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132)
132화
순간 소년이 제 귀를 의심하는 표정을 지었다. 주변의 반응도 비슷했다.
곧이어 소년이 얼굴을 왈칵 일그러트리며 성냈다.
“뜻도 모르면서 함부로 말하기는.
이래서 안 된다니······”
“왜 몰라? 대련하자는 거잖아?”
나는 소년의 말을 자르며 말했다.
“······.”
소년이 당황한 듯 침묵했다.
당연했다.
백리 세가 정식 제자인 백색 무복.
백색 무복을 입고 있다는 것은, 적어도 무재는 인정받았다는 뜻이었다.
그에 비하면 나는 이 가문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비극을 겪은 인물.
‘그런데 대련을 하자니 어이없겠지.’
나는 방긋 웃으며 고개를 기울였다.
“반응이 왜 그래? 아! 설마 질 것 같아서 그래?”
“어이가 없어서 그렇거든요!”
빽 소리친 소년이 주변에 들으란 듯이 말했다.
“대련은 무슨대련! 상처라도 나면 난리 날 텐데.”
생각이란 걸 할 수 있다면 여기서 나와 대련하게 되면 좋을 것이 없다는 것을 알터였다.
자기가 잘못한 게 있으니까.
아니나 다를까.
“별 웃기지도 않는 헛소리 그만하시죠! 얘들아 가자!”
소년이 그를 둘러싸고 있던 다른 아이들이 함께 떠나려 했다.
하지만.
‘이렇게 끝나면 재미없지.’
소년이 몸을 채 돌리기 전이었다.
철퍽!
나는 물이 고인 흙을 발로 찼다.
소년의 하얀 무복에 흙탕물이 잔뜩 튀었다. 운 좋게 얼굴까지 튀는 꼴을 볼 수 있었다.
“······!”
나는 웃으며 흙탕물이 튄 신발을 내밀었다.
“너 때문에 신발이 더러워졌잖아?
빨리 닦아.”
어디, 이대로 도망칠 테야?
* * *
‘무료하군.’
평화로운 날들이었다.
백검단주 백리재천은 뒷짐을 진 채 연무장을 천천히 걸어갔다.
살벌한 인상은 그의 지루한 심경을 감추는 데 탁월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살벌한 인상이 더 무섭게 일그러졌다.
“뭐가 이리 소란스러운 게냐.”
그의 날카로운 기감에 계속해서 거슬리는 소음이 잡혔기 때문이다.
백검단 전용 연무장은 정식 제자들의 수련장과 담벼락 하나 차이였다.
백검단주의 말에 단원 한 명이 재빨리 알아보러 향했다. 그리고는 전혀 예상치 못한 답을 가지고 돌아왔다.
“첫째 아기씨가 오셨습니다.”
“연이가?”
하지만 새삼스럽지 않은 일이었다. 백검단주도 이미 예전에 보고받은 일이었다. 백리연이 백리의강이 데려온 갈 곳 없는 아이들을 보러 가끔 방문한다는 건.
그러나 백리연이 온 대도 아이들에게 간식이나 조금 주고 잘 지내는지 확인하는 정도였다.
백리가 직계라며 올 때마다 위세를 부리고 소란을 피우며 수련을 방해하는 쌍둥이들과는 근본적으로 달랐다. 그래서 내심 속으로 마음에 들어 하고 있던 차였다.
언젠가 한번은 백검단의 연무장에 데려와서 백검단원의 수련을 보여 줄까 하는 생각도 했는데, 이런 소란이라니.
눈살을 찌푸릴 일이었다.
내심 실망을 삼킬 때 백검단원이 말을 이었다.
“정식 제자와 그때 4공자님께서 데려오신 수련생이 시비가 붙었다고 합니다.”
백검단원은 시비라고 포장했지만, 백검단주의 짬이 얼마인가?
바로 시미 이면의 상황을 눈치챘다.
“그걸 본 첫째 아기씨가 말리다가·····.”
백리연에게 호의가 있는 백검단원은 약간 걱정스러운 기색으로 마저 말을 이었다.
“정식 제자와 대련을 한다고 합니다.”
“뭐라, 대련?”
지루함에 잠겨 있던 백검단주의 눈이 흥미로 반짝였다.
“역시 늘그막에 이런 재미가 있어야 오래 살고 그런 것이지.”
* * *
나는 이곳의 수련생도들이 쓰는 아이용 목검을 쥔 채 이리저리 살폈다.
‘확실히 내가 쓰는 것에 비하면 질이 떨어지네.’
이럴 때 새삼 깨달았다. 그래도 내가 의식주 걱정 없는 아주 좋은 상황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아버지가 계시지 않았더라면 나도 이 고아들의 처지와 다름 없을 것이었다.
그것도 천운이 따랐을 때.
그때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렸다.
“저 때문에, 그럴,
이러실 필요없어요.”
그리고 진진과 함께 빨랫감을 나르던 소년, 유창도 고개를 들지 못했다.
“제가 괜히,
제가 괜히 아기씨를 불러서······ 이럴 줄 알았으면, 죄송합니다.”
아버지가 데려온 다른 아이들도 소란을 듣고 와 나를 둘러싼 채 죄송해 죽으려고 했다.
참고 참았지만 갈수록 어이가 없었다.
‘얘네들이 정말.”
“내가 질 거 같아? 아!”
“······.”
“······.”
“허!”
나에대한 믿음이 이 정도뿐이었다니!
나는 마침 눈이 마주친 진진을 향해 물었다.
“진진, 너도 그렇게 생각해?”
진진조차 우물거리며 고개를 숙였다.
진진조차!
“어, 언니가 아프다고 다들······.”
