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174)
174화
과거에도 무림맹은 한차례 마교의 습격을 받았다. 하지만 그건 내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이후의 일이었다. 그러니까 아직······ 몇 년이나 남은 일이었다!
심지어 그때 나는 이미 백리 세가에서 떠나 몸을 숨기고 있었다.
그래서 먼 곳에서 풍문으로 무림맹이 습격을 당했다더라, 하고 들은 정도였다.
제갈화무가 마교의 교주 또한 회귀했을 거라 하였지만, 그간 마교는 만신의를 잡기 위해 팔괘촌을 몰살시켰던 일 이외에 돌발 행동은 없었다.
‘너무 안일했어.’
마교 교주 또한 나처럼 회귀한 기억을 지니고 있다면, 과거와 똑같은 수법을 쓸 이유는 없었다.
그렇다면 왜 갑자기 이 시점을 노려 습격하였는가? 무언가 달라진 점이 있으니 이 시점을 노린 게 아니겠는가?
그리고 한가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과거와 달라진 점.
‘할아버지.’
할아버지께서 맹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못 했다.
천하 십일강인 할아버지가 맹회에 있었다면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아무리 마교라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마교가 고모를 내버려 둔 이유.’
처음부터 이럴 계획이었던 것이다.
부서진 나무함 사이로 홍옥이 반짝였다.
* * *
곧바로 대회의가 열렸다.
소식이 퍼지고 근방의 모든 백도무림 문파와 가문이 모조리 백리 세가에 모여들었다. 두문불출하던 큰아버지도 참석했다. 속속들이 도착한 가문 원로들은 나도 자리에 있는 것을 보고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외부인들, 다른 가문과 문파 사람들은 더 큰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사안이 급하여 금세 내게 관심을 끄고 심각한 낯으로 안건에 집중했다.
제갈화무 뒤쪽에 서 있던 그의 부관이 말했다.
“맹주님의 생존은 확인되었습니다. 북서쪽으로 생존자들과 함께 쫓기고 있는 중인 듯합니다.”
생존자의 소식에 몇 사람이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생존자가 얼마나 된답니까?”
“거기까지는 확인치 못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들 말고도 무림맹 본성 근방에서 산발적 교전이 벌어졌다는 이야기를 보아 생존자들이 꽤 될 듯하다 합니다.”
“북서쪽이라면 가장 가까운 구파가 무당이지요?”
“그렇지요. 조금만 더 가면 금방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거리는 더 멀지만, 북쪽으로 소림과 종남, 화산이 있으니 그쪽에서도 지원이 갈 겁니다.”
“그들로 될까요?”
백리 세가는 무림맹 본성의 아래 지역이었다.
‘북서쪽으로 도망치고 있다면, 여기에선 오히려 멀어지고 있는 상태야.’
심지어 남궁 세가가 있는 방향에서는 정반대였다. 아무리 빨리 지원을 이끌고 간대도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소식이 전달되는데도 시일이 필요하였을 테니까.
나는 아버지와 남궁류청을 확인했다. 굳은 낯의 아버지는 겉으로는 큰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고, 남궁류청은······ 탁자 아래 부서질 듯 꽉 쥔 주먹이 보였다.
입술을 깨문 나는 찻잔을 들어 입가를 가렸다. 차를 마시는 척하며 제갈화무를 향해 전음했다.
「남궁완 아저씨 소식은······ 없었어?」
「 ······ 안타깝게도. 」
“일단 병력 자체는 소규모 일겁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지금껏 움직임을 알아채지 못했다는 건 말이 되지 않습니다.”
대규모 병력을 움직였다면 무림맹을 중심으로 여타 대문파와 세가들이 눈치채지 못했을 리 없었다. 은밀한 만큼 병력도 소규모일 것이다.
“불 타 무너진 연회장에 폭약 냄새가 남아있다고 합니다. 거기다 밤새 몇 번이나 연달아 터지는 듯 한 거대한 소음이 있었다고 하더군요. 개조한 벽력탄을 사용한 것 같습니다.”
“마교가 드디어 미친 건가? 벽력탄 개조라니.”
벽련탄. 그러니까 폭약의 경우, 황실에서 철저하게 관리하는 물건이었다. 개조도 당연히 허용되지 않았으며, 이를 어길 시 반역죄로 다스렸다.
“현 황실에서 이를 살필 겨를이 어딨겠습니까? 신경 쓰지 못할 걸 알기에 벌인 일이겠지요.”
황제는 오늘내일하고 있으며, 황태자는 책봉되지 않았다. 황실은 하루에도 몇 번씩 피비린내 나는 후계 다툼 중이었다.
하지만 황제는 오늘내일하면서 질기게도 목숨을 이어 앞으로 한 두해는 더 살 것이다.
게다가 황제가 죽고 난 후에는 오히려 더 혼란스러워질 터였다.
“아무리 벽력탄이라지만, 고작 소규모 병력에 무림맹 본성이 뚫렸다는 건 믿기지 않습니다.”
무림맹 본성은 오랫동안 백도 무림 정파의 중심지로 자리 잡은 탓에 거대한 크기로 그 규모가 소도시에 버금갔다.
처음 자리를 잡을 때부터 마교의 습격에 대비한 온갖 보호 진법에 함정들로 수성이 쉽게 지은 건물들.
심지어 당시는 맹회 중이었다. 맹회에 참석하러 온 무인들, 그리고 그들을 호위하기 위해 온 병력들.
소규모 병력으로는 도시에 버금가는 무림맹 본단을 습격해서 성공할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들이 힘을 합쳐서 맞서 싸웠다면 말이다······.
하지만 짙은 안개 속 혼란이 이어지는 와중에 맹회에 참석한 이들은 태반이 제 목숨을 살리고자 도망치기에 급급했다고 한다.
