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88)
88화
* * *
나는 앞서가는 시비를 따라가며 생각에 잠겼다.
‘남궁 세가주께서 왜 부르시는 거지?’
설마 어제 외출해서 벌어진 소란때문인가?
하지만 그 소란은 남궁 세가주께 올라가기엔 조금······ 애들 싸움 아닌가?
그것 말고는 딱히 떠오르는 일이 없었다.
“여깁니다.”
시비를 따라 도착한 곳은 넓은 공터에 전각이 몇 개 딸린 공간이었다. 나는 처음 오는 곳이었다.
다른 곳과는 분위기가 조금 달랐는데, 남궁 세가의 다른 곳보다 주위를 지키고 있는 무사들도 훨씬 많았다. 심지어 무사들의 수준도 다른 곳과 달랐다.
‘경비가 엄청 삼엄하네.’
전각 안에서 푸른 장포의 노인과 젊은 청년이 걸어 나왔다.
“백리 소저, 오셨군요. 혹시 절 기억하실는지요?”
청년은 처음 보지만 노인은 처음 낭궁 세가에 온 날 본 적이 있었다.
“섭 총관님 아니세요?”
“어이쿠, 기억하시고 계셨군요.”
남궁 세가의 총관인 섭자강이었다.
“이쪽은 제 아들입니다. 저를 도와 일을 배우고 있지요.”
“안녕하세요. 백리가의 백리연이에요.”
“이야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섭 총관 아들의 자기소개를 들으며 나는 머릿속에 물음표가 더 가득 찼다.
‘내가 왜 남궁 세가의 총관과 총관 아들과 인사를 하는 거지······? ‘
의문을 억누른 채 인사를 나누고 섭 총관의 안내를 따라 한 전각으로 향했다.
안에 들어가고 나서야 이곳의 경비가 매우 삼엄한 이유를 깨달았다. 이곳은 남궁 세가의 창고였다.
곧이어 창고 안에 계신 아버지를 복 곧장 달려갔다.
“아버지!”
“백리연, 건물 안에서 뛰면······”
아버지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이미 품에 달려들었다.
아버지가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인사부터 하거라.”
아버지가 바라본 방향을 보자 남궁 세가주와 남궁완이 함께 있었다.
아버지만 보고 달려오느라 함께 계신 줄 몰랐던 나는 놀라며 뒤늦게 인사했다.
“헉, 안녕하세요.”
뒷짐을 진 남궁 세가주는 인자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남궁완 아저씨도 고개를 까딱였다.
그러고 나서야 난 주변을 둘러 보았다.
넓은 공간, 한쪽에는 책과 죽간들이 쌓여 있었고, 그 반대편에는 나무 상자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딱 창고다운 모습이었다
약간 이상한 점은, 시야에는 딱히 약재들이 보이지 않았는데도 어디선가 은은하게 씁쓰레한 약재 향이 풍긴 다는 것이었다.
무심히 살피던 나는 뭔가 익숙한 작은 나무함을 보고 고개를 갸웃 기울였다.
그러고 보니 책들도 왠지 익숙한 것들이 많았다.
‘이상한데? 책을 왜 장서각이 아니라 창과에 쌓아 뒀지?’
그때 남궁 세가주가 입을 열었다.
“어찌, 알아보겠느냐?”
“네?”
일부러 내가 둘러보도록 기다려 줬다는 듯한 태도였다.
나는 다시 한번 창고의 물건들을 자세히 살폈다. 곧이어 깨달았다.
“설마 이것들······ 만신의 연단실에 있던 건가요?”
질문의 답은 남궁완이 하였다.
“그래.”
하긴 그 남궁 세가 무사의 시신을 거뒀으니, 당연히 연단실 안에 있던 것들도 챙겼을 것이다. 무덤 안에 버려두기엔 귀한 것들이 많았으니까.
‘뭐, 가장 귀한 건 내가 챙겨 왔지만.’
남궁완이 말을 이었다.
“약재는 이곳에 관리하기 힘들어 따로 보내 놓았다.”
“아하.”
그래서 약재 향만 나고 따로 보이지 않았던 모양이다.
만신의의 창고는 대체 무슨짓을 해 놓았는지 일정한 온도에 지하라면 골치 아플 습기조차 완벽하게 조절되었다.
그래서 지하인데도 약재들부터해서 책까지 관리가 아주 완벽하게 되어 있었다.
나는 창고를 둘러보다가 고개를 기울였다.
‘이건 흔한 책인데······.’
그러고 보니 짐의 규모가 대단했다.
나는 약간 질려 물었다.
“설마 연단실 안에 있던 걸 다 가져오신 거예요?”
“그다지 귀하지 않거나 가지고 오는 동안 관리가 힘들 것 같은 것들만 빼고 챙길 수 있는 것들은 모두 가져왔다.”
그 많은 물건을 마차도 들어갈 수 없는 그 꼬불꼬불한 산길을 타고 날랐을 생각을 하니 숨이 턱 막힐 정도였다.
적당히 귀한 것만 챙겨 온다는 선택지는······ 남궁 세가에 없었던 모양이었다.
“의강이 고생이 많았지.”
“아버지가, 왜요?”
“네 아버지가 백리 세가에서 오는 길에 갑자기 팔괘촌에 가서 물건을 남궁 세가로 옮기는 걸 호위했다.”
“어······.”
전혀 몰랐다.