평소에 무슨 말을 들었는지 아주 잘 예상이 갔다.
뭐······ 널 찾아오는 백리연은 단전 폐인이다, 너희가 잡은 줄은 썩은 줄이다, 뭐 그런 말이나 들었겠지.
“걱정 마, 진진. 나 남궁 세가에서 남궁류청이랑 대련도 했어.
그리고 이겼다고!”
거짓말은 아니었다. 대련은 내가 진 것이었지만, 뭐 내게 손목을 허용한 남궁류청이 자기가 진거나 다름없다고 말했으니까.
진진이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
“······남궁류청이 누군데?”
“······.”
그때 소한이 다시 입을 열었다.
“제가, 제가 가서 잘못했다고 빌겠습니다. 아기씨께서는 그냥 도, 돌아가시면······”
소한의 어처구니 없는 말을 더 들어서 뭐 하나?
나는 소한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멍청한 소리를 하는 소한의 윗옷자락을 휙 들췄다.
“······!”
“헉”
“소한아!”
숨을 삼키는 소리와 함께 경악성이 들렸다. 소한의 몸에 누가 봐도 맞아서 난 듯한 멍 자국이 나 있었다.
“괘, 괜찮아. 괜찮아.”
소한의 안색이 순식간에 창백해지며 내 손에서 옷자락을 뺏어갔다.
‘이럴 땐 어려서 다행이라니까,’
내가 조금만 더 컸어도 옷자락을 걷어 올릴 수는 없었을 것이다.
“뭐 뭐야? 언제?”
“왜 말을 안 했어!”
다들 모르는 일인 모양이었다.
나는 기맥의 흐름이 불안정한 것 때무에 유심히 지켜보다가 눈치 챈 것이었다.
“이런 일이 자주 있었어?”
“아, 아뇨.”
그간 내가 여기를 가끔 찾아오던 이유여사. 내가신경 쓰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 함부로 못할 테니까.
하지만 최근 석가약부터 제갈 세가주까지 정신이 없어서 이쪽에 찾아오질 못했다.
‘집도 더럽게 넓어서······.’
마음 먹지 않으면 오고 가는 데 상당히 귀찮은 거리였다.
후우. 내 한숨에 소한이 움찔 떨며 말했다.
“죄, 죄송해요.”
“네가 죄송할 게 뭐가 있어?”
그때 진진이 물었다.
“그럼 언니 아부지한테 말하자!”
“그건 안 돼.”
진진이 시무룩하게 물러났다.
아버지가 끼어드는 순간 애들 싸움이 어른 싸움 되는 거 한순간이었다.
그리고 아버지가 끼어들지도 의문이고.
‘거기서 버티는 것 또한 실력이다.’
라는 것이 이 아이들에 대한 아버지의 생각이었으니까.
“됐어.
이건 내가 해결하는 게 제일 좋아.”
아니, 오히려 좋았다.
어차피 이제 슬슬 내가 검을 배우는 게 진심이라는 걸 알리는 게 어떨까 생각 중이었다.
‘2성까지 된 마당에 계속 숨길 수 없으니까.’
할아버지가 계셨으면 모를까······ 할아버지도 이렇게 일찍 내가 2성에 오를지는 몰랐을 것이다.
‘그러니 차라리 이번 일을 기회로 삼아서 밝히는 것도 나쁘지 않아.’
나는 하나둘씩 구경하러 온 듯한 사람들을 보았다.
장소가 장소다 보니 소년 소녀들이 제일 많았다. 다른 정식 제자들도 얘기를 듣고 보러 온 듯 흰색 무복들도 간간이 보였다.
그리고 대부분 나를 보는 시선이 곱지 않았다.
‘음, 좀 더 무게감 있는 인사가 있으면 좋겠는데.’
백검단원도 몇 명 있기는 했지만, 그보다 더······.
그렇게 주변을 쓱 훑어보던 나는 순간 멈칫했다. 그리고 최대한 아무렇지도 않게 시선을 돌렸다.
때마침 소년이 목검을 든 채 제 패거리를 데리고 나타났다.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겁니까? 힘들 것 같으면 포기하셔도 됩니다.”
나는 소년을 향해 말했다.
“생각 중이었어.”
“예?”
“그냥 이렇게 대련만 하는 건 재미없잖아?”
소년은 당최 내가 무슨 말을 하려는 지 의심스러운 얼굴이었다.
“내기 하자.”
“······내기요?”
“그래. 내기. 네가 이기면 나 다신 여기 안 올게.”
“안 온다고? 다시는?”
“그래.”
소년이 혹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말을 이었다.
“대신, 내가 이기면 너도 여기 다신 오지 마.”
나는 고개를 들고 물었다.
“어때?”
잠시나마 혹한 표정을 지었던 소년이 소리쳤다.
“말도 안 되는! 여기서 수련하는 데 어떻게 오지 말라는 거야?”
소년은 어느새 존대하는 것도 까먹은 듯 했다. 아니면 고의거나.
나는 소년을 그것도 모르냐는 듯이 보았다.
“바보야?”
“뭐라······.”
“백리가 제자에서 파문한다는 말이잖아.”
“······.”
그러자 주변에서 놀란 숨을 들이켜는 소리가 연달아 들렸다.
말도 안 된다. 너무한 거 아니냐는 소리들을 뒤로하고 소년을 향해 말을 이었다.
“나는 여기 안 와도 백리가의 직계야. 그런데 넌? 여기 못 오게 되면······
뭐야?”
나는 고개를 슬쩍 기울이며 말을 잃은 소년을 보았다.
“근데 네가 뭐라고 내가 오는 게 거슬린다 말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