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65)
65화
남궁류청이 중얼거렸다.
“······넌 진짜 이상해.”
어쩐지 남궁류청은 뚱한 표정이었다.
며칠 새 멍이 빠져 이제 뽀얀 뺨이 살짝 부풀어 있었다.
‘귀여워······!’
나는 몸을 비틀다 참지 못하고 말했다.
“나 뺨 한 번만 만져 봐도 돼?”
남궁류청이 단호하게 말했다.
“안 돼.”
“힝.”
“이상한 소리 내지 마.”
“헹.”
남궁류청이 참지 못하고 나를 노려봤다.
“알았어. 이제 책 보자. 너도 보고 싶은 거 있으면 봐. 책장 정도야 한 손으로도 넘길 수 있으니까.”
남궁류청이 한숨을 내쉬며 자신도 읽을 만한 책을 찾으러 갔다.
나는 곧은 자세로 선반 사이를 걸으며 책을 살피는 남궁류청의 모습을 지켜보다 서책을 펼쳤다.
* * *
한참 몰두하다가도 어느 순간 집중력이 다한 듯 정신이 흐트러질 때가 있다.
오랜만에 어려운 글이 가득한 책을 읽어선지 그 시간이 빠르게 왔다.
책을 덮으며 고개를 들자 맞은 편에 자리잡은 남궁류청이 보였다.
멍하니 남궁류청을 바라보던 나는 이내 그가 조금 이상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남궁류청의 시선이 펼쳐 든 서책이 아니라 허공을 떠돌고 있었다.
내가 자신을 바라보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이를 잠시 지켜보다 입을 열었다.
“공자, 남궁공자.”
내 목소리에 남궁류청이 퍼뜩 정신이 든 듯한 모습을 보였다.
“왜?”
“멍하니 있기에. 피곤해?”
“아. 별거 아냐.”
“고민 있으면 말해. 내가 도와 줄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
“네가?”
남궁류청이 말도 안 된다는 듯이 눈살을 찡그렸다.
“뭐, 싫으면 말고.”
어깨를 으쓱하곤 쭉 기재개를 켰다.
‘그러고 보니 시간이 얼마나 지난 거지? 슬슬 갈 시간이 된 것 같은데.’
그때 침묵하던 남궁류청이 입을 열었다.
“있잖아.”
“응?”
“저번에 서 소저가 말한 거······.”
남궁류청이 다시 입을 다물었다.
나는 그가 다시 입을 열 때까지 기다려 줬다.
“서 소저랑 대련했을 때 내가 당한 수를 네가 알려 줬다는 말 사실이야?”
서하령이 언제 그런 말을 했지?
아!
‘······남궁 공자 검술 약점도 네가 가르쳐 줬고!’
남궁류청이 서하령에게 사과하러 갔던 날 서하령이 저리 말했다.
나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맞아. 내가 알려 줬어.”
남궁류청의 눈에 살짝 의심이 서렸다.
“어떻게? 너는 무공을 배우지 못하잖아.”
“그냥······ 보여서?”
“보인다고?”
“응.”
난 뻔뻔하게 나가기로 했다.
‘뭐 거짓말도 아니고.’
“어떻게 그럴 수 있는 거지?”
남궁류청이 믿기지 않는 듯 입술을 깨물었다.
“그럼······.”
쾅!
그때였다. 갑자기 문이 거칠게 열렸다
“여기 있군.”
남궁완이 장포를 펄럭이며 들어왔다.
그 뒤를 심 부관이 뒤따르고 있었다.
“심 부관님? 언제 오셨어요?”
팔괘촌에 계시던 거 아니었나?
“오랜만입니다. 오늘 도착했습니다.”
“와 ! 잘됐네요!”
“아이고, 절 이렇게 환영해 주시는 건 아기씨뿐이군요.”
남궁완과 아버지가 자리를 비운 팔괘촌에서 나를 살뜰히 챙겨 주신 분이었다.
심부관에 대해서 당연히 좋게 기억할 수밖에 없었다.
심 부관이 흐뭇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기씨도 잘 지내고 계신 모양입니다. 눈은 어떻습니까?”
“많이 좋아졌어요!”
쾅쾅.
그때 산통 깨듯 문짝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눈물겨운 해우는 나중에 해!
백리연, 너 여기서 뭐 하는 거야?”
“네?”
“치료받으러 왜 안 와!”
“어?”
나는 매일 정해진 시각에 의각에서 치료를 받고 있었다.
환부가 덧나지 않았는지 확인하고 남궁완 아저씨가 내 상처가 빨리 재생되도록 내공도 불어넣어 주었다.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어요?”
“반 시진(1시간)이나 지났다!”
“아, 죄송해요!”
“하도 안 오기에 찾아갔더니 처소에도 없고!”
“하하, 소가주님 진정하시지요. 별 일없이 찾았으니 다행이지 않습니까.”
