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87)
87화
* * *
아버지와 남궁완 아저씨는 만두만 먹고 바로 돌아가셨다.
진짜로 돌아가셨는지, 아니면 돌아간다고 말하고 우리를 따라 다녔는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무사히 외출을 마치고 처소로 돌아오자 시비가 아버지가 먼저 돌아오셨다가 다른 일로 다시 나가셨다고 알려 주었다.
나는 알았다고 하고는 생각을 정리했다.
그렇지 않아도 아버지가 자리를 비웠을 때 할 것이 있었다.
‘야율.’
남궁 세가 앞마당에서 아버지가 데려온 아이가 백도 무림 자제에게 마공을 쓰다.
한발만 더 나갔다면 저 말이 현실이 되었을 것이다.
상상만으로도 눈앞이 아득해지고, 후폭풍이 예상도 되지 않았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랬는지······.’
물어봐야 했다. 그리고 다시는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 했다.
나는 겉옷을 벗으며 야율을 보았다.
“야율, 잠시 할 말이······.”
그때, 갑자기 야율이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 나는 정말 깜짝 놀라서 숨도 멈췄다.
“······!”
“잘못했어.”
내가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 단번에 휘발됐다. 나는 눈만 끔뻑이다가 폐부를 쥐어짜듯 말했다.
“······일어나.”
“내가 정말 잘못했어.”
“······.”
나는 주변을 둘러보아, 기척이 없는 걸 재차 확인하고 야율을 바라보았다.
머리가 절로 아팠다.
나는 몇 번이나 입술을 짓씹으며 마음을 다스리고 물었다.
“일단······ 천 공자랑 어쩌다 얽힌 거야?”
눈치껏 새치기한 걸 안 것 외에는 아직 들은 것이 없었다.
야율이 입술을 깨물곤 말을 이었다.
“네가 서 소자랑 떠나고 줄 서있었는데, 느닷없이 끼어들었어.”
“그리고?”
“나는 소란을 일으키기 싫어서 그냥 가만히 있었는데······ 문득 돌아보더니 새치기한 게 불만이냐고 물어봤어. 그래서 내가 아니라고 했어.”
겪은 일을 이야기하는 야율의 표정은 담담하지 그 상황을 억울해하거나 서러워하지 않았다. 그가 눈치 보고 있는 것은 오로지 나였다.
“그런데 표정이 왜 이러냐면서 웃으라고 뺨을 툭툭 쳤어.”
하아. 나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생각보다 더 개자식들이었네.’
가만히 있던 사람에게 시비를 걸다니.
딱히 이유도 없었다. 아마 그냥 혼자 있고, 별 볼일 없어 보이는 집안 자제 같으니까.
그리고 놀랐다.
‘야율이 많이 참았네.’
새치기한 것도 참고, 불만이냐고 시비 거는 것도 참고.
사람의 본성을 알고 싶다면 권력을 쥐여 주라지 않던가?
원래도 가지고 있는 힘을 자제하는 건 힘든 일이다. 심지어 마공이었다.
격해진 감정에 자제력이 약해지면 그 자리를 마공이 파고든다.
그 힘을 쓸 수록 자제력은 사라지고, 이지를 잃어버리고, 그럼 더 마공을 쓰는 데 거리낌이없어지고, 어느 순간 피와 살육을 즐기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마공의 무서운 점이다.
야율은 아마도 정신을 차리고 나서야 뒤늦게 자신이 마공을 쓰려 했던 사실을 깨달았을 것이다.
“거기서부턴 네가 본 대로야.”
붉은 입술 짓씹은 야율이 말을 이었다.
“참으려고 했는데, 그런데 그 녀석이 널 때려서. 그래서······ 그래서 너무 화가 났어.”
내가 맞는 걸 보고 참을 수가 없었다고?
나는 어떤 표정을 지어야할지 알 수 없었다. 오로지 나의 눈치만 살피는 모습과 야율의 말이 합쳐져 정말······ 연민이들었다·
“······.”
야율의 말이 끝난 방에는 침묵이 이어졌다.
내 계획은 이러했다.
먼저 야율의 잘못을 따진다.
그리고 오늘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앞으로 이런 억울한 일을 겪고 싶지 않다면 힘을 기르는 것이 좋다고 타일러 야율에게 천산염제의 제자가 되라고 할 생각이었다.
그래.
나는 이 일이 벌어지자 내심 잘 됐다고 여겼다. 야율을 떼어놓을 수 있는 핑계가 생겼다고.
야울을 천산염제에게 대놓고 밀어낼 수 있는 좋은 핑계가 생겼다고.
심지어 굳이 내가 직접 야율에게 말하지 않아도 됐다.
그저아버지에게 말하면 됐다.
나를 지켜보던 아버지가 그때 끼어들지 않은 걸 봐서는 야율이 흡성마공을 쓰려 한 사실은 모르 셨을 것이다.
사실 나도 금안이 없었다면 몰랐을 수도 있었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야율이 저잣거리에서 흡성마공을 쓰려고 했다고 말씀드리면 나보다아버지가 더 예민하게 반응할 터였다.
“잘못했어. 앞으로절대 안 그럴게.”
그리고 그걸 야율은 눈치챈 것이다.
“응? 나 버리지 마.”
“내가······.”
나는 마른침을 삼키고 애써 떨리는 목소리를 억눌렀다.
“내가 언제 널 버리려 했어?”
진실을 나도알고 야율도 알지만, 거짓을 말했다.
