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70)
70화
* * *
아버지는 이레를 창궁관 앞에서 기다렸다고 한다. 내가 창궁관에 추가로 머문 날과 같았다.
나는 아버지 품에 계속 얼굴을 비비고 꿈지럭거리길 반복했다.
남궁완이 인상을 찡그리고 말했다.
“너, 가만히 좀 있어.”
“괜찮다.”
“하. 아주 팔불출이 다 됐어.”
“······.”
남궁완이 팔짱을 끼곤 거만하게 내려다봤다.
“조금만 더 늦었으면 의강이 창궁관 문짝을 부술 뻔했다.”
“그런 적 없네.”
아버지가 단호하게 말했다.
“들어가려고 하지 않았나?”
하지만 억지로 문을 열고 들어간대도 서로 다른 공간에 있게 될 뿐이라 했다.
진법의 신묘한 묘리였다.
남궁완이 인상을 찡그린 채 물었다.
“그런데 넌 왜 그리 늦게 나온게야?”
“아저씨가 필요하면 더 있어도 된다고 하셨잖아요?”
“아.”
남궁완의 표정은 완전히 내가 그런말을 했었나? 였다.
아버지가 그런 남궁완을 물끄러미 응시했다.
“설명이 좀 필요하겠군. 오가는 얘기를 들으니 연이는 내가 오는 걸 전혀 모른 듯하네만.”
“······?”
이건 또 무슨 소리야?
내가 의아하게 아버지를 보자 아버지가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남궁 세가에 오기 전에 도착할 날을 예상해 전서구를 보내 놨다. 네가 당연히 알리라 여겼지.”
그런데 그 사실을 전혀 몰랐던 나는 창궁관에서 일주일을 더 지냈고, 덩달아 아버지가 창궁관 앞에서 초조하게 일주일을 보낸 것이다.
생이별을 이어 간 것이다!
남궁완이 헛기침을 했다.
“크흠, 연이가 나왔을 때, 의강 네가 있으면 좋아할 것 같아서······.”
“그래서?”
“놀라게 해 주려고 말 안한 걸세.”
나는 눈을 부릅뜨고 남궁완을 바라봤다. 이어서 남궁완이 소리쳤다.
“누가 이렇게 늦게 나올 줄 알았나!
미리 알고 들어갔다면 창궁관 안에서 시간이 초조하게 느껴질 것 아닌가!
난 잘못 없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네만.”
아는 입을 댓발 내민 채 남궁완 아저씨를 쏘아보았다.
그런 내 머리를 아버지가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좀 기다린 것이 뭐 별일이라고. 나는 아무렇지도 않네. 연이가 좋은 경험을 하였으니 그걸로 충분하지.”
캬, 역시 내 아버지.
일주일을 초조하게 기다린 걸 생각하면 보통 사람이라면 화가 치솟을 텐데.
대인배이신 내 아버지는 남들과 마음가짐부터 달랐다.
‘확실히 창궁관에 들어가기 전에 미리 알았다면, 수련에 집중하지 못했겠지.’
나는 아버지를 본받아 남궁완 아저씨께 넓은 아량을 보여 드리기로 했다.
“맞아요. 창궁관 진짜 신기했어요! 들어갔더니 들판에 호수가 있는 거예요! 물도 진짜 같았어요. 그런데 폐관 수련은 보통 동굴 같은데서 하지 않아요? 왜 들판으로 만든 거예요?”
남궁완이 콧대가 하늘에 닿은 어조로 답했다.
“드넓은 광야를 보며 수련하지 않으면 어찌 세상을 품는단 말인가?! 그런 시시한 곳에서 하는 수행 따위 깨달음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아!”
아버지가 차분히 남궁완의 말을 받아쳤다.
“많은 무림 문파와 가문들은 동굴에서 수련한다. 백리 세가도 그렇지. 연이 너는 그들을 무시하면 안 된다.”
“네!”
아버지가 내 손을 부드럽게 당기며 말을 이었다.
“손을 다쳤다지? 한번 보자구나.”
“잠깐······!”
남궁완의 외침에 아버지가 그를 보았다.
