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91)
91화
“그러는 넌 수향문 사람도 아니면서 여기서 뭐 하고 있었던 거야?”
“응?”
얘가 왜 답지 않게 관심이 많지?
의심스럽게 보던 난 정답을 깨달아 답했다.
“수향문 사람들 수련 방해할 생각도 아니었고, 놀러 온 것도 아니야. 표정 좀 펴.”
“······그런 거 아니야.”
입술을 깨물고 답하는 남궁류청의 귀가 살짝 붉어졌다.
나는 남궁류청을 향해 다시 가자고 손짓했다. 남궁류청이 걷지 않고 다시 물었다.
“그래서 왜 여기 있었던 건데?”
대답해 줄 때까지 움직일 생각이 없어 보였다.
“아, 줄 게 있어서.”
“줄 거라니?”
“영약. 서 소저에게 영약 주러왔어.
백일단이라고 알아?”
“백일단? 그걸 왜?”
“그야······ 나는 못 먹으니까?”
나는 어깨를 으쓱 올리며 답했다.
“······.”
남궁류청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나는 의아하게 보다가 재촉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공자, 소부인께 어서 가 봐야······.”
“너는 어떻게 그러지?”
“응?”
“어떻게 그렇게 태연할 수 있어?
단전잎 그렇게 됐는데도?”
여기서 갑자기?
나는 얼굴을 긁적였다.
남궁류청의 심각한 얼굴을 보았다가 허공을 보았다가 흙바닥을 밟고 선 발끝을 보았다.
“내가 태연해 보여?”
남궁류청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 답할까?
고민하던 나는 남궁류청의 말간 낯에 그냥 갑자기 진심을 말하고 싶어졌다.
“성공했네. 태연해 보이려고 노력하는거야.”
“뭐?”
“엄청 짜증나고, 억울하고, 원망스러워. 그런데 태연하지 않으면 어찌할 건데? 희망을 품는 건 좋아. 하지만 미련을 가지면 자신을 좀먹을 뿐이야.”
“······.”
“이미 벌어진 일이니까.”
아버지껜 절대 할 수 없는 말이었다.
‘그러고 보면 얘도 앤데 애한테 무슨 말을 한 거야?’
나는 한숨을 푹 내쉬며 고개를 틀었다. 수향문 문하생들과 있으면서 좋았던 기분이 갑자기 축 처졌다.
잠시 뒤에 남궁류청이 입을 열었다.
“너는······.”
저 한마디만 하고 다시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한참 뒤에 말을 이었다.
“너는 슬퍼할 필요 없어. 다른 멍청이들보다 훨씬 나으니까.”
“응?”
나는 고개를 기울였다.
뭐야? 설마 이거······ 위로야?
‘지금 남궁류청이 날 위로해 준 거야?’
남궁류청의 뺨이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진짜 위로한 건가 봐······!
“귀신에 씌었나······?”
남궁류청이 나를 흘끔 노려보고 다시 앞서가기 시작했다.
“위, 위로해 줘도 나 이제 영약 없어!”
“달라고 한 적도 없어.”
남궁류청이 싸늘하게 말하며 발을 재촉했다. 그 모습을 보자 언제 기분이 가라앉았냐는 듯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흐흐흥.”
하여간 남궁류청 본성은 참 착하다니까.
“맞아. 아저씨가 너한테 영약 얘기 한 건 없어?”
“없어.”
“그래?”
‘공청석유, 남궁류청 줄 줄 알았는데.’
좋은 게 있으면 자식 주고 싶은 게 부모의 마음이니까.
남궁완 아저씨 드렸을 때부터 남궁류청에게 가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리고 남궁완 아저씨가 공청석유를 받고 곧장 먹지 않고 아껴 두는 걸로 의심은 확신이 된 상태였다
‘천천히 주려고 그러나?’
나는 남궁류청을 향해 말했다.
“너는 나한테 감사해야 해.”
“갑자기 무슨 소리야?”
남궁류청이 헛소리하는 사람을 보듯 쏘아보았다.
“아니, 진짜 감사할 날이 올 거라고!”
이번엔 돌아보지도 않았다.
* * *
소부인이 머무는 전각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눈을 의심했다.
파리한 안색의 여인과 열 살 남짓의 소년 둘. 그중 한 명의 낯이 익었다.
‘장철?’
저 자식이 왜 여기 있어?
장철 곁의 소년은 처음 보는 아이였다.
남궁류청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놀란 것 같지 않아 보이는 것이 장철의 존재를 이미 알고 있던 모양이었다.
소부인이 내게 손을 내밀었다.
“연아, 이리 오너라.”
나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며 다가갔다.
소부인이 부드럽게 말을 이었다.
“급하게 불러 미안하구나.
널 보고 싶다는 사람이 있어서 말이다.
이쪽은 장 부인이다.”
장 부인은 파리한 안색으로 내게 살짝 미소 지었다. 장철이랑 매우 닮은 외모로 보자마자 모자 사이인 걸 알 수 있었다.
나는 예의 바르게 인사했다.
