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Youngest Prince in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12)
소설 속 막내황자가 되었다 12화
6장 검은 숲(3)
“저 사람 섬광검 하르트 아니야?”
“붉은 성벽 라그노도 있어.”
“허, 이거 북외 칠걸이 다 모이는 거 아니야?”
“대체 무슨 짓을 하려고 하는 거지?”
“내가 소문으로 들은 건데 이번 정화제 때…….”
“…….”
옆에서 들려오는 용병들의 대화 소리를 한 귀로 흘리며 시온은 연무장을 바라보았다.
콰아앙!
선발되기 위해 각자 자신의 기량을 최대한 뽐내고 있는 용병들.
검은 숲이 정확히 어떠한 지역인지 무엇 때문에 토벌을 해야 하는지 제대로 알려진 것은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주성으로는 엄청난 수의 용병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이유는 연무장 옆에 놓인 단상 위에서 껄렁한 자세로 앉아 이쪽을 내려다보고 있는 젊은 남녀 때문이었다.
‘북외 칠걸이라고 했었나?’
북외 칠걸.
루인 영주의 외동딸인 레인 드라니르를 필두로 최근 북부 지역에서 무섭도록 명성을 쌓아 올리고 있는 일곱 명의 초신성.
이미 그 실력은 제국의 중앙까지 널리 알려져 있었고 혹자는 칠걸 중 한둘은 훗날 ‘하늘’에 오를 수도 있을 거라고 평가하고 있었다.
‘저 여자가 바로…….’
시온은 그중에서 레인 드라니르를 눈여겨보았다.
지금도 칠걸의 필두로서 나이에 걸맞지 않은 무시무시한 실력을 지니고 있었지만.
시온은 저 모습이 그녀가 지닌 잠재력의 끝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레인 드라니르.
그녀는 훗날 나타날 용사의 동료 중 한 명이었으니까.
천 년에 한 번 나타나는 천무(天武)의 재능.
역대 최강의 창사.
용격제(龍擊帝).
신창(神槍).
전부 미래의 그녀에게 붙는 수식어로서 명실상부 플로시마르 연대기 속 초강자 중 하나로서 군림하게 된다.
‘아직은 아니지만.’
그녀가 지닌 초월적인 재능은 일련의 사건으로 인해 본격적으로 개화하게 된다.
시온이 기억하기로 그 사건은 루인이 멸망하게 된 계기와 관련이 있었다.
“지온 하네스.”
그때 시온의 귓가로 자신의 가명을 호명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벅, 저벅.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연무장을 향해 걸어가는 시온.
그런 시온의 머리카락과 눈동자 색은 검게 물들어 있었다.
외모에서 황족의 특성만을 지운 것.
“너냐? 내 상대가.”
이미 연무장 위에는 상대로 보이는 전신에 흉터 가득한 근육질 남자 한 명이 올라와 있었다.
“저 녀석…… 도살자 아니야?”
“맞네. 범죄자가 여길 어떻게…….”
그를 본 다른 용병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한다.
도살자 우로.
별명 앞에 인간이란 말이 붙을 만큼 잔인한 손속을 지니고 있으며 여러 범죄에도 발을 담가 수배까지 받은 인물이었다.
하지만 잔인함과 비례하는 뛰어난 실력을 지닌 탓에 치안대로서도 체포하길 꺼리는 자이기도 했다.
‘어차피 저 녀석들이 보는 건 오직 실력뿐이야.’
슬쩍 단상 쪽을 바라보며 우로는 생각했다.
그의 생각이 맞는 것인지 레인을 비롯한 단상 위의 칠걸들은 그의 등장에도 여전히 심드렁한 표정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여기서 최대한 임펙트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단번에 모집 티켓을 따내야 해.’
이번 토벌에 합류할 수만 있다면 그동안 지었던 죄를 세탁하는 걸 넘어 한 차원 높은 명성을 쌓는 것도 가능할 터.
그렇게 생각하며 우로는 다시 자신의 상대를 바라보았다.
단련이라고는 전혀 되어 있지 않은 비쩍 마른 몰골에 흐릿한 눈.
거기에 무기조차 없는 맨손까지.
대체 어째서 지원했으며 어떻게 여기까지 올라왔는지 알 수 없었다.
“이거 사람 한 명 죽는 거 아닌지 모르겠군.”
“우로 녀석 때문에 모집 중단되는 거 아니야?”
“적당히 했으면 좋겠는데.”
지켜보던 용병들 또한 그와 생각이 비슷했는지 불안한 눈으로 시온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온 하네스란 이름은 생전 처음 들어보았으니까.
거기다가 상대가 그 도살자 우로이기까지 했으니.
‘그래도 혹시 모를 일이 있을 수도 있고 마법사일 수도 있으니 최대한 빠르게 끝낸다.’
“야, 지금이라도 내려가라. 괜히 어디 한 군데 잃지 말고.”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지껄이며 자세를 잡는 우로.
그때까지도 시온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그 자리에서 나른한 눈으로 우로를 바라볼 뿐.
