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Youngest Prince in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11)
소설 속 막내황자가 되었다 11화
6장 검은 숲(2)
“아무리 생각을 해도 이해가 되지 않아.”
빠른 발걸음으로 침성궁의 복도를 걷는 프리실라의 입에서 낮은 중얼거림이 흘러나왔다.
“그게 단순한 흑마법사의 소행이었다고?”
미심쩍은 부분이 한둘이 아니었다.
흑마법은 사람을 암살하기에는 그리 좋지 않은 방법이었다.
일단 제물이 필요했고 마법의 구현 자체가 그리 은밀하지 않았다.
차라리 암살자들을 한 번 더 보내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말.
거기다가 그녀는 알고 있었다.
시온 황자의 명에 따라 자신이 완성한 마법진은 단순한 흑마법 색출용이 아니었다는 것을.
‘아마 황성 쪽에서도 이번 일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있겠지.’
그렇기에 그쪽에서도 나름대로 조사를 할 것이고 그에 관한 결과 또한 곧 나올 터였지만, 프리실라는 그때까지 기다릴 생각이 없었다.
그녀는 시온의 입에서 직접 이번 사건의 전말을 듣고 싶었다.
‘아니, 적어도 나한테는 말해줘야 하는 거 아니야? 직접 마법진도 그리고 피까지 제공했는데!’
그래서 그때 이후로 하루가 멀다 하고 이렇게 시온의 개인 연무장을 찾아오는 그녀였지만.
“지금 황자 전하께서는 아무도 만나고 싶어 하지 않으십니다.”
항상 돌아오는 것은 축객령뿐이었다.
그것조차 프레도가 대신해서 말하고 있었다.
“왜요?”
“저번 사건으로 인한 충격 때문…….”
“구라…… 아니 거짓말하지 말아요! 애초에 ‘그것’을 처리한 것도 황자 전하잖아요!”
“말씀을 삼가 주시지요. 전하께서 그 일에 대해 함구를 명하셨습니다.”
“아니, 저는 침성궁 소속도 아니고 전하의 수하도 아닌데 왜 그걸 따라야…….”
발끈해서 거기까지 말하던 프리실라가 입을 다물었다.
나른한 눈으로 자신을 내려다보던 시온의 모습이 떠올랐던 것.
딱히 그녀에게 강압적인 어조로 말하지도 않았고 그 이해할 수 없는 힘을 쓰지도 않았지만.
프리실라는 시온이 말했을 때 왠지 모르게 그 말을 따라야 할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고요한 시온의 눈 속 깊은 곳에 잠겨 있는 무언가.
그 무언가는 사람을 따르게 하고 거부할 수 없게 하는 마력이 있었다.
분명 예전의 시온 황자에게는 존재하지 않았던 것.
“아 그리고 황자 전하께서 프리실라님께 전하라는 말씀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렇게 시온을 떠올리던 프리실라의 귓가로 프레도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뭐, 뭔데요?”
“이제 볼일 없으면 어서 집으로 돌아가시라고…….”
그 말에 잠시 밝아졌던 그녀의 얼굴이 구겨졌다.
* * *
플로시마르 용사 연대기는 원래 시온이 살던 세계에서 수백 년 후의 미래를 그리고 있다.
그렇기에 발전된 온갖 문물들이 존재했는데.
덜컹, 덜컹!
지금 시온이 탑승한 마력 열차도 그중 하나였다.
마력을 동력원으로 이용해 정해진 철로를 달리는 마력 열차는 사람들이 애용하는 교통수단 중 하나로써 제국 안에서는 웬만한 곳은 전부 이동할 수 있었다.
‘원래 세계로 돌아가면 한번 적용해 봐야겠어.’
마력 열차에 흥미를 느낀 것인지 빠르게 지나쳐가는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며 그렇게 생각하던 시온의 눈이 슬쩍 옆 칸으로 향했다.
그러자 느껴지는 은밀한 시선.
‘예상대로네.’
눈들이 따라붙으리란 건 ‘달의 눈’의 비밀 지부에서 나올 때부터 알고 있었다.
사실 그걸 노리고 머리카락을 슬쩍 노출한 것이었고.
이렇게 가까이 붙여두어야 추가적인 정보를 원할 때 편하리라.
어차피 저들은 자신에게서 더 이상의 무언가를 얻어낼 수 없을 터.
머리카락이 노출됨으로써 자신이 밖으로 나왔다는 정보가 황성 안으로 흘러 들어갈 가능성이 있었지만, 시온은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일단 ‘달의 눈’은 황성이나 황족이 개입된 일은 한발 물러서서 지켜보는 성향이 강했고.
무엇보다 신뢰와 정확도를 최고로 여기는 ‘달의 눈’이 아직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다른 곳으로 흘릴 리가 없었다.
어렸을 때부터 황성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았기에 시온의 얼굴은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고 그렇기에 신분 파악 또한 오래 걸릴 터.
그것을 전부 파악할 때쯤이면 시온은 다시 황성 안으로 들어간 후일 터였다.
‘달의 눈을 고른 건 다른 이유지만.’
