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85)
85화
패거리들이 주춤거리며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그중 한 명이 다급하게 천위응을 향해 뛰어나왔다.
“형!”
“끄윽, 끄읍.”
천위응은 제대로 맞았는지 침을 질질 흘리며 바닥을 뒹굴었다.
약속이라도 한 것마냥 조용해졌던 구경꾼들도 다시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으······”
“아이고.”
“자네 봤나? 뭘 어떻게 공격한 건지도 모르겠네.”
“저 꼬마가 저보다 덩치 큰 애를 어떻게 저리······!”
“남궁 세가 소공자래. 명불허전이지. 고것들 쌤통이네.”
천위응의 모습이 불쌍해 보일만도 한데 동정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평소에 얼마나 밉보였으면.’
거기다 덩치도 큰 놈이 싸우겠다고 덤벼든 모습이 추했기에 반응이 더 매몰찼다.
서하령이 슬며시 내 팔을 붙잡고 귓가에 속삭였다.
“나, 남궁 공자가 날 봐줬던 건가 봐.”
“그러게.”
천위응을 내려다본 서하령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저렇게 바닥을 구르는 것보단······ 날아간 검을 줍는 게 훨씬 온건하긴 했다.
“거디가 천 공자가 남궁 공자를 얕보던데.”
“그랬어? 검에 힘이 잔뜩 담겨 있던데. 나라면 못 받아쳤을 것 같아.”
천위응의 검은 제대로 배운 듯 힘은 잔뜩 들어가 있었지만, 휘두르는 사람이 그다지 집중하지 않았다.
나는 말을 이었다.
“당연히 자기가 이길 거라고 생각하면서 건성으로 휘두르는데, 이건 때려 달란 소리지.”
“그래서 남궁 공자가 화난 건가?”
“아마······ 그것 때문은 아닐걸.”
“아, 하긴. 남궁 공자는 맨날 화나 있지.”
“푸흡.”
나는 웃음이 터질 뻔한 걸 입술을 꽉 깨물며 참아 냈다.
그때 천위응에게 달려가지 않은 다른 아이가 버럭 성을 냈다.
“너무한 거 아냐?”
난 소리친 애를 바라봤다.
천위응이 나설 때도 장철이 헛소리를 지껄일 때도 말리기는 커녕 뒤에서 추임새를 넣으며 부추기던 녀석이었다. 절로 조소가 나왔다.
“웃기고 있네. 너희들 모두 허리춤에 검 매달고 있더라?
나랑 야율은 검도 없었고.
그런데 비무하자니까 좋다면서 검을 뽑아 들고는 너무해? 너무하다고?”
검 말고 맨손으로 싸우자고 말 하기만 했어도, 남궁류청을 말리며 적당히 봐줄 생각이 있었다.
하지만 저들은 그러지 않았다.
자기네들이 진검이 있는데 어쩔거냐는 듯이 오히려 서로 눈빛을 교환하며 즐거워했다.
너무하다 말한 아이는 입술이 아교로 붙이기라도 한 것마냥 조용해 졌다.
‘할 말이 없겠지. 내 말이 맞으니까.’
난 말을 이었다.
“내가 너희 검에 찔리거나 베여서 다쳤어도 그딴 소리를 했을까?”
내 말에 서하령은 눈을 부릅떴다.
거기까진 전혀 생각지 못했는지 매우 충격받은 듯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남궁류청은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아니면 이미 눈치챘던 걸지도.’
순간 돌아본 남궁류청이랑 눈이 마주쳤다.
‘음, 역시 알고 있었군.’
그래서 천위응을 때리는 손길이 더 가차없었던 것 아닐까? 물론 그냥 내 추측일 뿐이었다.
나는 계속 말을 쏘아붙였다.
“검을 뽑아 든 이상 이 정도에서 끝난 걸 감사히 여겨. 그 정도 머리도 없으면 멍청한 거고.”
그때 나를 가만히 바라보던 남궁류청이 말했다.
“백리연.”
