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177)
177화
* * *
장강에 동정호를 끼고 있는 악양은물류의 중심지였다. 수적에 불과했던 동호방이 악양을 주름잡는 대방파가 될 수 있었던 이유가 이것이었다.
그들은 장강과 동정호를 통해 오가는 선박들에서 통행세를 받으며 세를 불렸고, 물에서만큼은 그들을 이길 세력을 찾기 힘들었다.
수많은 배가 정백해 짐을 싣고 내리며 이를 사고팔기 위한 장사꾼들이 연 시장. 그런 상인을 붙잡기 위한 객잔의 호객 행위. 짐꾼과 호위 무사들로 바글바글한 거리의 음식점들. 악양의 진풍경이었다.
그렇게 바쁜 낮이 지나고, 북적북적하던 선착장과 시장이 조용해지면 이제 또 다른 진풍경의 시작이었다.
호수를 바라볼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세워진 주루와 음식점에서 새어 나오는 빛. 낮이 부럽지 않을 정도로 밝은 호숫가는 동정호의 구경거리 중 하나였다.
그리고 밤거리가 밝은 만큼 그 거리를 차지하기 위한 싸움도 치열했다. 일부는 동호방의 세력이었으나, 그들은 물 위를 관리하는 것만으로 바빴기에 뭍 위는 매일같이 흑도 방파들의 각축전이 벌어졌다.
며칠에 한 번꼴로 뒷골목에서 시체가 실려 나가기 일쑤. 시신의 사인에 관심을 가지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이제 막 해가 지고 있는 시각임에도 우중충한 분위기의 골목길.
오늘 낮에도 시체 몇 구가 실려나간 이 거리에선 사람의 얼굴을 바라보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었다.
빤히 바라보면 바로 주먹이 날아오는 곳이었으니까.
하지만 세상살이 고단함을 짊어진 낯의 사람, 험상궂은 외견의 사내들 모두 너 나 할 것 없이 백의를 입은 사내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백의를 입은 사람 옆에는 엉거주춤한 자세의 사람도 있었다. 일행으로 보기에 두 사람은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그 두 사람은 한참을 굽이굽이 꺾어 들어가 웬 허름한 3층 전각앞에 멈춰 섰다.
쾅쾅!
엉거주춤한 자세의 사내가 거칠게 문을 두드렸다.
“문 열어!”
안에서 움직이는 기척이 들리더니 문이 벌컥 열렸다.
배를 벅벅 긁으며 문을 연 대머리 사내가 멍한 표정을 했다가 뒤늦게 사나운 표정을 지었다.
“뭐야, 주팔?
웬 기생오라비를 끼고 왔어?”
문을 두드린 사내, 주팔이 떨리는 목소리로 소리쳤다.
“가, 가서 두목이나 불러와!”
아직 문을 쥐고 있는 대머리 사내는 주팔의 떨리는 음성을 알아채지 못했다. 그는 자신이 기생오라비라 칭한 사내를 쭉 훑어보기 바빴다. 눈빛에 점차 탐욕이 서렸다.
주팔이 버럭 소리쳤다.
“뭐 해! 빨리 두목 데려오라니까!”
“너 미쳤어? 두목을 오라가라하게? 할 말 있으면 네가 직접 말 해.”
“야 이 자식아, 잔말 말고······”
그때 지금껏 침묵하던 백의 사내가 입을 열었다.
“말씀 좀 묻겠소. 여기가 흑룡방이 맞소?”
대머리가 삐딱하게 서서 답했다.
“맞으면?”
“흑룡방에서 오늘 시신 몇 구를 치웠다 들었는데, 잠시 확인해 볼 수 있겠소?”
“······시신?”
대머리와 주팔이 서로 시선을 교환했다. 주팔은 사실대로 말해야 한다는 경고의 눈짓을 보냈으나, 대머리는 이를 어떻게 알아들었는지 문을 활짝 열며 말했다.
“잘 모르겠는데······ 흠, 일단 들어와 보슈.”
“······야 이 머저······.”
주팔이 욕설을 지껄이려는 순간 백의 사내와 눈이 마주쳤다.
그대로 바짝 굳은 주팔이 질질 끌려가듯 문 안으로 들어갔다.
백의 사내도 그 뒤를 따라 건물 안으로 들어왔을 때, 갑자기 문이 닫혔다. 거기에 걸어 잠그는 소리도 들렸다.
