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175)
175화
거지꼴이 아니라 진짜 거지였다. 그리고 거지들의 방파인 개방 방도 표식을 허리에 차고 있었다.
개방은 그 수를 모두 헤아리기 어려운 거지들이 모인 방파로 정보 수집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누군가 말했다.
“자네는 삼개?”
호남 분타주의 셋째 제자였다.
청당을 쭉 훑어보는 삼개의 시선이 내게 잠깐 머물렀다가 떠났다. 이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 연배의 소녀를 보고 잠시 멈칫한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무슨 일인가?”
“분타주님께서 급하게 알리는 소식입니다.”
침을 꿀꺽 삼킨 삼개가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무당이 습격을 받았습니다.”
“뭐, 뭣?”
좀 전에 무림맹의 남은 생존자들이 무당파로 향하고 있을 거라는 이야기를 나눴던 차였다.
“마교와 혈선녀의 습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헉, 혈선녀라니······!”
혈선녀는 천하 십일강 중 한 명으로, 이름만 보아도 마두이자 손꼽히는 악인이었다. 그녀는 특히 도사들을 죽이는 것을 즐겼는데, 당연히 무당과의 사이는 최악이었다.
“무당은 무림맹 지원을 위해 상당 병력을 산 아래로 내려보낸 상태라 아마, 아마도······.”
“무당파가 당했을 거란 말인가!”
“처음부터 양동 작전이었던 모양입니다.”
“구파 중 일익 아니오? 무당파가 당했을 리가! 확실하지 않소.”
“하나······.”
그리고 이내 처음 무당파의 피습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걱정하던 일이 터졌다.
“일이 이렇게 된 이상 무림맹에 지원병력을 보내는 일은 다시 생각해 봐야겠소.”
“갑자기 이러는 것이 어디 있소?”
“무림맹이 겪은 일은 안타깝지만, 우리 문파는 병력을 나눌 만큼 여유가 없소.”
“우리도······.”
누군가 먼저 나서기만을 기다렸다는 듯 여러 동의의 목소리가 나왔다.
더는 참을 수 없는 듯 나서려는 남궁류청을 그의 뒤편에 서 있던 심부관이 막았다.
나는 목소리를 높이는 이들을 쭉 둘러보고 마지막에 개방도 삼개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모여 일부러 억누르고 있던 금안의 안력을 키웠다.
‘저게 대체 뭐지?’
곧이어 삼개를 처음 보았을 대부터 거슬리던 부분이 자세하게 보였다.
삼개의 몸 안에 꿈틀거리는 제 2의 기운. 마치 기생하는 것만 같은······.
‘······!’
「할아버지. 저자, 마교의 첩자예요.」
할아버지의 시선이 내게 닿았다.
「 확실해요.
몸 안에 혈고가 있어요. 」
눈을 한 번 깜빡이는 사이 할아버지는 이미 삼개 앞이었다.
“컥!”
턱을 붙잡힌 채 대롱대롱 매달린 삼개가 할아버지의 팔을 붙들고 몸부림 쳤다.
“배, 백리 세가주!”
“이게 무슨 짓이오!”
몇 사람이 벌떡 일어나 검을 살짝 쥐었다. 그 앞을 아버지가 막아섰다. 할아버지가 내공을 불어넣자 삼개 내부에 자리잡고 있던 핏빛 기운이 폭주하듯 발작했다.
“아, 안, 안······ 아아, 크아악!”
턱을 붙잡혔을 때 몸부림치던 것과는 달랐다. 턱의 고통 따위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온몸을 비틀며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 이내 끄르륵 끄르륵거리다 피를 한 움큼 울컥 토해 냈다.
삼개가 바닥에 나동그라지는 것과 동시에 모두 깜짝 놀랐다. 몇몇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물러나기도 했다.
삼개가 토해 낸 핏덩어리 속에서 무언가 꿈틀거렸다. 사람에게 본능적으로 혐오감을 주는 생김새였다.
나는 재빨리 달려가 삼개의 혈도 몇 곳을 찔렀다. 내부 출혈을 막는 것이었다. 할아버지의 내력에 혈고가 강제로 뜯어지며 장기가 크게 상했다.
제갈화무가 천천히 일어나며 말했다.
“역시 백리 세가주, 천하 십일강이라는 위명답군요. 보통이라면 둘 중 하나는 무조건 죽었을텐데. 혈고와 기생자를 둘 다 살려서 떼어 내다니.”
“혀, 혈고라니?”
“저게 혈고란 말이오? 이런 끔찍한······! 어찌 이런······ 개방 분타주의 제자가 마교의 세작이라니?!”
“대체 개방은 뭘 한 것이오! 마교의 세작을 예까지 들여보내다니!”
언제 다가왔는지 모를 제갈화무가 아무렇지도 않게 그 꿈틀거리는 것을 집어 들었다.
“일단 살리셨지만, 그래도 오래는 못 살 겁니다. 반나절에서 하루 정도? 그 사이 알아낼 수 있는 것부터 알아내죠.”
이제 숫제 몇 명은 토악질할 것 같은 낯빛이었다.
나도 혈고에 대해 들어만 봤을 뿐 이렇게 살아 있는 걸 보는 건 처음이었다.
제갈화무가 내 시선을 느꼈는지 내게 물었다.
“볼래?”
“응. 아니, 네.”
할아버지가 조소했다.
“애만도 못하군. 끌고 가.”
간헐적으로 꿈틀거리는 삼개를 나타난 무사들이 일으켜 세웠다.
제갈화무가 가볍게 말했다.
“조심히 다루도록. 심문은 제가 맡도록 하죠.”