“응. 왜······ 어?”
반사적으로 대답하고 뒤늦게 깜짝 놀랐다.
남궁류청이 내 이름을 불렀어!
소저라고 하는 게 아니라 내 이름을 불렀다고!
남궁류청이 이어 말했다.
“시끄러워.”
“······.”
한 방에 내 입을 닥치게 만든 남궁류청이 싸늘하게 말했다.
“그래서 다음 차례는 누구야?”
모두 눈알만 데굴데굴 굴렸다.
남궁류청의 실력을 바로 눈앞에서 확인했는데 나서면 저 추한 꼴이 자신이 될 터였다.
그렇게 조용해졌을 때, 갑자기 장철이 뒤돌아 도망쳤다.
장철을 은근히 주시하고 있던 난 바로 뛰었다.
“어? 도망간다!”
서하령의 외침을 뒤로하며 공터를 둘러싼 사람들을 밀치는 장철의 등을 그대로 걷어찼다.
퍽 소리와 함께 장철이 철퍼덕 앞으로 넘어졌다. 나는 장철의 등을 한 번 더 밟았다.
“억!”
“어딜 도망가? 사과는 하고 가야지.”
* * *
천위응 일행 모두에게 제대로 사과를 받고 돌려보냈다.
뭐······ 사과했다고 쟤네들이 진심으로 내게 미안한 마음을 가질 리는 없지만, 어쨌든 받은 것이 중요했다.
그리고 천 공자 일행이 사과하는 내내 인상을 잔뜩 찡그린 채 분위기를 잡고 있던 서하령은 천공자의 모습이 사라지자마자 웃음을 터트렸다.
“푸하하하하. 아, 웃음 참느라 죽는 줄 알았네. 아하하.”
바닥에 얼굴을 박았던 장 공자는 고개를 들었을 땐 쌍코피가 터졌었다.
“돌아가서 푸흐흐, 도, 돌아가서 사저랑 사형들한테 이 얘기 해, 크흐흐흐, 해 줘야지. 푸하하 장공자, 장공자 쌍코피!”
서하령이 조금 제멋대로지만, 그렇다고 남의 불행을 즐기는 아이는 아니었다. 나는 고개를 갸웃하고 물었다.
“왜 이렇게 좋아해? 너도 알던 사이야?”
“응! 푸하하하. 흐으, 흐. 가끔 엄마 따라서 모임 같은 거 가면 마주쳤는데 진짜 별로였어.”
어머니가 수향문주시니 백도 무림 문파나 가문들 간의 모임을 따라다니다 만났던 모양이었다.
“어땠는데?”
“특히 천 공자, 걔는 모여 다니면서 거들먹거리기만 하고, 맨날 약한 애들만 골라서 시비 걸고 그랬어.”
역시,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바깥에서도 샌다과. 얘네가 이러고 다니는 게 여기뿐일 리 없었다.
서하령은 쌓인 게 많았는지 줄줄 얘기했다.
“작은 문파 애들을 막 제 하인처럼 부려 먹고! 같이 놀자고 따라다니면서 엄청 귀찮게 굴고. 싫다니까 내 사저를 괴롭혔어!”
“같이 놀자고 따라다녔다고?”
“응.”
나는 건강한 빛깔의 서하령의 얼굴을 보았다.
아직 볼살이 통통하지만 어린애 답지 않은 얄쌍하니 높은 콧대와 붓으로 그린 듯한 눈썹.
그 아래 살짝 치켜 올라간 눈매는 고양이 같은 사랑스러움이 있었다.
여주 후보답게 벌써 미래가 기대되는 외모랄까.
갑자기 걱정이 물밀듯 밀려왔다. 나는 서하령을 향해 진지하게 말했다.
“저런 놈들이랑 절대 가까이하면 안 돼. 근묵자흑! 먹을 가까이 하면 나도 검어진다고!”
“나는 검이 좋아.”
“······어?”
“난 글공부 싫어······.”