강호 무림은 오랫동안 평화로웠고 타성에 젖어 있었다.
거기다 위지백이 맹주가 되고 나서는 원 무림맹의 중심 권력자라 볼 수 있는 구파 및 기존 세력의 영향력을 줄이려고 꾸준하게 노력해 왔다. 표면적으로는 오랫동안 정체된 무림맹에 새로운 피를 수혈해야 한다, 개혁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솔직히 그간 구파와 기존 세도가끼리 다 해먹던 게 맞는 말이기도 하고.’
하지만 그런 위지백의 태도를 구파와 기존 세도가들이 좋아할 리 없었다. 계속해서 맹주와 충돌했고, 위지백이 맹주가 된 지 몇 년이나 흐른 지금.
‘구파와 세도가에서는 불만이 꽤 쌓였지.’
맹회에 자신들의 후계자나 인재가 아닌 자리 채우기용 허수아비들을 보냈다. 맹회의 힘을 약하게 만들기 위해서였다. 그러니 더욱, 혼란을 진정시키고 중심을 잡아줄 이들이 부족했을 것이다.
“대체 맹주는 뭘 했단 말인가!”
백리 세가의 원로 한 명이 쇳소리를 질렀다. 원로가 가장 아끼기로 유명한 딸이 현재 무림맹에 있었다. 살아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
원로 말고도 자식과 친지를 무림맹에 보내 놓은 이들은 많았다. 그들이 불만을 마구 성토했다.
“좀 더 확인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만, 생존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좌사도가 나타났다고 합니다.”
놀라 숨을 들이켜는 소리와 탄식, 그리고 침묵이 회의실을 눌렀다.
좌사도는 마교 교주의 왼팔이나 다름없는 이로 쉽사리 움직이지 않는 이였다. 실력 또한 천하 십일강에 이름만 올리지 않았을 뿐, 비등할 거라고 예상하곤 했다.
누군가 침묵 속에서 의문을 제기했다.
“잠깐, 맹주가 생존하여 쫓기고 있다 하지 않았소? 설마 맹주가 좌사도 앞에서 도망쳤다는 말을 한 것이오?”
“······그,그럴 리가, 도망친 거겠소?”
“하지만 맹주가 좌사도를 베었다면 쫓길 이유가 없지 않소!”
좌사도가 죽거나 크게 다쳤다면 마교도들이 물러가지 않았을 리가 없었다.
“맹주가 도망친 거라면······ 그럼 다른 맹원들은?”
“······.”
그 자리에서 좌사도 정도의 실력자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위지백 뿐이었다.
누군가 중얼거렸다.
“빌어먹을 위지백······.”
좀 전에 위지백이 구파와 기존 세도가를 밀어내려 했다지 않았는가?
혼자서 그게 가능할 리 없었다.
위지백이 가능했던 이유는 일반 맹도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아서였다.
가령 용봉지회는 가문과 문파뿐만이 아니라 성품과 실력, 심지어 외견까지 따져 증명된 자들만이 들어갈 수 있는 모임이라 수준이 높았다.
‘벽성률도 용봉지회였던 걸로 보아 완벽하진 않지만.’
어쨌든 무림맹에 보낸 구파와 세가의 혈족 모두가 용봉지회에 들어갈 수 있는 게 아니란 뜻이었다.
그리고 용봉지회에 들어갈 수준이 되지 못하는 어줍짢은 세가 자제들과 문하생들. 그러니까 가령······.쌍둥이나 백리명같은 사람들.
그런 녀석들이 낙하산으로 맹원이 되어 명문 대파의 일원이라고 기존 맹원들보다 훨씬 좋은 대우를 받았다.
‘거기다 어찌나 거들먹거리던지.’
내가 무림맹에 아버지 덕에 잠시 머물렀을 때도 정말······.
그 꼴을 매일같이 지켜만 봐야했던 일반 맹원들이 그간 쌓인 울화가 얼마나 많았겠는가?
나도 내공 폐인이라고 시시때때로 무시당하는 처지였기에 그들의 마음이 아주 잘 이해가 갔다.
그래서 명문 대파 출신이 아니면서 천하 십일강에 올라 무림맹주가 된 위지백은 특히 일반 맹원들에게 우상이었다. 기존의 질서를 깨트릴 투사이자 자신도 저렇게 될 수 있다는 희망의 등불같은 사람이었다.
‘그런데 위험해질 것 같으니 도망 치다니······!’
그리고 위지백의 권세에 편승해 이득을 얻던 자들, 아직도 현실을 부정하고 위지백을 믿는 추종자들도 이곳에 있었다.
“거 빌어먹을이라니, 맹주께 말이 너무한 것 아니오?”
“뭐? 너무하다? 내 자식이 지금 무림맹에서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모르는데······!”
“습격이 맹주 탓도 아니거늘, 거기다 아직 확실한 것도 아니지 않소!”
쾅!
거대한 탁자가 지진 난 것처럼 흔들렸다. 할아버지의 매서운 눈길에 목청을 높이던 이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 입을 꾹 다물었다.
“다들 조용히 하시오. 지금 그런 일을 따질 계제가 아니니. 맹주의 처신은 지원을 가고 나서 따져도 늦지 않소. 우리 가문에서는 의강과 백검단 일부를 보내겠소.”
할아버지의 시선을 받은 아버지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문파도 지원하지요.”
“저희 가문도 함께 하겠습니다.”
여러 가문에서도 협조를 약속하니 이야기가 빠르게 진행되었다.
벌써 마음이 급한 몇 명은 소식을 전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고, 경로와 출발 시각 등의 조율을 끝내 갈 때였다.
갑자기 문이 열리고 거지꼴의 사람이 헐레벌떡 뛰어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