“······아니네, 아무것도.”
“실없군.”
남궁완이 애써 태연한 척하며 내 손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실수라지만 제 아들이 입힌 상처니 당연할 터였다.
아버지가 자신의 손에 내 손을 올렸다.
아버지 손과 비교하자 그렇지 않아도 작은 손이 더 작아 보였다.
길고 마디가 굵은 손가락과 바위같이 딱딱한 손바닥이 아버지의 수행 깊이를 내보였다.
이와 정반대로 내 손은 검을 손에서 놓은 지 오래되어 굳은살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작은 손바닥에 비스듬히 길게난 뽀얀 새살이 보였다.
“상처가 깊었겠구나. 감각은 어떠냐?”
아버지는 내게 손가락을 움직여 봐라, 주먹을 꽉 쥐어 보아라, 여러 말을 하며 내 손을 세심하게 살폈다.
내공까지 넣어 살핀 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고맙네. 신경을 정말 많이 써주었군.”
“당연히 내가 해야 할 일이지.”
헛기침한 남궁완이 말을 이었다.
“류청은 내 혼쭐을 냈네. 그리고 반성도 큼, 조금은 한 듯 싶고?”
왜 의문형이야?
자기 아들 편을 들어주고 싶지만, 지금껏 해 본적 없는 티가 팍팍 났다.
어쩔 수 없지. 내가 나서 주는수밖에.
“맞아요! 아저씨가 류청 혼낸다고 마구 때려서 류청 얼굴 여기에 막, 멍도 들고 그랬어요.”
“그걸 네가 어찌 아느냐? 류청이 말했어?”
남궁완이 눈을 부라리며 질문했다.
“네? 그야 아저씨밖에 없잖아요. 세상 누가 남궁 세가 안에서 남궁 세가 소공자의 얼굴을 멍들게 때려요?”
“······때린 게 아니고, 대련한 거다.”
“알겠어요. 대련이라고 믿어 드릴게요. 아버지도 들으셨죠? 때린 게 아니고 대련이래요.”
“······.”
남궁완 아저씨는 말문이 막힌 낯이었고, 아버지는 주먹으로 입가를 가리고 살짝 고개를 틀었다.
애써 웃음을 참는 기색이었다.
“그리고 공자가 제가 손을 못 쓰는 동안 매일 와서 시중도 들어 줬어요!”
“시중?”
“네! 차도 따라주고, 다리도 주물러 주고, 장서각에도 데려가 주고 글도 가르쳐 줬어요!”
“류청이 다리를 주물렀다고?”
남궁완이 경악하여 끼어들었다.
나는 아차 싶어 입을 가렸다.
하지만 이미 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없었다.
“아, 그게 음, 어쩌다 보니······으음.”
다리 주무르라고 시킨 건 장난치다가 그리된 것이었다. 그 기억이 정말 강렬했기에 나도 모르게 주절대고 말았다.
아버지가 내 코끝을 툭 건드렸다.
“친구를 괴롭히면 안 되지.”
“······친구?”
나는 홀로 중얼거렸다.
과연, 류청이 나를 친구로 생각하긴 할까?
“알겠네. 자네가 혼을 내었고 아이도 반성했다고 하니 내 넘어 가야겠지. 연이 너도 앞으론 그런 장난 치지 말거라.”
“네!”
나는 헤헤 웃으며 아버지의 팔을 꽉 끌어안았다.
남궁완이 헛기침으로 시선을 모으고 말했다.
“그럼 나는 이만 가겠네. 시간이 늦었으니 오늘은 여기서 쉬고 내일 연이의 처소로 가게나.”
자시(밤11시~ 새벽1시)가 넘은 시각.
창궁관은 남궁 세가에서도 거의 별채 수준으로 동떨어져 있었다.
내 처소로 돌아가려면 상당히 걸어야 했다.
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알겠네.”
남궁완이 편히 쉬라며 물러가고 아버지는 내 머리를 가만가만 쓰다듬었다.
그 손길을 가만히 느끼던 난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버지, 말씀드릴 게 있어요.”
