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168)
168화
“잘났구나! 그래서?
그 땡중이나 심문할 것이지 나는 왜 찾아온 것이야!”
나는 잠시 눈을 내리깔았다가 고모를 보았다.
“스님의 말로는 고모가 그 약을 먼저 달라고 했다던데.”
고모가 코웃음을 쳤다.
“하! 내가 이곳에 갇혀 있닥 땡중조차 거짓말을 지껄이는구나.”
이내 나를 보며 중얼거렸다.
“아, 아니 네가 그렇게 말하게 한거구나? 네가 협박한 거야. 그렇지?”
“······.”
전혀 모르네.
고모는 스님이 마교와 연결되어 있는 줄 전혀 모르고 있었다.
고모가 스님이 마교의 끄나풀인 걸 알았다면?
스님 이야기가 나온 순간부터 겁을 잔뜩 집어먹었을 터였다. 좀 더 똑똑했다면 죽었다는 걸 알 것이었다.
고모의 수준으로 연기한다면 바로 티가 날 테고.
‘혹시나 아는 게 있을까 찾아와 본 건데 역시 괜한 짓이었어.’
고모는 반쯤 정신을 놓은 것처럼 계속해서 혼자 중얼거렸다.
“그 중놈을 믿는 게 아니었는데······.”
고모는 사방으로 원한과 증오를 마구 뿌려댔다.
흘러나오는 얘기를 듣던 난 의심스러운 점을 잡아냈다.
“약을 스님이 먼저 권했다고요?”
나는 일부러 한심한 눈빛을 보내며 자극했다.
“여기까지 와서 남 탓이라니. 웃기지도 않는 거짓말 좀 그만해요.”
역시나 발끈한 고모가 핏발 선 눈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병신이 되는 약을 원하긴 했지!”
“주화입마로 만드는 약이 아니고요?”
“하, 주화입마? 그런 약이 있는 줄 나도 그때 처음 알았다!”
역시 고모는 그냥 이용당한 것이었다. 하지만 대체 왜?
마교가 굳이 나를 노릴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내가 회귀할 거라는 사실을 미리······ 알고 있기라도 했던 건가?’
그리고 정말 마교에서 고모를 이용한 거라면······.
‘다른 약 하나는 대체 누굴 먹이려고 한 거지?’
백리명은 고모가 멋대로 바꿔 버린 목표였다. 그리고 혹시나 백리명을 처음부터 노렸다면 6년을 기다릴 필요도 없었다.
‘아니면······ 할아버진가?’
아니다. 할아버지 정도 되는 고수는 영약을 잘 먹지 않는다.
이제 내공으로 성취를 따질 경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할아버지 정도의 고수라면 벽을 넘는 데 집중한다.
영약은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다. 오히려 영약을 흡수하느라 벽을 넘는 수련에 방해되기만 할 뿐.
고모가 저 약을 처음 얻은 6년전이라도 다를 바 없을 터였다.
그 뒤로도 할아버지가 폐관 수련은 가끔 들어가셨어도, 영약을 드셨다는 소리는 한 번도 들어 본 적 없었다.
고모가 노릴 만한 사람.
뭘 고민하나 싶었다.
“남은 약 하나는 내 아버지를 노린 거였어. 그렇지?”
나는 부채를 부서트릴 듯 꽉 쥐었다.
“그래! 처음에 네 아비를 노렸지!”
고모가 웃음을 터트렸다. 반쯤 미친 것 같았다.
“그런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영약을 먹질 않더군! 6년간 단 한번도!”
내공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에.
아버지는 그동안 영약을 먹지 못했다.
“그래서 다시 너를 노리려고 했는데, 하, 백리명 그 자식이 워낙 나대야지. 장손인 것 말곤 쥐뿔도 없는 게 감히 내 아들을 무시해? 그놈만 잘 처리했어도 내 아들이 백리 세가주가 될 수 있었을 텐데······!”
살얼음 낀 호수에 몸을 담근 것처럼 정수리가 쭈뼛 서며 온몸의 피가 싸늘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럼 나도 한 가지 알려 줄게.”
원래는 말할 필요가 없는 일이었지만······.
“고모가 내 영약에 손써서 주화입마에 빠트린 사실은 진즉에 알고 있었어.”
나는 고모에게 바짝 다가섰다.
“그런데 할머니가 어찌나 증거를 철저하게 인멸하셨는지 꼬리를 잡을 수가 없더라고.”
회귀 후 눈을 떴을 때 난 고작 여섯 살이었고, 증거를 잡겠다고 하기에는 가진 패가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서 고모가 똑같은 짓을 한 번더 벌이게 한 거야.”
고모가 무슨 헛소리냐는 듯 나를 보았다.
“쌍둥이들이 고계암으로 쫓겨난 일 기억나? 남궁 소가주 앞에서 모란을 밟아서 쫓겨났잖아. 그거 사실 나 남궁 소가주 계신 거 알았다? 그래서 모란 그냥 준 거야.”
“······.”
“쌍둥이들이 내게 진흙을 던졌을 때도, 나 그 안에 돌이 있는 것도 알았다? 그래서 일부로 잡아서 되던진 거야.”
조금만 생각해 본다면 내가 이걸알고 있다는 사실이 말이 안 되는 걸 알 터였다.
하지만 이미 피해망상에 시달리는 고모에게는 다르게 들리겠지.
고모의 얼굴이 점차 일그러졌다.