물론 달의 눈도 최상위권에 위치하는 정보 길드지만, 굳이 고르려면 다른 정보 길드도 있었다.
그런데도 시온이 ‘달의 눈’을 고른 이유는 머지않은 미래에 나타날 용사의 눈과 귀가 되어 주었던 곳이었기 때문이었다.
아무런 이익 관계없이 오로지 순수하게 세상을 구하겠다는 신념 하나만으로 용사에게 모든 지원을 아낌없이 해주었던 길드.
그렇기에 직접 한번 눈으로 보고 싶었다.
-잠시 후 루인역에 도착하오니 내리실 손님들께서는 좌측 문을 이용하시…….
그런 시온의 귓가로 안내음이 들려왔다.
그에 생각을 접은 시온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침성궁의 마물을 처리할 때부터, 아니 그 이전 암살자들의 습격을 막아낼 때부터 시온은 생각해 오던 게 있었다.
바로 자신의 곁에서 손과 발이 되어 줄 자들의 모집.
아무리 시온이라도 혼자서 모든 것을 할 수는 없는 법이었고 침성궁의 기사들과 시종들은 앞으로의 지옥도를 모조리 박살 내며 나가기엔 무력과 능력이 너무나 달렸다.
처음부터 훈련을 시키기엔 남은 시간도 없었고.
그렇기에 시온은 자신에게 주어진 연대기의 정보를 이용해 황성 밖으로 눈을 돌렸다.
외곽도시 루인.
제국의 북쪽에 존재하는 거대한 살레오스 산맥과 맞닿아 있는 이 도시에서 시온은 자신의 첫 번째 수하를 거둘 생각이었다.
‘정확히는 이 도시와 근접한 지역이지만.’
위이잉-
부드럽게 열리는 열차의 문.
그와 함께 내린 시온의 피부로 북쪽의 차가운 공기가 느껴졌다.
아직 여름이었기에 눈은 쌓여 있지 않았지만, 입에서 하얀 김이 나올 정도로 추운 날씨였다.
‘알맞게 왔네.’
역을 벗어나자마자 보이는 도시의 광장과 그러한 광장 한가운데 타오르고 있는 거대한 불꽃을 본 시온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저 불꽃은 ‘정화제’가 열리는 동안에만 타오르는 불꽃이었다.
정화제.
한 달에 한 번 루인에서 열리며 이 도시를 수호하는 존재를 통해 죄를 정화하고 앞으로의 안녕을 기원하는 행사였다.
그리고 시온은 이번에 진행될 정화제를 이용할 생각이었다.
‘정확히는 정화제와 함께 일어나게 될 사건이지만.’
연대기에 따르면 도시 루인은 이번 정화제의 끝을 기점으로 멸망하게 된다.
작중 초반에서 가장 먼저 터진 커다란 사건이자 훗날 용사의 대적자 중 하나가 탄생하게 될 계기.
오직 이 사건을 통해야만 시온은 자신이 생각한 자를 수하로 맞이할 수 있었고, 그렇기에 침성궁의 정리가 끝나자마자 서둘러 이곳으로 온 것이었다.
‘그리고 루인 멸망의 시발점이 되는 장소가 바로 검은 숲.’
검은 숲.
루인 도시의 외곽에 존재하며 오직 루인의 영주 일가만이 진정한 정체를 알고 있다고 전해지는 곳.
당연히 시온은 그러한 검은 숲의 정체도 알고 있었다.
과거 세계를 대적했던 ‘악’ 중 하나가 봉인되어 있는 장소.
‘검은 숲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영주의 허가가 필수적이지만…….’
오직 이 시기에만 존재하는 다른 방법이 있었다.
그렇게 걸어가며 잠시 생각을 정리한 시온은 인적이 드문 골목으로 들어간 다음 담벼락 한 곳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나와.”
당연하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담벼락.
“나는 같은 말 두 번 안 해.”
하지만 아랑곳하지 않은 시온이 담벼락을 향해 작게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파짓!
“꺄, 꺄악!”
작은 스파크가 튀기더니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던 담벼락이 일렁이며 커다란 눈동자의 단발 여인 한 명이 튀어나왔다.
“……어떻게 안 거죠?”
동요가 깃든 눈으로 시온을 바라보며 묻는 여인.
여인의 이름은 나리에로 ‘달의 눈’의 특급 정보원이었다.
다른 것은 전부 어설퍼도 은신과 추적만으로 특급 정보원의 자리에 오른 그녀였다.
그렇기에 그녀는 자신이 발각된 지금의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다.
“추가 의뢰를 할게.”
그런 나리에의 의문에 답해줄 생각이 없다는 듯 시온은 말을 이었다.
“영주성에서 진행하는 용병 모집 기간에 대한 정보. 그리고 이 도시 안에 있는 머리 여섯 개 달린 짐승 문신을 한 녀석들의 위치.”
이 시기에 루인의 영주성에서는 검은 숲 토벌을 위한 용병을 모집하게 된다.
시온은 그것을 이용할 생각이었다.
거기에 ‘검은 숲 토벌’은 루인 멸망의 시발점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기에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
“네? 네?”