남궁완이 말을 이었다.
“어디서 소문이 흘러나갔는지 비적부터 해서 별별 놈들이 다 몰려오더군. 심 부관도 자리를 비워서, 의강이 없었다면 곤란할 뻔했어.”
나는 깜짝 놀라 아버지를 바라봤다.
“그런 일이 있었어요?”
전혀 몰랐다!
“아버지! 그럼 여기 오면서 싸우기도 하신 거예요?”
아버지가 남궁완을 보며 나무라듯 말했다.
“연이에게 그런 말은 왜 하는게야?”
“숨겨서 뭐 하나? 조금만 관심 가져도 다 알 사실들을.”
“맞아요! 아저씨 말이 옳아요!
이런건 알려 주셔야죠!”
내 칭찬에 남궁완의 콧대가 올라갔다.
“아저씨, 아버지가 다치시거나 그러진 않았죠?”
아버지가 살짝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내가 다친 걸 왜 완에게 물어보는 게냐?”
“왜겠어욧!”
“······.”
아버지를 향해 혀를 찬 남궁완에 내 질문에 답했다.
“전투가 몇 번 벌어지긴 했지만, 정말 다쳤다면 너도 알았겠지. 보다시피 멀쩡하니 걱정 말아라.”
“정말요?”
“그래.”
“진짜죠?”
“그래.”
“정말이죠?”
“몇 번을 물어보는 거야!”
음, 아저씨가 성질내는 것을 보아 100% 진실로 판정됐다.
하긴, 뭐 남궁 세가 사람들과 함께 옮겼으니 정말 큰 전투가 벌어졌다면 내가 오늘 이 소식을 처음 들었을 리 없긴 했다.
‘아니 그런데······.’
백리 세가에서 남궁 세가로 내려오는 길에도 할 수 있는 일을 찾으시다니.
‘이걸 참 아버지답다고 해야 할지.’
버럭 성낸 남궁완이 헛기침을 하고 말을 이었다.
“하여튼 그래서 가져온 물건을 나누려고 불렀다.
그리고 아버지가 아버지다운 일을 했다면 남궁완 아저씨도 아저씨답다고 해야 할까.
‘연단실 물건들을 전부 다 가져도 아무 말 못할 텐데.’
내가 만신의의 연단실을 발견한 거긴 했지만, 일단 만신의를 찾아 나를 데리고 가 준것도 남궁완 아저씨였다.
거기다 나나 아버지의 능력만으론 절대 이 물건들을 가져오지 못했을 것이다.
일단 동원할 수 있는 인력부터 안 됐다.
어떻게 어떻게 연단실에서 모두 꺼내왔더라도 집에 도착하기도 전에 탈탈 털려목을 간수하고 있는게 다행일 것이었다.
남궁 세가 정도나 되니 이렇게 무사하지.
‘뭐, 백리 세가 힘을 빌렸으면 가능했겠지만······.’
아버지는 가문의 힘을 빌리는 것을 싫어했으니까.
“적당히 반 나눌까 했는데, 저 놈이 필요 없다더군.”
“아버지가요?”
아버지가 불쑥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만신의를 찾고, 연단실을 다시 열고 옮기는 것 모두 남궁가에서 하였으니 내가 받아 갈 이유가 없지. 나는 연이가 무사히 돌아 올 수 있었던 것만으도 족하네.”
“저놈이랑 얘기만 하면 힘이 빠져.”
남궁완은 약간 짜증 난다는 눈으로 아버지를 바라보았다가 말을 이어갔다.
“쟤가 저렇게 말하니 너한테도 물어보려고 불러온 거다.”
“아하.”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답했다.
“저는 아버지 말씀을 따를게요!”
“생각하고 대답해. 이게 장난으로 보여?”
그때 우리의 대화를 인자하게 지켜보기만 하던 남궁 세가주가 입을 열었다.
“너희의 마음은 잘 알겠으나 그래도 고르거라. 이 모든 걸 우리가 가지기엔 마음이 불편하구나.”
나는 아버지를 슬쩍 바라보았다. 남궁 세가주까지 나서서 말한 이상 더는 거절하기도 힘들었다.
‘남궁 세가주께서 왜 계신가 했더니······.’
이걸 예상해서 였을지도.
이윽고 지금껏 조용히 있던 섭 총관이 나섰다.
“백리 공자님께서 도착하신 지 시일이 좀 되었지만, 이제 말씀드리는 이유는 물건을 확인하고 품목별로 정리하느라 시간이 조금 걸렸습니다.”
섭 총관이 아들을 향해 눈짓하자 그 아들이 아버지께 종이 한뭉텅이를 내밀었다.
“여기 정리한 품목들입니다.”
아버지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받아 죽 살펴보곤 말했다.
“그럼, 연이가 고르도록 하겠습니다.”
“저요?”
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원하는 것이 있으면 말하거라.”
오······.
‘뭘 달라고 해야 좋으려나?’
어차피 영약은 이미 아버지께 드린 공청석유가 있고, 내가 먹을 만한 것들은 이미 먹어 버렸고······.
딱히 필요한 것들이 없었다.
“아! 저 골랐어요!”
나는 박수를 짝 쳤다.
아버지가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벌써 골랐느냐?”
“네!”
나는 창고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물건을 가리켰다.
“책 주세요!”
“······책?”
예상치 못한 대답에 남궁완이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