겁에 질리기라도 한 것일까?
콰앙!
그렇다고 하더라도 봐줄 생각 따윈 없었기에 우로는 처음부터 전력으로 발을 굴렀다.
거대한 근육에서 나오는 폭발적인 근력과 정밀하게 움직이는 마나가 서로 엮여 들며 단숨에 우로의 신형을 시온의 바로 앞까지 데려다 놓는다.
그의 곰 같은 몸에서 나온 것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속도.
쐐애액!
곧이어 발을 구름과 동시에 머리 위로 들어 올려져 있던 우로의 할버드가 시온의 몸을 세로로 쪼개기 위해 내려찍어진다.
우로의 입가에 어리는 도살자의 미소.
그리고 그 순간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던 시온이 드디어 움직였다.
역점(力點).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움직임에는 역점이 존재한다.
하나의 움직임이 이뤄지기 전까지 수십 개의 역점이 생겨나며 그중 하나만 바꾸어도 움직임은 어그러진다.
흑성하를 사용할 필요도 없었다.
수천, 아니 수만 번의 전장을 겪어온 시온이 도살자의 역점을 찾아내는 것은 손바닥을 뒤집는 것보다 쉬운 일이었으니.
툭.
상대보다 딱 반 호흡 빠르게.
정확한 타이밍에 일정한 속도로 뻗어 나간 시온의 발끝이 우로의 정강이 옆 근육을 살짝 건드렸다.
그저 네다섯 먹은 어린아이가 성인 남자에게 뻗은 주먹과도 같은 세기.
하지만 그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어억!”
외마디 비명과 함께 중심을 잃은 우로의 몸이 옆으로 확 꺾였다.
자연스럽게 할버드의 날이 시온의 옆을 스치고 지나간다.
그와 함께 바닥을 향해 고꾸라지는 우로의 안면에 시온은 가볍게 주먹을 꽂아 넣었다.
뻐억!
달려든 반동 때문이었는지 가벼운 일격이었음에도 무언가 부서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공중으로 떠올랐다가 바닥에 처박히는 우로의 신형.
그대로 의식을 잃은 것인지 우로의 몸은 미동조차 없었다.
“……뭐야?”
“어떻게 된 거야?”
“어째서 우로가 날아간 거지?”
예상과는 전혀 다른 결과에 지켜보던 용병들이 눈을 커다랗게 뜬 채 중얼거린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하지만 그들의 의문에 대답해 줄 생각이 없다는 듯 곧바로 연무장에서 내려오는 시온.
‘이제 슬슬 나올 때가 되었는데…….’
그런 시온의 눈은 무언가를 기다리듯 주변을 훑고 있었다.
“어때? 재미있지?”
단상에서 시온과 도살자의 전투를 보고 있던 하르트가 옆에 있던 레인을 향해 능글맞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지금까지 전부 다 저런 식이었어. 모두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한 번에 제압하더라고. 보통은 상대보다 월등한 실력을 지니고 있을 때 저런 방식을 쓰는데…… 내가 볼 때는 그것보다 몸이 저래서 최대한 효율적인 방식으로 움직이는 것 같아.”
하르트의 말에 레인은 연무대에서 내려가는 시온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확실히…….”
저런 몸이라면 저렇게 움직이는 것만이 상대를 제압할 수 있으리라.
“반푼이한테 왜 신경을 쓰는 거야?”
그때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문신 거한 라그노가 코웃음을 치며 입을 열었다.
“기술을 꽤 뛰어난 것 같지만, 저 정도는 우리 중 누구나 할 수 있는 것 아니야? 거기다가 애초에 저런 몸으로 저렇게 전투하다가 살짝이라도 삐끗하면 바로 골로 가는 거 다들 알잖아. 데리고 가면 도움은커녕 방해만 될걸?”
“저도 비슷한 생각입니다. 방금 지온 하네스라는 자, 칼날 위를 걷는 것 같더군요. 나름 몸을 단련한 흔적이 보입니다만…… 선천적으로 약하게 타고난 것 같습니다.”
라그노의 말에 안경을 쓴 깔끔한 인상의 남자, 리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리안 또한 칠걸 중 하나였지만, 친구 사이인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레인의 수하로서 드라니르 가문을 섬기고 있었다.
“전투 감각은 뛰어난 것 같습니다만…… 차라리 저 전투 감각을 지닌 채 마법사가 되었다면 괜찮았을 텐데.”
“그쪽에 재능이 없었겠지.”
레인 또한 같은 생각이었기에 한숨을 푹 내쉬며 의자에 몸을 묻었다.
“하, 사람이 없냐 사람이…….”
급하게 용병을 모집한 게 이유였을까?
요 며칠간 그녀의 눈에 차는 실력을 지닌 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이대로라면 제대로 된 토벌을 시작할 수조차 없을지도 몰랐다.
‘아니, 더는 늦출 수는…… 응?’
피곤한 얼굴로 용병들 쪽을 바라보던 레인의 눈동자에 의문이 깃들었다.