동시에 2층과 3층 난간, 식당으로 쓰는 듯 보이는 너른 대청 옆의 복도에서 우르르 사내들이 뛰어나왔다. 마치 지켜보고 있다가 나온듯한 모습이었다.
그 모습에 겁을 집어먹을 만했으나 백의 사내는 태연했다.
우르르 2층에서 내려오는 사내 중 가장 앞에 선 불콰한 낯의 덩치 큰 중년인이 고개를 갸웃했다.
“뭐야, 이 새끼 정신을 놓은 건가?”
“두,두목!”
주팔이 말리듯 외치는 말을 뒤로 하고 백의 사내가 말했다.
‘그쪽이 흑룡방주요?”
“허허, 흑룡방주요오? 이 새끼, 상황 파악이 안 되는 건가? 웬 놈인가 싶었더니 주팔 이 자식이 미치광이를 데려왔네. 그래. 내가 흑룡방주다.”
조롱하는 태도에도 백의 사내는 여전히 차분했다.
“어젯밤 흑룡방의 거리에서 싸움이 일어나 죽은 시신을 치웠다고 들었는데, 확인해 볼 수 있겠소?”
흑룡방주가 귀를 후비며 주변을 향해 물었다.
“야, 다들 들었냐? 시신 찾는단다.”
흑룡방주의 말에 부하들이 실실 웃으며 말했다.
“시신, 그런 게 있었나?”
“글쎄. 나는 처음 듣는 소린데?”
“뒈진 놈을 왜 여기서 찾는대?”
주거니 받거니 대화하는 모습이 누가 봐도 시신에 대해서 알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시신 찾으려면 동정호나 뒤져 보쇼. 이미 물고기 밥 된 지 오래겠지만.”
백의 사내가 인상을 살짝 찡그렸다.
“어이쿠,
왜, 아는 사람이라도 되나 보지?”
“슬퍼 마쇼. 죽어서 물고기들 배를 불려 주었으니, 죽어서 나름 세상에 도움을 준 거지.”
킥킥 터져 나오는 웃음소리의 주인들은 어느새 백의 사내를 포위하듯 둘러싸고 있었다.
“······.”
백의 사내가 무표정하게 흑룡방주를 바라보았다.
말없는 시선일 뿐이었다. 그런데도 왠지 어깨가 짓눌리는 느낌이었다.
흑룡방주가 뭔가 이상함을 느끼고 마른침을 삼켰다.
백의 사내 뒤쪽 주팔이 겁에 질린 목소리로 말했다.
“두, 두목, 그만하시죠.”
눈을 굴린 흑룡방주가 헛기침을 하고 입을 열려 할 때였다.
문 앞을 막고 서 있던 대머리 사내가 짜증스럽게 말했다.
“뭐야 주팔, 아까부터 왜 X랄이야? 네가 같이 한탕 하자고 데려온 거 아냐?”
“야, 이 새끼야 제발 닥쳐.”
대머리가 거들먹거리며 백의 사내의 어깨를 향해 손을 뻗었다.
“으휴, X신 새끼.
야, 가지고 있는 거 다 놓고 꺼져. 그럼 목숨은 살려 주······ 아악!”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대부분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대머리가 기이하게 꺾인 손목을 쥔 채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흑룡방주가 놀라 소리쳤다.
“쳐!”
“우아아-!”
둘러싸고 있던 흑룡방도가 한 번에 덤벼들었다.
“시X ! 다들 멈춰!”
주팔의 목소리는 방도들 외침에 허망하게 묻혔다.
소리도 없이 흑룡방도 세 사람이 뒤로 쓰러졌다. 앞을 치운 백의 사내가 곧장 계단 위의 흑룡방주를 향했다.스무 걸음도 넘는 거리가 눈 깜짝할 새였다.
흑룡방주도 방주 자리는 폼으로 얻은 게 아닌 듯 그사이 무기인 삼절곤을 꺼내 휘둘렀다.
세 개의 철봉이 경로를 예측하기 힘들게 백의 사내를 향해 꺾어 들어갔다. 절대 피할 수 없을 것 같던 각도였다.
하지만 삼절곤은 백의 사내를 건드리지도 못한 채 미끄러지듯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삼절곤 보다 더 이해하기 힘든 움직임을 보이며 파고든 백의 사내의 손이 흑룡 방주가 쥔 삼절곤 바로 앞부분을 쥐고, 당겼다.