“쌍둥이들을 괴롭히면 고모가 분명 내 영약에 또 약을 탈 거라고 여겼거든. 심지어 이미 한 번 성공했던 적이 있잖아? 분명 또 시도할 거라고 믿었어.”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으니까.
“그래서 일부러 소녹을 통해서 고모한테 내가 영약을 먹는다는 사실도 꼬박꼬박 흘린 거야.”
“네가······ 네가 다 꾸민 거라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고모가 영약에 약 안 탈까봐 얼마나 걱정했는지. 그런데 백리명에게 약을 탈 줄이야!”
나는 화사하게 웃었다.
“고마워, 고모. 백리명도 저리됐으니, 이제 내가 유일한 백리 세가의 후계자야!”
* * *
긴 백발을 느슨하게 묶은 사내가 담벼락에 기댄 채 눈을 감고 있었다.
[“아, 아니 네가 그렇게 말하게 한 거구나? 네가 협박한 거야. 그렇지?”]‘역시.’
백리의란은 버리는 패조차 되지 못했다. 그저 자격지심과 질투에 눈이 먼 흔해 빠진 사람.
저런 사람은 수도 없이 많았다.
별 이유도 없이 남이 잘난 걸 인정하지 못해서 고꾸라트리려고 발악하는 인간들.
이런 식의 어처구니없는 짓들을 벌인 이유를 따져 보면 별거 없었다.
질투. 시기. 그리고 멍청함.
늘 저지르고 이렇게 될 줄 몰랐다고 후회한다. 정말로 이해가 가지 않는 멍청한 모습들. 수도 없이 많이 본 모습이었다.
‘아, 이건 내 기억이 아니군.’
잠시 혼란스럽던 기억을 다잡았다.
제갈화무로서 살아온 시간보다 역대 제갈 세가주에게 물려받은 기억이 더 많았다.
자아의 상실.
자신이 누군지 기억이 섞이며 흐릿해지는 것이다.
그래서 기억을 물려받았음에도 일부러 열어보지 않았다.
제갈화무는 재빨리 다른 기억을 떠올렸다. 뿌리치지 못하고 가만히 있던 손의 온기를.
“하여간······ 착하다니까.
이런, 화가 많이 났네.”
그때 멀리서 빠르게 다가오는 기척이 느껴졌다.
“벌써 쫓아오다니 빠른데.
음? 아니네.”
백리연을 데리러 온 가문 사람인가 했더니만, 전혀 다른 인물이었다.
살짝 곱슬거리는 앞머리 사이로 붉은 기 도는 눈동자가보였다. 왼쪽 눈 아래 선명한 눈물점도 있었다.
놀잇배 앞에서 마주친 이후로 처음이었다.
제갈화무가 관자놀이 부근을 꾹 누르며 말했다.
“생각보다 늦었네.”
“······.”
저 녀석이 아니라 내게 부탁했다면, 백리 세가주와 백리의강에게 연락이 좀 더 빨리 닿을 수 있었을 텐데.
내게 연락 수단이 있는 걸 알면서도 왜 저 녀석에게 부탁했는지.
차마 물어보지 못한 의문이었다.
속이 뒤틀렸다.
제갈화무가 입꼬리를 올리며 선선히 말했다.
“연이는 안에 있어.”
그는 야율에게 들어가라는 듯 낡은 문 앞에서 살짝 비켜 줬다.
야율이 제갈화무를 빤히 응시하며 들어가지 않았다.
제갈화무가 입가를 매만졌다.
“아쉽네.”
야율은 대놓고 그를 무시했다.
제갈화무가 다시 입을 열었다.
“벽야율. 마공은 제대로 없앴나?”
순간 야율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제갈화무가 대놓고 한숨을 내쉬었다.
“못 없앴군.”
“닥쳐.”
“벽가에서도 네 과거를 캐고 있는 거 알고 있나?”
“알아.”
“그런데 여기 붙어 있다니.
양심도 없어라. 연이 옆에서 멀어지는 게 어때? 언제까지 숨길 수 있을 것 같아?”
“······.”
“천산염제가 살아 있을 때야 널 못 건드리겠지만······
얼마 안 남았쟎아?”
야율이 표정에 변화 하나도 없이 말했다.
“그게 너랑 무슨 상관이야? 어차피 그땐 너도 죽고 없을 텐데.”
잠시 멈칫한 제갈화무가 “큽.” 소리와 함께 웃음을 터트렸다. 몇 번 기침까지 내뱉은 그가 겨우 웃음을 멈추며 고개를 들었다.
“이런 애를 착하다고······
하아, 연아. 정말······.”
그때까지 침묵하던 야율이 입을 열었다.
“연이가 너한테 내 얘기를 한 적 있어?”
제갈화무가 혀를 내둘렀다.
“이건 뭐······. 개보다 더 맹목적이네.”
그때 낡은 문이 소음과 함께 열리고 고양이와 백리연이 함께 나왔다.
그리고 열린 문 안으로 불분명한 비명같은 악다구니가 들렸다.
제갈화무가 말했다.
“끝났어?”
“응. 여기 부채. 잘 썼어.”
저도 모르게 지친 목소리가 나왔다. 나는 딱딱하게 굳어 있던 낯을 억지로 문질러 펴다 누군가 내게 달려들어 깜짝 놀랐다.
반사적으로 공격하려던 것을 가까스로 멈췄다.
“······야율?! 언제 온 거야?!”
야율이 고개를 살짝 들어 나를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