“백리가의 연이라고 합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내 갑자기 만나자고 하여 놀랐겠구나.”
장 부인의 목소리는 약간 의외였다.
안색과 달리 딱딱한 어조에 무인의 말투에 가까웠다.
장 부인이 눈짓하자 시비가 장철과 처음 보는 아이를 데리고 왔다.
장철은 억지로 끌려오는 기색이었고, 처음 보는 아이는 생글생글 웃는 낯이었다.
“이쪽은 이미 아는 사이겠지. 첫째인 장철, 이 아이는 둘째인 장오라네.”
장철은 입을 꾹 다문 채 바닥만 노려보았다
장오는 정반대로 웃으며 인사했다.
“······.”
“안녕. 장오라고 해.”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가 싶었지만, 일단 마주 인사했다.
“······안녕.”
“······.”
내 곁의 남궁류청은 장철과 장오를 한 번 흘끔 보고 입을 열지 않았다.
장 부인이 말했다.
“오는 잠시 물러 가거라.”
“예.”
장오가 잠시 뒤쪽으로 물러가고 소부인이 다시 입을 열었다.
“어제 저잣거리에서 소란이 있었다고 들었다. 장 부인도 어제 소란을 듣고 오늘 바로 사과하기 위해 찾아온 거란다.”
“사과요?”
“그래.”
굳이?
나는 의아하게 바라보았다.
어제 저잣거리에서 사과하게 만들고 돌려보냈어. 심지어······.
“철아.”
“······”
장 부인이 다그치는데도 장철은 입을 꾹 다물고 억울한 표정이었다.
전혀 반성하는 표정이 아니었다.
결국, 장 부인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장철!”
소리 친 장 부인이 입가를 손수건으로 막으며 밭은 기침을 했다.
그제야 장철이 입을 열었다.
“······어제 내가 한 말은 미안했어.”
이거 뭐 엎드려 절 받는 것도 아니고. 솔직히 전혀 진심이 느껴지지 않았지만······.
장부인의 몸이 정말 안 좋아 보였기에, 대충 넘어가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내가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이려는 찰나였다.
「 멍청이. 」
갑자기 전음이 들려왔다.
‘어떤 놈이 나한테 멍청이래!’
여기서 그럴 놈은 하나뿐이었다.
남궁류청.
어이가 없어 옆을 돌아볼 때였다.
“장 1공자, 뭐가 미안한데?”
남궁류청이었다.
“별로 진심으로 보이지도 않는데, 뭐가 미안하다는 거지?”
“······.”
“······.”
방 안의 온도가 한 2도쯤 내려간 기분이었다. 장철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가 빨갛게 변했다.
소부인이 애써 웃는 낯으로 이를 악물고 말했다.
“류청, 이리 오너라.”
“어머니, 지금 이걸 사과라고 봐야 하는 겁니까? 장 부인께서도 장 1공자부터 제대로 설득하고 데려오셨어야 하는 거 아닌지요.”
장 부인이 눈을 부릅뜬 채 숨을 가쁘게 몰아쉬었다. 그 모습을 본 장철의 눈이 뒤집히는 건 당연했다.
“네가 뭔데 내 어머니한테 뭐라 해!”
‘네 어머니 체면에 먹칠을 한건 장 공자다만.”
“뭐라고? 이 자식이······! 네가 남궁이면 다야?”
“고작 할 말이 그것······.”
“그만, 그만!”
싸움을 멈추게 한 소부인이 남궁류청을 나무랐다.
“류청! 네 일도 아닌데 왜 네가 나서느냐!”
“하지만······.”
“한마디만 더 해 보거라! 내 널 당장 내보낼 것이다! 널 함께 부르는 게 아니었다!”
뭔가 말하려던 남궁류청이 입술을 깨물더니 입을 다물었다.
그 옆에선 장철 또한 이를 아득 물고 원망에 가득 차 장 부인을 노려보았다.
“그러게 내가 안 온다고 했잖아!”
떼쟁이 아이 같은 말을 외친 장철이 그대로 방을 뛰쳐나갔다.
“철아, 어디 가느냐! 장······! 콜록, 콜록!”
깜짝 놀란 장 부인의 외침이 뒤따른 기침에 묻혔다.
멍하니 장철이 나간 방향을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부인!”
소부인이 다급한 목소리에 장 부인을 바라보았다. 기침 소리 자체가 다른 것이, 장 부인의 상태가 꽤 안 좋아 보였다.
“장 부인, 조금 쉬면서 진정하시는 게 좋을 듯합니다. 몸부터 챙기셔야지요.”
살짝 비릿한 피 냄새가 났다.
장 부인의 병이 내 예상보다 깊은 모양이었다. 장 부인의 손등을 다독인 소부인이 시비에게 명했다.
“장 부인을 옆방으로 뫼셔라. 장오랑 잠시 다른 방으로 쉬게 하고. 장철은?”
문 앞의 시비가 답했다.
“바깥의 시비가 따라갔스습니다.”
“그래.”
장 부인과 장 2공자가 다른 방으로 이동하고, 소부인이 지친 듯 머리를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