어떻게 알았을까? 내가 그렇게 눈치를 줬나?
나는 내 앞의 무릎 꿇고 있는 야율을 보았다.
아니. 그냥 안 것이다.
아이는 본래 예민한 본능을 가진다.
그는 직감적으로, 자신을 버리려는 내 끗을 읽어 낸 것이다.
그리고······ 그리고 왠지 모르게 점차 화가 났다.
‘왜 이렇게 화나지?’
가슴이 꽉 막힌 것처럼 답답한 마음도 들었다. 두 주먹을 꽉 쥔 생각하던 난 깨달았다
야율의 저 모습은 과거 나의 모습과 똑같았다.
눈치를 보며 잘못을 비는, 집에서 쫓겨나고 싶지 않아, 아버지께 미움받도 싶지 않아서 어떻게든 붙잡고싶어서 하던······
나는 야율의 팔을 붙잡아 일으켰다.
“일어나.”
나는 일어나지 않으려는 야율을 억지로 일으켜 세웠다.
“아버지한테 말도 안 하고, 나도 너 천산염제 제자가 되라고 하지 않을 테니까.”
“······정말?”
“그래, 정말.”
그제야 야율이 몸을 일으켰다.
가여운 감정이 복받쳤다.
나는 손을 뻗어 야율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내가 더 강해질게.”
“뭐?”
“그래. 그래야겠어.”
나는 다짐을 내뱉었다.
남궁류청을 기다릴 필요도 없이, 그 자리에서 내가 바로 때려 눕힐 수 있을 정도로 강했다면.
“내가 강했다면 이런 일 없었을 거 아니야? 네가 날 지켜 주겠다고 나설 일도 없었을 테고.”
“······.”
“네 체질이 문젠데······ 세상이 이리 넓은데 찾다 보면 어떻게 방법이 나오지 않겠어?”
끝으로 갈수록 말에 힘이 없었지만······.
그래. 뭐, 미래도 아는데 앞으로 노력한다면 야율 한 명 정도는 어떻게든 지킬 수 있겠지.
······아마도?
“하지만 이번만이야.”
나는 단호하게 말을 이었다.
“앞으론 자제해. 아니, 앞으론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위험하더라도 다시는 흡성마공을 쓰면 안 돼. 알겠지?”
야율이 무슨 생각인지 알 수 없는 눈으로 나를 보았다.
나는 최대한 자신 넘치는 웃음을 보였다.
“앞으로 네가 날 지켜 줄 필요 없어. 내가 이런 일 겪지 않도록 널 지켜 줄 테니까!”
* * *
그리고 이튿날.
천산염제가 아침부터 나를 찾아왔다. 아직 수업하기엔 이른 시각이었다.
천산염제가 나를 보자마자 소리쳤다.
“어제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
“네?”
설마······ 어제 저잣거리에서 천공자와 벌였던 소란이 천산염제의 귀에까지 들어갔단 말이야?
어떻게?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할지 고민하는 찰나 천산염제가 전혀 상상도 못 한 폭탄을 던졌다.
“야율이 제자가 되겠다고 하더군.”
“······예에?”
“뭐야, 너도 몰랐던 게야?”
“네······ 몰랐어요. 야율이 정말 그랬다고요?”
아니,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정말 얼떨떨했다.
내 표정을 본 천산염제가 눈을 가늘게 떴다
“정말 몰랐나 보군.”
“네에.”
“그럼 그 자식이 건 조건도 모르겠군?”
“조건이요?”
“하, 그러니까 말이다. 내 기가 막혀서. 노부의 제자가 되는 데 조건을 걸다니.”
천산염제는 말하면서도 화가 났는지 분위기가 날카로워졌다.
“원래 더 사랑하는 쪽이 지는 거예요.”
일부러 더 장난스럽게 한 대답에 날 본 천산염제가 기가 찬다는 표정을 지었다.
나는 뒤이어 물었다.
“그래서 조건이 뭐예요?”
“너한테는 말 안하련다.”
“네에? 알려 주세요!”
“난 간다.”
“아니, 어디 가세요! 알려 주고 가세요!”
“오늘은 수업 없으니 그런 줄 알아라.”
그 순간 나를 향해 날아오는 손이 보였다.
나는 깜짝 놀라 고개를 숙여 피했다.
다시 들었을 때 천산염제는 사라진 상태였다.
“아니 뭐야······?”
와서 완전히 제 할 말만 하고 사라지셨다.
천산염제가 사라진 방향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데······ 왠지, 왠지 억울함이 밀려왔다.
야율을 천산염제 제자로 미는 걸 어제 포기했는데 오늘 갑자기 제자가 된다고 하다니?
좋은 일이긴 한데······ 내 고뇌가 전부 필요 없는 일이 되어 버렸지 않은가!
‘뭔가······ 뭔가 억울해!’
난 발딱 일어나 야율의 방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방은 비어 있었다.
“얘 어디 갔어!”
난 목적지를 바꿔 달렸다.
“아버지!”
하지만 아버지의 방도 비어 있었다.
아니, 다들 나 빼고 어디 간 거야!
내가 늦게 일어난 것도 아닌데 다들 왜 이렇게 꼭두새벽부터 나돌아 다니는 거냐고!
푸닥거리며 처소를 한바탕 돌아본 내가 터덜터덜 내 방으로 돌아갈 때였다.
낯이 익은 시비가 처소로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백리 소저, 일어나 계셨군요.”
“무슨 일이야?”
“가주님께서 부르십니다.”
나는 고개를 갸윳 기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