연무장으로 통하는 외성의 입구 쪽.
그곳에서 당당한 걸음으로 이쪽을 향해 걸어오는 남자 한 명.
여기까지라면 아무것도 이상한 게 없었다.
칠걸이 주최하는 토벌이었으니 긴장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레인이 보고 있는 것은 그런 남자의 얼굴이 아닌 다리 쪽이었다.
‘저건…….’
가려진 바짓단 사이로 슬쩍 보이는 남자의 발목.
그리고 그 발목에 어렴풋이 새겨져 있는 여섯 개의 머리가 달린 짐승 문신.
점점 레인의 눈동자가 커다래지기 시작한다.
“정화교의 개새끼가 어떻게 여기에……!”
정화교(淨化敎).
레인이 토벌하려는 검은 숲에 봉인된 ‘악’을 숭배하는 소수 집단으로서 도시 루인을 비롯한 제국 북부에 질병처럼 퍼져 있는 종교였다.
납치부터 살인과 인신 공양까지 일삼는 재활용도 불가능한 쓰레기들.
‘분명 이중으로 걸러내었는데 어떻게…….’
아니, 지금은 이유를 생각하기보다는 움직여야 할 때였다.
빠르게 결단을 내린 레인이 자신의 창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정화교도가 검은 숲 토벌을 위한 용병 모집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분명 좋은 일은 아닐 터.
“레인?”
그런 레인의 모습에 옆에 있던 다른 칠걸들이 의문스러운 눈으로 그녀를 부를 때였다.
“여섯 머리 짐승께서 오시리라.”
어느새 연무장에 도착한 정화교도가 사람들을 향해 첫마디를 내뱉었다.
“……?”
그 목소리에 담긴 광신의 울림에 하던 일을 멈춘 사람들의 고개가 남자를 향해 돌아가기 시작한다.
“우리가 할 일은 그분이 당도하시기 전 길을 닦아놓는 것. 그리고…….”
그런 사람들을 향해 그 무엇보다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을 잇던 정화교도가 옷을 들추어 상반신을 드러내었다.
“이 어리석은 우민들을 정화하는 것.”
그러자 보이는 것은 기괴할 정도로 툭 튀어나온 심장과 그런 심장을 중심으로 전신에 뻗어 있는 검붉은색 혈관.
“저, 저거 뭐야……!”
곧이어 정화교도의 심장이 미친 듯한 속도로 뛰며 이어진 혈관들이 뱀처럼 꿀렁거리기 시작한다.
“X발, 막아!”
“너희들은 죽음으로써 깨달으리라. 이제…….”
심각함을 눈치챈 주변의 용병들이 정화교도를 향해 달려가고 그것보다 조금 더 빠르게 정화교도의 몸이 터질 것처럼 부풀어 오르는 순간이었다.
콰직!
무언가 박살 나는 소리와 함께 정화교도의 머리가 그대로 사라졌다.
그리고 그 자리를 메꾸고 있는 하나의 창.
파지지지직!
그것보다 한 박자 늦게 단상에서부터 연무장까지 한 줄기의 벼락이 그어졌다.
그와 함께 정화교도의 머리를 박살 낸 창을 움켜쥔 채로 연무장 한가운데 모습을 드러내는 레인.
그런 그녀의 주변에서 아직까지 사라지지 않은 벼락이 맴돌았다.
그야말로 뇌제의 강림을 보는 듯한 위용.
“레인!”
곧이어 레인의 이름을 부르며 다른 칠걸들이 그녀를 향해 달려왔다.
“일단 막은 것 같은…….”
다가오는 칠걸들을 바라보며 중얼거리던 레인의 말이 뚝 끊겼다.
그와 함께 당혹으로 물들어가는 그녀의 눈.
그런 레인의 눈동자 안에는 연무장을 넘어 내성으로 들어가는 입구 쪽에서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여인 한 명이 비치고 있었다.
‘속임수!’
파지지지직!
다시 벼락이 된 레인의 신형이 부풀어 오르는 여인을 향해 쏘아졌다.
하지만 거리가 너무나도 멀었다.
그녀, 아니 이곳에 있는 그 누구도 제시간에 도달할 수 없는 거리.
늦는다.
달려가도 늦는다.
창을 던져도 늦는다.
레인의 눈동자가 정화교도 바로 뒤쪽에 있는 내성의 건물로 향했다.
바로 영주이자 그녀의 아버지인 리차드 드라니르의 집무실이 있는 건물.
“안 돼에에!”
레인의 입에서 절규와도 같은 목소리가 튀어나오고.
마침내 부풀어 오르던 여인의 몸에서 거대한 폭발이 터져 나오는 순간이었다.
악기(惡氣)의 폭발로 인해 새카맣게 물들어가는 시야 속에서.
레인은 볼 수 있었다.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폭발 옆 허공.
그곳에서부터 불어난 악기보다 더욱 이질적이고 불길한 어둠이.
————-!
단숨에 존재하는 모든 폭발을 집어삼키는 장면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