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ummoned a max level demon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188
제187화
187화
아무래도 이닐스 백작은 이곳 경비의 일부를 리니아를 포함해 아카데미 학생들에게 맡긴 모양이다.
‘하지만 싸울 일은 없나.’
녀석들이 나를 알아본 시점에서 전의는 급격히 사라지고 있었다.
“잠깐?! 어떻게 된 거야. 시안이라니? 너희도 의뢰를 받은 거야?!”
리니아가 허둥거리는 사이에 레밀린이 그제야 눈을 뜨고 일어났다.
“뭐야……. 시끄러워서 못 자겠어. ……어? 왜 다른 신입생들이?”
“학생회장? 진짜?”
알아본 건 양 페이.
무슨 이유에서인지 녀석은 회장의 얼굴을 알아보는 모양이다.
내 존재에다 하물며 학생회장까지 동행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아이들의 적의는 완전히 사라졌다.
오해받고 한판 붙는 경우까지 상정했는데, 내 기우였나.
“보아하니 백작의 부탁을 받고 경비라도 서고 있었냐?”
“……그렇긴 한데. 너흰? 하물며 회장님이라니.”
“뭐, 비슷해.”
전혀 비슷하지 않지만, 굳이 말해 줄 필요는 없다.
“잠깐, 그럼 침입자는?”
“저기 흑마법사 시신이 하나 있긴 한데……. 누구려나?”
“헉?! 진짜야?!”
둘러댔는데도 전혀 의심하지 않는다. 요컨대 저 녀석들은 정말로 재수 없게 여기 왔을 뿐.
‘오해가 벌어진다고 해도 회장이 있으니 적당히 떠넘기면 귀찮은 일은 피하겠군.’
《05:07》
남은 시간도 5분밖에 없다.
이쯤에서 경고를 해 주는 게 좋을까.
이제부터 일어날 사태는 분명 저 아이들에게 적지 않은 혼란을 안겨 줄 테니까.
“회장님, 그리고 거기 멍청이들, 일단 시간 없으니까 경고 하나만 할 테니…….”
의아해하는 시선과 발끈하며 돌아보는 시선들이 한곳에 모이는 순간이었다.
“……이제 곧. 음?!”
나는 말을 끊고는 지팡이를 휘둘러 흑염을 일으키고 어느 한 방향을 향해 쏘아 냈다.
“뭐 하는 거야?!”
“실내에서 불이라니…….”
“그렇구나. 신입생의 반응은…….”
눈치채지 못한 녀석들은 놀랐고, 레밀린은 말없이 무기를 꺼내려 한다.
“긴말할 틈이 없으니 이것만 말해 두지. ……적이야.”
내가 날린 흑염이 주변을 불태우는 일 따위는 없었다.
그곳에 은신해 있던 자가 발산한 푸른 마력에 부딪혀 상쇄되었으니까.
모습을 드러낸 건 세 명의 마법사.
“쯧. 불쾌한 마기군. 어린것이 지독하구나.”
그중 가운데 노인이 혀를 차며 불쾌한 듯 나를 흘겨본다.
“거기에다 악마까지 붙어 있군. ……참으로 한탄스럽군. 어린것이 사악한 마법 따위를 익히다니.”
도발이 아니라 진심으로 한탄하는 어조.
저 반응은 틀림없다.
“마탑의 마법사인가.”
(그것보다 조금 불쾌한걸.)
“……냅 둬. 마탑 녀석들의 8할은 대부분 저 모양이거든.”
신경 쓰면 이쪽만 피곤해질 뿐이다.
어차피 적이다. 그럼 이쪽이 이겨서 비웃어 주면 될 뿐.
“회장님, 저 마법사…….”
“알아. 가운데 쪽은 난처하네. 꽤 거물이야.”
“네. 마탑의 상층부…… 원로쯤일 겁니다.”
다른 둘은 제자급이라 딱히 정보가 없지만, 가운데 노인은 낯이 익었다.
이름까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데, 아마 게임 시나리오에서 싸우게 되는 상대겠지.
