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Obtained a Mythic Item RAW novel - Chapter 310
310화 시각의 금제(2)
[시련을 치르는 동안, 모든 금제는 중첩됩니다.]재현은 언젠가 귓가에 들려왔던 문구를 떠올리며 이를 갈았다.
대체 어떻게 되먹은 시련이기에 무려 시각의 금제를 걸고 클리어하라는 거지?
그것도 7일간 생존하라고?
격을 얻었다고는 해도 인간이었던 재현이었다. 그런 게 쉬울 리 없었다.
게다가.
척 느끼기에도 이곳 숲에 서식하는 마수의 개체는 하나하나가 S급 이상. 거의 최정예 발키리와 흡사한 수준이었다.
눈을 가리지 않더라도, 신격을 금제 당한 지금 이들을 상대하는 것은 번거로울 터인데….
이걸 이런 식으로 뒤통수친다고?
‘요르문간드… 그 간악한 혓바닥을 언젠가는 잘라 주겠다.’
재현은 반 에시르 연합에는 이런 나사가 빠진 놈들밖에 없나 생각하며, 재빨리 횡으로 검을 그었다.
대검, 발뭉이 적이 가까이 다가오지 못하도록 견제한다.
이는 좋은 판단이었다. 상대의 위치를 명확하게는 알 수 없었지만, 다가오는 기척 정도는 읽어낼 수 있는 재현이었다.
마력 감지, 그리고 감각 증폭의 문장.
두 스킬의 시너지는 상당했다.
걱정되는 부분은 역시 적을 정확하게 공격해 쓰러뜨릴 수 있는가였다.
재현은 집중에 집중을 거듭했다. 그리고 신격을 끌어내지 않는 선에서, 제 한계에 가까운 마력을 개방했다.
지금은 적을 어떻게든 처리하지 않고서야 곤란하다. 상황을 반추하고 계획을 짜려 해도, 최소한의 안전은 제대로 확보해두지 않으면 번거로워지는 게 사실이었다.
승리하지 못하면 당하는 것은 되레 자신이 될 것이다.
여기서는 자신의 감각을 한계까지 증폭시킬 필요가 있었다.
재현은 등골이 오싹해지는 감각을 느끼면서도, 이 끔찍한 7일간의 저열한 생존 게임에 참여하기로 마음먹었다.
시각을 제외한 나머지 네 개의 감각이 극도로 활성화되며 마수들의 움직임을 포착하기 시작한다.
“후….”
짧게 내뱉은 호흡과 함께 재현의 눈에 안광이 서리기 시작했다.
* * *
콰아앙!
마그니의 공격. 그것은 안호연의 검에 의해 정확히 막혔다.
물론 최선을 다한 공격은 아니었다.
허나, 마그니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히기에는 충분했다.
마그니로서는 당황스러운 일이었다.
앞에 있는 것은 고작해야 열등한 인간이 아닌가?
아홉 세계에서도 가장 급이 낮고 나약해 빠진 녀석들.
우르르 몰려다니며 귀찮게나 구는 쓰레기들.
그게 마그니가 생각하는 인간들이었다.
그런데 그런 쓰레기가… 자신의 공격을 막아냈다.
“감히…!”
나태한 그조차도 거기서는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그가 조금 전보다 훨씬 더 강한 격을 담아낸 주먹을 꽉 쥐었다.
츠츳…!
척 보기에도 위험해 보이는 주먹. 마그니의 비릿한 표정이 나인의 멤버들을 훑어내리며 그들의 면면을 살핀다.
한편, 안호연은 호흡을 간신히 골라내며 검을 고쳐 쥐었다.
손이 파르르 떨려왔다.
강해졌다고는 하지만 신과 직접 대적하는 것, 그 공격을 직접 막아내는 것은 그로서도 처음이었다.
게다가. 조금 전 막아낸 마그니의 주먹의 파괴력은 상상한 것 이상이었다.
S급인 발락의 튜터링을 받을 때도 이 정도 파괴력은 느껴본 적이 없었다.
김유정의 고유 스킬인 소울 링크가 없었더라면 즉사하고도 남았을 테지.
하지만, 지금 자신은 혼자가 아니었다.
‘유정이의 소울 링크와 재상이 형의 회복 포션… 역시 굉장한 것들이야. 소율 선배의 탐색 스킬도 적의 공격을 읽는 데 도움을 주고 있어.’
모든 이들이 각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지난 6개월간 이들 역시 재현 이상으로 노력해왔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들 역시 그동안 성장에 성장을 거듭했다.
그 결과 중 하나가, 바로 마그니의 공격을 한 차례라도 막아낼 수 있게 된 체력이었다.
안호연은 잠시 과거 재현과 나누었던 대화를 떠올렸다.
