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ummoned a max level demon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103
제103화
103화
조금 전부터 알아차렸다.
뒤로 빠졌던 케롯 씨가 어떤 눈치를 보내는 것을.
“비켜, 꼬맹아. 마침 후려치고 싶었던 참이었어.”
그 말과 함께 케롯 씨가 제일렌의 면상을 걷어찬다.
“큭! 난폭하여요. 하지만 뭘 할 수 있다는 것이죠? 삼류?”
“닥치고 있어. 괴물 같은 년.”
한 번 더 걷어차고 케롯 씨는 혀를 찼다.
“웃기고 있군. 지금 누구 앞에서 개짓거리를 하는 줄은 아냐?”
괘씸하다는 듯 일갈하고 케롯 씨는 진지하게 제일렌의 상태를 가늠하듯 훑어본다.
“이 정도면 내 재주로도 가능은 하겠군.”
“재주? 설마…….”
“연금술이라며? 그럼 해제도 같은 식으로 하면 되겠지.”
말처럼 쉽지는 않으리라.
그렇기에 제일렌도 조소하며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기재도 없는 이곳에서 대체 무엇을 하실 참인가요?”
“앙? 고작 이딴 장난질 하나 처리하는 데 그딴 게 필요할 리가 없잖아.”
“설마…….”
제일렌은 무언가 깨달은 듯 경악하는 것과 동시에.
“잘 봐라, 정신 나간 년.”
케롯 씨가 손을 뻗자.
그녀의 손아귀에서 투명한 불씨가 일어난다.
“연금의 불?! ……그렇군요! 역시 당신의 스승은! 그것을 발견했고 당신이 그 지식을 이어받았사와요!”
“……역시 찾던 게 이거였냐.”
제일렌이 케롯 씨의 공방을 노리며 지난 의뢰를 이용해서 수작을 부리던 이유.
정확히는 케롯 씨의 스승이 남긴 어떤 지식에 눈독을 들인 것이다.
기재에 의존하지 않는 연금의 불.
“역시 당신의 스승은!”
“시끄러워. 기재 망가졌을 때 대비하려고 익힌 거야. 뭐, 이걸로 네년을 엿 먹일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지.”
상위의 연금술은 전용 기재가 없다면 익힐 수 없다.
그것은 제일렌조차 마찬가지.
하지만 지금 케롯 씨는 그것 없이도 불씨를 일으킨 것이다.
투명한 불길이 제일렌을 삼킨다.
“나도 이걸 제대로 써먹지는 못하지만, 네년 엿 먹이는 정도로는 충분히 써먹겠지.”
연금술의 불길은 물질을 조작한다.
그것은 붕괴 중인 물질이라고 하더라도 마찬가지.
간섭하여 멈추고는 진정시킨다.
자폭하기 위한 물질의 붕괴 현상이 멈춘다.
“야, 꼬맹아. 마무리해라.”
“이미 준비 끝냈습니다.”
응축된 흑염의 구체가 세 개 맺힌다.
고도로 집약된 고열은 이윽고 가느다란 줄기가 되어 적을 꿰뚫는다.
뇌.
심장.
그리고 호문클루스에게만 있을 인공적인 장기인 코어.
“……!!”
제대로 된 단말마조차 지르지 못한 채 그 미친 연금술사는 쓰러진다.
그대로 모래 알갱이 같은 재가 되어 버릴 뿐.
“이걸로 클리어.”
* * *
《서브 퀘스트를 클리어합니다.》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33레벨을 달성하였습니다.》
《레벨업 보너스 스킬 포인트 5pt를 획득합니다.》
그 외에도 일부 소재를 입수하였다.
특히 그녀가 사용하던 성가신 실들의 파편은 회수해 재활용할 가치는 있다.
나머지 뒤처리도 어려울 건 없었다.
나는 바로 제국의 기사단과 아카데미 측에 연락을 넣었다.
결백을 증명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바로 뒤처리를 인계하였고, 우리는 할 증언만 끝내 두고 바로 풀려났다.
“젠장……. 더럽게 재수 없었네.”
“일단 무사히 끝났잖습니까. 가게도 담보로 안 넘어갔고.”
“좋게 끝난 거 같지가 않다만.”
“다음부터는 의뢰 내용을 잘 살피시죠.”
“……칫.”
동정할 필요는 없다.
케롯 씨도 그 점은 동의하는지 그다지 마음에 담아 두지 않는 눈치.
“그보다 꼬맹아……. 너 정말로 괜찮겠냐?”
“예?”
드물게 진지한 어조로 염려하는 듯 묻자 나는 모르는 척 너스레를 떨었다.
당연히 통할 리가 없다.
“알아차렸군요.”
“그거 아마 살아 있을 거다. 거기에 꼬맹이 너도 찍힌 모양이고.”
제일렌을 쓰러트렸지만, 어디까지나 죽였다는 느낌과는 거리가 멀었지.
도주했을 것이다. 나도 그것에 동의했다.