“응······ 나도 검 좋아해······.”
나는 얼떨떨한 마음을 추스르며 크게 숨을 내쉬었다.
서하령이 고개를 갸웃 기울이며 내 손을 잡았다.
“연아, 너 근데 왜 이렇게 떨어?”
티 내지 않으려 했는데 결국 눈에 띄고 말았다.
“······좀 긴장했나 봐.”
“긴장?”
눈을 동그랗게 뜬 서하령에게서 손을잡아 빼며 남궁류청을 돌아봤다.
“공자, 도와줘서 고마워. 때맞춰서 잘 왔네.”
“······.”
남궁류청은 고개만 살짝 까딱였다.
잠시 눈을 내리깔았다 다시 입을 열었다.
“사실 네가 이렇게 선선히 비무해 줄 줄 몰랐어.”
남궁류청이 미간을 살짝 찡그리며 당연하다는 어조로 말했다.
“너 앓아누웠었다며?”
“아, 응.”
“몸을 보중해.”
남궁류청이 내 걱정을 다 해주다니? 그동안의 만남이 완전히 헛된 건 아니었던 모양이다.
‘정말 이게 감동이란 걸까?’
뿌듯한 심정을 만끽하며 배시시 웃었다.
“걱정해 줘서 고마워.”
“나랑 대련해야 하니까.”
“······엉?”
뭔가 감동이 바스라지는 말을 들은 것 같은데······.
‘음, 못 들은 걸로 하자.’
나는 서둘러 남궁류청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천 공자 일행에게 사과받으면서도 표정이 나아지지 않던 야율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아, 맞다! 어떡해! 허어엉.”
나는 잔뜩 울상을 지었다.
내 울음 섞인 신음에 남궁류청이 깜짝 놀라 바라봤다.
“······왜, 왜 그래?”
“허엉. 어떻게 해? 만두 ······줄······ 우리 차례 지났어······.”
그 난리를 치르는 새 이미 우리 차례는 지나가 있었다.
남궁류청이 이를 악물고 말했다.
“아, 진짜. 놀랐잖아.”
“하지만! 줄 처음부터 다시 서야 한다고!”
“그깟 만두 못 먹으면 어때서······.”
그때였다. 한 청년이 허리춤의 수건에 손을 닦으며 종종걸음으로 다가왔다. 만두 가게에서 바쁘게 음식을 나르던 점소이였다.
“아이고, 멋있고 귀여운 아가씨 도련님들. 이리로 오세요. 자리 맡아 두었습니다.”
“정말요?”
“그럼요. 좋은 구경 했으니까요.”
그렇게 말하며 점소이는 남궁류청을 힐끗 보았다. 남궁세가 소공자라는 말을 못 들었을 리가 없었다.
나는 노골적인 그 시선을 모르는 척 좋아했다.
“와! 감사합니다.”
남궁류청도 그 시선을 느꼈는지 약간 떨떠름한 표정이었다.
나는 팔짱을 끼고 남궁류청을 잡아끌었다. 하지만 다섯 걸음도 걷기 전 남궁류청이 팔을 뺐다.
“알아서 갈 테니까, 손 떼.”
“그래!”
“나랑 끼자!”
서하령이 팔을 내밀었다.
나는 서하령과 야율을 양팔에 잡아 끼고 점소이를 쫄래쫄래 따라갔다.
2층 계단을 오르다가 갑자기 멈춰 소리쳤다.
“아 맞다!”
“또 뭐야?”
남궁류청이 눈썹을 치켜 올렸다. 노려보는 성난 눈길이 별거 아니면 가만 안 둔다고 말하고 있었다.
나는 설명하는 대신 팔짱을 빼고 곧장 계단을 뛰어 내려갔다.
“잠깐만! 먼저 가서 앉아 있어!”
나는 후다닥 온 방향을 되짚어 달려갔다. 그리고 천 공자 일행과 한창 말다툼을 하던 장소까지 달려가 바닥을 살폈다.
‘철전! 철전 어디 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