“아마 7서클 정도로 예상되네요. 양옆의 제자도 5서클 정도로 추정되고요.”
“……싫어라. 마법사는 상대하기 성가신데.”
레밀린은 한숨을 쉬며 무기를 꺼낸다.
실내이기에 대형 메이스를 쓸 수 없어서 평범한 사이즈의 둔기를 꺼내 들었다.
“……내뺄까?”
“5분 정도만 상대해 보세요.”
“잘 모르겠지만 해 볼게. ……그리고! 뒤에 신입생들을 일단 물러나!”
사정도 모르는 애들한테 지원을 부탁할 수도 없고, 하물며 저 녀석들은 저 마법사들의 상대도 되지 못한다.
그 판단은 레밀린 역시 똑같이 했는지 리니아와 다른 아이들을 향해 호령하였다.
“하, 하지만.”
“학생회 명령이니까. 당장 꺼져!”
“네, 넷?!”
의아해하면서도 회장의 기세에 눌려 그만 혼비백산해 도망친다.
“도망치게 하였나. ……무지한 것들 같으니 상관없겠군. ……그래, 흑마법사 놈이 시안. 그리고 저 맹랑한 애송이가 아카데미의 학생회장인가.”
다행히 저 마법사들도 볼일이 있는 건 우리뿐이다.
“이곳에 기어 들어온 이상 처단할 수밖에 없겠군. 이 로벨타스가 친히 훈계해 주도록 하마.”
그래, 로벨타스. 틀림없이 원로 중 한 명이다.
“이봐, 영감님. 하나만 묻자.”
“흐음?”
“놀러온 건 아닌 모양인데, 그럼 그 게이트 술식을 고쳐 쓴 건 댁. ……아니, 댁 꼭대기에 있는 자라고 보면 되겠지?”
“큭! 네놈!”
정답이리라.
특히 머리 꼭대기. 그 비유의 뜻을 모르진 않으리라.
“소문과 달리 그 작자는 어지간히 외도인 모양인데?”
“건방진 놈! 입 다물고 있어도 곱게 죽지 못할 것을…….”
“웃기고 있네. 내가 댁보다는 한참 더 오래 살 거 같은데. ……그런고로 저 노인은 회장님이 저승길로 인도해 주시죠?”
“신입생? 말을 좀 곱게 하면 안 돼? 그보다 도발은 하고 처리는 내게 떠넘기는구나.”
레밀린 역시 저 노인이 보통 상대는 아니라고 눈치챘을 것이다.
“대신…… 제자 둘은 저랑 제 사역마가 맡죠.”
“조심해.”
더는 논의할 것도 없다. 이미 세 마법사가 영창에 들어간다.
“기억해 두세요. 약 5분……. 아니, 4분 정도만 상대하면 됩니다.”
대답 대신 레밀린이 먼저 돌진한다.
의논한 대로 노리는 건 가운데의 노인뿐.
한순간, 시야에서 놓칠 정도로 가속한 레밀린의 모습이 사라지고 다시 확인했을 때는 이미 둔기를 내려치고 있었다.
쿠웅!
단단한 마력 장벽과 충돌한 메이스가 불꽃을 튀기며 주변을 크게 뒤흔든다.
흡사 라운드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처럼.
동시에 나 역시 에밀리를 소환하여 제각각 양쪽으로 흩어지며 두 제자를 맡는다.
“댁은 저랑 노시죠?”
“……검은 마기 따위나 부리는 주제에! 스승님이 나서실 것도 없다!”
그 스승에 그 제자.
녀석은 노골적인 적개심을 드러내며 공격용 마법을 펼친다.
녀석의 중심으로 온도가 낮아지는가 싶더니 눈보라가 거세게 몰아친다.
블리자드 스톰. 5서클에 해당하는 마법.
평범한 눈이 아니다. 저 눈의 입자 하나하나가 살과 뼈를 얼어붙게 하는 고압축의 냉기.
“차디찬 얼음이 되어 후회하라.”
“내가? ……왜?”