“흡!”
눈을 부릅뜬 흑룡방주가 그대로 딸려 와······.
뻐억.
백의 사내의 무릎에 얼굴을 박았다.
고개가 뒤로 꺾인 흑룡방주가 흑룡방도들이 모인 곳으로 날아갔다.
“바, 방주님!”
“두목!”
한 번에 무기까지 뺏기고 얻어맞은 흑룡방주는 쌍코피를 질질 흘리며 쉽사리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심지어 상대는 무기를 뽑아 들지도 않은 상태였다.
초고수.
여기 모두가 덤벼들어도 소용없을 거라는 절대적인 격차.
백의 사내의 무공 실력에 흑룡방도 모두가 굳은 채 눈만 굴렸다.
주팔이 거의 울먹이듯 말했다.
“그러니까 내가 하지 말랬잖아······.”
할 말이 많은 눈으로 주팔을 노려보던 얼굴에 칼자국 있는 사내가 조심스레 물었다.
“귀하는 누구시오?”
“이름을 묻는 것이라면,
백리의강이오.”
“허업!”
“뭣!”
흑룡방도들 사이에서 동시에 탄식이 터져 나왔다.
천하 십일강인 백리세가주의 넷째 아들이자, 무림맹 백호단주의 이름을 모르는 흑도인은 없었다.
칼자국 사내가 당황하여 외쳤다.
“아니, X팔, 백리 공자 여긴 왜······!”
“이미 말하지 않았소?”
“다, 당신 여기가 어딘 줄 알아?”
“악양.”
“······.”
태연한 답에 칼자국 사내의 말문이 오히려 막혔다.
“네, 네가, 아니, 자네가 이렇게 행동하면 동호방에서 가만히 있을······!”
“상관없네.”
“······.”
그때 갑자기 들고 있던 삼절곤을 뒤로 휘둘렀다.
빡!
몰래 뒤쪽에서 덤벼들던 사내 한 명이 숨을 들이켜는 소리도 내지 못한 채 그대로 쓰러졌다.
쿠당탕.
정신을 잃은 사내가 그대로 계단 위를 뒹굴었다.
일부러 시선을 끌던 칼자국 사내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다시 한번 묻지.
시신을 수습한 자가 누구요?”
흑룡방도의 시선이 한곳으로 향했다.
자신을 팔아 치우는 눈빛을 본 흑룡방도 한 명이 슬그머니 나섰다.
“저, 접니다.”
* * *
병력은 두 개로 구성되었다.
무림맹을 지원하기 위해 가는 지원대와 남궁완 아저씨의 행방을 찾기 위한 추적대.
남궁완 아저씨를 찾기 위한 추적대는 병력을 따로 구성하게 되었다. 이 병력은 온전히 백리 세가의 것이었다.
장로들 몇 명이 불만을 제기했다.
왜 백리 세가에서 남궁 소가주 한 사람을 수색하기 위해 병력을 나눠야 하냐는 것이다.
심지어 무당파가 무림맹을 지원하다 피습을 당한 일도 있었다. 장로들의 불안은 마땅한 의견이었다.
하지만 다행히 할아버지가 이 불만을 모두 묵살해 주셨다. 대신 할아버지는 확실히 가문에 발이 묶였다. 백리 세가를 지킬 의무를 할아버지 홀로 짊어지게 된 상황이나 다름없었다.
큰아버지는 원래도 무력으로는 큰 도움이 되지 않았고, 백리명도 앞으로 1년은 자리보전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무림맹 지원대는 악양을 피해서 가고, 추적대는 악양으로 향했다.
아버지는 원래라면 지원대와 함께 무림맹 본대가 피한 곳으로 향해야 했다. 하지만 일단 추적대와 함께 악양으로 향했다가 한 박자 늦게 지원대에 합류하는 식으로 움직이겠다고 했다.
둘 다 비슷한 방향, 북쪽으로 향하는 것이기 때문에 가능한 방법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한들 아버지가 악양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은 고작 사흘. 심지어 중간에 하루를 더 벌겠다고 소수의 몇 사람과 함께 경공으로 악양으로 향했다.
‘아버지······ 괜찮으실까?’
별일 없으셔야 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