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172)
172화
아버지는 아직 납득하지 못한 듯 보였다.
“마교가 손을 쓰지 않은 이유가 대체 무엇이란 말이냐?”
“그걸 지금부터 알아봐야죠.”
이 약을 존재는 후반부까지 밝혀지지 않는다.
‘쉽게 쓸 수 있는 약이었다면 아버지 선에서 끝내는 게 아니라 남궁류청에게 손을 쓰면 됐는데, 그러지 않았지.’
분명 이유가 있는 것이다.
거기다가 아버지는 이미 이 약으로 내공에 문제가 있었는데 왜 고모를 이용해서 아버지도 주화입마에 빠트리려 한단 말인가?
‘가능성은 작지만······ 마교에서 아버지가 이 약에 중독된 줄 모르는 것일 수 있어.’
그렇다면 더 무림맹에 알려서는 안 됐다. 무림맹에 알리는 순간 마교의 귀에까지 들어가는 건 순식간일터다.
‘거기다 무림맹주 위지백도 요주의 인물이고.’
무림맹주 위지백은 위선적인 인물이었다. 남궁류청의 두 배는 더 먹은 나이면서 남궁류청의 명성이 높아지자 견제하기 바쁘던.
‘소설에서는 같은 팀인 척 굴다가 통수를 치는 악역이었지.’
지금 아버지와 사이가 괜찮은 이유도 아버지가 위지백의 위선적인 면을 아직 모르고, 아버지가 무림맹의 백호단 단주로 있는 게 그의 집권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었다.
그런 그가 백리 세가에서 벌어진 일들을 알게 된다?
도움은 커녕 오히려 백리 세가를 어떻게 이용할 방법이 없을지 고민할 사람이었다.
“거기다가 할아버지랑 아버지는 지금껏 아버지와 증상이 비슷한 사람과 치료법을 오랫동안 찾았잖아요. 그런데 지금까지 아무 소득이 없었죠. 만약에 마교가 이 약을 여럿에게 썼다면 저희 귀에 뭐라도 들어오지 않았을까요?”
“······.”
“연이 말이 옳다. 너와 비슷한 증상을 가지고 있는 이가 있다면 우리의 귀에도 들어왔어야 한다. 하지만 없지 않았더냐? 백리 세가의 정보력을 믿지 못하는 게냐?”
“백리 세가만이 아니라 남궁 세가에서도 도와주고 제갈 세가에서도 도와줬잖아요.”
그제야 아버지가 입을 열었다.
“······그래. 도움을 많이 받았지.”
그런데도 별다른 수확이 없었다.
“거기다가 마교만이 아니라 다른 많은 나쁜 놈들이 아버지를 노리고 있잖아요. 그들은 아버지가 약해졌다는 사실을 알면 분명······ 아버지를 노릴 텐데······.”
나는 고개를 숙이고 손을 꼼지락 거렸다.
“만약 아버지께 무슨 일이라도 생기시면 저는······ 저는······.”
이럴때 눈물 뚝 흘리면 완벽할 것 같은데, 오늘 울 일이 있을 줄 몰라 양파즙 손수건을 준비하지 못했다.
나는 고개를 푹 숙인 채 허벅지를 눈물이 찡할 정도로 꼬집었다.
고통에 눈물이 살짝 고이는 게 느껴졌다.
“······연아.”
나는 눈물을 매단 채, 석 태의를 바라보았다.
“태의, 해독하거나 치료할 방법은 알아내지 못하신 거죠?”
석 태의가 씁쓸하게 말했다.
“내 능력 밖이었구나.”
아버지는 입을 살짝 열었다가 옅게 숨을 내쉬고 닫았다.
* * *
아버지는 석 태의를 배웅하러 가시고 나도 함께 따라가려 할 때였다.
할아버지가 말했다.
“연이 너는
잠시 나와 얘기 하자꾸나.”
나는 할아버지의 뒤를 따라 걸었다.
정원을 얼마나 걸었을까, 할아버지가 입을 열었다.
“애비를 설득하느라 네가 고생이 많구나.”
“같이 설득한 건데요.”
할아버지가 나를 흘끔 보고 다시 걸었다.
“네가 말했으니 듣는 게다. 내가 말했으면 들었을 것 같으냐?”
“네. 들으셨을 거예요.”
할아버지가 걸음을 멈춘 채 고개를 홱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그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맺혔다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웃는 표정을 보면 할아버지는 아버지와 정말 닮아있었다. 할아버지가 다시 몸을 돌리고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앞으로 어찌할 계획이냐?”
“계획이요?”
“그래. 맹에 알리는 것을 막지 않았느냐?”
당연히 다음 계획이 있으리라 여기는 말투였다.
“일단······ 사천 당가에 연락을 해 볼까 해요.”
“당가? 약에 대한 지식은 당가를 따를 곳이 없겠다만, 당가는 폐쇄적이다. 쉽게 도움을 얻기는 힘들게야.”
“예전에 당 소저를 아버지께서 구해주신 적 있어요. 그때 은혜를 꺼내 보려고요.”
“당 소저라면 당소용을 말하는 게냐?”
“네.”
천귀조를 마주쳤을 때 아버지가 없었다면 죽었을 거라며 언제든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다면 자신을 찾으라 했다.
잠시 눈치를 보던 나는 용기를 내어 물었다.
“할아버지는요?”
할아버지가 나를 잠시 보았다가 다시 걷기 시작했다.
느긋해 보이는 모습이었기에 할아버지께서 이 주제를 꺼내실 줄 전혀 예상하지 못 했다.
“의란의 처벌은
내일 진행할 것이다.”