[그러니까. 너는 결국 다섯 개의 시련을 치러야 하는 거고, 그동안 자리를 비울 때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거지?] [맞아.]재현은 다섯 개의 시련과 과업으로 자리를 비울 수 있음을 알려주었다. 거기다 그곳에는 자신들이 함께 따라갈 수도 없었다.
어쨌든 시련이라는 것은 대적자를 위해서만 준비된 것.
자신들이 가도 함께 치를 수 없고, 그 난도도 높았다.
다만, 재현은 자신이 없을 때를 대비해 이렇게 말했다.
[내가 없는 동안 이쪽에 무슨 일이 생기면… 이제 너희들 말고는 의지할 곳이 없어. 적어도 당분간은 너희가 버텨줘야 해.]재현의 말은 그야말로 충격적이었다. 하물며, 처음으로 그가 동료들에게 의지해 자신의 짐을 나눠주려 하는 것이니 더더욱 그랬다.
때문에 나인의 멤버들은 그를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그들은 계속해 대련을 거듭하며 경지를 끌어올렸고, 지금과 같은 상황이 벌어질 때를 대비해 작전을 세웠다.
허나.
그 결과, 아직 재현에게 유의미한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거라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
그래서 이들은 최소한 재현의 발목을 잡지 않겠다는 것으로 우선 목표로 바꾸었다.
덕분에 등장하게 된 작전이 바로 이것이었다.
바로 김유정의 고유 스킬인 소울 링크를 통해 시간을 버는 것!
이는 가장 방어력이 뛰어난 안호연이 앞에서 공격을 받아내면. 대기하고 있던 김유정이 소울 링크로 피해를 분산해, 모두가 데미지를 동일하게 나누는 것으로 시작된다.
‘소울 링크는 기본적으로 모든 동료와 데미지를 나눠 받을 수 있는 스킬. 파티원이기만 하면, 또 인접해 있기만 하면 다른 사람들과 함께 공격을 막아낼 수 있어.’
다만, 여기서 말하는 파티원의 수와 파티 가능 인원은 임의 조정이 되지 않았다.
재현을 필두로 한 나인의 멤버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공격을 나눠 받을 수 없었던 것.
여하튼.
이들은 공격을 막아낸 후. 이둔의 정원에서 재배한 희귀 작물로 만든 급속 회복 포션을 이재상과 권소율이 마시며, 전투하고 있는 이들의 체력을 회복시켰다.
유성은 역시 뒤편에서 새크리파이스로 이들에게 힐을 주며 부족한 체력을 보충해 주었다.
쉽게 말해, 적의 일격이 네 사람을 완벽히 죽일 정도가 아니라면. 이 대형은 절대로 무너지지 않는, 거의 좀비에 가까운 진형인 것이다.
이는 예상대로 효율이 매우 뛰어났다.
공격으로 절반 가까이 깎였던 안호연의 HP가 금세 최대치까지 회복된 것이다.
이어 그는 검을 쥔 손에 힘을 실었다.
화륵!
―액티브 스킬 《무의 극의》를 발동합니다.
―액티브 스킬 《청화 백검》을 발동합니다.
―액티브 스킬 《신검 합일》을 발동합니다.
―패시브 스킬 《신의의 검》이 활성화됩니다.
청화와 함께 터져 나오는 막대한 마력.
그것은 이미 과거 재현이 처음 신격을 얻었을 때와 거의 흡사한 수준이었다.
서이나 역시 곁에 붙으며 말했다.
“…막는 것만으로 시간을 끌면 안 돼. 합공이 들어오면 이 진형이라도 위험해질 테니까. 내가 저쪽을 맡을게.”
―액티브 스킬 《알프헤임의 검》을 발동합니다.
6개월간의 노력 덕분에. 이제 S급을 넘어서 완연한 경지에 도달해 있는 알프헤임의 검이 빛을 뿜었다.
그것은 그야말로, 찬연하다는 말이 어울리는 성스러운 빛이었다.
김유정은 오버 플로우와 마나 필드 같은 보조 스킬을 발동하며 이들의 신체 능력을 향상시켰다.
그녀는 소울 링크를 유지하며 최대한 적의 기세를 죽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대적자의 동료라는 것이 허명은 아니다… 그런 말인가.”
모디가 불쾌함이 어린 두 눈으로 그렇게 말했다.
모디와 마그니. 두 신은 여전히 긴장 따위는 전혀 하지 않았으나, 이제 앞의 인간들이 거슬리기 시작했다.
감히 신의 앞에서 저런 불경한 태도를 보이다니!
그것도 토르의 자식인 자신들의 앞에서!
이는 그들에게 쉽게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마그니. 너는 저쪽의 여자를 상대해라.”
“그러지.”
마그니는 서이나를, 모디는 안호연을 상대하게 되었다.
두 신은 단번에 기세를 확장하며 그 신격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이제 평형의 거울까지 모두 깨어졌다.