“글쎄요. 더한 놈들에게도 눈도장 찍혀서 새삼스러울 것도 없네요.”
……깨닫고 보니 내가 어그로 담당이라고?
신경 쓸 필요도 없다.
“마음에 걸리시면 앞으로 저 좀 도와주시죠. 케롯 씨?”
“빚이라고는 생각하고 협조는 해 주마. 다만 조심은 해 둬라.”
“기억해 두죠.”
케롯 씨의 협조는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케롯의 공방 출입이 가능해집니다.》
《보다 상위 연금술의 습득 수련이 가능해집니다.》
뭐, 이건 조금 나중의 일.
우선은 계획대로 한탕 톡톡히 벌 준비나 하자.
* * *
그날 이후 나는 케롯 씨의 공방을 이용해도 좋다는 허가를 받았다.
연금술의 지도를 받기 위해.
그리고 약속했던 협업을 위해서도 내가 공방에 드나들어 작업을 하는 편이 더 낫다고 판단한 것이겠지.
그리고 나름의 신뢰를 받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고.
“이전에 꼬맹이, 네가 가져온 포션을 봤을 때도 느낀 거지만 너 연금술 기재는 쓰지 않고 있지?”
“지금 연금술 클래스는 보유한 기재를 타 클래스의 학생에게 대여해 주진 않고 있으니까요.”
부족한 건 대충 어떻게든 대체하여 때우고 있는 게 내 실정이다.
“그럼 시간이 날 때는 내 공방의 기재를 써도 상관없다.”
“와아~! 신난다.”
그건 진심으로 달가운 일이었다.
생산할 수 있는 것들의 가짓수가 늘어난다.
상위 포션이나 비약 혹은 전투용 아이템도 제작할 수 있다.
“물론 기재만이다. 그리고 조심히 다뤄라. 비싼 것들이니까.”
“당연하죠!”
괜찮아. 망가트려도 그냥 모른 척하면 돼.
“……야!”
“물론 소중히 써야죠.”
“됐다……. 나중에 쓰는 방법은 내가 다시 봐주마. 그것보다 꼬맹아? 너 뭘 만들려고 했던 거냐.”
“말 안 했던가요?”
그러고 보니 거기까지 설명해 준 적이 없었군.
“수상쩍은 거면 돕지 않을 거다.”
“그런 거 아닙니다. 설마 제가 이상한 걸 만들까요~. 어디까지나 건전하고 세상에 도움이 되는 걸 만들자는 게 제 모토입니다만.”
“야…… 내 눈이나 똑바로 보고 말해라.”
이런 들켰군.
뭐, 도움이 될 거라는 말은 틀리지 않다.
“그 왜 곧 있으면 중간 평가가 오지 않습니까?”
“아~! 하긴 그런 시기군. 거참, 꼬맹이들도 힘들겠군. 평가……. 요즘도 빡센가?”
“글쎄요. 뭐, 하여튼 평가 시기가 오니까 한몫 챙기고 싶은 생각도 들잖아요.”
“……공부나 해.”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하지만 나는 공부 따윈 하러 가지 않아요.
“뭐로 밑천을 잡으려는 거냐?”
“왜 평가 기간이 되면 잠을 깨기 위한 음료 수요가 늘잖아요?”
“아……. 그 더럽게 맛없는 거.”
무슨 말인지 이해했다는 듯 케롯 씨는 미간을 찌푸렸다.
현재 제국에서 유통되는 기호품 중에서는 의외로 커피 같은 것이 존재한다.
게임에서는 마시면 일시적으로 각성 효과나 소소한 마력 회복 효과가 있다.
여기서는 그냥 더럽게 맛없는 커피 그 자체니까 금세 흥미를 잃었다.
“싸지는 않은 데도 꽤 수요가 있단 말이죠.”
학자들이나 혹사당하는 학생들에게는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는 모양이니까.
잘 팔린다.
맛있어서 먹는 게 아니라 진짜 살려고 먹는다는 느낌.
“뭐야? 커피 장사라도 하려고?”
“설마요. 일개 학생인 제가 거기까지 손을 댈 수는 없잖아요. 하물며 그건 연금술이 필요하지도 않고요.”
어디까지나 내가 노리는 건 그다음.
“그것보다 더 강력한 각성제를 만들 겁니다.”
“……야!”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무슨 끔찍한 악마라도 보듯 케롯 씨가 질색한다. 아니, 내가 무슨 나쁜 말이라도 했나?
각성제라고 하지만 약보다는 좀 더 마일드하게.
그래, 우리들의 친숙한 에너지 드링크를 흉내 내자.
이것저것 재현하기 부족할지도 모르지만, 이곳에는 마법과 연금술이 있어.
포션의 제조 지식을 이용하면 그보다 강력한 것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하고 있다.
“말 그대로 활력을 끌어모을 법한 그런 약을 만들어서 팔죠.”
