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309)
외전 3화
마교의 몰락.
사방으로 흩어진 마교 잔당이 혼란을 야기했고, 다른 한쪽에서는 마교가 차지하고 있던 이권을 손에 넣기 위해 격렬히 다투고 있었다. 오랫동안 강호 무림을 이루던 질서가 완전히 무너진 것이다.
그리고 강호가 혼란스러워질 수록 재물을 보호하는 일을 하는 표국 사업이 번성하는 건 당연한 결과였다.
무양표국은 이 기회를 틈 타 사업 확장을 노렸다. 천마의 보물을 손에 넣은 것이다.
만약 천마의 보물을 성공적으로 우송한다면 무양표국의 이름이 널리 알려질 것이고, 그건 다른 표국들보다 경쟁에서 한발 앞서 나가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사업확장은 늘 위험성을안고 있는 법이지.”
무양표국이 산길에서 마교 잔당들에게 습격당한 것이 그 증거였다.
물론 학진평이 우리에게 이렇게 말한 건 아니었다. 학진평은 표물이 천마의 보물이기에 습격을 받은 듯싶다고 하였을 뿐이고, 다른 모든 것들은 내 추측이었다.
“궁금한 건 무양표국이 대체 어떻게 천마의 보물을 손에 넣었을까인데. 무림맹에서 별 반응이 없는 걸 보면 귀물까진 아니겠지.”
나는 남궁류청의 입에 땅콩을 넣어주며 말을 이었다.
“게다가 그 마교 잔당 수준도 엄청 높은 건 아니었으니까. 산채에 있던 놈들이 우리를 알아봤으면 쉬이 덤비지 않을테고, 그러지 않더라도 무림맹에서 사람을 보내면 이쪽을 신경 쓸 정신은 없을 거야. 그럼 이제 표행을 포기하든지, 혹은 표사를 보충하든 호위인원을 부르든지 알아서 준비하겠지.”
마교? 당연히 싫다.
그 녀석들이 천마의 보물을 되찾아가는 것? 당연히 별로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단둘이 여행하는 이 귀중한 시간에 다른 일행을 끼워넣고 싶지 않았다.
남궁류청이 말했다.
“무양표국에 대해서 무척 잘 아네?”
“음······.”
“그쪽은 널 전혀 모르는 것 같던데.”
“그렇겠지. 예전에 몸을 의탁한 적이 있어.”
“네가? 왜?”
백리 세가를 내버려 두고.
말하지 않았어도 뒷말이 짐작 가능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후에 가문을 떠났다고 했잖아.”
“······그래. 기억나.”
처음 그에게 회귀에 대해 밝힌 날 모닥불 앞에서 알려 주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가문을 떠났다고.
그때를 떠올리자, 어쩔 수 없이 떠오르는 사람이 있었다.
야율.
아직도 그에 대한 소식은 전혀 들리지 않았다.
잠시 상념에 빠졌던 나를 남궁류청의 목소리가 끌어냈다.
“왜?”
“백리 세가를 왜 떠난 거야? 아무리 대협께서 돌아가셨다고 하더라도······ 가문에 남아 있는 게 안전했을 텐데.”
“너 때문에.”
나는 남궁류청을 바라보았다.
새카만 눈동자는 투명하게 맑으면서도 고요하게 깊고 짙었다.
나는 아버지의 장례식에서 전생의 기억을 떠올린 후, 남궁류청을 피했다. 그와 얽히지 않으려 날 선 말을 뱉으며 날 찾아온 남궁류청을 매몰차게 쫓아냈다.
하지만 남궁류청은 오히려 포기하지 않고 내게 계속 다가오려고 했다. 그 전과는 정반대의 상황이었다. 늘 내가 쫓아다니고, 남궁류청은 어쩔 수 없이 나를 받아들였었는데.
내가 거절하자 이제는 남궁류청이 나를 가만히 두지 않았다.
무섭고 두려웟다. 남궁류청과 얽히면 어떤 미래를 맞을지 알았으니까.
글고 이제 내가 두려웠던 이유를 한 가지 더 깨달았다.
“너를 또 좋아하게 될 것 같았거든.”