아무리 신력이 충분히 회복되지 않았다고 해도, 라그나로크가 시작된 시점이다. 이들은 자신의 힘을 온전히 끌어낼 수 있게 된 참이었다.
그렇게, 모디와 마그니가 두 사람을 향해 달려들려던 그때.
―아티팩트 《신성의 거울》이 반응합니다!
―액티브 스킬 《알프헤임의 검》이 강화됩니다!
새크리파이스로 힐을 하고 있던 유성은이 뒤편에서 아티팩트를 가동해, 서이나의 머리 위에 떠 있던 검을 강화했다.
그것은 오래 걸리지 않아 빠르게 분열했다.
수십, 아니 수백에 다다르게 된 알프헤임의 검이 허공에 떠올랐다.
그 풍경에서는 마그니와 모디조차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게 무슨….”
그것은 도저히 인간의 힘이라고는 보기 어려운 수준의 능력이었다.
아티팩트를 사용했다고는 해도, 저런 수많은 검을 동시에 운용한다는 것은 최소한 격을 지닌 이들이 아니고서야 불가능한 수준이 아닌가.
하지만 격을 지닌 인간은 지금까지 단 하나도 없었다.
…아니 하나도 없었던가?
그 순간 두 신의 머릿속이 잠시 노이즈가 낀 것처럼 지직거리다 원래대로 돌아왔다.
그리고 때마침 서이나가 띄워낸 수많은 검의 비가 아래로 서서히 내리꽂히기 시작했다.
콰콰콰콰콰콰!
물경 100에 다다르는 검이 달려오던 모디와 마그니의 걸음을 멈추게 하고, 공격의 흐름을 끊어낸다. 마력을 즉시 흩어지게 하는 것은 덤이었다.
몇몇 검은 쳐냈지만, 두 신은 모든 공격을 쳐내지는 못했다.
힘을 더 드러낸다면 막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두 신들에게 그와 같은 일은 자존심이 도저히 용납하지 않았다.
고작해야 인간이다.
그런 이들을 상대로 신격을 개방하라고?
그런 생각을 하는 와중, 모디와 마그니의 허벅지에 검이 한 자루씩 꽂힌다.
그 순간, 두 존재의 눈이 차게 식었다.
이어 그들의 분노가 선연히 타오르기 시작하며, 이전과는 다시 한 차례 달라진 신격이 터져 나왔다.
감히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마력에 일행은 헛숨을 들이켰다.
“이제 시작이야. 다들 준비는 됐지?”
권소율이 주변을 살피며 그렇게 말했다. 그녀는 지금 흘러가는 상황을 정확히 읽고 있었다.
동료들은 충분히 강해졌다.
지금 신화적 존재를, 그것도 둘이나 막아내고 있다는 게 특히 그랬다.
하지만… 오래 버틸 수는 없다.
‘어떻게든 민재현이 네 번째 시련을 치르고 다시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야 해.’
재현의 복귀. 그게 아니라면 고작해야 한 시간밖에 버티지 못할 것이다.
게다가 이들에게는 결정적으로 신격이 없었다.
재현의 동료이기에 성장 제한 자체는 사라졌지만, 여전히 격을 얻기에는 아직 그 힘이 모자란 것이다.
때문에 권소율은 냉정히 판단했다.
지금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은 재현이 돌아오기까지 버텨내는 것뿐이라고.
하지만 과연 한 시간 만에 그가 돌아올 수 있을까?
자세히는 알지 못하지만, 시련을 치르는데 시간은 얼마든 소요될 수 있었다. 특히 세 번째 시련에서는 좀 더 시간이 들었었다고 하지 않았던가.
권소율이 고민을 거듭하던 그때.
“아무래도 조금 힘들어 보이는군요?”
그들의 귓가에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윽고.
그아아아!
망자의 군대가 쏟아지고, 재차 공격을 이어가려던 모디와 마그니의 발을 묶는다.
바닥으로부터 솟아오른 검은 손.
그것의 주인은 명확했다.
“헬라!”
김유정이 반갑다는 듯 소리쳤다.
이들의 시선이 집중되는 곳에는 헬라가 있었다.
권소율은 생각했다.
이제 이걸로 한 시간은 최소한 더 버틸 수 있게 됐을 것이다.
헬라. 그녀의 존재감은 상상 그 이상이니까. 강해진 자신들조차 아직 헬라의 경지에는 닿지 못했으니 더더욱 그랬고.
“헬라… 겨우 반쪽짜리 신이 또 우릴 방해하겠다는 건가?”
모디가 비스듬히 입꼬리를 올리며 말하자, 헬라가 두 눈을 똑바로 뜨며 응수했다.
“모디와 마그니… 에시르에서 대적자를 죽이기 위해 보낸 신들치고는 약한 이들뿐이군요.”
그 말에 두 신들의 표정이 더할 나위 없이 사납게 구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