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7)
7화
* * *
방을 나온 장석량과 백리패혁은 바로 떠나지 않았다.
기척을 최대한 죽인 그들은 옆방에 잠시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모두 들었다.
“이 문제는 할아버지께서 절 받아주시기 전엔 끝나지 않아요.”
장석량은 저도 모르게 탄식했다.
물론 감탄의 의미였다.
” ‘그럴 수도 있지. 밖에서 아이 낳아 오는 게 뭐가 어때서? 손녀가 새로 생겨 좋구나, 허허허.’ 라고 하는 게 이상하잖아요?”
연이어 이 말을 들었을 땐 숨어있다는 사실도 잊은 채 파안대소할 뻔했다.
“크흡. 큭.”
백리패혁의 매서운 시선에 곧바로 표정을 관리해야 했지만.
백리패혁이 잔뜩 심통 난 목소리로 말했다.
“자네는 이 상황이 재밌나?”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크흠, 걱정하던 부분은 다행히 잘 해결된 것 같으니 이만 가시지요.”
장석량은 의강이 당장 안주인을 찾아갈까 우려했다. 엿듣는 걸 내켜하지 않았던 백리패혁을 붙잡은 것도 그 때문이었다.
하지만 의외의 곳에서 해결되어 버렸으니 이렇게 좀도둑처럼 굴 이유가 없었다.
백리패혁이 옷자락을 펄럭이며 방을 나갔다. 장석량도 황급히 그 뒤를 따랐다. 한참을 말없이 걷기만 하던 백리패혁이 갑자기 물었다.
“자네 생각엔 저 아이의 말이 맞는가?”
“솔직히 말씀드릴까요?”
백리패혁의 눈빛만 봐도 뜻을 읽은 장석량이 솔직히 답했다.
“예.”
“······.”
“솔직히 말씀드린 겁니다.”
“고작 여섯 살 아이의 말이다.”
“그러니 더 대단하지요. 아이가 상황 보는 눈이 기가 막힙니다. 생각도 깊고 아비를 위한 효심도 있고. 중앙당에서 또랑또랑한 눈으로 질문할 땐 저도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습니다.”
장석량의 목소리는 갈수록 격양됐다.
백리패혁은 입매를 비틀었다.
“자네, 연이가 아주 마음에 들었나 보군?”
“하하, 제게도 연이만 한 손녀 딸이 하나 있습니다. 그 아이는 걷다가 넘어지기만 해도 와앙- 울면서 유모에 어멈에 아비까지 나서야 겨우 울음을 그친단 말입니다.”
백리패혁 또한 백리연과 동갑인 다른 손녀딸을 떠올렸다.
비교하고 싶지 않았지만, 저도 모르게 고개를 내저었다.
일부러 풀어낸 위협적인 기색에 떨면서도 절대 눈을 피하지 않던 기개.
모두가 탐내는 천명금혼단을 필요 없다고 단호히 말하는 담대함.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의강을 닮았다 느꼈다.
그리고 의강은 그가 가장 아끼는 아들이었다······.
마음의 저울이 기울어 갔다.
장석량이 말을 이었다.
“그 아비에 그 딸이라고, 정말 아쉽습니다. 의강이 열 살만 많았어도······.”
“쓸데없는 소리!”
백리패혁의 일갈에 장석량이 재빠르게 “실언했습니다.” 하고 납작 엎드리듯 말했다.
백리패혁이 다소 누그러진 어조로 말했다.
“백리 세가는 아직 모래성이다. 가문 내에 쓸데없는 분란을 일으켜서는 안 돼!”
십대 세가로 언급된다지만 이는 모두 천하십일강인 백리패혁이 가주로 있는 동안 지켜질 명성이었다.
십대 세가라는 말이 나오기 전부터 굳건히 자리를 지키던 남궁세가, 제갈 세가 등과는 아직 비교할 수조차 없었다.
아니, 그들은 백리 세가와 나뉘어 따로 5대 세가라고도 불리었다.
그런 백리 세가가 이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선 적어도 다음 세대까진 흔들리지 않을 견고한 토대가 필요했다.
이 시점에 가문 내 다툼이라도 벌어진다면 10대 세가란 이름은 한 세대만의 허명이 될 것이었다.
그렇게 둘 순 없었다.
장석량이 백리패혁의 눈치를 보며 읍했다.
“그러니 더 자비롭게 봐주시지요. 4공자님 또한 지금껏 가주님의 뜻을 받들어 큰형님을 공경하고 둘째 부인을 모시지 않았습니까?”
어느새 그들이 목적한 곳에 도착했다
문 앞에 선 장석량이 머저 말했다.