나는 아버지 품 안에서 일어났다. 이렇게 가까이서 살피니 아버지의 얼굴이 많이 상한 것이 보였다.
가슴이 쓰렸다.
나는 눈을 감은 채 두 손을 맞잡고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 그리고 눈을 떴다.
“······!”
아버지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아버지의 눈동자에 내 금색 눈동자가 비쳤다.
놀란 아버지가 억누르듯 소리쳤다.
“연이 너, 눈이 왜 그런 것이야?”
나는 아버지와 헤어지고 나서 있었던 모든 일을 숨김없이 얘기했다.
산사태에 휩쓸려 무너진 왕릉으로 들어가 겨우 살아남은 일.
창고를 헤매다 죽어가는 만신의를 만난 일.
그가 내게 이 능력을 넘겨준 일.
그러며 약간의 살을 덧붙였다.
만신의가 산사태가 이상하다고 하였다고.
물론 만신의는 그런말은 한 적 없었다. 산사태가 수상쩍다 여긴 건 나였다.
전생에 나는 남궁완 아저씨를 기다리느라 팔괘촌에 꽤 긴 기간을 머물렀다. 그때도 비가 계속 내렸다 그치길 반복했다.
하지만 산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
내가 떠날 때까지.
‘그 후에 간간이 만신의가 다시 팔고촌에 나타났는지 소식을 알아볼 때도.’
분명 이번에 갑자기 일어난 만신의의 죽음과 산사태는 연관이 있을 터였다.
내 말을 자르지 않고 모두 들은 아버지는 우선 운기를 하며내 몸부터 살폈다.
아버지의 옅은 한숨에 아쉬움이 묻어났다.
“단전은 역시 회복되지 않았구나.”
하지만 금세 미련을 털어 내고 기쁜 기색으로 말했다.
“하지만 혈맥의 상처도 많이 회복되었구나.”
“자연지기를 모으다 보니 그리 됐어요.”
잠시 기뻐한 아버지가 다시 걱정스럽게 나를 바라보았다.
“자연지기부터 사람까지, 모든 기맥을 볼 수 있다니. 내 그런건 들어 본 적 없다.”
아직은 그런 느낌이 없지만, 만약 이 능력이 사이한 술법과 관련되어 있다면 문제가 될 수 있었다. 아버지의 걱정도 당연했다.
생각에 잠겼던 아버지가 말을 이었다.
“하나 네 몸이 낫는 데 도움이 됐고, 네가 내공을 비슷하게나마 쓸 수 있게 되었으니······ 이건 만신의에게 감사할 뿐이구나.”
나는 헤헤 웃으며 다시 아버지 품에 안겨 들었다.
익숙하게 나를 받아 든 아버지가 내 등을 쓰다듬었다.
“정말 잘되었다.”
나는 고개를 들고 말했다.
“일단은 이 일은 비밀로 해요.”
“어찌하여? 네가 무공을 배우기 시작한다면 사람들의 눈을 속일 수 없을 것이다.”
“그게······.”
나는 머뭇거렸다.
하지만 아버지를 설득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속내를 모두 털어놓았다.
“이 능력으로 어느 경지까지 올라갈 수 있을지 모르잖아요.”
“그게 무슨 뜻이냐?”
“무공을 배울 수 있게 됐다고 알려서 사람들이 괜스레 기대하면 어떡해요?”
내 등을 쓰다듬던 손이 멈칫했다.
나는 내공폐인이 되고 나서 온갖 멸시를 받았다.
백리의강의 딸이 반편이라고 쑥떡이며 아비의 명성을 더럽힌다고 사방에서 손가락질했다.
그런데 만약 내가 다시 무공을 배울 수 있게 되었다고 알려지면 사람들은 기대할 것이다.
하지만 내가 모자라, 혹은 이 능력으로 무공을 쓰는 것에 한계가 있다면?
기대했던 사람들은 또다시 실망할 터였다. 그리고 자신들을 속였다며 더 매몰차게 굴겠지.
그럴 바엔 차라리 그냥 내공 폐인으로 알려지는 것이 나았다.
나는 그것을 두 번 견딜 자신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