그러나 그 냉기 속에서도 나는 여유롭게 웃으며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다.
“어떻게?!”
“댁 눈발이 좀 허접해야지. ……냉방이 약해!”
“그래, 열기를……. 설마 자신에게 화염을 뒤집어씌운 건가.”
제법 눈치가 빠르다.
녀석이 날린 눈보라는 내게 닿자마자 기화되어 사라진다.
그 순간, 튀어 오른 것은 검은 불씨.
녀석이 냉기를 발하는 시점에서 나는 주변에 화염을 일으켜서 받아친 것이다.
“조금만 실수해도 자신을 태울 텐데…….”
“내가 불 조절 하나는 숱하게 연습했거든.”
거기에다 내 스테이터스라면 조절만 적당히 하면 일정 수준 이상의 불은 그다지 대미지를 주지 않는다.
“댁하고는 수준이 달라.”
“이 자식이!”
격노하며 다음 마법을 캐스팅하려 하나, 이미 한 박자 늦었다.
내가 거리를 좁혀 놈의 코앞까지 도달했기 때문이다.
“이 거리에서 무슨 마법을?! 네놈도 휘말릴 텐데?”
“마법? 내가 왜 써?”
정정당당하게 마법전을 벌인다고 생각했나.
하물며 이런 실내에서 그것도 다수가 한 공간에서 싸우는 난잡한 상황에서?
“마법 같은 매타작은 보여 주겠지만.”
지팡이를 봉처럼 휘둘러 그대로 녀석의 명치를 향해 힘껏 찔러 넣는다.
복잡한 기예는 구사하지 못해도 느려 터진 마법사를 맞추는 건 쉽다.
“크헉?!”
“물리 내성을 키웠어야지. 보아하니 마법 연습만 했지? 그러니 처맞는 거다.”
조소하며 한 방 더 후려쳤다.
비틀거리면서 물러나는 녀석을 향해 이번에는 그토록 고대하던 마법을.
-블랙 프리즌.
추운 걸 좋아하는 것 같으니 취향에 맞춰주마.
타격에 빈틈을 드러낸 그는 내가 발산한 냉기에 그대로 휩쓸려 얼어붙었다.
흑색의 얼음에 뒤집혀 그대로 실신하는 모습을 확인하고는.
“한 놈 아웃.”
한편 다른 제자를 맡긴 에밀리 쪽을 확인한다.
신경 쓰지 않았으나 걱정할 이유는 없으리라.
이미 맡은 적을 제압한 뒤였으니까.
에밀리는 무수히 채찍처럼 휘둘러 뻗은 마기로 놈을 제압하고 있었다.
“아, 악마 따위가!”
“후훗, 말만 번지르르하네. 실망이야.”
마무리하려는 듯 손가락을 튕기자, 쏟아지는 흑염에 휩쓸려 그대로 정신을 잃는다.
죽지는 않았지만, 당분간 활동하긴 힘들겠지.
“해치웠어. 시안.”
“그래, 두 놈 끝. ……그리고 나머지는.”
학생회장 레밀린과 탑의 원로 로벨타스의 싸움.
“……역시 원로를 상대로는 고전하는 건가.”
결판이 날 낌새는 보이지 않았다.
로벨타스는 상당한 양의 마력을 노쇠한 몸으로 잘도 제어하며 대량의 번개를 만들어 흩뿌린다.
“천의 번개의 뱀이여. 어리석은 자를 휘감아 태워라.”
그 번개 하나하나가 의지를 가진 뱀처럼 레밀린을 쫓는다.
전부 직접 제어하는 것이다.
그야말로 필중의 마법.
“……쫓는 번개. 꽤 성가셔.”
레밀린은 그 마법의 특성을 눈치채고는 회피를 단념한다.
대신.
“그럼, 쳐낼까?”
둔기를 치켜들어 바닥을 힘껏 내려친다.
콰앙!
파편이 비산하며 레밀린을 포위한 전격이 그 파편에 부딪힌다.
“어리석긴! 그런 잔재주 따위가 통하겠나?”