“또한 어린아이가 무슨 잘못이 있겠습니까?”
“······일단 들어가지.”
백리패혁이 문발을 젖히고 방안에 들어섰다.
한쪽 벽이 넓게 트인 고즈넉한 방엔 반백의 장년인이 차 시중을 받고 있었다.
“석 태의.”
“오셨군요.”
“오래 기다리시게 했군요.”
백리패혁이 석 태의의 맞은편에 자리 잡았다.
석 태의가 찻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괜찮습니다. 차 맛이 좋아 시간 가는 줄도 몰랐습니다.”
“백차를 좋아하신다 하여 특별히 내오라 했습니다. 마음에 들면 돌아가실 때 드리지요.”
“그래 주신다면 감사하지요.”
그 말을 끝으로 묵묵히 차를 마시는 백리패혁을 본 장석량이 눈치껏 입을 열었다.
“······상태가 어떠합니까?”
장석량의 질문에 석 태의가 의아한 기색을 내비쳤다.
석 태의는 나이도 있었고 황실에서도 지냈다. 그는 백리연이 쓰러진 전후 상황만을 듣고도 그 아이가 이 집안에서 받는 취급을 파악했다.
백리 세가의 천대받는 손녀 딸.
그런데 가주가 상태를 직접 물어보러 오다니?
적당히 체면 차리기를 위해 자신에게 진찰을 부탁한 게 아니었단 말인가?
석 태의가 넓은 정원에 시선을 두었다.
“주화입마에 빠졌다 깨어난 지 달포 정도 되었다 하셨지요?”
“예.”
“아이가 처소에서 본채의 중앙당까지 홀로 걸어왔고요?”
“큼, 예. 그랬습니다.”
“흠······ 아이의 참을성이 대단하군요.”
“그 정돕니까?”
“어떻게 무릎을 꿇고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버티기도 힘들었을 텐데.”
안 그래도 아픈 애를 차가운 바닥에 꿇려 놓고 괜찮길 바라냐? 란 뜻이었다. 양심에 찔린 장석량이 헛기침하며 말했다.
“큼. 안색이 창백하긴 했으나 너무 태연해서 괜찮은가 싶었지요.”
말할수록 뭔가 구차해졌다.
장석량이 재빨리 주제를 돌렸다.
“그래서 치료는 가능합니까?”
“주화입마에 빠졌다가 살아난 것만으로 천운입니다. 아직 어리니 천천히 시간을 들이면 평범하게는 살 수 있을 겁니다. 잔병치레는 어쩔 수 없지만요.”
많은 걸 바라지 말라는 뜻이었다.
장석량 또한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었다. 하지만 새삼 안타까움이 밀려왔다.
그때 백리패혁이 입을 열었다.
“천명금혼단이 있네.”
“천명금혼단이요?”
내내 차분한 낯이던 석 태의가 놀란 얼굴을 했다.
“그걸로 단전이 회복될 수 있는가?”
답은 바로 나왔다.
“모릅니다.”
“······.”
“그런 사례는 들어 본 바가 없습니다. 천명금혼단이 대단한 명약임은 맞습니다. 만약 먹는다면 지금 입은 내상은 확실히 낫겠지요. 아마 웬만한 사람보다 건강해질 겁니다.”
잠시 말을 멈췄던 석 태의가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이렇게 산산조각 난 단전이 소생되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그럼 자네 생각엔 회복할 확률은 어느 정도인가?”
“1할 미만.”
“그 정도뿐이라고?”
“약으로 치료된 사례가 업었습니다. 제가 아는 한 내공 폐인이 치료된 사례는 하나밖에 없죠.”
장석량이 탄식하듯 말했다.
“만신의!”
“예.”
만신의는 의술이 신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의원이었다. 그가 내공 폐인을 낫게 해 준 일화는 아주 유명했다.
“하지만 만신의는······.”
장석량이 백리패혁을 보았다.
세상에서 모습을 감춘 지 10여 년이 넘어갔다.
또한 모습을 감추며 앞으로 무림인과는 절대 엮이지 않겠다고 천지신명에게 맹세하고 사라졌다.
“······. ”
불가.
확고한 통보를 받는 순간 백리패혁은 진한 안타까움을 느꼈다.
그리고 자신이 그런 감정을 느낀 사실에 놀랐다.
간단한 담소를 마치고 석 태의의 방을 나온 백리패혁이 장석량을 돌아보았다.
“······고 총관을 부르지.”
방긋 웃은 장석량이 맞잡은 손을 공손히 올렸다.
“좋은 생각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