* * *
저 삼개라는 마교의 세작은 지원 전력이 어찌 되는지 염탐을 하러 온 것이었다. 그 자리에 내가 없었다면 삼개가 세작인지 아무도 몰랐으리라.
삼개는 개방 분타주의 제자일만큼 재능도 있고, 어렸을 적부터 개방에서 자란 이였다. 그런 자가 첩자라니 상상도 못 한 일이었다.
심지어 삼개는 내 눈에 띄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다만, 내가 회의에 함께 있을 줄은 예상치 못한 것이다.
그리고 세작의 거짓말이길 바랐지만, 안타깝게도 무당파가 기습을 받았다는 소식은 진실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삼개의 일로 무림맹 지원에서 발을 빼겠다 소란 피우던 자들이 입을 다문 것이다.
‘마교의 세작이 개방에도 숨어든 마당에 누구에게 붙어 있어야 목숨을 보전하기 쉬운지 저울질한 결과기도 했겠지만.’
물론 규모가 처음과 비교하면 훨씬 줄어든 건 어쩔 수 없었다.
백리 세가조차, 마교의 기습에 대비하여 병력을 보조할 필요가 있었으니까.
심문이 끝난 듯 제갈화무가 피로한 낯으로 건물 밖으로 나왔다.
“좋은 소식, 나쁜 소식이 있어.”
“좋은 소식부터.”
제갈화무가 남궁류청을 바라보았다.
“남궁 소가주가 살아 계신 듯해.”
“정말?”
제갈화무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원 규모를 알아보면서 남궁소가주의 소식도 들어온 것이 있는지 알아보라는 명이 있었어.”
만약 남궁완 아저씨가 죽었다면 소식을 알아보라는 명령을 세작에게 내리지 않았을 터였다.
“무림맹 본대와는 떨어져서 아래로 몸을 뺀 듯 싶어.”
“아래면······ 이쪽?”
“응. 호남성 방향.”
그리고 호남성은 백리 세가가 있는 곳이었다.
“남궁 소가주가 선택했을 곳으로 추측되는 길은 세 방향 정도.”
세 방향이라니. 수색 범위가 확 줄었다. 거기다 백리 세가의 영향력 안이라면 찾기 어렵지 않을 터였다. 하지만 제갈화무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글쎄, 되레 일이 복잡해졌어.”
“왜?”
“백리 대협이 직접 수색에 시간을 내실 수 없을 테니까. 대협께서는 백호단의 단주시잖아. 남궁소가주의 수색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무림맹, 맹주가 있는 본대 방향으로 지원을 가셔야지.”
“하지만 호남성이라며? 그럼 우리 가문 영향력이 닿는 지역이니 아버지가 안 계시더라도······.”
나는 말을 멈추고 눈을 가늘게 떴다.
“설마, 네가 말한 세 방향 중에 악양이 포함된 거야?”
악양은 백리 세가 위쪽 지방으로 커다란 호수, 동정호가 있는 지역이었다. 그리고 그곳의 가장 큰 세력은 동호방이라는 이름의 수적들이었다.
‘······백리 세가의 영향력이 미치지 못해.’
사파 세력권이라는 소리였다.
그리고 남궁완 아저씨도 아버지만큼 원한을 꽤 쌓아 오셨다.
평소에는 남궁 세가의 후광에 감히 건드릴 생각을 못 하고 있었다. 하지만 악양에서는 달랐다.
그곳에서는 마음에 안 드는 정파인은 쓱싹하고 동정호에 담그면 그대로 증거 인멸이었다.
게다가 남궁완 아저씨는 마교에게 며칠간 계속 쫓겼을 테니 부상과 피로가 극심할 터였다. 얼마나 좋은 먹잇감이겠는가?
“······이게 나쁜 소식이구나.”
“아니.”
여기서 더 나쁜 소식이 있다고?
“남궁 소가주를 습격한 것이 천귀조래. 예전에 네가 말한 적 있잖아? 악연이 있다고. 그래서 꽤······ 집요하게 쫓는 모양이야.”
* * *
천귀조와 악양이라는 이름을 듣는 순간 소름이 끼쳤다.
‘이게 운명이란 건가?’
줄거리에서 벗어날 수 없는 걸까?
‘그러니까 소설 속에서 천귀조가 남궁류청을 습격했다고 하지 않았나?’
그리고 천귀조가 남궁류청과 그의 동료를 습격한 곳이······ 악양이었다.
‘물론 시기상 훨씬 뒤의 일이었지만······.’
나는 천귀조와 악양의 이름을 듣는 순간 남궁완 아저씨가 그곳에 있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제갈화무라면 모를까, 남궁류청과 아버지께 남궁완 아저씨가 악양에 있을 것 같다는 이유를 설명할 수는 없었다.
그냥 멍청하게 감이라고 할 수밖에 없었으나······ 아버지와 남궁류청은 악양에 수색을 집중하자는 내 의견을 받아들여 주었다. 그리고 야율도 천귀조의 이름을 듣는 순간 함께하겠다고 나섰다.
야율의 실력은 믿을 만했기에 함께 한다면 다행이었지만, 천귀조와의 악연이 걱정되었다.
“괜찮겠어?”
“뭐가?”
“천귀조를 만날 수도 있어.”
야율은 되레 의아하게 물었다.
마치 그게 자신과 무슨 상관이냐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런데?
“······.”
잠시 말을 잃었다.
“아, 내가 천귀조한테 복수심을 가져서 가는 줄 알았어?”
“어음······ 뭐······ 그렇지?”
당연히 그리 생각하게 되지 않나?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야율이 입꼬리를 당겨 올렸다.
“난, 네가 가서 가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