“맞아. 전부 막지 못해. 그래도 숫자를 줄일 수는 있어.”
레밀린은 남은 번개를 몸으로 맞으면서 무시하고는 가속하여 돌진한다.
“무모하군. ……마나 프로텍트.”
육각형 모양의 반투명한 방패가 출현한다.
무려 동시에 10겹을 겹쳐 전개한다.
그것을 레밀린은 개의치 않고 둔기를 후려쳐 때린다.
콰직.
허공에 균열이 이는 소리.
“호오…….”
희미한 감탄과 함께 로벨타스는 자신의 몸을 띄워 뒤로 피한다.
그 순간, 쳐 둔 마력의 방패가 연달아 깨진다.
“힘만으로 부순 것인가. ……과연, 애송이들의 우두머리를 맡을 만한 재목인가.”
“칭찬……. 안 고맙네요!”
레밀린은 다시 가속하여 후퇴하는 로벨타스를 쫓는다.
계속 이런 흐름의 공방을 펼치고 있었던 모양.
“……저 애 고생하고 있네.”
“그래, 생각보다 고전하나 본데.”
상대가 원로쯤 되면 만만하지 않겠지.
하지만 그것 이상으로 레밀린이 힘을 쓰지 못하고 있었다.
아직 제 컨디션을 완전히 되찾지 못한 것.
그리고 가장 강력한 무기를 쓰지 못하는 실내전이라는 상황까지.
특기인 광화 스킬도 사용하지 않고 있다.
“가세하는 게 어떠니?”
“……아니, 됐어.”
정정당당함을 추구하려는 건 아니다.
다른 기회였다면, 나도 가세해서 저 노인을 처리하고자 했겠지만.
“그러고 싶어도 그럴 여유가 없어.”
《00:03》
고작 4분도 되지 않는 시간에 원로급까지 쓰러트리는 건 아직 어려운 일.
미리 말했듯 시간만 벌면 되는 싸움이다.
“온다.”
나는 다른 곳을 응시한다.
지금 막 발휘되는 위화감.
그곳의 중심이 되는 이 성의 상층부 쪽을 향해.
《00:00》
《제한 시간이 종료됩니다.》
시작된다.
이 영지가 아니라 진짜 사건이 일어날 무대가 열리게 될 것이다.
동시에 로벨타스와 레밀린 역시 싸움을 멈춘다.
“뭐야? 이 감각…….”
“이닐스 백작? ……성급하군. 아니면 그 사악한 것이 부추겼나?”
로벨타스는 더는 싸울 마음이 없는지 자신의 마력을 거두고는 대신 지팡이를 까딱인다.
뻗어 버린 제자들을 마력으로 휘감아 회수하고는 내빼려고 한다.
“뭐야, 영감님. 튀려고?”
“허튼소리 마라. 상대는 이다음에 해 주마. ……물론 네놈들이 살아남는다면.”
제자들을 데리고 물러나는 그 노인을 굳이 쫓을 필요는 없었다.
그럴 틈도 없었고.
[시작하지. 천한 자들이여.]목소리가 울린다.
이닐스 백작의 것.
[네놈들에게 합당한, 괴기하고 천박한 땅을 소개하니 그곳에서 영원히 격리되리라.]주문이자 저주와도 같은 말.
“저지를 셈인가.”
뒤에 벌어질 일은 알고 있다.
우선 땅이 흔들린다. 주변의 사물에 아지랑이가 낀 듯 일렁거린다.
“이건…….”
“주변 물건은 건드리지 말고 버티면 됩니다!”
원래는 설명해 주려고 했는데, 그 원로가 덤벼드는 바람에 그럴 틈이 없었다.
“지금 벌어지는 건 공간 전이! 위험한 곳에만 떨어지지 않게 조심하면 됩니다!”
단지 보내는 곳이 평범한 곳이 아닐 뿐.
메인 시나리오 제3장.
특정 다수의 인간을 어떤 곳으로 강제 전이시키며 시작되는 대규모 실종 사건의 시작.