갑작스러운 말에 나리에가 어벙한 표정을 지으며 되물었지만, 시온은 그 말에도 대답하지 않은 채 몸을 돌렸다.
“명색이 제국 최고의 정보 길드 중 하나이니 얼마 걸리지 않을 거라고 믿어.”
“아직 최고까지는 아닌데…….”
시온은 미래에 그렇게 되리란 걸 알고 말하는 것이었지만, 나리에가 그것을 알 리 없었다.
“……머리 여섯 개 달린 짐승 문신? 그리고 대체 영주성에서 용병을 모집한다는 건 어떻게 안 거야?”
곧이어 그녀의 입에서 의문 가득한 목소리가 흘러나왔지만, 그에 대한 답을 해줄 시온의 모습은 이미 저만치 멀어지고 있었다.
* * *
외곽도시 루인의 중심부에 존재하는 영주성.
“……꼭 해야만 겠느냐.”
성의 최상층부에 존재하는 집무실에서 소심한 인상의 중년 남자가 타오르는 듯한 붉은 머리카락을 하나로 묶은 여인을 바라보며 무겁게 입을 열었다.
“당연하죠.”
그에 여인, 레인 드라니르는 자신의 아버지이자 루인의 영주이기도 한 중년인, 리차드 드라니르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개 같은 정화제를 없앨 기회인데요.”
그런 레인의 언사는 거칠었지만, 이미 익숙한 것인지 영주는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그에 대해 지적하지 않은 채 말을 이었다.
“용의 힘을 다루시던 우리의 선조조차 그저 봉인하는 게 전부였다. 그런 걸 네가 어찌할 수 있겠느냐?”
“아버지.”
레인의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나는 더 이상 저 뭣 같은 녀석에게 우리 영지의 사람들을 바치기 싫어요. 아니 바치지 않을 겁니다. 설사 그 사람들이 그 어떠한 죄를 지었다고 할지라도!”
더는 어떠한 말도 듣지 않겠다는 듯 그 말을 끝으로 집무실의 문을 나서는 레인.
“…….”
영주는 그런 딸의 뒷모습을 불안한 눈으로 바라보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젠장할…….”
집무실에서 나와 어디론가 걸어가는 레인의 입에서 작은 욕설이 흘러나왔다.
도시 루인을 다스리는 드라니르 가문.
그녀의 가문이자 과거 ‘악’을 멸하고 제국 북부 지역 전체를 구한 대영웅의 가문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건 일부만 사실이었다.
구원은 불완전했으니까.
“왜 이렇게 죽상이야? 레인.”
이윽고 성안의 야외 연무장에 도착한 레인에게 그녀보다 긴 장발에 날렵한 몸을 가진 남자가 걸어오며 물었다.
“몰라서 묻냐? 또 꼰대한테 한 소리 들었나 보지.”
그에 레인이 대답하기 전 연무장 좌측에 놓인 의자에 거의 파묻듯 몸을 눕힌 문신의 거한이 씩 웃으며 대답했다.
“말씀을 조심해 주시지요. 이 도시의 영주님이십니다.”
그런 거한의 말이 불편했는지 어느새 레인의 옆으로 붙은 깔끔한 인상의 남자가 자신의 안경을 슬쩍 만지며 입을 열었다.
셋 모두 레인과 10년 이상 함께 보낸 죽마고우들로서 전부 제국 북부 지역에서 무력으로 엄청난 명성을 떨치는 자들이었다.
“넌 매사에 너무 진지해서 재미가 없어, 재미가.”
“영주님에 대한 모욕을 허투루 넘길 수는 없지요.”
“둘 다 닥치고. 모집은 어떻게 되어 가? 쓸 만한 녀석들은 건졌어?”
손을 들어 둘의 언쟁을 막은 레인은 연무장에 모여 서로의 실력을 겨루고 있는 용병들을 바라보며 물었다.
이번 용병 모집은 영주가 아닌 그녀가 주도하는 일이었다.
일단 영주성에서 직접 진행하는 일이었고 이 ‘토벌’의 성공 여부에 따라 주어지는 보상과 혜택.
그리고 명예가 엄청났기에 영주성 안으로 용병들이 물밀 듯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있겠냐? 저런 애들 수십 명 데려가도 소용없어. 그냥 우리끼리 가자니까?”
“그 말만큼은 저도 동의합니다.”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하는 문신 거한의 말에 안경을 쓴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휴, 쓸모없는 놈들. 하르트 너는?”
그에 살며시 고개를 저으며 장발의 남자를 향해 묻는 레인.
“쓸 만한지는 모르겠는데 재미있는 녀석들은 몇 명 있더라고. 아, 저기 한 명 올라오네.”
그 말과 함께 장발 남자, 하르트가 손가락으로 연무장 쪽을 가리켰다.
그의 손가락을 따라 고개를 돌린 레인의 눈에 상대를 맞이해 천천히 연무장 위로 걸어 올라오는 한 명의 사내가 들어왔다.
저벅, 저벅.
마른 몸과 아무런 특징도 없는 평범한 기운.
그와 비견되는 나른하게 가라앉은 눈동자.
바로 시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