결국 그와 이렇게 된 것을 보면 도망쳐도 소용없는 일인 것이다.
“그래서······.”
나는 가볍게 웃으며 말을 이어나가려다 남궁류청을 보고 멈칫했다.
“류청?”
남궁류청의 반응이 조금 기이했다. 잔뜩 굳은 얼굴이 착잡하면서도 억지로 화를 참는 기색이랄까.
‘내가 뭘 잘못 말했나?’
방금 대화를 되짚어 봐도 원이을 전혀 알 수 없었다.
굳은 얼굴의 남궁류청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쉬고 있어. 잠깐 나갔다 올게.”
그러고는 갑자기 방을 빠져나갔다.
나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가 나간 문을 바라볼 뿐이었다.
* * *
객잔 1층으로 내려오자 식사와 술을 하는 듯한 왕장고 표사를 비롯하 무양표국의 사람들이 보였다.
어색하게 눈인사를 하는 그들에게 눈인사로 화답하고 창가 쪽의 빈자리에 앉았다.
활짝 열린 창 너머 말과 마차들이 지나가고, 바쁘게 걸어다니는 사람들이 보였다. 곧 있으면 석양이 질 것 같았다.
그때 맞은편에 학진평이 털썩 앉으며 말을 걸었다.
“백 대협, 일어나셨군요! 식사하러 나오셨습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 잠은 잘 주무셨습니까?”
나는 또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입니다. 더 좋은 객잔을 잡아 드렸어야 했는데, 아무래도 사정이 이렇다 보니······.”
나는 손을 내저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두 분이 안 계셨다면 정말 큰 피해를 보았을 겁니다.”
큰 피해 수준이 아니라 죽었겠지.
속으로만 그리 생각하고 다시 손을 내저었다.
그때 점소이가 나와 한진평 앞에 찻잔과 찻주전자를 놓았다.
“여기 찻잔 하나 더요.”
점소이가 빈자리에 찻잔을 놓을 때 학진평이 끼어들었다.
“남 대협은 한참 전에 객잔을 나가시던데요.”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게요. 쉬고 있으라더니 어딜 간 건지.”
기다리다 기다리다 오질 않아서 내려온 것이었다.
“여기음식은 양고기 죽순볶음이랑, 닭국수가 괜찮더군요. 흰 농어찜도 괜찮고요.”
“매콤한 건 없나요?”
“아, 시켜 보지 않아서 모르겠습니다만 딱히 매운 음식 종류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요?”
“호남 지역 분이신가 보군요.”
나는 눈썹을 치켜들었다.
학진평이 변명하듯 말을 이었다.
“아무래도 표사다 보니 여러 지역 사람을 만나게 되어서 말입니다. 어조에도 호남 지역 특성이 이쓴 데다가 그 지역 사람들이 매운 걸 즐기지 않습니까?”
틀린말도 아니어서 그냥 입을 다물었다.
학진평은 조용히 있을 생각이 없는지 다시 말을 걸어왔다.
“그러고 보니 두 분은 연배에 비해 무척 고강하시던데 사문이 어찌 되십니까?”
나는 방긋 웃으며 답했다.
“사문을 밝히지 않고 수행하는 것이 규칙인지라.”
“아, 그렇군요. 가끔 그런 문파가 있다고는 들었습니다.”
그런 규칙은 없지만 어찌할 거야?
학진평은 꿋꿋이 말을 걸었다.
“식사는 안 시키십니까?”
“그 애가 언제 올지 모르니까요. 오면 시키려고요.”
“아, 그렇군요. 그래도 먼저 시키시는 게 어떻습니까? 한참 전에 나가셨는데 아직도 돌아오질 않으신 걸 봐서는 언제 돌아오실지 어찌 압니까? 미리 시켜놓고 오시면 또 시켜도 됩니다. 돈은 저희가 다 지불할 테니 걱정마십시오.”
관심이 부담스러웠다. 그 목적이 뻔히 보였으니 더욱이.
“금방 오겠죠.······ 호랑이도 제말하면 온다더니.”
학지평이 뒤를 돌아보곤 벌떡 일어났다.
“남 대협!”