심 부관이 남궁완을 달래듯 말했다.
나를 쏘아보던 남궁완이 남궁류청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그런데 왜 둘이 함께 있어?”
“네?”
그 말에 나는 의아했다.
‘뭐지? 아저씨는 모르나?’
남궁류청은 입을 꾹 다문 채 눈을 내리뜨고 있었다.
남궁완이 의심스럽게 남궁류청을 바라보다 소리쳤다.
“류청, 너 또 무슨 짓을 저지르는 게야? 설마 또 연이를 괴롭히던 건 아니겠지!”
에엥? 반응이 왜 이래?
나는 당황해 둘을 번갈아 보았다.
남궁류청의 침묵에 남궁완이 다시 소리쳤다.
“그 입은 아교라도 발랐느냐?
왜 말이 없어? 내가 묻지 않느냐!”
“······.”
“됐다. 연이에게 물어보면 되지!”
남궁완이 혀를 차곤 나를 보았다.
“저놈이 널 괴롭혔느냐?”
······솔직히 괴롭힌 건 난데.
그런데 남궁류청 쟤는 왜 또 아무 말도 안 해?
남궁완이 오해하는 상황에서도 입을 꾹 다문 채 바닥을 뚫어 버릴 듯 노려보고 있었다.
나는 남궁류청 앞을 가리듯 남궁완 앞에 나섰다.
“아니에요. 공자는 저 도와주고 있었어요.”
“그게 무슨 헛소리야?”
“진짜에요! 공자가 제 시중을 들어주고 있다고요.”
“시중? 쟤가? 왜?”
남궁완은 귀를 의심하는 반응이었다.
솔직히 그 반응을 이해했다. 나도 처음 남궁류청이 도와준다고 했을 때 그랬으니까.
나는 천천히 설명했다.
“제가 손이 불편하잖아요. 그래서 남궁 공자가 절 도와주겠다고 했어요. 여기 장서각도 제가 와 보고 싶다고 해서남궁 공자가 데려와 준거예요. 그치?”
“······.”
나는 뒤돌아 남궁류청을 쿡 찔렀다.
“맞잖아. 왜 말을 안 해!”
남궁류청이 내 시선을 피했다.
자세히 살피자 귀와 뺨이 붉었다.
‘설마······ 얘 창피해 하는 거야?’
남궁완의 목소리가 약간 누그러졌다.
“류청, 연이 말이 사실이냐?”
입술을 꽉 깨문 남궁류청이 내뱉듯 말했다.
“······예.”
“헉!”
신음의 주인은 심 부관이었다.
심 부관이 말을 이었다.
“아니, 그럼 그 소문이 사실이었단 말입니까?
“무슨 소문?”
“도련님이 백리 소저의 처소에 들락날락한단 소문이요.”
“왜 난 몰라?”
“아니, 소가주님. 그렇게 보지 마십시오. 저 팔괘촌에서 오늘 돌아왔습니다. 이 소문도 오는 길에 하인들이 말하는 걸 들은 것뿐입니다. 심지어 거짓인 줄 알았단 말입니다.”
심 부관이 정말 억울하다는 듯 말을 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저번에 장가장의 자제를 두들겨 팼을 땐 도련님이 문병 한 번을 안가서······ 크흠.”
“자네는 그 입이 방정이야.”
남궁완이 심 부관을 노려보았다.
‘이 근방의 장가장이라면 거기 아냐?
그 남궁류청을 사사건건 트집 잡던 악역이 있던 거기?’
팔짱을 낀 남궁완이 손가락으로 자신의 팔을 두드리며 말했다.
“어처구니가 없군. 한동안 오후 수업을 쉬겠다고 하기레 대체 무슨 바람이 불었나 싶었더니만.”
이내 남궁완이 손을 내저었다.
“됐다, 됐어. 손 때문에 시중할 이가 필요하다면 내 세심한 이를 붙여 줄 테니 너는 괜히 연이 신경 쓰이게 하지 말고 네 할일하러 가거라.”
그간 꽤 친해졌기에 입을 꾹 다물고 있는 남궁류청을 대신해 좋은 말을 해주었다.
“괜찮아요. 공자가 잘해 줘요.”
“하, 태어나 지금껏 도련님으로 자란 애가 시중을 들어 봤자 얼마나 잘하겠느냐?”
음, 솔직히 남궁완의 말이 맞긴했다.
시비 언니나 야율과 비교해서 남궁류청이 별로 인건 맞지만 그렇더라도 저 말투는 무엇인가?
열심히 하는 애에게 너무하지 않는가! 나는 발끈해서 소리쳤다.
“왜 그런 식으로 말씀하세요!
사과하는 마음이 중요한 거죠!”
“뭐? 너 지금 며칠 쟤랑 지냈다고
저 녀석 편을 드는 게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