나는 놀라서 할아버지를 바라보았다.
할아버지는 멈추지 않고 말을 이었다.
“백리 세가의 호적에서 제한 후, 단전을 폐하고 가문 소유의 시골 마을로 보낼 것이다. 그리고 그 곳 사당에서 죽을 때까지 지내게 할 거다.”
“······.”
“부인은 후원의 조용한 방으로 보낼 것이다. 앞으로 밖에 나오기 힘들 테니, 안채 일에 관여할 수 없을 것이다. 어찌 되었든 반평생을 백리 세가의 가모로 지낸 이니 죽더라도 가문 안에서 죽을 수 있게는 해 줘야지.”
“······.”
“그럼 이제 아이들이 남았구나.”
뒷짐을 진 할아버지가 허공을 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연이 넌 소우악과 백리표, 그 쌍둥이들은 어찌했으면 좋겠느냐?”
나는 그동안 쌍둥이들에 대해선 굳이 떠올리려 들지 않았다.
소가장은 현재 망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가까스로 가문 간의 전쟁을 치르진 않았지만 대신 갚아야 할 배상금이 천문학적이라 했다.
그렇게 아버지의 가문이 망하고, 어머니가 폐인이 돼서 쫓겨날 테니. 그들의 뒷배가 되던 할머니부터 부모까지 잃은 거나 다름없으니 앞으로 더는 위세 부리지 못할 터였다.
나는 담담하게 말했다.
“할아버지 뜻대로 하세요.”
“······그래.”
할아버지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말을 이었다.
“소우악은 백리가의 호적에서 지운 후 소가장으로 보내고, 백리표는 백담사라는 절이 있다. 그곳으로 출가시키마.”
나는 놀라서 눈을 깜빡였다.
‘그 정도까지······?’
둘 다 말은 다르지만 결국 가문에서 쫓아낸다는 뜻이나 다름없었다.
소림 같은 유명한 곳도 아니고 백담사라니.
거긴 세속에 관심 없는 승려들이 정말 조용하게 불도를 닦으며 지내는 곳이었다.
“백담사에 우리 가문이 매해 상당히 시주하였으니 표가 그곳에서 지내기 어렵진 않을 것이다.”
내 표정을 보고 어떻게 해석했는지 할아버지가 물었다.
“그 아이들이 반성할 것 같으냐?”
“······아니요.”
백번 고민해 봐도 답은 아니오였다.
“그래. 부모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널 원망이나 하며 칼을 갈겠지. 내부에 언제 공격할지 모르는 칼을 품고 있을 수는 없느니라.”
할아버지가 눈을 꽉 감았다 뜨며 말했다.
“이리하는 게 옳아. 한 번 정리할 때 깔끔하게 끝내야 하느니라.”
“······.”
따지자면 쌍둥이들은 이번 일에는 결백했다. 청천벽력처럼 부모를 잃고 가문에서 쫓겨나게 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어떻게 보면 과하다고 느낄 일이었다. 할아버지가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너도 이제 열두 살이구나.”
“아, 그렇죠.”
생일이 어영부영 지나버렸다.
할아버지가 내 머리에 살짝 손을 올렸다.
“너는 참 일찍 철이 들어 있었다.”
“하하······.”
나는 어색하게 웃었다. 따지자면 세 번째나 다름없는 삶이니 일찍 철이 들었다고 보긴 어려웠다.
이를 모를 할아버지가 말을 이었다.
“그걸 기특하게 여겼지.”
“그, 그런가요?”
“이제는 알겠구나. 너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 철이 든 거였단 걸.”
“······.”
“네게 미안하구나.”
할아버지는 사과에 아무 변명도 덧붙이지 않았다.
조용히 수풀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만 들었다.
할아버지가 다시 입을 열었다.
“너를 소가주로 올릴 생각이다.”
“네?”
이건 또 무슨 소리야?
* * *
할아버지는 내뱉은 말은 지키시는 분이었다. 이튿날 새벽, 고모는 단전이 폐해진 채 조용히 끌려 나갔다. 쌍둥이들도 마찬가지였다.
금쇄가 조심스럽게 눈치를 보며 말했다.
“4공자님께서 직접 단전을 폐하셨다고 해요.”
“아버지가?”
“네.”
나는 어두운 얼굴로 바닥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할아버지가 내뱉은 말을 지키신다는 건······ 나를 소가주로 올릴 생각이라는 것 또한 지키실 거란 뜻이기도 했다.
아버지를 만나 뵈어 얘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아버지는 고모가 머물게 될 시골 마을로 호송하는 길을 함께 떠났다고 한다.
생각에 잠긴 채 걷다 보니 어느새 연못가였다. 어릴 적 이곳에서 아버지와 함께 붕어 밥을 주곤 했다.
‘그러다가 담벼락 너머 쌍둥이들을 보고 더는 오지 않게 되었지.’
그리고 이제 그 담벼락 너머는 아주 고요했다.
왠지 발길이 그곳으로 향했다.
왁자지껄하던 곳은 텅 비어있었다.
기분 탓인지 을씨년스러운 느낌마저 들었다.
대련할 때 쓰던 목검 여러 개가 일렬로 늘어서 있었다. 그중 적당한 길이를 손에 쥐었다.
‘요새 수련을 조금 소홀히 하긴했지.’
나는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역시 잡념을 없애는 데는 검만큼 좋은 게 없었다.
얼마나 그러고 있었을까? 어느 순간 가까운 곳에서 기척이 느껴졌다. 나는 숨을 몰아쉬며 검을 멈췄다.
“나랑 대련할래?”
야율이 담벼락 그림자에서 걸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