객잔에 들어온 남궁류청이 학진평 앞에 앉은 나를 발견하곤 저벅저벅 걸어왔다.
“어디 갔다 와?”
“개방.”
그러고는 뒤늦게 설명을 덧붙였다.
“산채의 마교 잔당에 대해서 전했어.”
“아하.”
다가온 남궁류청이 손에 들고 있던 짐을 식탁 위에 올려놓고는 내 옆자리에 앉았다.
나는 남궁류청이 올려놓은 짐을 가리키며 물었다.
“이건 뭐야?”
남궁류청이 넓은 잎을 묶은 노끈을 풀어내자 윤기 흐르는 새빨간 요리가 나타났다. 엄청나게 매운 향이 확 풍겨왔다. 침이 절로 고였다.
“오리 혀 볶음. 먹어.”
나는 바로 젓가락을 집어 들었다. 입에 넣자마자 혀가 알싸해지는 것이 아주 만족스러웠다.
“맛있어! 갑자기 이건 왜 사 온거야?”
되려 남궁류청이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너 싸우고 나면 매번 매운 음식을 찾았잖아. 점소이한테 물어보니 여긴 매운 음식이 없다길래.”
“내가?”
“······?”
내가 싸우고 나면 매운 음식을 찾고 그랬나?”
“너도 먹어 봐.”
“······.”
“맛있는데······.”
그러자 남궁류청이 젓가락을 집어 들었다. 하지만 한 입 먹고는 바로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어때?”
“매워.”
“그래도 맛있지 않아?”
“감각이 사라졌는데 무슨 맛을 느껴?”
“푸핫!”
나는 몸을 숙인 채 웃었고, 지나가던 점소이가 알은체를 했다.
“오, 줄이 길었을 텐데 어떻게 사 오셨네요. 어때요, 맛은? 괜찮죠?”
“맛있다는군요.”
남궁류청은 점소이에게 감사하다는 듯이 눈짓했다.
점소이가 주문을 받고 돌아가고, 우리를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던 학진평이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
“두 분은 무슨 사이신 겁니가? 객실을 하나만 쓰시던데······”
나는 빙그레 웃으면서 말했다.
“관심이 많으시네요.”
“아, 죄송합니다.”
학진평은 살짝 붉어진 얼굴로 사과를 하고 나서도 떠나지 않고 계속해서 말을 걸었다.
식사를 대강 마칠 때까지 앉아 있던 학진평은 기다렸다는 듯이 객잔에서 가장 비싼 술을 주문했다.
“저희가 지불하는 것이니 부담가지지 말고 드십시오.”
학진평이 어서 들라는 듯이 술잔을 가득 채웠다.
남궁류청은 술잔을 들지 않고 입을 열었다.
“학 표두,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 것 같은데 용건이 무엇입니까?”
“······.”
류청도 참.
이 식사 자리에서 처음으로 학진평에게 한 말이 저런 말이라니.
술을 다시 채워 주려던 학진평이 그대로 굳었다. 흔들리는 눈동자로 우리를 바라보던 학진평이 각오했다는 듯이 술병을 내려 놓았다. 그리고는 진지한 낯으로 입을 열었다.
“이미 짐작하고 계실 거라고생각합니다만, 두 대협께서 표행에 함께 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예상한 바 그대로 였다. 학진평이 말을 이어 갔다.
“표사와 쟁자수들은 다시 충원할 생각입니다. 하지만 저희 표물이 노출되었으니, 마교 잔당들의 습격이 언제 어떻게 있을지 알 수 없습니다. 물론 대단한 경지의 두 대협께, 대가 없이 도와달라는 것은 아닙니다. 원하는 것이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무양표국의 능력이 닿는 데까지 최대한 받아들이겠습니다.”
쏟아내듯 말을 마친 20대 초반의 청년은 긴장한 낯이 역력했다.
거절할 생각이었기에 미약하게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내가 미리 준비한 말을 꺼내려 할 때였다.
“목적지가 천주, 맞습니까?”
갑자기 남궁류청이 입을 열었다.
“예? 예! 맞습니다.”
“좋습니다. 받아들이도록 하죠.”
“······!”
아니,이건 예상 못 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