한 캔만 마셔도 새하얀 재가 될 정도로 강력한 걸로!
뒷일? 알 게 뭐냐.
내가 먹을 것도 아닌데.
자고로 학생들에게 가장 잘 먹힐 게 뭔지는 내가 가장 잘 알거든.
“그리고 수면을 잊은 학생들을 상대로 한몫 단단히 챙기는 거죠. 크흐흐흐흐.”
“……미친 새X.”
“그럼 돕지 않을 겁니까?”
돕지 않는다는 말은 하지 않는다.
“덧붙여 생산을 도와주시면 케롯 씨에게는 수익금의 40퍼센트를 떼어 드리죠.”
“……꼬맹아, 자세한 이야기는 작업을 시작하면서 듣자.”
아무렴, 돈은 소중하니까요.
상대가 내켜하지 않으면?
거절하기에는 아까운 많은 돈을 약속하면 될 뿐이다.
* * *
학생에게 꿈의 음료란 무엇인가!
말 그대로 하루를 24시간이 아니라 30시간을 사는 듯한 착각을 선물해 주는 기적의 상품!
“한 캔만 마셔도 열흘을 자지 않아도 될 걸작이 바로 여기 있어.”
“……뭐야, 그거 무서워.”
다만 열흘 후에는 어떻게 된다고 말하지 않는다.
걱정 마. 그만큼 곯아떨어질 뿐이니까.
내가 자신 있게 새로 개발한 각성용 포션을 보여 주고 그 효능을 들려주자 아닐라가 새하얗게 질렸다.
연기가 아니라 정말로 어처구니없어하는 것 같았다.
“미, 미쳤어……. 시안, 이런 걸 정말로 팔 생각이야?”
“당연하지.”
목적이던 각성제를 만들어 내었다.
특제, 에너지 포션.
제작을 돕던 케롯 씨마저 ‘어? 잠깐? 이거 정말로 괜찮은 거냐? 우리 화형대 오르는 건 아니지?’라고 가슴 두근거렸을 정도의 강력한 각성제.
“이런 걸 만들고 안 팔고 배기겠어?”
돈 냄새가 나지 않니?
“악마네.”
“악마는 내 사역마고.”
(악마에게 실례란다. 시안. 악마도 이런 짓은 안 해.)
이상하다? 왜 악마가 인간을 보며 식겁하는 거냐?
“효과가 의심스러우면 마셔 볼래?”
“됐어……. 뒷일이 무서우니까 입에도 안 댈 거야. ……무서운 건 그래도 다른 애들은 마실 거 같네.”
“그렇지. 중간 평가가 두려울 테니까.”
“그걸 알면서 저지르는 게 더 무서운 거야. 시안.”
학생에게 시험은 중대 사항이고, 필요하다면 영혼까지 팔겠지.
그 학구열과 절실함을 어찌 모르겠느냐.
“그래서 왜 이걸 나한테? 자랑하려는 건 아니잖아.”
당연히 아닐라에게 마시라고 주려는 건 아니다.
“이걸 가능한 교수님들 눈을 피해서 팔고 싶어.”
“암시장에라도 가지?”
“그보다 좋은 게 있잖아.”
“아……. 그거구나.”
그제야 내 의향을 이해한 아닐라가 성가시다는 듯 탄식을 흘렸다.
“알고 있어. 아닐라. 아카데미의 비밀 판매부가 있다지?”
“……또 그건 어디서? 아니, 시안이라면 들을 법하네.”
나를 뭐라고 생각하는 거냐.
필로스 아카데미의 내부 유통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외부의 상회에서 물자를 계약하고 아카데미의 학생들에게 판매하는 구조.
또 하나는 학생들이 만들어 낸 것들을 아카데미에서 매입하여 다시 학생들에게 판매하는 구조.
다만 후자는 썩 현명한 구조가 아니다.
중간에 떼어먹는 거머리 같은 놈들이 너무 많아.
후려치기를 당하는 경험이 필요하다면 굳이 말리진 않겠지만, 나는 그딴 거 싫다.
그렇다면?
“비인가로 유통을 알선해 주는 학생들이 있다고 들었는데?”
“역시…….”
세상 물정을 모르는 애송이들은 아카데미의 인가된 상점밖에 이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곳에서의 생활이 익숙해지면 어떤 녀석들에 대해 듣게 된다.
비밀 판매부.
대대로 교수들의 눈을 피해서 학생들이 만든 장난스러운 물건이나 이것저것 구하기 힘든 것들을 거래하는 모임.
아카데미 측을 통한 정식 매매와 비교하면 놀랄 정도로 수수료가 낮고 무엇보다 선을 넘지 않는 한은 무엇을 내놓든 참견하지 않는다.
“설마 소개해 달라는 거야?”
“그 정도까지는 안 바라. 그냥 네가 그 선배들에게 이야기만 전해 줬으면 해.”
“거절하면?”
“그럼 그걸로 끝.”
어차피 거절당하는 일은 없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