳어 갔다.
그리고 나도 검을 섞을수록 깨달았다.
‘아니, 얘 실력이 남궁류청이나 서하령에 비교해 크게 떨어지는 게 아니야.’
내 실력이 늘어난 것이었다.
내가 의식하기 전에 자연스럽게 자연지기가 팔의 기맥을 타고 손목에서 검으로 흘러갔다.
파아앙!
목검끼리 부딪쳤다고 하기에는 무거운 소리가 울려 퍼지며 나와 소년의 옷자락이 흔들렸다.
소년이 놓친 검이 하늘을 날아 바닥에 떨어졌다.
내가 휘두르는 검의 힘을 소년이 버티지 못한 것이다.
내 목검이 소년의 목덜미를 겨눴다.
“항복?”
“······.”
멍하니 굳은 소년은 이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는 듯했다.
“어떻게······?”
그때였다. 커다란 목소리가 수련장을 가로질렀다.
“무백신공 2성······!”
백검단주였다.
그런 백검단주 곁의 백검단원도 굳은 표정이었다.
“축하한다! 하하하하! 그 나이에 2성이라니 가주님께서 아시면 아주 좋아하시겠어!”
나는 고개를 살짝 숙이며 겸양을 떨었다.
“아직 부끄러운 수준이라서요.”
그때 벌떡 일어난 백리명이 소리쳤다.
“단주! 그게 무슨 말입니까? 연이가 2성이라니요?”
백검단주가 인상을 찌푸렸다.
몇몇 기질이 약한 사람들이 시선을 피하며 겁에 질리는 것이 느껴졌다.
“지금 제 안목을 의심하시는 겁니까?”
“······그 말이 아니라······!”
백검단주는 혀를 차며 백리명에게서 고개를 틀고 내게 다가왔다.
“축하한다. 아, 이번에는 대련에서 이긴 것을 축하한다는 의미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대련이 끝나는 것과 함께 조용해졌던 사람들의 입이 갑자기 트인 것처럼 와글와글 한마디씩 내뱉기 시작했다.
“연 아기씨가 이기다니!”
“무백신공 2성!’
“어떻게? 단전 폐인인 거 아니었어?”
“하지만 백검단주께서 잘못 보셨을 리가······.”
떠드는 소리로 수련장이 시장바닥과 비슷할 정도였다.
나는 마음속으로 씨익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